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색 관 안에서 5년의 잠에 빠진 소년 잠에서 깬 그의 눈앞에 펼쳐질 풍경은?
세계 최초로 시도된 ‘콜드 슬립’ 증례 대상자가 깊이 잠들어 있는 미래 의학 연구 센터. ‘콜드 슬립’은 현재의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미래의 기술이 개발되기까지, 지원자의 완전한 잠을 5년간 보장하는 의료 서비스이다. 이 인공 동면 프로젝트에 처음으로 지원한 것은 다름 아닌 어린 소년. 안구에 생긴 망막아종을 5년 뒤 치료하기 위해 위험한 잠을 택한 소년 사사키 아쓰시는 잠에서 깨어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심각한 위협을 짐작조차 하지 못한 채, 은색의 관 속에서 깊은 잠에 빠져든다. 한편 동면하고 있는 동안 사사키를 돌보던 센터 직원 히비노 료코는 소년이 눈을 뜨게 되면 동면자의 인권에 대한 정부 원칙에 따라 인권 보호를 받지 못하고 단순한 실험 증례로 전락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동면자의 시민권, 참정권 등에 관련한 ‘동면 8원칙’의 제창자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의 ‘스텔스 신이치로’. 게임 이론의 대가인 그가 짜 놓은 빈틈없이 완벽한 로직의 그물 속에서, 히비노 료코는 자신이 돌보고 사랑하는 소년의 ‘잠 깬 뒤 세계’를 위해 단 하나의 틈을 찾기 위해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다. 의학 발전과 생명 윤리, 그 간극 사이에서 펼쳐지는 생생한 미래의 시나리오. 당신은 과연 달콤한 약속과 치명적인 위험이 공존하는 ‘오랜 잠’을 용감하게 택할 수 있겠는가? 라스트의 감동에 찾아오는 전율, 메디컬 엔터테인먼트의 신경지.
■ 메디컬 픽션의 일인자 가이도 다케루 현역 의사가 바라본 ‘가능한 가상 의학’의 빛과 그림자
동면하는 동안의 인간 – 즉, 사고가 정지된 상태의- 의 시민권은 정지되어야 하는가? 동면 전과 동면 후, 인간의 삶은 연속체로 이해해야 하는가? 동면이라는 희귀한 의료 케이스에 대한 의학적 자료 공개는 어디까지가 인권 침해인가?
언젠가 분명 실현될 ‘인공 동면’이라는 메디컬 테크놀로지에 대해 인간 누구에게나 가장 근원적인 조건, 즉 ‘삶의 연속성’이라는 문제를 내놓은 이 작품은 미성년인 ‘증례 1호’ 사사키 아쓰시의 인권을 염두에 두지 않은 탁상 행정을 펼치고 있으며, 소년을 지켜 주어야 할 그의 부모는 아이가 잠든 동안 이혼하여 자취를 감춘 상태다. 눈뜬 순간, 자신이 믿고 사랑했던 모든 것이 이렇듯 사라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인공 동면’ 시술의 개발을 가정할 경우 우리 모두가 가장 먼저 떠올릴 두려운 질문일 것이다.
잠든 소년과 그를 보살피는 모성 가득한 여성이라는 동화 같은 이야기 너머에, ‘의학 발전에 따라가지 못하는 의료 정신’을 해부하는 소설. 현역 의사인 가이도 다케루는 ‘팀 바티스타’ 시리즈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일본 최고의 메디컬 픽션 작가이며, 장기 이식, 불임 시술, 전염병 등 실제 의학계에서 이슈가 되는 가장 민감한 이야기들에 현장의 리얼리즘을 부여하며 거침없이 메스를 대기로 유명하다. 리얼리스트인 작가가 말하는 ‘가능한 가상 의학’의 빛과 그림자, 이 결정적인 선택의 기로를 앞에 두고 언젠가 자신의 미래가 될지도 모를 질문과 마주하는 시간. 잠의 신 모르페우스는 최후의 순간, 미소 지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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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동면 좀더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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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수 | 2015.1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