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식탁

박금산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1년 3월 11일 | ISBN 978-89-374-8353-0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35x205 · 332쪽 | 가격 11,000원

책소개

이 시대 장애인의 성과 사랑을 정면에서 조명한 문제작
신체적 장애와 정신적 불모를 품은 채 사랑을 꿈꾸는 네 명의 남녀
그러나 끝내 사랑을 알 수 없었던 젊은 얼굴들의 슬픈 초상화
 
서울과학기술대학 문창과 교수로 재직 중인 작가 박금산이 9년의 집필 기간을 거쳐 완성한 첫 번째 장편소설 『아일랜드 식탁』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속의 계산과 방황과 욕망을 진지하게 얘기하면서도 그 무게에 깔리지 않기 위해 유머를 적절히 사용할 줄 아는 작가”(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라는 평을 얻으며 2001년 등단한 이래 욕망과 인간성을 날카롭게 통찰해 온 그는 이 작품에서 숨 막힐 듯이 강렬한 이야기와 일상의 틀을 전복하는 불온함을 통해 어디에나 있을 법한 공간 안에서 비일상을 펼쳐 보인다.
앞을 볼 수 없는 여자 레지나와 말할 수 없는 남자 세키, 자기 앞에 놓인 현실을 바라보지 않는 여자 아녜스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말하지 않는 남자 민우가 엇갈린 운명 가운데 서로를 향한 각자의 욕망을 이야기하는 이 파격적인 작품은 결손가정, 장애인, 미성년자 간음 등 그간 금기시되어 온 소재를 있는 그대로 다루며 우리 안에 내재한 신체적·정신적 장애와 욕망의 함수 관계를 날카롭게 파헤치고 있다. 그동안 우리 문학에서 ‘본격적인 욕망의 대상’으로 다루는 것을 암묵적으로 막아 왔던 이와 같은 ‘비윤리적 욕망’을 일말의 가장도 은폐도 없이 날것으로 다룬 이 소설에 대해 문학평론가 강유정은 “오히려 뜨거운 감정적 분개의 노선을 버리고 윤리적 지탄이 될 만한 사건들을 향해 걸어”가는 작품이라는 평을 남겼다. 『아일랜드 식탁』은 모두와 같은 욕망의 주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보호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장애인과 미성년자의 이중적인 입장에 대해서, 아름다운 시각 장애인 레지나와 어른스러운 여고생 아녜스를 둘러싼 서로 다른 이야기를 통해 우리 안에 내재된 가장 분명하고 내밀한 욕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편집자 리뷰

■ 사랑하는 대신 서로를 욕망할 뿐인 고아들의 이야기
애정에는 과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한없이 아이 같은 자신의 제자를 욕망하는 고교 교사, 소통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앞을 볼 수 없는 여성을 사랑하게 된 언어 장애인 청년. 한편 고교 교사는 언어 장애인 청년과 15세 이후 동거해 오며 애증을 품고 있고, 앞을 볼 수 없는 여성은 평범한 여고생인 자신의 여동생을 질시한다. 한편 고교 교사는 앞을 볼 수 없는 여성과 오랜 지인이고 그 사실을 동거인인 청년에게 감추며, 고교 교사에게 임신 사실을 알린 여고생은 언어 장애인 청년과 우정과도 닮은 기묘한 관계를 시작한다.
두 번 겹친 삼각관계, 윤리의 경계마저 희미해진 그 안에서 방황하는 고독한 젊은 군상들은 완전한 사랑과 소통을 꿈꾸지만 결국 상대의 행복 대신 자신의 욕망을 우선한 채, 서로를 파괴할 뿐이다.
 
‘화낸 거 미안해. 하지만 언니 중심으로 생각해 줘. 언닌 마음이 아픈 사람이야.’ 민우는 전화기를 들고 망설이다가 머리를 흔들었다. 나도 네 언니를 안다. 우린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야. 나도 두 장애인이 연결되는 거 원치 않아. 불가능한 일이니까. 하지만 그건 그거고, 우린 아무도 모르게 병원엘 가야 하는 거 아닐까? 네가 그러는 동안 배 속에서 그게 자꾸 자라고 있지 않니.
– 57쪽에서
 
그러나 이 비틀린 운명의 사중주 가운데 우리는 작품에 등장하는 등장인물 중 아무도 진정한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진정한 행복을 상대에게 전하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모두가 외로워하면서도 누구도 먼저 마음을 열지 않는 이 관계는, 비일상적인 풍경으로 다가왔다가 어느새 우리 모두가 품고 있는 가장 일상적인 고독을 비춰 준다. 결국 이 작품은 먼 곳에 있는 것 같은 이야기를 통해 우리 자신의 내면을 생생하게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 두려울 정도로 선명하게 드러난 ‘우리 안의 장애’
박금산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것은 모두가 짊어진 욕망과 무엇인가 결여된 자들의 감성이다. 그런 그가 오랜 구상을 통해 완성한 『아일랜드 식탁』은 욕망과 결여라는 두 가지 테마를 영리하게 결합하여 ‘장애’라는 단어를 설명하고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는 많은 것이 결여되어 있다. 시각, 언어, 부모, 고향, 직업, 미래, 희망……. 또한 모든 결여는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박탈된 것으로, 그 상실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어릴 때 시력을 잃게 된 레지나는 또한 장애를 갖게 된 딸을 아낌없이 지원하고 도와주던 부모님을 교통사고로 잃게 된다. 레지나의 동생 아녜스는 언니에게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을 박탈당한 뒤 역시 부모님을 잃는다. 세키는 민우에 의해 언어장애를 갖게 된 이후 고향을 버리게 되고, 민우는 아버지를 잃은 뒤 세키와 함께 작은 평온을 손에 넣지만 곧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게 된다. 이 젊은이들의 고향 상실과 부모 상실, 그리고 정신적 불모는 책을 읽는 우리로 하여금 시각 장애와 언어 장애라는, ‘보이는 장애’ 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가 있음을 서서히 깨닫게 한다.
 
고속도로에서 돌을 던져 가지고 25중 추돌사고를 냈다. 인생이 허무해서 그랬다고. 죽은 사람은 없다고. 그러고 나면 내 소개는 끝이었다. 허무와 죽음 이상의 말은 필요 없는 거야. 허무해서 던졌는데 죽은 사람이 없다. 난 내가 뭐에 화가 났는지 지금도 알 수가 없다.
– 283쪽에서
 
박금산의 작품에서 인간은 누구나 크든 작든 자신만의 장애를 안고 타인의 장애를 견디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쓸쓸하면서도 한없이 사랑을 추구해 나갈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존재. 그 사랑스러우면서도 가슴 아픈 인간의 진실을 이 책은 전하고 있는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1부 
2부 
에필로그 
작가의 말
작품 해설 나쁜 소설이 오다_강유정

작가 소개

박금산

1972년 여수에서 태어났다.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문예중앙》 신인상에 「공범」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소설집 『생일선물』, 『그녀는 나의 발가락을 보았을까』, 연작소설 『바디페인팅』이 있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 문창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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