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실천적 총체들의 이론
원제 Critique de la raison dialectique
워서 부제: Théorie des ensembles pratiques
글 장폴 사르트르 | 옮김 박정자, 변광배, 윤정임, 장근상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4년 8월 30일
ISBN: 978-89-374-1641-5
패키지: 양장 · 신국판 152x225mm · 1400쪽
가격: 46,000원
『존재와 무』 이후
사르트르가 탐구한 최후의 문제
“인간에 대한 하나의 진리라는 것이 있는가?”
인간의 실존에 대한 의식을 딛고
실증적인 과학의 이성에 대응해
역사적인 인간학을 정립하려 한
20세기 철학의 위대한 결실
간행사
서문
방법의 문제
I. 마르크스주의와 실존주의
II. 매개와 보조 학문의 문제
III. 전진-후진적 방법
결론
변증법적 이성 비판 1 ― 실천적 총체들의 이론
서론
A. 교조적 변증법과 비판적 변증법
B. 비판적 연구에 대한 비판
제1서 ― 개인적 “실천”에서 실천적-타성태로
A 총체화로서의 개인적 “실천”에 대하여
B 물질성의 여러 분야 간 매개인 인간관계
C 총체화된 총체성으로서의 물질과 필연성의 최초 경험에 대하여
1. 희소성과 생산 양식
2. 개인적, 집단적 “실천”의 소외된 객체화로서의 가공된 물질
3. 가공된 물질에 지배되는 인간
4. 변증법적 연구의 새로운 구조인 필연성에 대하여
5. 물질성으로서의 사회적 존재, 특히 계급적 존재에 대하여
D 집합태
1. 집렬체적 구조, 사회성의 기본 유형
2. 직접적, 간접적 군집들
3. 집렬체성과 무기력: 회귀
4. 집합적 존재로서의 계급
5. 실천적-타성태적 장의 가지성
제2서 ― 집단에서 역사로
A 집단에 대하여: 필연성의 자유와 자유의 필연성의 등가관계, 모든 실재적 변증법의 한계와 범위
1. 융화 집단
2. 융화 집단에서 조직화된 집단으로
3. 조직화
4. 조직화된 “실천”의 가지성
5. 조직화된 집단에서 제도로
B 총체화로서의 변증법적 연구에 대하여: 구체성의 수준, 역사의 장
1. 변증법적 연구의 순환성
2. 투쟁 집단, 제도 집단 그리고 집렬체로서의 사회 계급
3. 역사의 특수성, 대립의 상호성, 희소성의 장에서의 “실천”과 과정
4. 역사의 가지성: 총체화하는 자 없는 총체화를 향하여
사르트르의 후기 사상을 대표하는 『변증법적 이성 비판』이 출간되었다. 제2차 세계 대전에 동원되며 자신이 “하나의 사회적 존재”임을 깨달은 사르트르는 묻는다. 사회적, 역사적 지평 위에 선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단 하나의 진리가 있는가?
실존주의를 통해 인간의 자유를 구하고자 했던 사르트르의 최후의 과제는 이러한 질문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구조적이고 역사적인 인간학을 정립할 수단을 가지고 있는가?” 사르트르는 1957년부터 약 3년여 동안 빠른 속도로 『존재와 무』의 두 배에 달하는 책을 집필해 나갔다. 이듬해 치러진 선거에서 좌파가 완패하고, 무리한 집필 활동으로 건강이 무너졌음에도 그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보부아르의 증언에 따르면 “아주 빠른 속도로 펜을 휘갈겨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저녁 무렵이면 녹초가 되어 “다른 사람을 향해 헛소리를 했을” 정도로 이 질문에 몰입해 있었다. 비록 1권이 출간된 후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방대했던 자료’의 메모만 남아 편집자의 손으로 2권이 출간되었지만 말이다.
고립된 인간은 어떻게 타자와 함께 사회적 존재로 거듭나며,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역사 형성의 주체로 거듭나는가? 그 자신의 최종적인 인간학을 위하여 사르트르는 주체의 역할을 사회 속에 종합시키는 변증법적 이성의 유효성을 검토하는 여정에 뛰어든다.
전통적인 인간학의 계보 위에
치열한 정치 현실을 반영하려 한
시대의 지식인 사르트르의 실천 철학
‘나 대 타자’의 관계 정립에 머무는 고립된 개인이 자유를 찾을 가능성을 탐구한 『존재와 무』 이후, 사르르트의 철학적 과제는 실제 역사 속에서 인간 행위의 의미를 찾는 일이었다.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한 1939년부터 1957년까지 약 20여 년 동안 사르트르는 마르크스주의, 소련과 프랑스 공산당(PCF)의 동반자임을 자처했으며, 그 바탕 위에서 역사를 이해했다.
점령군 독일뿐 아니라 알제리를 침락한 프랑스를 일관되게 비판한 참여 지식인 사르트르의 특별한 실천은 치열한 정치 현실 속에 딱딱하게 굳어 버리거나 심지어 왜곡된 마르크스주의의 폐해를 통렬히 비판했다는 데 있다. “마르크스주의는 정지해 버렸다. 마르크스주의 철학은 세계를 변화시키고자 하며, ‘세계 생성의 철학’을 목표로 하고 또한 실천의 철학이자 또 그렇게 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이 철학의 내부에서 진정한 분열이 일어나 이론과 실천을 따로 분리시켜 버렸다.”(44쪽)
사르트르가 보기에 혁명의 목적과 자유의 실현을 동일시한 유물론적 변증법은 지극히 교조적이었다. 마르크스주의자이면서 인간의 초월성, 곧 자유를 강조한 사르트르의 행보는 프랑스 공산주의자의 맹렬한 공격을 받는다. 또한 카뮈, 메를로퐁티 등 그의 전기 사상에 영향을 준 지식인들과 정치적 견해의 차이로 결별하기에 이른다. 그럼에도 사르트르의 영향력은 은밀하고 결정적으로 오늘날의 현대 철학에 새겨져 있다. 그 전모를 파악할 결정적인 단서인 『변증법적 이성 비판』에는 20세기 중반 전 세계를 휩쓴 사상의 대립을 폭풍의 한가운데에서 겪어 낸 구체적인 경험과, 이를 통한 역사 발전의 근본적인 원리에 대한 사르트르의 철학적 성찰이 생생히 담겨 있다.
마르크스주의 비판에서 발견한
개인과 역사 사이의
총체적 왕복 운동
『변증법적 이성 비판』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1960권 갈리마르에서 출간된 1권 ‘실천적 총체들의 이론’에는 『변증법』의 모태가 된 「방법의 문제」와 제1·2서 「개인적 “실천”에서 실천적-타성태로」, 「집단에서 역사로」가 실렸다. 그로부터 15년 뒤인 1985년 출간된 2권 ‘역사의 가지성’이 제3서를 구성하는데, 이는 1958년 집필 후 미완성으로 남은 원고를 그의 양자인 아를레트엘카임 사르트르가 재구성한 것이다.
「방법의 문제」는 사르트르 본인과 보부아르, 메를로퐁티, 아롱 등이 주축으로 만든《현대》 1957년 9월호에 발표되었다. 이 글은 사실상 『변증법』의 결론으로 기획되었으나 사르트르 스스로 밝히듯 분량과 논리적 관계를 이유로 서론에 위치하게 되었다.
마르크스주의에 새로운 피를 수혈할 구체적인 가능성을 모색하는 이 글은 실존주의, 사회학, 정신 분석학을 소환한다. 그가 보는 마르크스주의는 플로베르의 사실주의가 제2제정 당시 프티부르주아의 정치, 사회적 발달과 상징적인 상호 관계에 있다고 설명하지만 이러한 상호적 관점의 기원을 밝히지는 않는다. “사태들은 있는 그대로이고, 계급 투쟁은 이러저러한 형태를 취했을 것이고, 부르주아에 속했던 플로베르는 그 자신이 살아온 대로 살아야 했고, 그가 썼던 작품을 썼을 것이라는 식이다.”(81쪽)
개인 아닌 계급과 역사의 진보만을 보는 마르크스주의는 한 개인의 개별적 인격 형성 과정과 그 개인의 실천이 이루어지는 사회적 장, 실천의 결과로 나타난 생산물과의 관계를 포착하는 매개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방법의 문제」의 주장과 여기서 제시되는 매개를 위한 총체적 왕복 운동 곧 ‘전진-후진적 방법’은 『변증법적 이성 비판』 전체를 관통하는 뼈대가 된다.
물질세계에 둘러싸인 인간이
어떻게 집단을 형성하는가?
실증적이고 분석적인 이성 앞에 선
변증법적 이성의 가능성과 한계의 탐구
『변증법적 이성 비판』 본편은 한 인간의 삶과 이를 둘러싼 물적, 역사적, 사회적 조건 사이의 총체적 왕복 운동을 ‘변증법적 이성’을 통해 파악하려는 긴 여정이다. 그는 인간의 사유를 총괄하는 이성과 이를 바탕으로 형성되는 ‘지(知)’의 대상이 서로 의존하며 작동한다는 변증법의 방식에 주목했다. 이성이 인식과 존재 사이의 어떤 관계라면 그 관계란 인식과 존재 사이에 벌어지는 이중의 변증법적 운동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성은 변증법적 운동 관계를 파악하는 능력이다.
1권 “실천적 총체들의 이론”은 이러한 판단 도구의 가능성을 살피며 인간이 그 물질세계에서 우연히 같이 살게 된 다른 인간과 더불어 어떻게 집단을 형성하는지, 그리고 이 집단의 변천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변증법적으로 탐구한다. 가장 작은 단위인 개별 인간은 욕구의 주체다. 개개인을 둘러싼 물질세계에서 그의 욕구는 ‘희소성’에 의해 대부분 좌절되고 때때로 성공한다. 이것이 개인의 기투 혹은 실천이다. 중요한 점은 인간과 물질세계가 늘 변증법적 긴장 관계에 있으며, 총체적인 변증법적 운동을 통해 인간 개별 주체에서 단순한 군집으로, 융화 집단과 서약 집단으로, 또한 제도화된 집단(이른바 국가)를 결집한다는 데 있다.
사르트르는 개인에서 집단으로의 이행 과정을 탐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변증법적 이성은 집렬체와 집단 사이를 오가는 순환 운동을 ‘역사’가 형성되는 구체적인 상황 속에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2권 “역사적 가지성”의 과제는 역사라고 하는 진행 중인 총체화가 능히 알 수 있는 대상인지(‘가지적인지’)를 파악하는 데 놓인다. 2권에서 특히 사르트르는 권투 경기라는 인상적인 예화를 통해 하나의 투쟁을 통해 형성 중인 역사의 총체화 과정을 인지할 수 있음을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는 역사가 항상 실천의 주체인 개인을 통과하며, 이 개인의 실천이 또다시 역사에 흡수됨을 간과할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역사는 그 자체로 ‘포괄적 총체화’이다.
변증법적 이성의 유효성과 한계를 검토하는 『변증법적 이성 비판』은 전쟁과 이데올로기로 점철된 지난 세기에 인간의 새로운 자리를 만들고자 한 한 철학자의 과감한 실천이다. 사상의 시대를 지나 피코(pico)만 한 실재와 가공된 물질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인식 대상의 진위 여부를 판단할 수 없으며 투쟁을 위한 최소한의 단위조차 힘을 잃고 있는 오늘날, 인간학의 자리는 어디인가? 사르트르가 벼린 인간학을 위한 도구는 우리의 진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총체적으로 요동하고 흔들리는 21세기의 개개인이 도전해 볼 만한 질문이다.
2009년 이래 국내에 다시 소개되는 이번 개정판은 15년의 시차를 두고 출간된 원서와의 통일성을 고려해 ‘실천적 총체들의 이론’을 한 권에 담아 총 2권으로 재간되었다. 초역 번역자의 전면 검토를 거쳐 사르트르의 후기 논의를 더욱 정련된 문장과 정확한 개념으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