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몸피, 새로운 편집, 간직하고 싶은 디자인
세계적 거장의 명작을 만나 볼 수 있는 가장 유쾌한 기회
샴페인 거품 속에서 아른거리는 광란의 밤, 넘쳐흐르는 부(富)의 시대
F. 스콧 피츠제럴드가 그려 낸 아메리칸드림의 황금빛 파노라마
“개츠비는 초록색 불빛을, 해마다 우리 눈앞에서 뒤로 물러가 버리는 절정의 희열을 간직한 미래를 믿었다. 그때 그것은 우리를 피해 갔지만 더는 중요하지 않다. 내일 우리는 좀 더 빨리 달리고 좀 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 -본문에서
“과거는 반복할 수 없지 않습니까?” 내가 불쑥 말했다.
“과거를 반복할 수 없다고요? 아뇨, 반복할 수 있고말고요!” 그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
그는 마치 과거가 자신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바로 자기 집 앞의 그늘진 구석에 숨어 있기라도 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난 모든 것을 옛날과 똑같이 돌려놓을 생각입니다. 그녀도 알게 될 겁니다.” 그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는 그가 되돌리고 싶어 하는 것이 데이지를 사랑하는 데 들어간, 자기 스스로에 대한 어떤 관념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본문에서“고전 중의 고전. 가장 훌륭한 미국 소설.” -≪선데이 타임스≫
“나는 『위대한 개츠비』를 ‘여름의 소설’이라 부르고 싶다. 우리가 견뎌 낸 여름, 우리가 견뎌야 할 여름. 그 여름은 우리 생애 전반에 각인되어 우리를 어딘가로 이끈다. 그리하여 여름은 언제나 다시 찾아온다. (……) 우리에게는 여전히 『위대한 개츠비』가 필요하다. 개츠비를 만난 뒤 인간에게 절망하면서도 어떤 식으로든 미래를 긍정할 수밖에 없는 닉 캐러웨이가 여전히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독서가 필요하다. 절망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알기 위해서, 생(生)의 더위를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에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위수정(소설가)
20세기 미국 문학의 정점이자 배금주의에 사로잡힌 재즈 시대의 사회상과 아메리칸드림의 명암을 병풍처럼 그려 낸 『위대한 개츠비』가 케임브리지 ‘결정판’을 저본으로 삼아, 김욱동 교수의 적확한 번역을 통해 민음사 쏜살 문고로 새로이 출간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영미문학연구회의 추천을 받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판본을 다시 다듬고 편집하여, 개성적인 디자인과 산뜻한 만듦새로 선뵌다.
뉴욕 랜덤하우스 선정 ‘20세기 가장 위대한 미국 소설’ 1위, 모던라이브러리 선정 ‘20세기 영어로 집필된 가장 훌륭한 소설’ 2위 등 수많은 기록과 비평이 증명해 주듯 미국 문학은 물론, 20세기 문학을 통틀어 걸작으로 손꼽히는 『위대한 개츠비』는 우리 시대의 고전 중에서도 가장 널리 읽히고 사랑받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명성에 걸맞게 『위대한 개츠비』는 오늘날까지 미국에서 해마다 30만 부씩 팔려 나가는 스테디셀러로 군림하고 있으며, 출간 이래 영화와 드라마, 연극과 그래픽노블 등으로 끊임없이 재탄생하고 있다. 하지만 『위대한 개츠비』가 그 시작부터 영예를 누린 건 아니었다. 이 작품은 피츠제럴드의 야먕을 배반하듯 충분히 흥행하지 못했으며, 지금으로서는 믿기지 않게도 한동안 잊히기까지 했다. 그런데 어떻게 미국 문학의 상징이자 20세기 물질문명의 예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을까? 일단 『위대한 개츠비』는 피츠제럴드가 한평생 천착해 온 문학적 주제, 넘쳐 나는 부(富)와 젊음의 광기 그리고 신기루 같은 꿈과 애틋한 환멸을 가장 완벽하게 구현하고 종합해 낸 작품이다. 게다가 이 작품은 치열할 정도로 파멸적이었던 작가 자신의 삶, 그 취기와 백일몽을 통해 얻어 낸 신랄하고 명철한 통찰뿐 아니라 사랑과 기만, 순수와 속물근성 등 시대를 초월한 인간 심리의 복잡성까지 세밀하게 포착하기에 더욱 경이롭다. 물론 『위대한 개츠비』는 1920년대, 1차 세계 대전 이후에 걷잡을 수 없이 흥청대던 미국 사회의 민낯과 퇴폐를 보여 주는 소설이지만, 그럼에도 늘 동시대적으로 다가오는 까닭은, 아무래도 그 속에 담긴 계층과 성(性)과 인종 차별, 결혼 제도와 사회 시스템의 허위, 성공과 황금만능주의에 대한 신화적 숭배, 물질적 발전과 환경 파괴에 대한 문제의식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유효하고 더욱더 절실해지는 화두를 끊임없이 던져 주기 때문이리라. 『위대한 개츠비』의 위대성은 바로 이 점이 아닐까?
닉 캐러웨이는 성공에 대한 큰 꿈을 품고, 세계 대전 이후 호황의 금빛 바람이 부는 뉴욕으로 향한다. 그는 유서 깊은 가문의 자존심과 번듯한 대학교 졸업장을 들고 기세 좋게 동부에 입성하지만 돈과 술과 재즈로 넘실대는 대도시 뉴욕의 풍경은 어딘가 좀 낯설다. 채권을 팔면 돈을 좀 만질 수 있다는 주변 사람들 말에 휩쓸려 무작정 월스트리트에 직장을 구하고, 그나마 적은 돈으로 세 들어 살 수 있는 근교 웨스트에그에 자리를 잡는다. 그런데 닉은 마침 웨스트에그의 건너편, 즉 이스트에그에 오래도록 알고 지낸 사촌 데이지와 내로라하는 부자이자 동문인 톰 뷰캐넌 부부가 거주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어느 날, 그들 부부의 대저택을 방문한 닉은 골프 선수 조던 베이커와 인사를 나누고, 데이지와 톰 사이에 기묘한 기류가 감도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더욱 격한 위화감을 느낀다. 한결 거만하게 변한 옛 친구와 우울한 스스로에게 취한 사촌, 그리고 의뭉스러운 조던을 만난 뒤 꺼림칙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온 닉은 우연찮게 해안 저편을 향해 손을 뻗고 서 있는 한 남자를 마주친다. 그날 이후로 닉의 삶은 송두리째 바뀐다. 그는 맨해튼 거리를 오가는 모든 사람들처럼 성공하기 위해 애쓰면서도 결코 마르지 않을 듯 흘러넘치는 돈과 요란한 재즈 선율을 따라 춤을 추는 술잔과 욕망, 천연덕스럽게 위선적인 사람들과 가식뿐인 세상 속으로 차츰 빠져 들어간다. 하지만 그러한 환락의 아수라장 한가운데서도 고결하게 홀로 서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예전에 스치듯 목격한 남자, 이스트에그의 녹색 불빛을 애타게 붙잡으려 하던 개츠비다. 닉은 매일 성대한 파티를 벌이며 마치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 듯 보이는, 수수께끼 같은 개츠비에게 점점 신경이 쓰인다. 그러던 중 개츠비가 먼저 손을 내밀고, 마침내 그를 만난 닉은 전혀 뜻밖의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그의 마음속에 자리한 녹색 불빛의 정체를 차차 알아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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