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바꿔야 한다!”
자기 자신을 향상시키는 일에만 몰두하면서
타자들은 나를 비추는 거울로 취급하는
나르시시즘적 사회의 고통에 대하여
문제는 신자유주의가 아니다!
지금의 발전한 자본주의는
어떻게 우리를 무한한 고통에 빠트리는가?
오늘날 사회의 지배 원리가 된
‘나르시시즘’에 대한 통렬한 분석
철학자 이졸데 카림이 신작 『나르시시즘의 고통』으로 돌아왔다. 트럼프 시대의 타자 혐오 분석으로 화제를 몰았던 『나와 타자들』 이후 5년 만의 신작으로, 지금 가히 내전 상태라고 할 만한 사회 분열의 근원을 파헤치는 책이다. 폭군에게 자발적으로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 정치인 또는 아이돌을 마치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는 사람들.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비밀은 ‘나르시시즘’에 있다.
나르시시즘은 오늘날 우리가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방식이다. ‘나는 지금의 나보다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명령. 식단 조절을 시작하든, 환경 보호에 나서든 이러한 자기 향상의 부름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이것은 반사회적 원리다. 결코 충족될 수 없는 나르시시즘의 이상을 추구하는 길에서 나는 무한히 고통받으며, 타자들은 나의 성공을 인증할 관객으로 격하된다.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졸데 카림은 나르시시즘이 사회의 지배 원리가 되는 과정을 특유의 놀라운 통찰력과 명료한 논리로 포착한다.
“출발점은 오래된 의아함이다. 왜 우리는 현재 상태에 동의하는가? 현재 상태가 우리에게 이롭든 아니든. 우리는 이따금 투덜댈지 모른다. 하지만 대체로는 주어진 상황에 동의한다. 자발적으로. 이 자발성은 어디에서 비롯하는가?” — 머리말 중에서
시민들은 왜 한 사람의 폭군에게 복종하는가?
정치에서, 연예계에서 아이돌 숭배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자기 자신을 착취하면서 성공을 갈망하는 것이 어째서 가능한가?
한 사람의 예외 없이 모두가 얽혀든 난맥상을 밝히는 사회의 정신분석
온라인상을 뜨겁게 달구는 논란과 논쟁들에는 늘 ‘스타’가 있다. 정치인이든 아이돌 그룹의 멤버이든, 팬들은 ‘마치 자신의 구원을 위한 것인 양’ 그들을 떠받든다. 이때 숭배의 대상은 과거의 지도자와는 다르다. 스타는 그 자체로 ‘완전하게’ 보이는, 순수하게 나르시시즘적인 인물이다. 결코 완전해질 수가 없는 개인들은 그래서 스타에게 자신을 위임한다. 팬덤은 스타의 사랑을 나눠 가지는 구성원들이 들어앉는 안전한 고치가 된다. 이것은 마치 헤겔이 ‘신앙 공동체’로 묘사한 것과 유사한 상태로. 사회에 균열을 낸다.
이졸데 카림은 스피노자와 프로이트, 푸코와 알튀세르, 버틀러와 헤겔을 읽으며 사회에 대한 정신분석을 한다.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정치철학이 인간의 마음을 간과할 때, 또한 인간을 자극과 반응 기제로 환원하는 행동주의 심리학이 사회적 차원을 누락시킬 때 저자의 비평적 접근은 빛을 발한다. 문제는 신자유주의가 아니라, 발전한 자본주의가 다다른 경쟁 사회다. 그 자신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경쟁을 자발적으로 수행하는 사람들. 마약과도 같은 타인들의 ‘좋아요’를 갈구하며 나르시시즘의 고통에 빠진 자아들에게 출구가 있을까? 흥미진진한 사례 분석과 심연을 들여다보는 깊이를 가진 이 책에서 찾아보자.
1장 우리의 자발성은 어디에서 비롯하는가?
2장 자발적 복종으로서의 나르시시즘
3장 신자유주의의 나팔
4장 경쟁과 그 저편
5장 나르키소스와 타자들
6장 나르시시즘적 ‘도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