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연애하는 데 재능이 없다. 하물며 사랑은 더욱 모른다.” -본문에서
인간은 누구를 위해 사랑을 하는가?
사랑을 알지 못하는 한 남자와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한 남자가 엮어 낸 치유의 연대기
사랑도, 다정함도, 인정도 언제나 한 발짝 늦게 도착한다. 상대 탓이 아니다. 나의 둔감함 때문이다. 내가 그에게 했던 일조차 사랑인지 아닌지 알지 못하는 나는 그의 마음을 판단할 자격이 없다. -본문에서
나는 한 사람을 잃었음에도 여전히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한테 똑같은 짓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어떤 성장도, 깊은 고민도 없이, 새로운 깨달음마저 발견하지 못한 채 나는 같은 장소에서 같은 각도로, 단지 힘에 의지해 파고들 뿐이었다. 나는 단순한 동작밖에 할 줄 모르는 싸구려 드릴 같은 인간이다. 이런 행동이 사랑일 리 없다. 자신의 행동을 ‘사랑’이라고 표현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인간과 나는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다. -본문에서
“『에고이스트』가 우리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 그리고 성 소수자들과 약자들을 다시금 떠올리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곳은 우리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니까.” -「옮긴이의 말」에서
35회 도쿄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이고 2023년 2월 일본에서 개봉하며 큰 화제를 모은 마쓰나가 다이시 연출, 스즈키 료헤이와 미야자와 히오 주연의 장편 영화 「에고이스트」(2023)의 원작 소설 『에고이스트』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2012년 아사다 마코토라는 필명으로 발표된 『에고이스트』는 한동안 절판된 채 완전히 잊힌 작품이었다. 대형 출판사를 통해 출판된 소설이기는 하지만 작가에 대한 정보(당시 아사다 마코토는 문학상을 수상했다거나 등단한 이력이 전혀 밝혀지지 않은 인물이었다.)가 전무한 만큼 달리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돌연 소설 『에고이스트』의 영화화 소식이 일제히 쇄도하며 뜻밖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심지어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영상화한 데다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마쓰나가 다이시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일본 최고의 인기 배우 스즈키 료헤이와 미야자와 히오가 (극 중의 연인으로서) 더블 캐스팅되었다고 하니 떠들썩할 만했다. 한때 잊혔던 『에고이스트』가 이번의 영화화를 계기로 다시금 독자들 곁을 찾아왔고, 그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영화 개봉과 맞물리며 『에고이스트』는 거의 십여 년 만에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랐고, 무려 10만 부에 육박하는 놀라운 중쇄를 기록한 것이다.
그런데 새로 출간된 소설 『에고이스트』에는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바로 저자의 이름이 아사다 마코토에서 다카야마 마코토로 바뀐 것이다. 다카야마 마코토는 일본의 칼럼니스트이자 에세이스트로서 활발히 활동해 온 인물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영화화된 자신을 작품을 보지 못한 채 지난 2020년 지병으로 별세했다. 아마도 고인의 뜻에 따라 필명이 아닌 본명으로, 픽션에서 자전적 소설로 새로 다듬어진 『에고이스트』는 현재 동성결혼 법제화와 동성파트너십 제도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는 일본의 LGBTQ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서 거듭나고 있다. 스스로의 이름과 삶을 숨긴 채 소설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던 저자의 상황만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많은 작품이지만, 『에고이스트』에 담긴 성 소수자를 대상으로 하는 차별, 사회적으로 곤경에 처한 사랑, 평범한 일상 속에서 매 순간 정체성을 감춰야 하는 어려움, 정상성의 굴레에서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가족 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질문을 남긴다. 결국 『에고이스트』는 두 남자가 써 내려간 절절한 사랑의 기록인 동시에, 세계 속에 엄연히 자리하고 있는 성 소수자의 의연한 외침이자 삶 그 자체이기도 하다. 『에고이스트』가 들려주는 유리같이 위태롭고 다정한 이야기, 즉 사랑하는 사람과 소중한 가족을 이루어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당연하고도 기본적인 바람을 내세에서나 겨우 기약할 수밖에 없는 성 소수자의 현실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값진 변화를 속삭인다.(마쓰나가 다이시 감독뿐 아니라 배우들 역시 이러한 변화에 동참하고자 『에고이스트』라는 작품을 선택했다고 한다.)
“평소 소설을 잘 안 읽는 편이지만 『에고이스트』는 정말 단숨에 읽었습니다. 결국 울 수밖에 없었고,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아마존재팬 독자평(K님)
“갑작스러운 사건 탓에 가슴이 아파서 울고 또 울었습니다. 『에고이스트』는 두 사람의 행복을 바라게 하는, 마음에 남는 소중한 작품입니다.” -아마존재팬 독자평(P님)
“『에고이스트』는 사랑하는 데에 성별이 중요하지 않음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 작품입니다.” -아마존재팬 독자평(H님)
단지 ‘남자답지’ 못하다는 이유로 학교 친구들에게 놀림받고 따돌림당해야 했던 주인공 고스케는 자신의 성 정체성과 삶을 비관하여 죽기를 소망한다. 그런데 어머니가 힘겨운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면서 고스케는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죽지 않고 더 열심히 살아가기로, 자신을 멸시하던 고향 아이들보다 몇 배는 더 성공해서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기로 다짐한다. 그렇게 지난날의 고통과 아픔을 뒤로한 채 도쿄로 올라온 고스케는 악착같이 명문 대학교에 진학하고, 마침내 유명 출판사에 취업하여 성공한 편집자로서 자리를 잡아 간다. 그는 무수한 익명들로 넘쳐 나는 대도시에서 자유를 만끽하며 자신과 동일한 정체성을 공유하는 친구들과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랑을 신뢰하지 않는 고스케 앞에 자신과 같은 굴레를 짊어진 류타가 나타난다. 처음 두 사람은 단지 퍼스널트레이너(류타)와 운동을 배우는 고객(고스케)으로서 사무적인 관계를 이어 가지만, 어느 순간 갑작스레, 서로에게 강렬히 이끌리기 시작한다. 특히 고스케는 자신의 유년 시절과 마찬가지로 아픈 어머니를 돌보는 류타의 모습을 바라보며 사랑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묘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그의 사랑은 점차 스스로의 잃어버린 과거를 보상받고 끝내 지켜 주지 못한 어머니에게 속죄하는 의식처럼 변질되어 가지만, 빈곤 속에서 모든 고통을 감내하며 가까스로 살아남아야 했던 류타에게는 비로소 사랑을 꿈꿀 수 있는 거대한 희망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이들 두 사람, 사랑을 모른다고 자책하는 고스케와 사랑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해내겠다는 류타 앞에 뜻밖의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이제 운명의 주사위는 고스케와 류타를 어디로 이끌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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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