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 이야기는 자라난다, 널리 퍼진다
부제: 아이들과 가정의 동화
원제 Kinder- und Hausmärchen
글 야코프 그림, 빌헬름 그림 | 옮김 전영애 | 그림 삽화가 오토 우벨로데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3년 9월 13일
ISBN: 978-89-374-2781-7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20x190 · 728쪽
가격: 30,000원
수상/추천: 하버드 클래식 100선
이야기는 자라난다, 널리 퍼진다
눈처럼 하얀, 가시장미, 라푼첼, 푸른 수염 등 전 세계 동화의 원조.
그림 형제가 14년간 독일 전역을 다니며 모은
웃기고 슬프고 어리석고 지혜롭고 이상하고 잔혹한 200가지 이야기.
그림 형제의 생전 마지막 판본인 1857년 7판 정본 완역!
동양 여성 최초로 괴테 금메달을 받은 전영애 역자,
한국과 독일 문학의 가교로 활약하는 김남희 역자의 번역
스위스 민담, 동화 연구가 알프레드 메설리 교수 자문
하버드 클래식스 100선 선정, 오토 우벨로데 삽화 400여 개 수록
전영애 역자가 들려주는 34개의 구연 동화 큐알 영상
“행복은 종종 문 앞에 있어서 문을 열기만 하면 되거든.”
─ 『그림 동화』에서
“미소가 지켜지는 곳에서 동화들은 살고 있다.”
─ 그림 형제
1권
인트로
베티나 폰 아르님에게 | 빌헬름 그림 17
민중 문학의 바탕은 초록 풀밭과 같다 | 그림 형제 23
민족의 정신적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 | 전영애 41
한국에서 새로이 나온 『그림 동화』 정본 완역본 | 알프레드 메설리 45
1 개구리 왕 혹은 쇠줄 동여맨 하인리히 51
2 함께 사는 고양이와 생쥐 59
3 성모가 보살피는 아이 65
4 무서움을 배우러 나선 소년 이야기 74
5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 92
6 충성스러운 요하네스 97
7 좋은 거래 110
8 이상한 악사 118
9 열두 명의 오빠 123
10 불량배 132
11 오누이 136
12 라푼첼 146
13 숲속의 세 난쟁이 154
14 실 잣는 세 여인 163
15 헨젤과 그레텔 168
16 뱀 잎 셋 181
17 흰 뱀 188
18 밀짚, 숯, 콩 196
19 어부와 그의 아내 200
20 용감한 꼬마 재단사 215
21 재투성이 229
22 수수께끼 242
23 생쥐와 작은 새와 구이용 소시지 248
24 홀레 할머니 252
25 일곱 마리 까마귀 259
26 빨강 모자 264
27 브레멘 시립 음악대 271
28 노래하는 뼈 278
29 황금 머리카락 세 가닥이 달린 악마 282
30 작은 이와 작은 벼룩 295
31 손 없는 소녀 299
32 명석한 한스 310
33 세 가지 언어 316
34 똑똑한 엘제 321
35 천국에 간 재단사 328
36 식탁아 차려져라, 황금 나귀, 몽둥이야 자루에서 나와 333
37 엄지 아이 351
38 여우 부인의 결혼식 361
39 꼬마 요정들 367
40 강도 신랑 373
41 코르베스 씨 380
42 대부 383
43 트루데 부인 387
44 대부가 된 죽음 390
45 엄지의 방랑 396
46 피처의 새 404
47 노간주나무에 관하여 411
48 늙은 술탄 429
49 여섯 마리 백조 433
50 가시장미 442
51 찾은 새 449
52 지빠귀 수염 왕 455
53 눈처럼 하얀 464
54 배낭, 작은 모자, 작은 뿔피리 479
55 룸펠슈틸츠헨 490
56 애인 롤란트 496
57 황금 새 504
58 개와 참새 518
59 대단한 프리더와 대단한 카터리스헨 524
60 두 형제 536
61 작은 농부 570
62 여왕벌 580
63 깃털 세 개 584
64 황금 거위 590
65 누덕누덕 누더기 598
66 토끼 신부 608
67 열두 명의 사냥꾼 611
68 도둑 사술꾼과 그 스승 617
69 요린데와 요링엘 621
70 세 행운아 627
71 여섯이 온 세상을 누비다 633
72 늑대와 인간 643
73 늑대와 여우 646
74 여우와 자매님 651
75 여우와 고양이 654
76 패랭이꽃 657
77 똑똑한 그레텔 665
78 늙은 할아버지와 손자 671
79 물귀신 673
80 수탉의 죽음에 관하여 675
81 재미난 친구 679
82 노름 한스 697
83 운 좋은 한스 703
84 한스 결혼하다 712
85 황금 아이들 715
86 여우와 거위들 725
2권
87 빈자와 부자 17
88 노래하고 뛰는 종달새 25
89 거위 치는 하녀 36
90 어린 거인 47
91 땅난쟁이 59
92 황금산의 왕 67
93 까마귀 78
94 농부의 똑똑한 딸 88
95 늙은 힐데브란트 95
96 작은 새 세 마리 101
97 생명의 물 109
98 모르는 게 없는 박사 120
99 유리병에 든 정령 125
100 악마의 그을음 낀 형제 133
101 곰 가죽을 쓴 사람 140
102 굴뚝새와 곰 150
103 달콤한 죽 156
104 똑똑한 사람들 158
105 두꺼비 이야기 166
106 가엾은 물방앗간 청년과 작은 고양이 170
107 두 방랑자 177
108 우리 고슴도치 한스 196
109 수의 206
110 가시덤불 속의 유대인 208
111 배운 사냥꾼 216
112 하늘에서 온 도리깨 226
113 왕자와 공주 229
114 똑똑한 새끼 재단사 244
115 밝은 해가 백일하에 드러내다 250
116 푸른 등불 253
117 고집 센 아이 262
118 세 명의 야전 외과의 264
119 일곱 슈바벤 사람 270
120 세 명의 수공업 도제 276
121 겁나는 게 없는 왕자 282
122 약초 먹은 당나귀 292
123 숲속 할머니 304
124 세 형제 309
125 악마와 그 할머니 314
126 충직한 페르디난드와 불충한 페르디난드 321
127 무쇠 난로 330
128 게으른 실 잣는 여인 340
129 재주 많은 형제들 344
130 한 작은 눈, 두 작은 눈, 세 작은 눈 352
131 아름다운 카트리넬예와 빵빵 탕탕 야단법석 365
132 여우와 말 368
133 춤추어 다 닳은 신 371
134 여섯 하인 378
135 하얀 신부와 검은 신부 390
136 아이젠한스 398
137 세 검은 공주 413
138 크노이스트와 세 아들 417
139 브라켈 출신 소녀 419
140 한집 사람들 421
141 어린 양과 작은 물고기 423
142 지멜리산 427
143 유람 가다 432
144 작은 당나귀 435
145 고마움을 모르는 아들 442
146 순무 444
147 젊게 달구어진 노인 450
148 하느님의 짐승, 악마의 짐승 453
149 수탉 대들보 456
150 구걸하는 노파 458
151 게으른 아들 셋 460
151* 게으른 하인 열둘 462
152 양치기 소년 467
153 금은별 동전 470
154 숨겨 둔 동전 473
155 신부 선보기 476
156 주저리 478
157 아버지 참새와 새끼 네 마리 480
158 게으름뱅이 나라 이야기 486
159 디트마르셴의 황당무계한 이야기 489
160 수수께끼 이야기 491
161 눈하얀과 장미붉은 493
162 영리한 하인 506
163 유리관 509
164 게으른 하인츠 519
165 그라이프 새 524
166 힘센 한스 537
167 천국에 간 촌사람 549
168 깡마른 리제 551
169 숲속의 집 554
170 사랑과 고통을 나누다 565
171 울타리왕 굴뚝새 567
172 가자미 574
173 알락해오라기와 후투티 576
174 올빼미 578
175 달 583
176 수명 587
177 죽음의 전령 591
178 돗바늘 장인 595
179 우물가 거위 치는 소녀 602
180 다채로운 에바의 아이들 619
181 연못 속 정령 623
182 난쟁이들의 선물 633
183 거인과 재단사 638
184 못 643
185 무덤 속 불쌍한 소년 645
186 진짜 신부 651
187 토끼와 고슴도치 663
188 물렛가락, 베틀북, 바늘 670
189 농부와 악마 676
190 탁자 위 빵 부스러기 679
191 바다 토끼 달팽이 681
192 훔치기 고수 688
193 북 치는 청년 702
194 곡식 이삭 719
195 봉분 722
196 링크랑크 할아범 730
197 수정 구슬 735
198 말렌 아가씨 741
199 물소 가죽 장화 753
200 황금 열쇠 760
아이들을 위한 성스러운 이야기 열 가지 763
부록 스물여덟 가지 797
아웃트로
동화 같은 번역 뒷이야기: 생태찌개 한 그릇 | 전영애 923
동화 같은 번역 뒷이야기: 메설리 선생과의 인연 | 김남희 928
작가 연보 932
■ 전 세계 동화의 원조 『그림 동화』 1857년 7판 완역본 출간
그림 형제가 14년간 독일 전역을 다니며 모은 200가지 민담 모음집
“전해지는 이야기는 결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널리 퍼져 민중의 입술 위를 감돈다. 불멸의 여신이기 때문이다.”
— 헤시오도스, 763
전 세계 ‘이야기의 이야기의 진짜 이야기’로 불리는 『그림 동화』(원제 ‘아이들과 가정의 동화’) 특별판이 그림 형제 생전 마지막 판본인 1857년 7판 정본 완역으로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동양 여성 최초로 괴테 금메달을 수여한 전영애 역자가 1권과 2권을, 한국과 독일 문학의 가교 역할을 하는 김남희 역자가 2권을 공동으로 번역했다. 이번에 출간한 『그림 동화』는 스위스 민담, 동화 연구가인 알프레드 메설리 전 취리히 대학교 사회문화학과 교수가 자문을 맡아 원전 번역의 깊이를 부여했다. 하버드 클래식스 100선에 포함된 『그림 동화』는 아이비리그 필독서인 동시에 전 세계 어린이, 청소년뿐 아니라 어른을 위한 우리 시대 최고의 고전이다. 이번 특별판에는 그림 형제의 동화책 삽화가로 널리 알려진 화가 오토 우벨로데의 삽화 400여 점을 본문에 수록하였고, 금박을 입힌 고급 양장본 1, 2권 세트로 제작하여 소장용으로 오래오래 간직할 수 있도록 제작에 공을 들였다. 또 전영애 역자의 구연 동화 영상 34편을 감상할 수 있는 큐알 링크를 본문에 수록하여 ‘눈과 귀’를 활짝 열어 동화를 읽을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괴테할머니TV/그림 동화)
‘그림 동화’로 짧게 불리는 『아이들과 가정의 동화(Kinder- und Hausmärchen)』는 그림 형제가 독일의 전래 동화를 모아 1권은 1812년에, 2권은 1815년에 출판을 시작한 이래 꾸준한 재작업과 재구성을 해나갔다. 1857년 1권 동화 86편(1~86번), 2권 동화 114편(87~200) 및 ‘아이들을 위한 성스러운 이야기 열 가지’ 그리고 3권 주석본으로 최종본을 펴내었다. 이번 특별판 번역은 그림 형제의 생전 마지막 판본인 1857년판을 저본으로 삼았으며, 2권에 실린 ‘부록 스물여덞 가지’는 레클람 종합본(하인츠 뢸레케, 2014년판)을 참고했다. 주석판인 3권은 번역하지 않았고, 이 외 동화 238편은 빠짐없이 번역하였다. 『그림 동화』에 실린 첫 번째 이야기를 읽기 전에 먼저 읽어야 할 것은 빌헬름 그림이 작가인 베티나 폰 아르님에게 보낸 편지, 그리고 그림 형제의 서문이다. 그림 형제가 아힘 폰 아르님의 권유로 독일 전역을 다니며 민담을 수집하게 된 이유, 수집 방법, ‘동화 할머니’로 불리는 도로테아 피만을 만난 에피소드 등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기 때문이다. 언어학자인 그림 형제는 전쟁 후 황폐해진 독일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독일 전역을 다니며 구전되는 민담을 수집하였고, 마침내 ‘민중 문학의 바탕은 초록 풀밭과 같다’는 혜안을 얻는다.
“동화를 이야기할 때 띠게 되는 미소는 고귀해 보이지만 값이 별로 나가지 않는 미소와 비슷하다. 그것들이 아직 지켜지는 곳에서 동화들은 살고 있다. 좋은지 나쁜지, 시적인지, 똑똑한 사람들한테는 입맛 떨어지는 것인지 그런 건 생각하지 않고 사람들은 그냥 알고, 사랑한다. 받아들이는 것도 바로 그랬기 때문이다. 그럴 이유가 하나도 없어도 사람들은 거기서 기쁨을 느낀다. 살아 있는 풍습이란 그렇게나 멋지다.” ─ 그림 형제
■ 동화 같은 번역 뒷이야기: 생태찌개 한 접시
알프레드 메설리 선생과 전영애, 김남희 역자의 인연
“이제 우리는 자물쇠가 완전히 풀리고 소년이 뚜껑을 열 때까지 기다려야 해.
그러면 상자 안에 어떤 놀라운 것들이 들어 있는지 알게 될 거야.”
─ 『그림 동화』에서
전영애, 김남희. 한국의 두 독문학자는 어떻게 해서 『그림 동화』를 번역하게 된 걸까. 동화 ‘같은’ 번역 뒷이야기를 전하면 다음과 같다. 전영애 역자는 ‘여백서원’이라는 책의 집을 지어 지키고 있다.(KBS 다큐인사이트 ‘인생 정원, 일흔둘, 여백의 뜰’ 방영)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은 일반 공개일인데 재작년 10월, 키가 크고 인상이 좋은 독일인 한 분이 불쑥 대문을 열고 들어섰다. 이전에 독문학 학회에서 만난 적 있고, 2019년 가을 서원에 방문한 적 있는 알프레드 메설리 전 스위스 취리히 대학교 문화사회학과 교수였다. 서원을 둘러본 그분은 전영애 역자에게 다음번 유럽에 올 때 취리히에 꼭 들르라고 간곡히 당부했다. 얼마 뒤 전영애 역자는 독일 본 강연을 마치고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로 가는 도중 취리히에 잠시 들렀다. 사흘간 머문 메설리 교수 집에서 전영애 역자는 놀라운 환대를 받았는데 김치가 나오는가 하면 급기야 생태 김치찌개가 주요리로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떠나기 전날 밤 이 유별난 환대에 대한 수수께끼는 풀린다. 메설리 교수가 고운 케이스에 든 두꺼운 책 세 권을 꺼냈는데, 그 책이 바로 『그림 동화』 완판본이었다. 오랫동안 민담과 동화 연구에 매진한 메설리 교수는 『그림 동화』에 대한 애정이 지극했고, 그 책이 한국에서도 원형대로, 좋은 역자의 손을 거쳐, 정본으로 나와 주기를 바란 것이다. 그리고 그 적임자로 전영애 역자를 지목한 것. 괴테 전집 번역에 바쁜 전영애 역자는 고심했다. 그러나 돌아와 생각하니 그날의 환대, 생태 김치찌개 접시 그림이 머릿속을 맴돌아 결국은 만만찮은 『그림 동화』 번역을 시작하게 되었다.
김남희 역자의 동화 ‘같은’ 번역 뒷이야기는 2017년으로 돌아간다. 설악에서 열린 심포지엄의 기조 강연자로 알프레드 메설리 교수가 초대되었는데, 김남희 역자는 이 ‘이야기의 이야기꾼’을 경북대학교로 초청해 ‘이야기의 힘’에 대해 강연해 달라고 청한다. 이어 두 분은 독문학 학회에서 전영애 역자를 만나게 되고, 2018년에 김남희 역자는 메설리 선생과의 인연으로 한국, 독일, 스위스 독문학계 학자들과 취리히에서 『그림 동화』와 한국 수용을 주제로 일주일간 워크숍을 연다. 그 뒤 메설리 교수는 전영애, 김남희 역자에게 『그림 동화』의 한국어판 정본 번역을 제의하고, 두 분은 고심 끝에 이 책을 번역하게 된 것이다. 동화에는 세 번의 법칙이 있다고 했던가! 스위스 먼 나라에서 메설리 교수는 전영애, 김남희 역자를 ‘동화’처럼 연결해 주었다. 1권을 번역한 전영애 역자는 2권 공역에서는 앞에서부터 번역해 나가고, 김남희 교수는 뒤에서부터 번역하며 중간쯤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뒤 5년 가까이 매주 번역본을 주고받으며 완간의 결실을 맺었다. 옮기는 도중 기회만 되면 어린이들, 어른들 앞에서 번역문을 낭독해 가며 의견을 들었고, 전영애 역자는 동화의 생생함을 전달하기 위해 유튜브에 구연 동화 영상을 34편 업로드한다.
“한국에서 『그림 동화』를 번역할 적임자로 전영애 역자와 김남희 역자만큼 유능하고 경험 많은 번역가를 바랄 수 있을까. 두 분의 번역은 정확할 뿐 아니라 읽기에도 아주 친숙할 것이다. 독일어는 물론 독일 문화에 친숙할 뿐 아니라 텍스트를 변증법적으로 다룰 능력이 있는 역자이기 때문이다” ─ 알프레드 메설리
“『그림 동화』는 세계 문학사에서 큰 자릿값을 갖는 책이므로 이제는 널리 알려진 각색된 판본 대신 그림 형제가 펴낸 원본에 충실한 번역이 좋은 세계 문학 전집 안에 자리 잡아야 할 때다. 그런 만큼 번역에서는 ─ 가독성을 소홀히 할 수야 없지만 ─ 원문에 최대한 충실한 것에 중점을 두었다.” ─ 전영애 역자
■ 올곧은 이야기의 ‘순수함’ 그대로 담긴 그림 형제의 민담집
‘이 이야기를 들려준 이의 입은 여전히 따뜻하다’
“아, 소름 끼쳐, 아 소름 끼쳐, 여보! 아, 이제 알겠어, 소름 끼친다는 게 뭔지 알겠다고!”
— 「무서움을 배우러 나선 소년 이야기」에서
『그림 동화』는 그림 형제가 아이들을 위하여 엮은 민담집이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웃기고 슬프고 어리석고 지혜롭고 이상하고 잔혹하기 그지없다. 어떤 이야기는 황당무계하고, 어떤 이야기는 완결미가 떨어지거나, 어떤 이야기는 지나치게 잔인하다. 어째서일까. 그림 형제가 서문에서 밝히듯, 오래전부터 구전되어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그림 형제가 종교적, 사회적 잣대 등을 기준으로 검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수록된 민담은 그야말로 당시 살던 소박한 지역민이 들려준 이야기를 ‘전해 들은 그대로’ 옮겨 적었다. 그렇기 때문에 동화 안에는 서민의 삶, 지역색, 가난한 이들의 소망, 신분의 차이, 신분 세탁, 신화적 상상력 등 기쁨과 슬픔, 지혜와 풍자, 비탄과 환상 등이 의인화하거나 풍자화한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다. 그림 형제는 민담을 수집한 의도가 신화의 역사에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시(詩) 자체가 작용하는 교육서로 쓰이길 바라서라고 말한다. 부모님이 동화의 내용을 읽고 당황할 것도 이미 예상하는데, 그 경우 가려 뽑아 읽히라고 당부한다. 그러면서 그림 형제는 내면적으로 이 문학을 관통하는 것으로 ‘순수함’을 꼽는다. 그것은 ‘등 뒤에 어떤 부당함도 감추지 않은 올곧은 이야기의 진실 가운데 있는 순수함’이다.
“건강한 오성을 위해서는 그런 선별은 불필요하다. 무엇보다 우리를 더 잘 옹호해 주는 것은 이 꽃과 잎들을 그 색깔과 모습으로 자라게 한 자연 자체다. 뭔가 특별한 욕구가 있는 사람이라도 그런 자연이 몸에 해롭다면서 자연더러 다른 색이 되고 다른 모습이 되라고 요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 동화를 바르게 사용하면 아무런 나쁜 것도 찾아내지 못한다. 그것은 좋은 말 한마디와 똑같이 우리 심성의 증언이다. 아이들은 두려움 없이 별들을 가리키며 풀이한다. 반면 어른들은 민중 신앙에 따라서만 해석하며 천사들을 모욕한다.” ─ 그림 형제
그림 형제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담아 편집자가 읽은 『그림 동화』 후기는 이러하다.
△ 후렴구가 반복되는 이야기가 많아요. 동요처럼 이어지며 운율감을 전달해요.
“라푼첼, 라푼첼, 나에게 네 머리카락을 내려다오.”(12 「라푼첼」)
“만체, 만체, 팀페 테, 넙치야, 바닷속 넙치야, 내 아내가, 일제빌이 나와는 바라는 게 다르구나.”(19 「어부와 그의 아내」)
“흔들어라 나무야, 털어라 나무야, 금을, 은을 내 위에 떨어뜨려 다오.”(21 「재투성이」)
“풋내기 작은 아가씨, 쪼그랑 다리, 쪼그랑 다리 작은 개 쪼그랑, 이리저리”(63 「깃털 세 개」)
“아, 아, 바람아, 퀴르드헨의 모자를 가져가렴, 그 애도 함께 쫓아가게 해, 내가 머리를 땋아 다시 올릴 때까지.”(89 「거위 치는 하녀」
△ 화자가 직접 개입해서 들려주는 말이 많아요. 직설적으로 표현해서 재밌고 따듯하고 통쾌해요.
“보이지, 세상사 어떻게 돌아가는지.”(2 「고양이와 생쥐」)
“내 이야기는 끝났어. 저기 생쥐 한 마리가 달려가네. 저걸 잡는 사람은 커다랗고 커다란 털모자를 만들어도 되겠다.”(15 「헨젤과 그레텔」)
“얼마 전에 이 이야기를 들려준 이의 입은 여전히 따뜻하다.”(27 「브레멘 시립 음악대」)
“염소가 어디로 가 버렸는지는 지금 이 시간까지 아무도 모른다.”(36 「식탁아 차려져라, 황금 나귀, 몽둥이야 자루에서 나와」)
“너와 나, 우리도 거기 함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52 「지빠귀 수염 왕」)
“거위들이 기도를 끝냈더라면 동화가 계속되어야겠지만 거위들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기도 중이다.”(86 「여우와 거위들」)
“분명 당신도 모자란 사람들이 더 사랑스러울 거야.”(104 「똑똑한 사람들」)
“이걸 믿지 못하는 사람은 1탈러를 내야 해.”(114 「똑똑한 새끼 재단사」)
“저기 생쥐 한 마리 오네, 이야기 끝났네.”(127 「무쇠 난로」)
△ 바보 한스, 어벌벌, 곰가죽을 뒤집어쓴 사람, 재투성이, 엄지 소년 등 겉으로는 바보 같고 모자라고 약해 보이지만 실은 꾀가 넘치고 재치 있는 이들이 등장해요. 이들은 악마를 만나거나 사형에 처해지거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혜롭게 헤쳐 나가요.
△ 사물과 동물들의 소리를 풍자하는 이야기, 동식물의 유래를 풀이해 주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아요.(18 「밀짚, 숯, 콩」, 171 「울타리왕 굴뚝새」, 172 「가자미」, 173 「알락해오라기와 후투티」, 174 「올빼미」, 175 「달」, 194 「곡식 이삭」 등)
△ 돗바늘 장인, 재단사, 수공업 도제, 직업 군인, 사냥꾼 등 당시 사람들의 직업이나 신분의 차이, 시대적 상황을 동화들을 통해 알 수 있어요.
△ 반짝이는 보석을 좋아하는 난쟁이(땅난쟁이), 마법을 거는 늙은 마녀, 황금 머리카락이 달린 악마, 거인, 그라이프 새, 물귀신 등 비현실적인 캐릭터들이 난무해요.
△ 동화 속 이야기는 권선징악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아요. 가난과 슬픔, 억울함을 지혜롭게 이겨 내는 이야기들이 많아요. 인과응보를 바라거나, 환상적인 결말을 통해 가난에서 벗어나고 신분 상승하고 억울함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이들의 바람이 동화 속에 담겨 있어요.
△ 구애하는 왕자에게 수수께끼를 풀게 하고, 못 풀면 목을 베는 공주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오페라 <투란도트>의 모태가 되는 이야기(22 「수수께끼」, 114 「똑똑한 새끼 재단사」), 어리석은 왕이 두 딸의 입바른 말에 속아 왕위를 물려주고 거지가 되지만 지혜로운 셋째 딸이 구해 주는 이야기(12 「생쥐가죽공주」, 179 「우물가 거위 치는 소녀」) 는 셰익스피어 「리어 왕」의 모태가 되는 이야기예요. 이 밖에도 눈처럼 하얀, 엄지 아이, 지멜리산 등 디즈니 애니메이션 등에서 만난 동화 속 이야기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어요.
△ 결말이 허무하거나 개연성에 맞지 않는 경우도 있고, 대화가 아닌 문장으로 요약적으로 설명하는 부분도 있어요. 구전된 민담이라서 그런 듯해요.
■ 『그림 동화』 1, 2 본문 중에서
[1권]
“아!” 하고 생쥐가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겠군. 이제 실상이 백일하에 드러나네. 네가 진짜 친구라니! 대부 노릇을 하면서 네가 다 먹어 치웠지. 처음에는 ‘껍질 벗겨’, 다음에는 ‘절반 비워’, 다음에는…….” “입 다물어.” 하고 고양이가 외쳤다. “한마디만 더 하면 널 먹어 버린다.” “싹 비워.”라는 말이 벌써 가엾은 생쥐의 혀끝에 놓여 있었다. 말이 입 밖으로 나오자마자 고양이가 생쥐를 낚아채어 움켜잡고는 꿀꺽꿀꺽 삼켰다. 보이지, 세상사 어떻게 돌아가는지.(2 「함께 사는 고양이와 생쥐」)
밤이 되어 젊은 왕이 자고 있을 때 공주가 이불을 걷고 차가운 물과 미꾸라지가 가득 찬 양동이를 잠든 남편의 몸에 쏟아부었다. 작은 물고기들이 온통 그의 침대와 옷 속에서 퍼덕거렸다. 젊은 왕이 벌떡 일어나 외쳐 대기 시작했다. “아, 소름 끼쳐, 아 소름 끼쳐, 여보! 아, 이제 알겠어, 소름 끼친다는 게 뭔지 알겠다고!”(4 「무서움을 배우러 나선 소년 이야기」)
밀짚은 한쪽 물가에서 다른 쪽 물가로 몸을 뻗었고, 열정적 기질인 숯은 새로 지은 다리를 아주 대담하게 종종걸음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중간쯤 왔을 때 발밑에서 물소리를 듣고는 겁이 나 멈추어 서서 더 갈 엄두를 못 내었다. 그러자 밀짚이 타기 시작했고, 두 토막으로 나뉘어 개울 속으로 떨어졌다. 숯은 뒤따라 미끄러져 푸지직 물속으로 빠지며 꺼져 버렸다. 조심조심 여태 물가에 남아 있던 콩은 그 광경을 보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웃음을 그칠 수가 없었는데 어찌나 크게 웃었는지 그만 터져 버렸다.(18 「밀짚, 숯, 콩」)
“만체, 만체, 팀페 테,
넙치야, 바닷속 넙치야,
내 아내가, 일제빌이
나와는 바라는 게 다르구나.”
“그런데 대체 무얼 바라는데요?” 하고 넙치가 물었다. “아…….” 하고 그가 말했다. “아내는 하느님이 되겠단다.” “가세요, 그녀는 다시 오두막에 앉아 있어요.” 거기에 그들은 지금도 여전히 앉아 있다.(19 「어부와 그의 아내」)
“한스야, 어디 가니?” “그레텔한테요, 엄마.” “잘해라, 한스.” “잘할게요. 잘 지내요, 엄마.” “잘 가거라, 한스.” 한스가 그레텔에게로 온다. “안녕, 그레텔.” “안녕, 한스. 무슨 좋은 걸 가져오니?” “아무것도 안 가져왔어, 주면 좋지.” 그레텔이 한스에게 말한다. “내가 너와 함께 갈게.”(32 「명석한 한스」)
렌헨이 ‘찾은 새’에게 말했다. “네가 날 떠나지 않으면 나도 널 떠나지 않을 거야.” 그러자 ‘찾은 새’가 말했다. “지금도 앞으로도 절대 그러지 않을 거야.” 렌헨이 말했다. “넌 연못이 되렴, 나는 그 위의 오리가 될게.” 요리사가 와서 연못을 보았을 때 할멈은 연못에 엎드려 물을 다 마셔 버리려고 했다. 그러나 오리가 재빨리 헤엄쳐 와 부리로 머리를 물어 물속으로 끌어당겨 마귀 할멈이 물에 빠져 죽었다. 아이들은 함께 집으로 가 마음껏 기뻐했다. 그 아이들은 죽지 않았다면 아직 어딘가에 살고 있어.(51 「찾은 새」)
“자, 왕비님, 내 이름이 뭐죠?” 그러자 왕비가 말했다. “쿤츠인가요?” “아뇨.” “그럼 하인츠인가요?” “아뇨.” “그럼 혹시 룸펠슈틸츠헨인가요?” “이건 악마가 말해 주었군. 분명히 악마가 말해 주었어!” 난쟁이는 화가 나서 소리치며 오른발을 꽝꽝 굴렀다.어찌나 세게 굴러 댔는지 땅이 깊이 꺼져 몸까지 기우뚱 쏠려 들어갔다.(55 「룸펠슈틸츠헨」)
[2권]
늙은 왕이 시녀에게 이러이러하게 주인을 속인 여자는 어찌해야 마땅하냐고 수수께끼처럼 물었다. “이런 여자는 어떤 판결을 받아 마땅한가?” 그러자 가짜 신부가 말했다. “그 여자는 실오라기 하나 남지 않게 벌거벗겨 뾰족한 못이 잔뜩 박힌 술통에 처넣은 뒤 두 필의 말을 매어서 골목골목 죽을 때까지 질질 끌고 다녀야죠. 그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을 가치가 없습니다.” “그게 너다.” 하고 늙은 왕이 말했다. “그리고 너 자신의 판결을 네가 찾아냈으니 그 판결대로 행해야 마땅하다.”(89 「거위 치는 하녀」)
그리하여 냄비는 계속 끓었고, 죽이 가장자리를 넘어 넘치는데 계속 끓어서 부엌이며 집 전체가 가득 찼고, 마치 온 세상을 배부르게 만들려는 듯이 옆집, 그다음에는 길거리가 가득 찼다. 그리하여 더없이 큰 어려움이 되었는데 아무도 막을 줄을 몰랐다. 드디어 단 한 집만 남았을 때 소녀가 집에 왔고, 그저 “냄비야, 멈춰.” 하고 말하니 냄비가 끓기를 그쳤다. 그래서 다시 도시로 들어가려는 사람은 먹어 치우면서 뚫고 가야 했다.(103 「달콤한 죽」)
빵빵 탕탕 야단법석, 무슨 손기술이 있나요? 재단사인가요?” “훨씬 더 나은 거.” “구두장이인가요? “훨씬 더 나은 거.” “농부인가요?” “훨씬 더 나은 거.” “물방앗간 주인인가요?” “훨씬 더 나은 거.” “어쩌면 빗자루 엮는 사람인가요?” “그래요, 그게 나예요. 그거 멋들어진 손기술 아닌가요?”(131 「아름다운 카트리넬예와 빵빵 탕탕 야단법석」)
악마는 자신의 손해를 그냥 둘 수밖에 없었고, 너무 화가 나 남아 있는 모든 염소의 눈을 파내고는 그 안에 자기 눈을 집어넣었다. 그래서 염소의 눈은 모두 악마의 눈인 데다 꼬리는 물어 뜯긴 모습이며, 또 악마는 염소의 형상을 취하기 좋아한다.(148 「하느님의 짐승, 악마의 짐승」)
촌사람이 부자를 맞을 때는 노래를 불러 주었는데 왜 똑같이 해 주지 않느냐고 베드로 성인에게 물었고, 지상에서처럼 하늘에서도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베드로 성인이 말했다. “아니다. 너는 우리 모두에게 다른 모든 이와 같이 소중하다. 부유한 신사처럼 천상의 기쁨을 누려도 된다. 하지만 봐라, 너처럼 가난한 촌사람은 매일 하늘로 온다. 하지만 부유한 신사는 100년 가 봐야 한 명뿐이다.”(167 「천국에 간 촌사람」)
작은 녀석은 울타리 사이로 몰래 다니다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면 “짜짜짜짱은 나!” 하고 소리치는 바람에 다른 새들이 그 녀석을 비웃으며 ‘울타리왕’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제일 행복한 새는 울타리왕 굴뚝새에게 복종할 필요가 없었던 만큼 종달새였다. 태양이 뜨면 종달새는 하늘로 날아오르며 소리친다. “아, 어디가 좋아, 여기가 좋아, 좋아, 좋아, 아, 어디가 좋아!”(171 「울타리왕 굴뚝새」)
죽음이 대답했다. “조용해라. 이미 너에게 전령을 하나씩 보내지 않았더냐? 열이 나며 찌르듯 아프고, 몸이 떨리고, 병상에 눕지 않았더냐? 어지러움에 머리가 마비되는 듯하지 않았더냐? 통풍이 네 사지를 꽉 조이지 않았더란 말이냐? 귀가 웅웅거리지 않았더냐? 치통에 볼이 갉히는 듯하지 않았더냐? 눈이 어두침침해지지 않았더냐? 그걸 다 두고서라도 내 형제인 잠이 매일 찾아가 죽음인 나를 일깨우지 않았더냐? 밤이면 이미 죽은 것처럼 눕지 않았더냐?” 남자는 무슨 말로 대답해야 할지 몰랐고, 제 운명에 항복해 죽음과 함께 떠났다.(177 「죽음의 전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