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몸피, 새로운 편집, 간직하고 싶은 디자인
세계적 거장의 명작을 만나 볼 수 있는 가장 유쾌한 기회
간결하고 명징한 문장으로 그려 낸 결코 절망하지 않는 영혼들의 초상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정수를 체험할 수 있는 단편들
“열아홉 살이라 했지?” 소령이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소령님.”
“사랑해 본 적이 있나?”
“무슨 말씀이신지요, 소령님?”
“사랑해 본 적이 있느냐고? 아가씨하고 말이야.”
“아가씨들이랑 같이 있어 본 적은 있습니다.”
“그걸 물어본 게 아냐. 내가 물어본 건, 사랑을 해 본 적이 있느냐는 거야? 아가씨하고.”
“네, 그래 본 적이 있습니다. 소령님.”
“지금도 그 아가씨와 사랑하고 있나? 그 아가씨에게 편지를 쓰지 않던데. 난 네 편지를 모두 읽고 있거든.” 「단순한 질문」에서“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탁월한 서사적 재능은 단순한 사건조차 흥분감 넘치는 이야기로 만들어 낸다.” ⟪가디언⟫
“눈부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단편 소설은 그의 천재성을 다시금 입증한다.” ⟪워싱턴 포스트⟫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자 20세기 미국 문학을 개척하고 완성한 거장,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눈부신 재능을 엿볼 수 있는 단편 소설 여덟 편을 엮은 『단순한 질문』이 민음사 쏜살 문고로 출간되었다. 특히 헤밍웨이의 참전 경험과 지난 여행의 추억, 어긋난 연애의 잔영 등 작가의 진솔한 면모를 고스란히 살펴볼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별해 수록하였다. 현대 미국 문학에 정통한 김욱동 교수가 심혈을 기울여 번역한 작품들을 산뜻한 디자인과 신선한 편집으로 선뵈면서, 표제작 「단순한 질문」과 「스위스 찬가」를 새로이 더했다.
모더니즘의 기수 제임스 조이스는 일찍이 헤밍웨이에게 “삶에 드리운 베일을 걷어 내고 진실을 드러내는 재능”이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래서일까? 인생의 찰나를 절묘하게 포착해 내는 헤밍웨이의 진면목을 알고 싶다면 그의 단편 소설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그 누구보다 삶이라는 지난한 과업을 가장 충실히 수행했던 헤밍웨이는 부침(浮沈) 가득한 인간의 일생을 서정성이 깃든 간명하고 정제된 문장으로 조형해 내는 데 특출했고, 촌철살인의 예리한 감각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단편 형식을 완벽히 구사했다. 그리고 한때 종군 기자였던 그는 소설을 창작할 때에도 놀랍도록 짧고 단순한 글 속에 무시무시한 깊이, 세상의 이치와 예술적 이상을 모자람 없이 담아냈다.
헤밍웨이가 체험한 1차 세계 대전의 기억을 바탕하는 「단순한 질문」과 「다른 나라에서」는 전쟁 시기를 다루고 있음에도 직접적으로 전투를 묘사하거나 구체적인 전황을 뚜렷이 언급하지 않는다. 다만 일상과 비일상이 뒤섞인 기이한 상황 속에서 개인적이고 내밀한 시련을 맞닥뜨린 인물들의 모습을 스케치하듯 간결하게 보여 줄 따름이다. 헤밍웨이의 작품 중에서 유독 동성애를 강하게 암시하는 「단순한 질문」은 군대라는 특수한 집단 안에서 서로 다른 위계의 인물들이 주고받는 아주 짤막한 대화를 통해 남성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긴장감 넘치게 그려 낸 특별한 작품이다. 위태로이 무너져 내리는 사랑의 한 장면을 그린 「어떤 일의 끝」과 「흰 코끼리 같은 언덕」은 헤밍웨이의 자전적 요소가 짙게 묻어나는 작품으로, 자연환경과 인물의 심리를 병치하여 유비하는 그만의 기법이 탁월하게 구현된 사례다. 「세계의 수도」, 「패배하지 않는 사람들」, 「5만 달러」는 각각 투우와 권투를 둘러싼 인간 군상의 이야기로, 헤밍웨이의 전형적 인물(불굴의 존재)과 주제 의식(패배주의를 단호히 거부하는 희망)이 생생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스위스 찬가」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여러 작품 중에서도 굉장히 독특한 구성을 선보이는 단편 소설이다. 작가는 스위스의 한 기차역을 배경으로, 마치 삼면화(Triptych)를 그리듯 비슷한 상황, 유사한 인물을 각기 다른 세 가지 방식으로 묘사한다. 헤밍웨이만의 고유한 문체와 그 다채로운 변주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귀중한 작품이다.
단순한 질문
어떤 일의 끝
다른 나라에서
세계의 수도
5만 달러
흰 코끼리 같은 언덕
패배하지 않는 사람들
스위스 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