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부장의 수첩

일기들

최수근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4년 6월 28일 | ISBN 978-89-374-9221-1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98x164 · 296쪽 | 가격 16,000원

시리즈 탐구 | 분야 인문/역사/문화

책소개
편집자 리뷰

당신은 좋은 선생님입니다
한국어학당 노조 지부장의 비밀일기

최수근의 일기를 읽는 동안 옅은 먼지 냄새가 나는 지하의 지부 사무실에서 귤을 까먹으며 그와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 일이 있었나요. 그때 그렇게 생각하셨군요. 미처 몰랐습니다.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을 되뇌었다. 이 책은 한 대학 한국어학당 노동조합 지부장이 교육 현장을 바꾸기 위해 활동한 기록이다. 평생 해 보지 않았던, 할 것이라 상상한 적도 없고 자신도 없는 일을 더듬더듬 해 나가는 이야기. 그가 애써 단호한 척할 때, 어쩔 수 없이 매정해져야만 할 때 나는 마음이 무거워지고, 학생과 조합원과 다른 현장 사람들과 다정함을 나누고 작은 승리를 쟁취할 때 기뻤다. 그의 노동운동의 기쁨과 슬픔을 읽다가 우리는 이윽고 동지가 된다. 내가 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들어 가려는 사람,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연결감이 확장되는 소중한 경험을 원하는 사람, 혼자가 아니라 함께여서 다행인 세상을 꿈꾸는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한다.
— 박진영(『재난에 맞서는 과학』 저자)

그 사람 왜 저렇게 예민해?
그렇게 직장에서 불편한 게 많아?에서
‘그 사람’을 담당하고 있는 한 남자의 일기
한국어 교육 현장에서 학교에 맞서, 학생들과 함께
싸우며 지켜내야 했던 소중한 감정과 권리의 기록
『지부장의 수첩』을 쓴 최수근 선생님을 소개하자면, 저는 엄마 이야기를 꺼내고 싶네요. 저의 어머니는 전교조 해직교사였는데요. 학교에서 일어나는 부당한 일을 해결하려고 싸우는 사람이었어요. 어릴 때는 엄마가 해직되었을 때 같이 놀 수 있어서 좋았고, 커갈 때는 퇴근한 엄마가 학교 문제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봤고, 회사에 다니기 시작하고는 ‘아니, 엄마는 어떻게 나선 거지? 난 못하겠는데……’ 생각하게 됐는데요. 연세대 한국어학당에서 노조를 설립한 최수근 선생님에 대해서도 그런 존경심과 궁금함을 품고 있었죠.
2021년 「한국어를 교육하는 일」을 인문잡지 《한편》 ‘일’ 호에 실었을 때 최수근 선생님은 힘 있고 다감하게 한국어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전하는 필자였어요. 그로부터 3년이 지나 2024년 겨울, 그는 지난 지부장 임기를 돌아보는 일기를 쓰고 있다고 했습니다. 힘든 시기였고, 이제 돌아볼 여유가 겨우 생겼다고요. 그렇게 매일 한 편씩 다시 쓰고 고쳐 쓴 일기들이 쌓였고, 저는 편집자로서 정당하게 일기를 훔쳐보면서 미처 몰랐던 그 사람의 내면과 행동을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우선 내향인이라는 점이 눈에 띄는데요. 점심밥을 주로 혼자 먹고 누가 앞에 와서 앉으면 말없이 일어나 버리기까지 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그런 사람이 연차수당 체불 대응팀에 들어가면서 ‘얼마나 할 일이 많으면 나에게까지 합류해 달라고 하나’ 짐작하는 게 일기의 시작입니다. ‘여기 사람들을 위해서 희생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동료, 가입은 하지 않을 거지만 노조가 일을 못한다고 불평하는 동료, 혼자 회의에 들어가지 않도록 옆을 지켜 주는 동료의 묘사들이 생생합니다. 백미는 학교와 교섭이 시작되면서인데요. 단체교섭을 준비하고, 백 가지를 요구하고, 이야기가 잘 되지 않아 파업에 돌입하는 흐름에 빨려듭니다. 무엇보다 이 사람이 어떻게 권한을 사용하고, 모욕감을 준 상대에게 복수(ㄷㄷ)를 하고, 동지를 냉혹하게 ‘손절’을 하는지가 적혀 있어서 권력자의 수첩을 들여다보듯 재미있어요.
막상 최수근 선생님은 이런 걸 어디에서도 배운 적 없다고 합니다. 자신을 뽑아 준 사람들을 대표하는 법, 걱정하는 어머니를 안심시키는 법, 조합비를 관리하고 플래카드를 잘 거는 법 등등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아서 그때그때 힘들게 익혀야만 했으니, 일기를 출판해서 공유하고 싶을 법해요. 그에게 동기 부여가 된 건 ‘캡틴 마블’이라고 하는데요. 법이 보장하는 노동조합에 참여하면서 자신도 몰랐던 큰 힘을 사용하게 되었다는 서사입니다. 외국인 학생들은 그런 영웅 같은 선생님을 사랑하지만, 또 한편 두 배가 된 일을 하느라 지친 지부장의 뒷모습도 지나칠 수가 없어요. ‘착한 애가 어쩌다가 그런 일을 하게 되었다니……’라며 걱정하는 은사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까지, 일터에서 떳떳하게 일하고 싶은 모든 사람들과 같이 읽고 싶은 일기책입니다.

일기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훔쳐보고 돌려읽는 일기의 재미와 묘미
탐구 시리즈의 에세이 라인 ‘일기들’
새로운 세계를 보는 새로운 시대의 시각. 민음사 탐구 시리즈의 ‘일기들’이 출간되었다. 박살 난 이 세계를 교정하고자 지옥에서 온 출판노동자의 『교정의 요정』, 500여일 간의 호르몬 대체요법 과정을 기록한 트랜스젠더 여성의 『호르몬 일지』, 연세대 한국어학당 노조 지부장의 비밀일기인 『지부장의 수첩』은 내밀한 기록을 통해 반드시 세상에 전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 각각 세대도 분야도 다른 저자들이 쓴 ‘일기들’은 세 권을 함께 읽을 때 더 큰 연결을 이룬다. 이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 되는 회로이니, 구체적인 연결은 책장을 넘기는 사람의 손끝에서 드러날 것이다. 2022년 『철학책 독서 모임』으로 시작해 3만 부 판매를 기록하며 독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탐구 시리즈는 2024년 하반기 청년 정치와 페미니즘을 주제로 계속된다.

목차

들어가며  오늘

1부  2019년
2부  2020년
3부  2021년
4부  2022년

나가며  2024년 6월 17일

작가 소개

최수근

한국어 교육자. 어릴 적 말을 더듬는 습관으로 인해 모국어의 발음과 의미를 이질적으로 바라보는 데 익숙해졌고, 이 경험이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에 관심을 갖게 했다. 중국인 한국어 학습자의 고정관념과 사회적 거리감을 연구했다. 언어 정책, 외국인의 사회 적응, 번역 등에 관심이 있다. 주디스 리치 해리스의 『양육가설』을 번역했으며 현재 한국어 교육 노동자의 노동 조건 향상을 위해 일하고 있다.

독자 리뷰

독자 평점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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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나의 노동과 누군가의 노동 이야기인 만큼 먹먹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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