제2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가 이만교의 최신작 “소설 속의 공은 근대 문명이 던져 준 욕망의 대상들을 은유한다. 그 달콤함을 맛본 뒤 그를 지키려는 측과 앗으려는 측 사이에 생기게 마련인 다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이만교
독자는 이 이야기 전체를 하나의 우화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이다. 우리에게 서구 근대 문명은, 매혹적이면서도 이기적인 욕망의 \’공 맛\’에 사로잡히는 과정에 다름 아니었으니까. 어쨌거나 우리는 이젠 돌이킬 수 없게끔 근대 문명의 달콤한 \’공 맛\’에 뼛속 깊이 중독되었고, 점점 더 많이 일하고 머리 굴려야 하는 욕심에 사로잡혀 살아야 할 것이다.–저자의 말
장편 「아이들은 웃음을 참지 못한다」는 한 시골 여름에 일어난 소년들의 이야기다. 저자가 말하듯, ‘독자는 이 글을 읽으며 그래, 나도 어렸을 때 이러고 놀았지 하고, 오래오래 걸어오느라 지치고 부르튼 발을 차가운 샘물에 담그듯, 잊었던 옛 추억에 잠시 젖어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동이는 읍내의 공장에 다니는 큰누나에게서 ‘공’을 선물 받는다. 산골 마을 꼬맹이들은 보지 못했던 신기한 것이다. 동이는 이 ‘공’으로 일약 동네 꼬맹이들의 세계에서 힘 있는 실력자가 된다. 공을 갖고 있는 동이는 자기의 힘을 따르는 아이들과, 공 하나로 유세를 떠는 것을 고깝게 생각하는 아이들로 동네의 세력을 양분한다. 점차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공 하나만이 아니라 그 이상을 둘러싸고 대립과 반목이 거세어 간다. 동이 역시 ‘공’ 하나가 이렇듯 큰 파장을 몰고 오리라 생각은 못했지만, 더 이상의 화해가 불가능해질 정도로 들불처럼 일어난 불편한 감정과 반목은 어쩔 수 없다. 심지어 이 다툼은 어른들의 싸움으로까지 발전해 간다.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 계기는 이웃 마을 아이들이 소위 ‘침공’해 온 일. 밖의 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안의 양분된 세력은 다시 힘을 합치게 되는데, 동이가 이웃 마을 대장 아이를 심하게 두들기고 패는 ‘사고’를 저지른 후에야 비로소 아이들의 감정은 ‘진화’가 된다. 작가는 ‘공’에서 시작한 단순한 아이들의 장난 속에서 ‘기성세대나 할 것 같은 고민과 갈등과 반목을 사실은 아이들 때도 똑같이 하면서 산다’는 것을 말한다. 또한, 하나의 우화로 받아들여도 좋을 이 작품은,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삶에 던져진 ‘공’이라는 ‘문명의 이기’가 가져온 노력과 대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만교 이만교 1967년 충주 중원 출생. 배재대 국문학과 졸업. 인하대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1992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시 부문, 1998년 《문학동네》 동계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되었다. 2000년 제24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였다. 장편소설 『결혼은, 미친 짓이다』, 『머꼬네 집에 놀러 올래?』, 『아이들은 웃음을 참지 못한다』와 소설집 『나쁜 여자, 착한 남자』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