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바나나 씨의 하루

우광훈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2년 3월 27일 | ISBN 978-89-374-0383-5

패키지 반양장 · 신국판 152x225mm · 252쪽 | 가격 7,000원

책소개

우광훈의 단편들은 즐거운 만큼 또 눈물나는 작품이다. 웃기 위해 쓰는 것은 아니지만 저절로 웃게 되고 웃다 보면 눈물이 나는 것이다. –김윤식(문학평론가)
▶ 제2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자 우광훈의 첫 단편소설집, 자의식이 스며들지 않는 투명한 글쓰기를 통해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문 수작들을 만날 수 있다.

편집자 리뷰


제2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자 우광훈의 첫 단편소설집 『유쾌한 바나나 씨의 하루』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199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1999년 작가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의 조명을 한 몸에 받은 작가는 이번 창작집에서 아홉 편의 밀도 높은 중․단편을 한데 묶었다. 표제작이자 신춘문예 당선작인 「유쾌한 바나나 씨의 하루」에서부터 최근 발표작 「보들레르 카바레」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미학적 세계관과 작가 정신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일찍이 우광훈은『플리머스에서의 즐거운 건맨 생활』에서 가상 공간 프로그램을 통해 23세기에서 19세기로 떠난 한 젊은이가 ‘상상력의 건맨’을 꿈꾸며 겪게 되는 모험을 다루었다. 이번 소설집에서도 작가는 깊이가 제거된 표면 위에, 신선하고 패기 있는 상상력을 통해 온갖 시간과 공간, 인물과 사건을 그려내고 있다. “오늘을 과거나 미래에 투사하여 현재나 미래 간의 유비를 애써 조작하지 않고도 자연스러운 가상 세계”를 구축한 단편들은 구성적인 면에서 한결 더 치밀해지고 촘촘해져서 현실적이라는 환각을 불러일으킨다. 가령 「페니스의 재림」이나 「광주 애마」, 「베틀넷 키드의 사랑」 등에서 보여주는 판타지는 아무런 경계 없이 현실과 밀착되어 있어 실재와 가상을 분리하지 않는다. 오히려 판타지를 통해 현실의 사건성이 더욱 선명하게 부각되고 있다. 또한 “군데군데 힘주어 얽은 듯 느껴지는 현대성에 대한 정색의 진술들은 거리의 사이버 문학이 받고 있는 싸구려 혐의를 벗기에도 넉넉해 보인다.”(이문열)
한없이 가벼운 감각, 투명성
데뷔작이자 표제작인 「유쾌한 바나나 씨의 하루」는 대학 초년생이 에이즈와의 전쟁을 선포한 콘돔 광고를 보고 그것을 현실 속에서 흉내 내는 데서 비롯된다. 그 광고를 흉내 낸 이유는 ‘리얼리티가 생명이다’란 카피를 우연찮게 본 때문이다. 화자는 우선 시장에 들러 바나나를 산다. 이리저리 헤매다 콘돔을 겨우 산다. 어두컴컴한 소극장에서 콘돔에 바나나를 끼우는 장면을 실행에 옮긴다. 화자는 흥분에 빠지고 콘돔이 터질 때까지 그 짓을 되풀이한다.우광훈의 소설에서 ‘리얼리티가 생명이다’란 문장은 장난스럽게, 광고를 현실 속에서 따라하는 정도에서만 유의미하다. 이런 장난기를 두고 그냥 가볍다고만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이 작품의 화자는 흡사 고등학생과 같이 단순하리만큼 투명한 감각으로 “정보(광고)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오늘의 풍속도를 신선하게 활성화해 놓고 있다. 에이즈를 극복하는 문학적 상상력이라고나 할까, 이른바 한없이 가벼움이란 그 자체가 현대적 날카로움이 수 있다.” – 최일남(소설가)
초현실주의적 기법을 통한 리얼리티의 획득
<코카콜라 나무는 있다>는 명제로 시작되는 「즐거운 식물 나라」는 대학 초년생이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가 그곳에 코카콜라 병이 박혀죽은 동두천 접대부 윤금이의 슬픈 전설을 가볍게 처리하여 오히려 사건 자체의 신선한 ‘사건성’을 환기시킨 단편이다. 어느 날 고등학생인 두 화자는 각각 지리 선생과 생물 선생에게 “여자의 그곳에 코카콜라 병이 들어가”는지 묻게 된다. 질문에 대한 선생들의 반응은 극단적이었다. 지리 선생은 학생의 퇴학에까지 이어지는 모독죄를 적용했고 생물 선생은 “아무렴, 들어가고 말고요. 콜라병보다 더 큰 것도……”라고 대답한다. 이 “두 가지 극단적 반응 사이에 바로 리얼리티가 깃들인다”(김윤식)면 작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 고마운 생물 선생의 얼굴에 바로 동두천 접대부로 그곳에 콜라 병이 박혀 죽은 윤금이 여인의 얼굴을 겹쳐놓는다. 입과 항문, 변기와 화장대, 콘돔과 노인 등에서 보듯 “엉뚱한 것끼리의 전격적인 동시적 결합”(김윤식), 자유 연상과 같은 초현실주의 기법은 우광훈의 소설에 현실적인 것을 환기시키는 동시에 한결같은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장치이자 유희의식이다. 이 작품뿐만 아니라 「광주 애마」, 「결혼 행진곡」 등에서 보여주는 “연상과 격렬한 콜라주로 구성되는 유희의식은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상상을 하는 가운데 획득되는 것이 리얼리티이며 기존의 꽉 짜인 플롯을 탈피하는 것이 작가가 꿈꾸는 소설이라는 것을 넌지시 암시해 준다.(장정일)” 그리고 그러한 미적 태도의 끝머리에 「보들레르 카바레」와 같이 작가의 내면에 은밀히 도사리고 있던 압도적인 판타지가 펼쳐진다.
예술과 유희의 세계, 보들레르 카바레
「보들레르 카바레」에서 작가는 두 명의 작중인물, 구식 리얼리즘의 신봉자인 살루지와 새로운 리얼리티의 창조자라 일컬을 만한 K의 창작방식을 첨예하게 대립시킴으로써 자신의 미학적 세계관을 드러내고 있다. 살루지의 소설이 절대 빈곤 속에 살았던 생체험을 재료로 “사전을 뒤져 단어를 찾고, 퍼즐을 하듯 스토리의 뼈대를 세우고, 그렇게 완성된 작품 위에 덧칠을 하듯 퇴고”를 하는 작업 끝에 완성되는 반면 K의 소설은 “주술적이고, 비정형적이며, 논리와 인과의 덫에서 벗어난 그런 경이로운 세계”를 포착하기 위해 “밀도 있는 구성” 대신 “파노라마식” 혹은 “자유로운 연상작용”을 이용한다. 보들레르 카바레의 청중을 사이에 놓고 벌인 승부에서 패배한 살루지가 자살을 하고 K가 잠정적인 승리를 거두긴 하지만, 마지막엔 그 역시 “난 녀석[미(美)]의 무기력한 숙주, 하나의 형이상학적인 에너지원에 불과하였다란 느낌이 들어. 그렇게, 시간이 흐를수록 녀석은 더욱더 강해지고, 나는 점점 왜소해져만 갔지”(본문 77쪽)라며 자살을 선택한다. 그런 K의 시신을 지켜보는 자, 끝내 죽지 않고 보들레르 카바레 밖으로 걸어나가는 자는 오히려 앞서 죽은 살루지다. “창문 너머에선 디노 살루지인 듯해 보이는 사내 하나가 검은 서류를 든 채, 세찬 바람을 뚫고 뚜벅뚜벅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었다.”(본문 81쪽)살루지든 K든 이들은 모두 “글쓰기에 대한 억누를 수 없는 열정을 품은 주인공들로서 작가가 펼쳐보이고자 하는 의사 리얼리티 세계의 입구에 세워진 장승이면서 미적으로 세계를 바라보고자 하는 작가의 신”>와 같은 존재다. 작가는 어느 한 켠에 치우침 없이 이 신표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자연스러운 가상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우광훈1969년 대구에서 출생하여 대구 교대를 졸업하였다.199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유쾌한 바나나 씨의 하루」가 당선되면서 등단하였고 1999년 「플리머스에서의 즐거운 건맨 생활」로 제 23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였다. 인터넷을 통한 글쓰기에도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 대구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목차

유쾌한 바나나 씨의 하루즐거운 식물나라보들레르 카바레페니스의 재림결혼 행진곡광주애마배틀넷 키드의 사랑한 송이 장미꽃이 낙타를 구원할 순 없다\’95 미녀와 야수- 발문 : 장정일- 작가 후기

작가 소개

우광훈

1969년 대구 출생. 대구 교대 졸업.

199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유쾌한 바나나 씨의 하루”가 당선되면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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