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彼女について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0년 9월 3일
ISBN: 978-89-374-8314-1
패키지: 양장 · 46판 128x188mm · 204쪽
가격: 10,000원
분야 외국문학 단행본
발행일 2013년 3월 29일 | 최종 업데이트 2013년 3월 29일 | ISBN 978-89-374-8686-9 | 가격 7,000원
“이 세상은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힘이에요. 누군가의 품에 꼭 안겨 본 경험, 귀염받고 자란 기억. 비 오고 바람 불고 맑게 갠, 그런 날들에 있었던 갖가지 좋은 추억. 부모가 맛있는 음식을 차려 주었던 일, 생각난 것을 얘기하고 받았던 칭찬, 의심의 여지없이 누군가의 자식이었던 것, 따뜻한 이불 속에서 푸근하게 잤던 잠, 자신이 있어도 좋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면서 이 세상에 존재했던 일. 그런 것들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으면 새로운 사건과 부딪칠 때마다 그것들이 되살아나고, 또 그 위에 좋은 것들이 더해지고 쌓이고 하니까 곤경에 처해도 살아갈 수 있어요. 토대니까, 어디까지나 그 위에서 무언가를 키워가기 위해 있는 거니까.” — 본문 중에서
화제 속 네이버 연재소설 단행본 출간
한국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작 『그녀에 대하여』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그녀에 대하여』는 부모를 여읜 사촌 유미코와 쇼이치가 잃어버린 과거를 찾아 함께 떠난 여정에서, 과거를 대면함으로써 위안과 치유를 얻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한국 독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소설은 슬프고 애틋한 이야기입니다. 절대 밝은 내용이 아니지만 이렇게 우울한 시대에는 이런 분위기의 소설에 잠기는 것이 오히려 치유가 되리라 믿고 썼습니다.”라고 말했다.이 작품은 2010년 6월 28일부터 2010년 8월 10일까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38회에 걸쳐 연재된 작품으로, 총 조회수 480만 회, 회당 평균 조회수 12만 회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더불어 일요일에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음식 에세이도 함께 소개되어 요시모토 바나나를 사랑하는 한국 독자들의 갈증을 덜어 주었다.요시모토 바나나는 2009년 12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사인회을 찾아 준 한국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으며, 한국 음식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연재를 통해서도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는데, 독자들의 서면 질문에 “한국에도 늘 가고 싶습니다. 한국에 가면 아시아에 태어났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껴요. 아직 서울밖에 못 가 봤지만, 언젠가는 여유롭게 지방도 여행해 보고 싶어요.”라고 대답하는가 하면, 한국 음식의 매력은 “채소가 듬뿍 들어 있다는 것, 국물 맛이 좋다는 것, 그리고 물론 맵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신초사 출간 예정 소설인 『도토리 자매』에서는 연애를 하는 언니가 서울을 여행하면서 동생에게 메일을 보낸다는 설정으로 서울을 그리기도 했다.
황망히 세상을 등진 영혼에게 바치는 따뜻한 레퀴엠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시고 혼자 지내고 있는 유미코에게 어느 날 사촌 쇼이치가 찾아온다. 엄마의 쌍둥이인 이모의 아들 쇼이치는, 이모가 유미코를 찾아 돌봐주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전한다. 유미코의 엄마는 마녀 학교 출신으로, 강령회를 진행하는 도중 이상한 것에 씌어 남편을 찔러 죽이고 자신도 자살하고 말았다. 그 후 유미코는 유산도 제대로 물려받지 못한 채 모두와 인연을 끊고 외로이 지내고 있었다. 엄마가 아빠를 죽이고 자살하던 때부터의 기억이 모호하다는 유미코와, 자신의 엄마 역시 클리닉에서 치료를 받으며 오컬트적인 힘으로부터 전혀 떨어지지 않은 삶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쇼이치는 함께 잃어버린 과거를 찾는 여행을 떠난다.우선 쇼이치의 집을 방문해 돌아가신 이모에게 인사를 건네고, 엄마와 이모가 함께 치료를 받았던 사설 클리닉에 찾아가서 두 사람을 기억하는 직원에게 이야기를 듣는다. 그 과정에서 클리닉에 있을 당시에는 쇼이치의 엄마가 더 날카롭고 카리스마 넘치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끔찍한 일이 일어났던 유미코의 옛집을 찾아가 고통 속에 자취를 더듬고 꽃다발을 내려놓고 오기도 한다. 유미코는 상태가 좋았던 시절 엄마가 아껴 가꾸던 정원에서 잠시 위로를 얻는다.그 끔찍했던 강령회에 참석했다가 목에 큰 상처를 입은 구마 씨도 찾아간다. 지금은 상담 일을 하고 있는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현장에서 용케 살아남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큰 위안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여행을 하는 내내 유미코는 쇼이치에게 큰 위로를 얻고, 쇼이치 역시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유미코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여행을 통해 차곡차곡 과거를 복원하던 중, 유미코는 아빠의 산소에서 자신이 발 딛고 선 현실에 대한 소름끼치는 진실을 깨닫는다.
생소한 소재 속에서 보편적 삶을 긷는 날카로운 관찰력
이번 작품 『그녀에 대하여』에서도 바나나는 오랜 주제인 상실과 치유를 놓지 않았다. 치유에 대해 요시모토 바나나는 어떤 생각을 품고 있을까. 다음 답변에는 오랜 시간 치유에 몰두해 온 바나나의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치유라는 것은 그저 기분 좋은 일만은 아닙니다. 자기 내면의 어두운 부분과 마주해야 하는 힘겨운 작업이기도 하죠. 한번 파괴되었던 것이 재생되는 과정을 추상적으로 그려 냄으로써 읽는 이도 어떤 차원에서든 치유의 터널을 통과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고 있어요. 이 때문에 작품을 절망적으로 마무리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요시모토 바나나
이 작품은 절대 밝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특유의 분위기가 있죠. 폐쇄적인 일본 상황에서, 이런 분위기야말로 절망인 동시에 치유라 생각하고 썼습니다. 아키타에서 한 여자가 자신이 낳은 여자 아이를 죽이고, 그 아이의 친구까지 죽인 아동 연속 살인 사건이 있었는데, 죽은 그 아이에 대한 진혼의 의미도 있었습니다. 아무리 잔인하게 죽었어도, 그녀들(엄마와 아이)에게 행복한 한때도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요시모토 바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