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La Tulipe Noire
글 알렉상드르 뒤마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1년 4월 5일
ISBN: 978-89-374-6268-9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2x225 · 380쪽
가격: 11,000원
시리즈: 세계문학전집 268
분야 세계문학전집 268
발행일 2012년 10월 30일 | 최종 업데이트 2012년 10월 30일 | ISBN 978-89-374-9568-7 | 가격 7,700원
『삼총사』와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
그의 모든 것이 집약된 또 하나의 위대한 역작!
▶ 뒤마의 이름은 프랑스를 넘어 유럽적이며 유럽을 넘어 세계적이다. 그는 ‘읽고자 하는 욕구’를 창조해 낸다. 사람의 영혼을 파고들어 거기에 씨를 뿌린다. 그곳에는 찬란한 빛과 정오의 태양 같은 밝음이 있다. ― 빅토르 위고
▶ 화산의 분출이 재주 있는 관개(灌漑) 기술자의 절묘한 솜씨와 결합되어 있는 것과 같다. ― 보들레르
기상천외한 모험을 헤쳐 나가는 인물들의 기지와 재치로 빈틈없이 짜여 있으며, 역사와 허구를 절묘하게 혼합하여 빚어낸 『삼총사』와 『몬테크리스토 백작』. 신화에 가까울 만큼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위대한 역사 모험 소설가로 자리 매김한 알렉상드르 뒤마의 또 하나의 위대한 역작 『검은 튤립』이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되어 소개된다.
『검은 튤립』은 뒤마의 소설 중에서도 마치 보석 같은 작품으로 손꼽힌다. 작지만 밀도가 높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활기찬 대화, 생동감 넘치는 인물들, 험난한 사랑, 그리고 음모와 배신과 계략이라는 뒤마적 주제가 더욱 강렬하게 변주되는, 그야말로 뒤마의 모든 것이 집약되어 있는 아름답고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튤립은 독일과 네덜란드의 부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가장 아름다운 튤립을 선발하는 대회는 날이 갈수록 더 많은 상금이 걸렸으며, 엄청난 투기 현상이 일어났다. 바로 이러한 ‘튤립 파동’을 그린 소설로, ‘검은 튤립’을 놓고 벌어지는 탐욕과 음모, 그리고 순수한 열정으로 검은 튤립을 창조하려는 인물의 고난과 역경,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이 사람들에게 강한 호소력을 지닐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독자들이 요구하는 모든 낭만주의적 요소를 완벽하게 갖추었기 때문이다. 화려한 상상력으로 꾸며진 줄거리, 네덜란드라는 이국적인 배경, 아름다운 사랑,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의 묘미 등이 독자들의 기대와 환상을 충족시켜 준다. 유럽의 역사를 파노라마처럼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과 속도감 있는 문체로 한시도 주의를 놓칠 수 없게 만든다.
1 감사하는 시민들
2 두 형제
3 얀 드 비트의 제자
4 살육
5 튤립 애호가와 그의 이웃
6 증오하는 튤립 재배자
7 행복한 인간이 불행을 알게 되다
8 침입
9 가족실
10 간수의 딸
11 코르넬리우스 판 바에를르의 유언
12 사형 집행
13 그동안 한 구경꾼의 마음속에서 일어난 일
14 도르드레흐트의 비둘기
15 쪽문
16 선생과 학생
17 첫 번째 소구근
18 로자를 사랑하는 남자
19 여인과 꽃
20 여드레 동안 일어난 일
21 두 번째 소구근
22 개화
23 시샘꾼
24 검은 튤립의 주인이 바뀌다
25 판 헤리선 회장
26 원예협회의 한 회원
27 세 번째 소구근
28 꽃노래
29 판 바에를르가 뢰베슈타인을 떠나기에 앞서 흐리푸스를 혼내 주다
30 코르넬리우스 판 바에를르는 어떻게 처형될 것인가
31 하를럼
32 마지막 애원
33 대단원
작품 해설
작가 연보
■ 대중 작가를 넘어 국민 작가로, 프랑스 작가를 넘어 세계적인 작가로
2002년 가을, 프랑스 정부는 나라에 공헌한 위인들이 묻히는 국립묘지 팡테옹에 뒤마의 유해를 안치했다. 뒤마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이 행사의 의미는 각별했다. 살아생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독자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으면서도 진지함과 깊이가 결여된 대중 작가로 낙인찍혔던 그가 문학적인 업적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평가받고 이제 당당히 국민 작가의 반열에 올랐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각종 전시회와 학술 대회를 비롯한 여러 매체의 특집 기사를 통해 뒤마의 생애와 문학 세계에 대해 다각도의 재조명이 시도되었다. 이에 발맞춰 프랑스의 갈리마르, 미국의 랜덤하우스 등 세계 각국의 권위 있는 주요 출판사들이 뒤마의 작품들을 재출간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뒤마 문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재평가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유럽의 역사를 파노라마처럼 그리고 있는 뒤마의 소설들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과 속도감 있는 문체로 한시도 주의를 놓칠 수 없게 만든다. 또한 기상천외한 모험을 헤쳐 나가는 인물들의 기지와 재치로 빈틈없이 짜여 있으며, 역사와 허구를 절묘하게 혼합하여 빚어낸 그의 작품들은 신화에 가까울 만큼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위대한 역사 모험 소설로 자리 매김하였다.
그의 소설은 마치 오늘날 쓴 것처럼 자연스럽게 읽히는데, 그의 작품이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들을 다룬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의 작품의 현대성은 더욱 놀라운 것이 된다. 이와 관련하여 뒤마 연구의 권위자인 클로드 숍은 연극에서 온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빠른 글쓰기가 그 비결이라고 본다. 그의 문체는 시대의 유행과 흔적을 함유한 “지방(脂肪)”으로 무거운 다른 19세기 작가들의 문체와 달리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그만큼 시대의 차이를 쉽게 극복한다는 것이다. 그런 그의 간결한 문체 덕분에 독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고 빠른 속도감을 느끼면서 읽어 내려갈 수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유명한 역사가 줄 미슐레가 “뒤마는 다른 역사가들을 모두 합해 놓은 것보다 대중들에게 더 많은 역사를 가르쳤다.”고 말했을 만큼, 당시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은 뒤마의 소설을 통해 프랑스 역사를 배웠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를 분석하는 그의 시선은 단순히 대중 소설가의 것으로 치부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통찰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그의 가장 위대한 점은 역사상의 실제 사건과 개인의 운명을 절묘하게 뒤섞는 데 있다. 그는 일반적인 역사가 아니라, 바로 개인의 역사, 우리의 삶을 그리는 것이다.
세월의 침식과 시대의 변화를 넘어서는 근육질의 문체를 통해, 그리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빠른 서술과 활기 넘치는 대화를 통해 프랑스인들에게 역사를 가르쳐 주는 작품, 바로 이것이 뒤마가 “19세기 가장 위대한 작가”로 불리는 이유일 것이다.
■ 가장 완벽하고 아름다운 ‘검은 튤립’을 만들기 위한 열정, 탐욕과 음모, 그리고 사랑
유럽의 명실상부한 중심지 역할을 할 만큼 황금시대를 누렸던 네덜란드는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패권을 장악하면서 국운이 기울게 된다. 이러한 절체절명의 순간, 네덜란드 민중은 총리대신인 얀 드 비트가 기초한 공화정에 염증을 느끼고, 스타트하우더 체제를 갈구하기에 이른다. 새로운 지도자의 출현을 기다리던 시민들은 오랫동안 권력을 떠나 있던 오렌지 가문의 자제인 오렌지 공 윌리엄을 스타트하우더로 추대한다. 또한 시민들은 네덜란드가 몰락한 책임을 지금껏 국정을 이끌어 온 총리대신 얀 드 비트와 그의 형 코르넬리스 드 비트에게 물으려 한다. 오렌지 공 윌리엄에 대한 암살 음모 누명을 쓰고 헤이그 감옥에 갇혀 있던 코르넬리스 드 비트를 얀 드 비트가 방문하면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고, 마침내 두 형제는 군중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된다.
한편, 코르넬리스 드 비트의 대자(代子)이자 유복한 집안의 청년인 코르넬리우스 판 바에를르는 당시 네덜란드에서 크게 유행하던 튤립을 재배하는 일에 매달린다. 하를럼원예협회는 ‘검은 튤립’을 만들어 내는 자에게 상금 10만 플로린을 건다. 이에 판 바에를르는 가장 완벽하고 순수하며 아름다운 ‘검은 튤립’을 만들기 위해 매진한다. 마침내 검은 튤립을 피워 낼 소구근을 얻게 되자, 그의 라이벌인 복스텔은 질투에 사로잡혀, 그를 얀 드 비트가 프랑스와 내통한 편지를 숨겨 준 죄로 고발하고, 그는 감옥에 갇힌다.
■ 검은 튤립, 행복의 담금질
『검은 튤립』에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바로, ‘행복’이다. ‘검은색’은 밤, 어둠, 심연 등 무한하고 비가시적인 것들을 상징하며 아름다우면서도 두려운, 신비로움을 지닌 색이다. ‘전화위복’,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인간의 행복과 불행은 동전의 양면처럼 늘 공존한다. 검은색이야말로 이러한 인간의 행복을 가장 잘 드러내는 색이다.
코르넬리우스가 감옥에 갇히게 되면서 그의 행복한 삶은 불행으로 전복된다. 그러나 그 감옥 안에서 그는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게 되고, 안온함이 보장된 행복한 집이 아닌, 불행한 감옥 안에서 사랑으로 인해 검은 튤립을 피우는 데 성공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되찾은 행복은 불행을 이겨낸 아름답고 성숙한 행복이라는 사실이다. 소설의 마지막 구절에서 코르넬리우스는 국제법의 아버지 그로티우스의 말을 인용하며 “너무나 고통 받은 나머지 나는 이렇게 말하지 않을 권리가 있노라. 나는 너무 행복하다.”라고 자기 집 문 위에 쓴다. 아이러니가 엿보이는 이 말은 행복과 불행이 서로 얼마나 가까운 곳에 있는지를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 본문 중에서
라이벌의 집은 훤히 보였다. 태양을 향해 열린 정원, 시선을 차단하지 않는 유리로 된 연구실, 정리함, 수납 장, 상자, 라벨 한가운데를 망원경은 휘젓고 다닐 수 있었다. 복스텔은 이제 흙 판 위에서 구근이 썩고 정리함 속에서 외피가 마르고 화단에서 튤립이 죽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삶을 오로지 보는 데 사용하며 판 바에를르의 집에서 일어나는 일에만 신경을 썼다. 그는 판 바에를르의 튤립 줄기에서 스며 나오는 향기로 숨을 쉬고, 그것에게 주는 물로 목을 축이고, 또 이웃이 사랑스러운 구근들 위로 뿌려 주는 부드럽고 가는 흙을 배가 부르도록 먹었다.(83쪽)
한편 코르넬리우스는 그 어느 때보다 사랑에 흠뻑 젖어 잠에서 깨어났다. 그의 머릿속에서 튤립은 여전히 찬연하고 생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제 더 이상 그것을 모든 것, 심지어 로자까지도 희생시켜 구해야 할 보배로 보지 않았다. 그것은 단지 귀중한 꽃, 신이 애인의 블라우스를 장식하도록 그에게 내려 준 자연과 예술의 경이로운 조합일 뿐이었다.(205쪽)
코르넬리우스는 창문으로 달려가 그것을 활짝 열었다. 생명, 기쁨, 그리고 거의 자유에 가까운 것이 햇살과 더불어 어두운 방안으로 밀려들어오는 것만 같았다.
사랑이 그곳에 개화하면서 둘레로 다른 많은 것이 만발하게 한 때문이다. 사랑, 그것은 지상의 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빛나며 전혀 다른 향기를 흩뿌리는 하늘의 꽃이었다.(227~228쪽)
하지만 로자는 다시 오지 않겠다고 위협하며 사흘이 지나기 전에는 튤립에 대해 말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것은 연인에게 부여된 72시간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원예가에게서 베어낸 72시간이기도 했다. 사실, 그 72시간 중 36시간은 이미 지나갔다. 나머지 36시간도 빨리 지나갈 것이다. 18시간은 로자를 기다리면서, 다른 18시간은 로자와의 만남을 돌이키면서 금방 지나갈 것이다.
로자는 같은 시간에 왔다. 코르넬리우스는 영웅적인 의지로 고행을 견뎌냈다. 그는 아마도 피타고라스 학파의 뛰어난 일원이 될 수 있었을 것이고, 매일 한 번씩 튤립 소식을 묻는 것만 허용해 주었더라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오 년은 충분히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232쪽)
여하튼, 그토록 기다리던 1673년 5월 15일은 마침내 도래했고, 하를럼의 모든 시민들과 인근에서 구경 온 사람들은 아름다운 가로수들을 따라 줄지어 섰다. 그들은 이번만은 전쟁의 승리자나 과학의 정복자 대신에, 자연의 승리자들에게 환호하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고 있었다. 이 승리자들은 무궁무진한 어머니 자연으로 하여금 그때까지 불가능해 보이던 검은 튤립을 출산하게 만들지 않았는가.
하지만 군중에게 있어 오로지 이러이러한 것에 대해서만 박수를 치겠다는 결심만큼 잘 지켜지지 않는 것도 없다. 환호 중에 있는 도시는 야유 가운데 있는 도시와 비슷하다. 도대체 언제쯤 그것이 그칠지 알 수가 없다.(334~335쪽)
▶ 작가․역자 소개
알렉상드르 뒤마 Alexandre Dumas
1802년 프랑스 동북부의 빌레르코트레라는 작은 도시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토마 알렉상드르 뒤마 다비 드 라파예트리는 노르망디 출신의 시골 귀족과 생도맹그 출신의 흑인 노예 사이에서 태어난 물라토로서 나폴레옹 군대의 장군이었다. 1829년 『앙리 3세와 그의 궁정』으로 큰 성공을 거두면서 빅토르 위고와 쌍벽을 이루는 낭만주의 드라마 개혁 운동의 기수가 되었다. 연극 외에도 여행기, 회고록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지만 무엇보다도 역사 소설에서 가장 큰 재능을 펼쳤다. 세월의 흐름과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독자들로부터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그의 소설 가운데 대표작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1844년 이후에 나온 『삼총사』, 『몬테크리스토 백작』, 『마고 여왕』, 『20년 후』, 『조제프 발사모』, 『브라줄론 자작』, 『여왕의 목걸이』 등이다. 다양한 활동을 정력적으로 펼치며 지칠 줄 모르는 여행가로서 유럽과 지중해를 주유하기도 했던 그는 1870년 노르망디의 디에프 근처에 있는 아들 알렉상드르의 집에서 숨을 거두었다. 2002년 가을 프랑스 정부는 그의 유해를 팡테옹에 안치했다.
옮긴이 송진석
서울대학교 불문과 및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투르 대학교에서 「쥘리앙 그라크 작품에 나타난 건축 공간의 형태와 의미」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충남대학교 불문과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그라크에 대한 다수의 논문 외에 네르발, 뒤라스 등에 대한 글을 발표했고, 그라크의 『시르트의 바닷가』를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