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Fried Green Tomatoes at the Whistle Stop Cafe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1년 1월 1일
ISBN: 978-89-374-9039-2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0x210 · 536쪽
가격: 14,500원
시리즈: 모던클래식 39
분야 모던 클래식 39
1987년 출간된 이래로 오랫동안 사랑받았으며, 1992년에 개봉한 동명의 영화 역시 큰 인기를 누린, 패니 플래그의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가 민음사 모던 클래식(39번)으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미국의 극작가이자 영화배우, 쇼 프로그램 진행자로 유명한 패니 플래그의 두 번째 장편소설로, 출간 당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36주간 오르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고, 평단에서도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세상의 폭력과 무관심이 빚어낸 절망적인 삶에서 벗어나도록 서로를 이끌어 주는 여성들의 진한 우정과 연대의식, 나아가 깊은 사랑까지 보여 주는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는 《페미니스타》가 뽑은 ‘20세기 100대 영문 소설’에 선정되었으며, 여성주의 소설이자 레즈비언 소설의 현대 고전으로 꼽힌다.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11
에벌린 카우치가 드리는 십시의 조리법 515작가의 말 525옮긴이의 말 527
■ 여자들의, 여자들에 의한, 여자들을 위한 이야기
액자식 구성을 취하는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는 1980년대 말에 만나 우정을 나누는 두 여인과 1920~1930년대에 만나 사랑을 나누는 두 여인이 등장한다. 1985년 버밍햄, 자신을 무시하는 남편과 함께 시어머니를 방문한 40대 주부 에벌린은 요양원에서 80대의 스레드굿 부인을 우연히 만난다. 생기 넘치는 이 노부인은 에벌린을 만나자마자 자신이 살았던 동네 휘슬스톱에 대해 늘어놓는다. 노부인은 언제나 시끌벅적했던 스레드굿 가의 이야기에 열중하는데, 그중에서도 스레드굿 가의 막내딸, 언제나 엉뚱하고 거침없었던 말괄량이 이지 스레드굿의 이야기는 에벌린을 매혹시킨다. 불의를 참지 못하며 늘 당당하게 살았던 이지의 이야기는 그동안 남들 눈치만 보며 자신이 누군지조차 잊고 살아온 에벌린에게 자아를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에벌린은 행실이 좋지 못한 여자라는 말을 들을까 봐 순결을 지켰다. 노처녀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결혼을 했다. 불감증이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오르가슴을 연기했으며, 아이를 못 낳는 여자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아이들을 가졌다. 괴상하다거나 남성 혐오자라는 소리를 듣지 싶지 않아서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았고, 못된 년이라는 소리를 들을까 봐 바가지를 긁지도 언성을 높이지도 않았다. (중략)왜? 우리를 변호할 단체는 어디 있지? 이건 공정하지 않잖아. 생각이 거기에 이르자 점점 더 화가 났다. 이지가 곁에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지라면 누구도 자신에게 욕을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을 터였다. 그런 놈은 반쯤 죽여 놨을 게 분명했다. (314~315쪽)
슈퍼마켓 앞에서 한 소년에게 폭언을 들었던 어느 날 에벌린은 갑자기 자각한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지만, 스레드굿 부인은 에벌린에게 조언을 해 주며 그녀가 스스로 삶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하여 에벌린은, 뚱뚱하다는 생각에 다이어트를 반복하며 결코 발전하지도 행복해지지도 못하는 악순환을 멈추고, 자신의 장점을 찾아 직업을 찾고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여성으로 거듭난다. 용감한 한 여성의 이야기가 50~60년 세월을 지나 다른 한 여성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궁극적으로 삶을 변화시킨 것이다. 세대를 뛰어넘은 스레드굿 부인의 우정 역시 에벌린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는 한 여자의 삶을 변화시킨 여자에 대한, 여자들이 들려주는, 여자들의 이야기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지금 2000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도 여전히 감동적이다.
■ 두 여자의 끈끈한 우정과 사랑, 또는 세상을 향한 연대
언제나 생기발랄했던 이지는 어린 시절 무척 따랐던 오빠 버디가 기차 사고로 죽고 나서 사람을 멀리하고 사랑을 거부하는 아이로 자란다. 하지만 이지가 열대여섯 살쯤 되었을 때, 스물한 살가량의 아름답고 친절한 소녀 루스가 스레드굿 가를 찾아오면서 이지는 다시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루스에게 한눈에 반한 것이다.
“있잖아요, 나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어요. 만약 누가 루스를 해치려 한다면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당장 죽여 버릴 거예요.”“오, 이지, 말만 들어도 끔찍해.”“아뇨, 그렇지 않아요. 증오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는 사랑 때문에 죽이는 편이 낫지 않아요?”(119쪽)
이지는 루스에게 사랑을 거침없이 고백한다. 언제나 자신에게 당당한 이지는 사랑 앞에서도 솔직하다. 루스 역시 이지와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분명히 깨닫지만 약혼자가 있는 루스는 사회의 관습을 저버리지 못하고 이지를 힘겹게 떠난다. 이지는 그런 루스를 원망하고 저주하지만, 루스의 남편이 폭력적인 남자라는 사실을 알고 친구 빅 조지를 대동하여 루스를 구해 온다. 이지가 오빠에 대한 상실감을 이기지 못하고 절망에 빠져 있을 때 루스가 그녀를 구원했듯, 이지 역시 불행한 삶으로부터 루스를 구해 내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남성의 폭력 안에 갇힐 뻔했던 루스는 이지의 끝없는 관심과 사랑으로 삶을 되찾는다. 이지는 루스와 휘슬스톱 카페를 차려 안전한 터전을 마련한 뒤 아이를 함께 키우며 새로운 가족을 꾸려 나간다. 이 작품은 두 여성의 아름다운 우정과 사랑을 중심에 둔 레즈비언 소설이되, 묘하게도 레즈비언이라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존재하지 않는 소설이다. 이지와 루스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그들의 사랑은 너무나 자연스러우며 목숨도 내놓을 수 있는 절대적인 사랑으로 그려진다. 아마도 이 두 여성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연대감, 그러한 사랑으로 연결되었기에 서로를 구원할 수 있었을 것이다. 50~60년 후 에벌린과 스레드굿 부인이 그러했듯, 이 여성들이 세상의 무지와 폭력으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었던 것은 서로에 대한 깊은 사랑과 진한 연대의식 때문이었다.
■ 소외받은 모든 이들을 위한 곳, 휘슬스톱 카페
이지와 루스가 기찻길 옆에 차린 휘슬스톱 카페는 스레드굿 집안의 또 다른 가족인 흑인 요리사 십시와 그녀의 아들 빅 조지가 함께 지내는 곳이다. 또한 이곳은 온갖 떠돌이 부랑자들이 모여드는 곳이며, 아직 인종차별이 존재하던 시대에 흑인들도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부랑자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나눠주는 통에 가게가 어려워지거나, 흑인들에게 음식을 판다는 이유로 KKK단에게 위협을 당하지만 이지는 흔들리지 않는다. 자신이 하는 일이 옳다는 신념이 분명하고, 이에 당당하기 때문이다. 아직 인종적 편견이 남아 있고 소외된 계층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던 1920~1930년대를 이지와 루스는 따뜻한 가슴으로 살아 나간다. 휘슬스톱 카페는 소외받은 이들의 보금자리가 되고, 카페에서 음식과 함께 온정을 나눈 이들은 후에 이지가 곤경에 처했을 때 가족처럼 그녀를 도와준다. 휘슬스톱 카페에서 파는 미국 남부의 소박한 음식들, 풋토마토 튀김, 오크라 튀김, 바비큐, 그레이비 소스 등은 가난한 이들을 위로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등장한다. 이지와 루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스레드굿 부인 역시 휘슬스톱 카페의 음식들을 무척이나 그리워하는데, 에벌린은 스레드굿 부인을 기쁘게 해 주기 위해 풋토마토 튀김 등을 요리해 간다. 따뜻한 음식을 통해 말로 다 전할 수 없는 마음을 나누고 우정을 나누며 서로 연결되었음을 느끼는 것이다. 노부인은 후에 십시의 특별 조리법을 에벌린에게 주며 마지막 인사를 전한다. 휘슬스톱 카페의 온기를 함께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소설은 맨 마지막 장에 ‘십시의 조리법’을 실어서 독자들과도 그 따뜻함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