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 오리엔탈리즘과 중화주의를 넘어서 ‘제3의 동양학’은 가능한가?
글 정재서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0년 11월 19일
ISBN: 978-89-374-2695-7
패키지: 반양장 · 신국판 152x225mm · 172쪽
가격: 9,000원
분야 논픽션
오리엔탈리즘과 중화주의를 넘어서
‘제3의 동양학’은 가능한가?
‘제3의 동양학’을 제창하여 자생적인 한국 동양학의 입장을 강조하고, 동아시아 신화와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문화론을 전개해 온, 한국의 대표적 신화학자이자 중문학자인 정재서 교수의 신간 『제3의 동양학을 위하여』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서양에 대한 동양의 복권으로, 다시 동양 내부에서 중화에 대한 주변의 복권으로, 연속적인 탈중심의 작업을 통해 한국 동양학의 가능성을 힘 있게 예증해 온 정재서 교수는 우리 동양학에 만연되어 있는 오리엔탈리즘과 중화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양자를 극복한 제3의 입장을 구축함으로써 자생적 동양학을 수립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 속에서 이른바 ‘제3의 동양학’을 제창하였다. 14년 전, 균형 잡힌 제3의 시각, 감성적인 논문 글쓰기의 전범, 동북공정에 대한 뛰어난 선견 등 여러 방면에서 한국 동양학의 새 길을 열어 놓은 역작 『동양적인 것의 슬픔』을 통해 자생적 동양학을 위한 문제 제기를 한 이래, 그간의 학문적 실천의 과정을 고스란히 담은 이 책은 현대의 제국인 중국과 서구의 틈바구니에서 정체성을 모색해야 하는 한국 동양학이 나아가야 할 길을 일러 주고 있다.
서문
제1부. 제3의 동양학은 가능한가?
제3의 동양학은 가능한가?-그 실현을 위한 예증
동양학, 글쓰기의 기원과 행로
제2부. 제3의 동양학을 위한 대화
실증의 피안과 동양학의 미래-민두기 교수와의 대담
중심의 동양학에서 주변의 동양학으로-공붕정 교수와의 대담
동양 미학이 서야 할 자리-장법 교수와의 대담
제3부. 동아시아로 가는 길
동아시아 문화론의 구경(究竟)
세계화 시대의 문화적 저항과 수용
동아시아로 가는 길-한·중·일 문화 유전자 지도 제작의 의미와 방안
에필로그-동양학의 도상(途上)에서
동양학의 틈새와 흔적을 찾아서
한국에서 동양학을 한다는 것의 의미-중국소설학회 인터뷰
◆ 오리엔탈리즘과 중화주의를 넘어서 ‘제3의 동양학’은 가능한가?
중국과 서구의 틈바구니에서 모색하는 한국 동양학의 정체성
당대의 문장가 한유와 근대의 문호 노신은 얼핏 보면 서로 닮지 않은 인물들이지만 중국 문화사상 가장 큰 변혁을 성공적으로 이루어 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모두 한미한 문사의 신분에서 웅대한 구상을 입론하였고 그것을 글쓰기를 통해 실천함으로써 수백 년에 걸친 완고한 학풍과 문풍을 일거에 쇄신하였다. 참신한 구상과 글쓰기를 통한 예증, 이 두 가지가 크든 작든 학문적 변혁을 꿈꾸는 이들에게 불가결한 덕목임을 역사는 말한다.
이른바 ‘제3의 동양학’이라는 표제는 우리 동양학에 만연되어 있는 오리엔탈리즘과 중화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양자를 극복한 제3의 입장을 구축함으로써 자생적인 동양학을 수립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에서 설정된 것이다.
예컨대 필자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표준으로 성립된 현행 서구 신화학과 중원 중심의 중국 신화학에 대해 심문하여 ‘위반의 신화학’ 내지 ‘차이의 신화학’을 부각시킴으로써 ‘제3의 신화학’을 건립하고자 하였다. 필자에게 제3의 신화학은 제3의 동양학적 입장의 학문적 실천인 셈이다. – 서문 중에서
14년 전, 누군가에 의해 대변되어야만 하는, 그래서 ‘동양’ 그 자체라기보다 ‘동양적인 것’이라고밖에 부를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을 진단하고 그러한 현실에서 기인한 ‘슬픔’이 내면화되어 온존한 채 지속적으로 생산해 온 부당한 문화적, 학문적 상황을 날카롭게 분석한 정재서 교수의 비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초국가, 초문화, 다원주의, 정체성 등에 대한 토론이 긴박한 이 시점에서 그의 문제의식은 오히려 전보다 더 실감을 획득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서구 제국과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틈바구니 속에서 주체적인 정체성을 모색해야 하는 지정학적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 우리의 상황은 오리엔탈리즘과 중화주의를 넘어선 제3의 길을 더욱 절실히 요청하고 있다. 오리엔탈리즘과 중화주의는 각각 서구의 동양에 대한 억압, 중국의 (한국을 포함한) 주변 국가에 대한 억압을 의미하는데, 우리가 넘어서야 하는 것은 이들뿐만 아니라 우리 내부에 존재하는 서양과 우리 내부에 존재하는 중국까지 포함한다. 「프렌즈」나 「섹스앤더시티」 같은 미국드라마에 열광하고 우리의 전통 문화를 외면하는 현실이나, 여전히 실리보다는 이념과 명분에 집착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우리 안에 존재하는 오리엔탈리즘과 중화주의를 발견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가 순진하게 받아들여도 좋을 만한 투명한 의미에서의 동양학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것은 각국의 정치, 역사적 전통과 문화적 정서에 물든 다양한 빛깔의 복수의 동양학일 뿐이다. 『산해경(山海經)』에 등장하는 인어 아저씨의 이미지를 접했을 때 우리는 그것이 우스꽝스럽다고 느낀다. 우리의 머릿속에는 서양의 인어 아가씨 이미지가 표준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재서 교수는 우리가 동양의 상상 세계를 재맥락화하는 과정을 통해 인어 아가씨를 표준으로 받아들이게 한 서구 상상력의 정치적 작용과 우리의 상상력 교육에 문제를 제기하고, 더 나아가 그리스 로마 신화에 근거를 둔 신화 해석 틀의 보편성을 회의해 볼 필요가 있음을 이야기한다.
자생적 동양학의 이념을 보다 구체화하고 현실화시킨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제1부 ‘제3의 동양학은 가능한가?’에서는 제3의 동양학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였는데, 원전과 당대 이론과의 창조적 조우를 통한 제3의 동양학의 창출과 동양 글쓰기의 역사 및 변혁의 당위성에 대해 검토하였다. 제2부 ‘제3의 동양학을 위한 대화’에는 동양학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해 한국, 대만, 중국의 대표적 동양학자들과 나눈 대담을 수록하였다. 제3부 ‘동아시아로 가는 길’에서는 앞서 얻어진 제3의 동양학적 입장을 바탕으로 평등한 관계의 동아시아 문화 공동체를 수립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였는데 기존의 동아시아 담론에 내재한 종족주의적 욕망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무차별적 세계화에 대응하고 문화적 정체성을 확보하는 입장을 제시하였으며, 동아시아 문화 공동체를 구현하기 위한 실제적 방안에 대해 검토하였다. 마지막으로 에필로그 ‘동양학의 도상(途上)에서’는 저자가 그동안 동양학에 뜻을 두고 공부해 온 일들에 대한 이야기로, 제3의 동양학으로 향하는 노정을 함께하는 동학들에게 유용한 표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