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문학상 · 현대문학상 · 한국일보문학상 등을 수상한
동서고금을 종횡무진하는 천부적인 이야기꾼
소설가 김경욱의 어른들을 위한 매혹적인 “연애 성장 테라피”
“진화하는 소설 기계”(문학평론가 서영채) 김경욱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달콤 쌉싸래한 “연애성장소설”이다. 『동화처럼』은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인터파크에서 인기리에 연재된 장편소설로, 소설가 김경욱이 2009년 동인문학상 수상 이후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문학평론가 강유정은 “한국판 「첨밀밀」이라고도 볼 수 있는 연애담”인 『동화처럼』에 대해 평범한 남녀가 두 번 이혼하고 세 번 결혼하는 우여곡절을 통해 어른들을 위한 “현대판 동화로 아름답게 완성”되었다고 평한다. 동화로 시작해 연애소설을 거쳐 성장소설로 깔끔하게 마무리된 연애성장소설 『동화처럼』은 동서고금을 종횡무진하는 우리 시대의 소설가 김경욱이 들려주는 한 편의 동화처럼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람 냄새로 가득한 매혹적인 사랑 이야기다.
■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침묵의 별’ 왕자 명제와 ‘눈물의 별’ 공주 장미
『동화처럼』은 주인공 김명제와 백장미가 두 번 이혼하고 세 번 결혼하는 연애소설인 동시에, 남녀 주인공의 시점이 교차편집된 사랑과 결혼에 대한 심리소설이기도 하다.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 가는 긴 여정과도 같은 이 소설은, 대학 신입생 시절에 처음 만났던 두 주인공이 사랑하고 결혼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면서 경험하는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과 심리가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화성과 금성에서 온 남자와 여자처럼 ‘침묵의 별’의 언어밖에 모르는 명제와 ‘눈물의 별’의 언어밖에 모르는 장미는 감정과 사고, 언어 체계가 서로 너무나 다른 탓에 늘 어긋나고 상처받다가 몇 번이나 헤어진다. 『동화처럼』을 읽다 보면 같은 사건을 이야기하는 것은 분명한데, 어미의 작은 변화라든가 노래 제목의 차이 등 각각의 소 챕터마다 발생하는 약간의 오차를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명제의 시점과 장미의 시점이 차례로 묘사되면서 자신의 입장과 처지에서 바라본 사건, 즉 각자 듣고 싶은 것만 듣고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함으로써 나타난 왜곡의 범위인 셈이다. 부부가 결혼 생활을 하며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고 배워 가는 과정에 대해 김경욱은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의사는 말했다. 결혼은 두 사람이 모여 사는 게 아니라 네 사람이 모여 사는 거라고. 신랑과 신부, 그리고 각자의 마음속 아이. 네 개의 다른 별에 살던 사람들이 한 지붕 아래 사는 거라고.
“눈물의 별에서 온 장미였지만 이제는 아니”라고 말함으로써, 또한 침묵의 별에서 온 명제였지만 이제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줌으로써 명제와 장미는 진실과 마주하고, 비로소 사랑의 의미를 깨달으며 진정한 부부로 거듭나는 것이다.
■ 아이들은 동화를 통해 자라고 어른들은 소설을 통해 자란다
눈물의 여왕 장미와 침묵의 왕 명제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는 부모로부터 전폭적인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장미는 엄마의 냉정함 때문에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다. 친모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장미의 엄마는 냉랭하고 엄격하다. 명제의 아버지는 지나칠 정도로 감정 표현에 인색하고 완고하다. 게다가 어머니는 죽고 없다. 장미와 명제, 두 사람 모두 여느 동화에 등장하는 왕자나 공주처럼, 결핍 가운데서 태어난 것이다. 두 번째는 너무나 평범한 두 사람은 한 번도 자신을 주인공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비범하지 못해 슬프고 외로운 장미와 명제가, 그때마다 동화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는 점이다. 엄마에게 혼나 장롱에 갇혔던 장미는 계모 밑에서 고생하는 공주들을 떠올리며 위안을 받았고, 명제의 유년기는 개구리 왕자와 같은 동화에 대한 기억으로 채워졌다. 이런 공통점 가운데 장미와 명제는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왜냐하면 영원한 행복을 보장하는 동화란 현실엔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사랑이 결실을 맺어 결혼을 한다 해도, 명제와 장미의 동화는 끝이 난 게 아니라 다시 시작인 셈이다. 세 번의 시험을 거쳐야 하는 공주처럼, 용을 죽여야 하는 난관에 처한 왕자처럼, 사실상 그들은 인생이라는 기나긴 동화의 입구에 놓인 첫 번째 장애물에 부딪혔을 뿐이다. ‘동화’가 아닌 ‘동화처럼’이라는 제목처럼 김경욱은 명제와 장미를 ‘동화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조형해 낸다. 아름답게만 알았던 이솝이나 그림, 안데르센의 동화 들이 알고 보니 무시무시하고 잔혹한 세계였듯이, 동화의 진경은 환상이 아니라 공포와 잔혹성에 있다.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동화는 현실만큼이나 잔혹하고 때론 현실보다 더 엄격하다. 성장기를 겪는 아이들에게 무섭고 잔인한 동화가 치료제가 되어 주듯, 김경욱은 어른에게도 동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실 명제나 장미 모두 여전히 ‘동화’가 필요한 덜 여문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동화가 필요한 것은 비단 명제나 장미뿐만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어른들일지도 모른다.
『동화처럼』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갖고, 결혼하는 대부분의 평범한 필부필부들의 삶을 대수롭지 않게 그려 내고 있다. 김경욱은 결혼은 미친 짓이라거나, 별거 아니라고 너스레를 떨지는 않지만, 이 대수롭지 않은 태도가 오히려 독자에게 위안이 되어 준다. 『동화처럼』에는 진짜 결혼과 연애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주말마다 마트에 가고 간혹 멀티플렉스에서 보는 심야 영화를 충전 삼아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의 남루한 삶에 대한 애잔한 공감이 소설 전반에 녹아 있다. 이 애잔함과 안쓰러움의 시선을 통해 척박한 일상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재탄생한다. 동화는 아이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어느새 훌쩍 커 버린 몸이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상처받기 두려워하고 아파하는 아이가 남아 있다. 어른-아이를 위한 어른-아이의 동화, 이야기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동화처럼』은 험난한 세상에 던져진 우리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 줄 것이다.
눈물의 여왕 7
침묵의 왕 13
1부
밤에 피는 장미 21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 25
진실게임의 불편한 진실 30
개구리 왕자는 백조를 타고 35
진짜 왕자를 가려내는 법 40
진짜 공주를 가려내는 법 45
눈의 여왕 51
엔트로피의 법칙 57
라푼첼이 잘린 머리카락을 받아들이기까지 겪는 심적 변화의 6단계 63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 70
2부
복권이냐, 벼락이냐 79
카운슬러 마라의 수수께끼 84
테헤란로와 광화문 사이의 거리만큼 90
커피냐, 오렌지 주스냐 96
개구리 왕자가 좋아했던 난쟁이 101
세상을 뒤집은 사나이 107
운명의 손은 차가워 112
세 개의 시험 117
완벽한 키스를 위해 필요한 것들 123
빨간 모자와 늑대 128
늑대와 빨간 모자 135
황금 벨트를 주고받을 때 오가는 말 141
머피의 결혼식 147
3부
제주도의 아침은 파랗다 155
제주도의 밤은 파랗다 161
귀가 아파서 166
욕조의 물이 식기 전에 챙겨야 할 것 171
욕조에 물을 채우기 전 확인해야 할 것 177
운명의 오프사이드 183
푸른 수염이 지하실에 감춰 둔 것 190
과거는 현재의 미래다 195
현재는 미래의 과거다 201
시간은 힘이 세지만 208
The more we try 215
사랑도 힘이 세다 222
눈물은 사랑의 씨앗 227
4부
개구리 왕자의 두 번째 아내 235
결혼식, 사랑의 자물쇠, 그리고 황금 개구리 241
침묵의 왕자냐, 눈물의 공주냐 248
굿바이, 명랑 253
장미전쟁 259
문제는 개구리 냄새가 아니야 266
잠자는 숲 속의 공주와 개구리 왕자 271
개구리 왕자 또는 쇳대를 두른 하인리히 278
AGAIN 1998 284
넌 어느 별에서 왔니? 290
머나먼 눈물의 별 296
침묵의 여왕 302
눈물 공주와 침묵 왕자 309
인어 공주의 혈액형은? 316
마지막 수수께끼 324
동화처럼 330
작가의 말 339
작품 해설 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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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 제목 | 댓글 | 작성자 | 날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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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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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폴라리스 | 2017.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