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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는 새우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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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최재경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01년 12월 5일

ISBN: 89-374-0380-3

패키지: 반양장 · 신국판 152x225mm · 272쪽

가격: 8,000원

분야 한국문학 단행본


책소개

담담한 문체로 인생의 기미(機微)를 포착하면서도 은근한 유머를 담아냈다.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이야기의 재미가 있고 단순에 읽히는 미덕이 있다. 최재경은 015B의 노래를 작사하고, 시나리오를 쓰고, 판타지 문학 사이트를 만들고, 온라인 서점에도 참여했다. 나의 세대가 세상의 변화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을 때 그녀는 이미 변화의 중심에 가 있었다. 그녀는 대형작가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보기드문 신예작가라고 할 수 있다. – 이인화/소설가


편집자 리뷰


최재경의 첫 소설집 『숨 쉬는 새우깡』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등단 이듬해인 1996년 『반복』이라는, 서정성과 SF적인 요소를 절묘하게 결합시킨 특이한 장편소설로 주목을 받았던 그녀는 소설가, 작사가, 프리랜서 기자, 웹진 리뷰어, 시나리오 작가 등 다양한 글쓰기 영역에서 활약을 보였다. 이 소설집에는 최재경의 그러한 다양한 경험에 바탕한 다채롭고 재기발랄한 요소들이 듬뿍 담겨 있다.
『숨 쉬는 새우깡』은 작가가 1995년 「살아 있는 죽은 여인」으로 등단한 이후 최근까지 여러 문예지에 발표한 여덟 편의 중․단편 소설을 한데 묶은 것이다. 이른바 ‘가정 비극의 세계’(이인화)라고 일컬어지는 그녀의 작품들은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사소한 일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 안으면서 “삶에는 그것 말고도 뭔가 특별한 게 있어.”라는 기대감을 늦추지 않는다. 때로는 하강 국면에 처하여 뒤틀리고 왜곡된 삶의 현장을 목격하더라도 작가는 웃음 짓는 여유를 버리지 않는데 그것이야말로 이 소설을 마지막 장까지 시종일관 웃음을 머금으면서 읽게 하는 힘이다.

발랄한 문체,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 단숨에 읽히는 속도감 있는 구성 – 떠도는 영혼의 판타지
최재경의 작품들은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것들을 생생하게 구체화시켜 ‘사소한 것들의 사소하지 않’>을 드러내고 있다. 소재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이와 같은 것들은 다른 여성 작가들의 작품에서 많이 사용되어 왔지만 최재경의 소설은 구성이나 문체 면에서 그와 다른 차원을 구가하고 있다. 가령 표제작인 「숨 쉬는 새우깡」은 새우깡을 개발하다가 죽은 남자의 영혼이 여성 화자 영지의 몸에 담겨 생전의 기억을 회복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육체는 없고 오직 정신일 뿐인 남자는 유령과도 같은 존재이다. 그는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30년 전 교통사고로 죽었고 영지는 남자가 죽은 그해 태어나 새우깡을 먹으면서 자라났다. 영지의 나이는 이 땅에 새우깡이 뿌리 내리는 시간과 같이 간다. 그것은 또 작가가 살아온 햇수와도 겹친다. 작가는 이 두 화자의 시선을 교차시키면서 남자가 살았을 당시의 세태와 영지가 살아가고 있는 현 시대의 세태를 비교하기도 하고 1971년의 급박했던 정치적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기도 한다. 남자가 두고 간 가족을 대면하면서 자신이 생전에 해온 활약을 되새기는 장면에서는 어쩔 수 없는 삶의 질곡이라는 것과 삶의 진실이라는 측면이 절묘한 상상력을 통해 밝혀지기도 한다. 한마디로 이 소설은 단편으로서는 꽤 긴 분량(60쪽)이지만 단숨에 읽히는 속도감 있는 구성, 발랄한 문체 등을 통해 최재경의 소설적 특징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소설이다.

일상의 자잘한 틈새로부터 성서, 신화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 전개되는 상상력
최재경이 소설에 끌어들이는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세태의 작고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고 소설로 끌어들이는 것과 대별되는 한 극점으로서 작가는 성서와 신화 등으로부터 소재를 취하기도 한다. 이 두 상극적인 능력이 둘 다 작가적인 역량에 속한다면 최재경은 자신의 역량을 상식이나 일반론적인 차원에 가두지 않는다.가령 「발의 꿈」에서 작가는 아버지에게 술을 먹여 동침한 롯과 두 딸의 이야기를 창세기에서 끌어와 소재로 취하고 있다. 여기에다 이국적 정취를 낭만적 동경을 덧입힌 작가는 그 딸이 낳은 아들을 화자로 삼아서 소설을 전개한다. 화자는 어렸을 때 자신을 떠난 누나이자 어머니가 누군지도 모르고 어떤 나이 든 창녀와 동침하게 되고 자신이 동침한 창녀가 바로 자신의 누나이자 어머니임을 알았을 때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여자를 목 졸라 죽인다. 그리고 화자는 그 옆에서 몇 날이 밝아올 때까지 「장밋빛 인생」을 부른다. 여기에서 작가는 세태적 한계를 넘어서 영원한 사랑을 향한 낭만적 동경을 보여주고 있다.이와 같이 기괴한 플롯의 진행은 한국 소설에서는 낯선 것이긴 하지만 도덕적 잣대를 잠시 접고 볼 때 종횡무진 전개되는 상상력이야말로 작가가 보여주는 소설가다운 역량이라 할 수 있다. 또 「어디 가니?」에서는 일상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쓰곤 하는 ‘어디 가니’라는 말이 존재론적 의미로, 놀림으로, 죽음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여 생사를 가를 수도 있다는 우연성을 보여준다. 또 한편 판에 박힌 상투어를 남용하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사소한 말 한마디에 애증과 선악이 교차하는 사건들을 각인시키고 있다. 얼핏 보면 아찔할 정도로 대범한 시도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이와 같은 시도가 있기 이전에 작가는 구체적인 인간관계, 일상들로부터 출발하여 삶의 진실에 접근하는 글쓰기를 강행한 바 있다.

연인, 부부, 부모 등 가깝고 구체적인 인간관계를 다루는 가정 비극의 세계
데뷔작 「살아 있는 죽은 여인」은 첩의 딸이라는 사실을 긍정하면서 동시에 자존심 강한 예술가로 살기를 원하는 주인공의 사랑과 결혼, 그리고 주변 세계와의 불화를 다룬 소설이다. 작가는 첩실에게서 사랑하는 딸을 낳아 기르며 늙고 몰락해 가는 남자라는 ‘아버지’‘의 형상을 통해 세계의 악마성이 구체화되고 또 그를 부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고뇌하는 예술가, 근엽을 통해 ‘세계의 악마성이란 예술가에게 대결해야 하면서도 대결할 수 없는 양면적 대상’이라는 심오함을 보여주기도 한다.또한 결혼을 통한 신분 상승을 욕망하는 남자가 매춘의 길로 빠지게 되고 남자의 매춘이란 단순히 ‘자신을 파는 행위’가 아니라 그것를 통해 자신 또한 즐긴다는 의미에서 ‘구매권을 판매하는 행위’임을 날카롭게 지적한 「구매를 판매합니다」, 시댁 식구들과의 갈등 때문에 남편에게 살해당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사육제의 하루」등의 작품에서 가정 비극적인 소재가 다루어지고 있다. ‘가정의 풍속과 인정 비화를 통해 삶의 진실에 접근하는 이 같은 방식에서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리얼리즘 소설의 출발점’(이인화)을 확인할 수 있다.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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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경

1971년 마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 015B의 작사가와 방송 작가로 활동했으며, 1995년 《상상》에 「살아 있는 죽은 여인」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장편소설 『반복』, 소설집 『숨쉬는 새우깡』과 여성 자기 계발서 『여자 서른, 자신있게 사랑하고 당당하게 결혼하라』와 역서로 『깃털이 전해준 선물』, 『그레이시』, 『까마귀의 마음』, 『세기의 재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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