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이사벨 아옌데 치유 에세이
원제 La Suma de los Dias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1년 11월 11일
ISBN: 978-89-374-8389-9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0x210 · 477쪽
가격: 16,000원
분야 논픽션
소중한 딸을 잃은 작가 이사벨 아옌데를
다시 웃게 하고, 사랑하게 하고, 살게 해 준 사람들
마르케스, 보르헤스와 더불어 남미를 대표하는 작가 이사벨 아옌데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모든 이에게 바치는 치유 에세이
▶아옌데 특유의 문장으로 생의 가장 고통스러운 주제에 생기를 불어넣었다.─《타임스》
▶아옌데는 읽고 존경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삶의 ‘생존자’다. ─《달라스 모닝 뉴스》
▶사랑이 흘러넘치는 작품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며 수백 번도 더 부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것이다. ─《선데이 텔레그래프》
중남미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이사벨 아옌데의 치유 에세이 『모든 삶이 기적이다』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1981년 『영혼의 집』을 발표하며 등단하자마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이사벨 아옌데는 페미니즘과 마술적 사실주의 성격이 섞인 작품들을 내놓으며 작가로서 명성을 쌓았다. 특히 식물인간이 된 딸에게 쓴 편지 형식의 자전적 소설 『파울라』는 그녀를 세계적인 작가로 만들어 주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모든 삶이 기적이다』는 딸을 잃은 아옌데가 상실감을 극복하고 행복을 되찾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누구보다 솔직하고 개성적인 작가답게 그녀는 관념적인 위로나 상투적인 교훈 대신 힘들었던 시절 자신에게 위로가 된 사람들의 삶을 꾸밈없이 보여 준다. 실종된 딸의 생사도 알지 못하는 남자, 사 년 동안 부모와 남편을 모두 잃은 여자, 부인이 레즈비언임을 알게 된 남자, 아이를 갖지 못하는 여자……. 세상 모든 슬픔이 모여 있는 것 같지만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독특한 방식으로 저마다의 아픔을 이겨 내는 이들의 이야기는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는 강인한 사람들의 이야기 『모든 삶이 기적이다』는 위로와 희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삶을 긍정하는 에너지와 용기를 줄 것이다.
“넘어지지 않고 앞으로 나가려면
짐을 제대로 짊어져야 한다.”
삶의 ‘생존자’라 불릴 만큼 이사벨 아옌데는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 왔다. 오랜 망명 생활, 실패한 결혼 경험, 외로웠던 이민자 신분, 사랑하는 딸의 죽음. 식물인간이 된 딸이 세상을 떠났을 때에는 천하의 아옌데도 스스로를 방치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리움으로 시작해 외로움으로 끝나는 하루하루를 마지못해 버티고 있을 무렵 그녀 곁에 구원과도 같은 사람들이 나타난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시련 속에서도 아직은 최악이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살아가는 이웃들. 그들에게 슬픔은 밥 먹고 세수하는 일처럼 살아 있기 때문에 해야만 하는 생활의 일부인 것만 같다. 힘들고 아프지만 그러니까 삶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친구들과 이웃들은 아옌데로 하여금 다시 웃고, 행복을 찾고, 사랑을 실천할 수 있게 해 준다. 그중에서도 의붓아버지가 해 준 결정적인 한마디는 주저앉아 있던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더 이상 슬픔에 주눅 들지 않도록 도와준다.
“다른 사람들은 너보다 더 두려워하고 있단다.”(414쪽)
아옌데는 외롭고 무서울 때마다 이 말을 되뇌며 자신이 겪고 있는 슬픔이 인류가 겪어 온 가장 일반적이고 오래된 고통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짐이라면 넘어지지 않도록 제대로 짊어지기로 마음먹는다.
“슬픔을 내 편으로 만드는 법을 배웠다.”
산전수전 다 겪은 아옌데도 아연실색하게 만드는 극복의 고수들. 그녀에게 희망을 보여 준 사람들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시련을 극복한다. 아옌데에게 친딸과도 같은 줄리엣은 예기치 못한 남편의 죽음에 이어 부모님까지 차례로 여읜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죽음을 경험한 줄리엣은 얼마 후 대리모를 구하는 부부에게 찾아가 자신의 자궁을 빌려 주겠다고 한다. 몸속에서 자라나는 새로운 생명이 죽음으로 지친 몸과 마음에 온기를 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옌데의 가장 친한 친구 타브라는 평생 일궈 놓은 사업이 허무하게 무너진 순간에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스무 살에 할 수 있었으면 쉰 살에도 할 수 있어.”(238쪽)
그리고 정말 그녀는 스무 살에 했던 일을 쉰 살에 다시, 더 훌륭하게 해 낸다. 친구들의 삶을 보며 용기를 얻은 아옌데는 죽은 딸아이의 바람에 따라 전 세계 가난한 여성들을 돕는 재단을 만들어 딸이 하려고 했던 일을 실천으로 옮긴다. 평소 같았으면 가지 않았겠지만 딸이 좋아했던 곳이라는 이유로 인도 여행을 감행하기도 한다. 잊어야 한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하던 아옌데가 슬픔과 대면하고 고통을 이해함으로써 그것을 추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네가 없다는 슬픔을 견뎌 내며 그 슬픔을 내 편으로 만드는 법을 배웠다. 너의 부재와 내가 살면서 잃어버린 것들이 이제는 조금씩 달콤한 추억이 되어 가는구나.”(153쪽)
“기쁘고 슬펐던 날들을 모두 더하면
그것이 우리의 운명이 된다.”
그러므로 가혹한 운명이란 없다. 때로 힘든 날이 있을 뿐이고 때때로 그런 날이 한꺼번에 몰려올 뿐이다. 식물인간이 된 딸을 바라보며 발만 동동 구르던 날들, 졸지에 애 딸린 홀아비가 된 아들 때문에 애태우던 날들, 행여나 딸을 찾았을까 벨소리만 나도 긴장하는 남편 옆에서 막연히 미안해하던 날들…….
“인생은 지저분하고 무질서하고 빠르며 사고로 가득 차 있다. 어쩔 수 없는 문제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일어나기 마련이라 미리 걱정하고, 지나치게 싸우고, 마지막 하나까지 통제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우리는 그저 일상의 삶이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면 된다.”(370쪽)
시련은 잊을 만하면 찾아와 그녀의 삶을 할퀴어 댔지만 시간이 지나간 자리에는 언제나 새살이 돋아 있었다. 죽을 때까지 혼자 살 것 같던 아들은 새로운 사랑을 만났고 오래 살지 못할 거라던 손녀는 누구보다 건강한 소녀가 되었다. 울먹이지 않고서는 딸의 이름조차 발음하지 못하던 아옌데 역시 이젠 슬픔 없이 파울라를 떠올리고 가끔은 웃으며 파울라에 대해 이야기한다. 기적은 이렇게, 슬픔의 한가운데에 있을 때조차 다시 기쁜 날이 온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고 묵묵히 살아가는 모든 삶에서 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