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 요즘 사는 게 어때, 비스코비츠?너는 이제 동물이야.하지만 아직 네겐 배울 게 남아 있다.비스코, 동물은 죽는단다.단 한 편의 소설로 이탈리아를 뒤흔든 천재 작가, 알레산드로 보파과학과 문학, 철학과 우화가 기묘하게 어울려 탄생한 실험적 소설
원제 Sei Una Bestia, Viskovitz!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0년 6월 11일
ISBN: 978-89-374-9029-3
패키지: 반양장 · 변형 140x210 · 176쪽
가격: 10,000원
시리즈: 모던클래식 29
단 한 편의 소설로 이탈리아를 뒤흔든 천재 작가가 있다.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이탈리아에서 생물학을 공부하고, 유전학 연구소에서 일하던 알레산드로 보파는 “개구리와 쥐를 흥분시켜 알과 정액을 얻어야만 하는” 일에 염증을 느끼고 태국의 섬으로 휴가를 떠난다. 그곳에서 그는 그의 첫 번째 장편소설, 『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를 완성한다.
백만장자가 된 돼지, 성형수술을 시도한 꿀벌, 채식주의자 사자, 숙주를 사랑한 기생충…… 작품의 주인공 비스코비츠는 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의 곁엔 언제나 매혹적인 운명의 상대, 리우바가 있다. 그 둘은 먹고 먹히거나 속고 속이면서 서로를 사랑하고 미워한다. 모두 스무 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이 작품에서 주인공 비스코비츠는 서로 다른 스무 가지 생물로 등장한다.
『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를 통해 알레산드로 보파는 자신의 전공인 생물학을 기묘한 우화로 재탄생시켰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물이 지닌 본능과 습성을 바탕으로 인간의 동물적 욕망뿐만 아니라 악하고 약하고 모순적인 면을 다각적으로 그려 냈다. 『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는 ‘희극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온갖 해프닝으로 가득한 인간 삶을 고스란히 담아 낸 현대판 풍자극이다.
프롤로그 9
요즘 사는 게 어때, 비스코비츠? 11
섹스 생각날 때 없니, 비스코비츠? 21
네 머리가 없어지고 있어, 비스코비츠 31
그래 봤자 소용없어, 비스코비츠 33
뿔이 있군, 비스코비츠 43
번쩍인다고 다 금은 아니다, 비스코비츠 51
기똥차게 더럽구나, 비스코비츠 60
길을 찾아냈구나, 비스코비츠 67
과연 그녀의 말일까, 비스코비츠? 75
적게 말할수록 좋아, 비스코비츠 78
넌 집게발이 먼저 나가, 비스코비츠 84
이름이 나쁘구나, 비스코비츠 95
너는 네가 누구라고 생각하니, 비스코비츠? 104
마음의 안정을 찾았구나, 비스코비츠 109
어쩜 그 모양이니, 비스코비츠 129
피는 못 속이는 거야, 비스코비츠 131
넌 정말 못생긴 밀랍 인형이야, 비스코비츠! 137
한잔하지, 비스코비츠 147
너를 사납게 만드는 것들이야, 비스코비츠 150
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 159
옮긴이의 말 165
▶ 과학과 문학, 철학과 우화가 기묘하게 어울려 탄생한 실험적 소설
앵무새 비스코비츠는 암컷 앵무새 리우바를 보고 첫눈에 반해 사랑을 고백한다. 리우바 역시 “사랑해.”라고 대답하고, 두 앵무새는 행복한 연애를 꿈꾼다.(「과연 그녀의 말일까, 비스코비츠?」) 하지만 이들은 곧 삼각관계라는 함정에 빠진다. 리우바는 자신에게 ‘사랑해.’라고 말하는 이에게 그대로 똑같이 대답을 해 주는, 어쩔 수 없는 ‘앵무새’이기 때문이다. 한편 저 바다 아래에선 큰가시고기 비스코비츠가 의사소통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적게 말할수록 좋아, 비스코비츠」) 아가미와 지느러미로 의사를 전달해야 하는 데다가 종 수만큼이나 다양한 사투리 때문에 비스코비츠는 번번이 마음을 나누는 데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번엔 사막으로 가 보자. 살인적인 속도의 반사 신경 때문에 사고 능력이나 비판 능력은 마비되고 만 사막의 무법자, 전갈 비스코비츠는 제대로 대인(?) 관계를 맺어 보려 하지만 제멋대로 움직이는 꼬리 때문에 늘 살생을 저지르고 만다.(「넌 집게발이 먼저 나가, 비스코비츠」)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자웅동체인 해면류로 태어난 비스코비츠는 짝사랑의 열병을 앓지만 뿌리가 땅에 박혀 움직일 수가 없다. 비스코비츠는 의지와는 달리 조류에 따라 정자를 이리저리 흩뿌리고, 결국 “아버지가 할머니의 아내이며, 아버지의 딸, 즉 누이가 아버지의 할아버지이고, 아버지의 할머니가 그의 형제, 즉 삼촌”이 되어 버린 채 “콩가루 집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한잔하지, 비스코비츠」)
‘과학자’ 알레산드로 보파는 우리가 익히 알던 ‘이런 동물과 저런 동물이 나와 알콩달콩 살았더랍니다.’라는 식의 우화에 동생물학, 유전학적 검증을 거쳐 지금까지와는 아주 다른 우화를 만들어 냈다. 그의 손을 통해 과학은 문학으로, 철학은 우화로 옷을 바꿔 입었으며 그렇게 탄생한 소설, 『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에는 우리 인간들의 다양한 삶만큼이나 왁자지껄하고, 희극적이면서도 비극적인 해프닝으로 가득한 동물들의 삶이 담겨 있다.
▶ 인간의 삶만큼이나 희극적이면서 비극적인 동물 인생 잔혹사
자식들을 뻐꾸기로부터 지키기 위해 잠도 자지 못하는 아빠 되새(「그래 봤자 소용없어, 비스코비츠」), 모든 암컷들 위에서 군림하는 위엄 있는 권력자를 꿈꿨지만 종족들을 지키기 위해 만신창이가 되는 우두머리 수컷 엘크(「뿔이 있군, 비스코비츠」) 등은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며 고된 하루하루를 이어가지만 결국 외로울 수밖에 없는 현대 가장들을 연상시킨다.
또한 실험용으로 우리에 갇힌 신세인 흰쥐(「길을 찾아냈구나, 비스코비츠」)는 뛰어난 두뇌로 미로찾기의 달인으로 인정받지만 그의 동료들은 잔혹한 실험을 피부로 체험하는 통에 “과학과 이성의 밝은 미래를 전혀 믿지” 않고 시궁창, 즉 “문명과 진보의 악행에서 멀리 떨어져 어둠과 부패의 축복을 받은 천국, 모든 것이 시큼한 썩은 국물로 녹아 버리는 곳”에 가기를 꿈꾼다.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나 꿈꾸던 낙원은 그들보다 훨씬 덩치가 크고 난폭하기 짝이 없는 야만적인 쥐 떼가 서식하는 곳이다. 이와 유사한 일화로 상어 부자도 등장한다.(「피는 못 속이는 거야, 비스코비츠」) 아빠 상어는 아들 상어 비스코비츠에게 “여기서 통하는 유일한 법은 우리의 법, 이빨의 법이야. 이 빌어먹을 바다를 돌아가게 하는 건 바로 우리들이다, 알겠니? 약자가 먹히지 않고 바다에서 살 수 있다면 무슨 일이 생길지 상상해 보렴.” 하고 가르친다. 그리고 결국 아빠 상어는 ‘믿던 도끼에 발등이 찍히고’ 만다.
외모를 비관해 온몸에 밀랍을 입힌 꿀벌 비스코비츠 이야기(「넌 정말 못생긴 밀랍 인형이야, 비스코비츠!」)는 ‘성형수술’로 대표되는 외모 지상주의를 날카롭게 꼬집는다. 너무 ‘잘난’ 얼굴 때문에 평범하게 사는 것이 불가능했던 꿀벌 비스코비츠는 밀랍 성형의 대가인 리우바를 찾아가 온몸에 괴물 같은 밀랍을 입힌다. 자신처럼 빼어나게 아름다운 리우바와 첫눈에 사랑에 빠진 비스코비츠는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지만 아이들의 외모는 마치 자신의 밀랍처럼 흉측하기만 하다. 자신의 추한 모습이 괴로워 전신 성형을 감행했던 리우바는 눈물을 흘리며 비스코비츠에게 말한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중요한 것은 아름다움을 창조할 줄 안다는 거예요. 서로 사랑을 맹세했잖아요. 우리가 어떤 변장을 하고 있더라도 말이에요. 우리 둘 중 누가 더 고통스러울까요? 추한 내 모습을 상상만 해야 하는 당신일까요, 아니면 매일 추한 당신 모습을 봐야 하는 나일까요?”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모든 비스코비츠들은 자기 생각처럼 돌아가 주지 않는 현실에 맞서 싸우고, 좌절한다. 그러다 다시 일어서거나 다른 삶을 택하는 비스코비츠도 있지만, 겨울잠쥐 비스코비츠(「요즘 사는 게 어때, 비스코비츠?」)처럼, 오랜 동면을 통해 누리는 제2의 인생을, 꿈같은 현실을, 아니면 차라리 현실보다 꿈속에서 살기를 원하기도 한다. 이 비스코비츠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건, 비스코비츠들의 삶이 인간 인생과 너무도 흡사하기 때문이다.
아니다, 비스코비츠의 삶이 인간 삶을 닮았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바로 동물이기 때문이다.
▶ “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 그리고 우리들 역시 동물이다.
인간에게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속담이 있다. 그렇다면 쇠똥구리는 쇠똥밭에 굴러도 쇠똥구리로 사는 것이 나을까? 「번쩍인다고 다 금은 아니다, 비스코비츠」에서 가난한 집안의 쇠똥구리로 태어난 비스코비츠는 어린 시절, 똥 쟁탈전 중 아버지가 살해당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게다가 비스코의 어머니는, 그 똥을 빼앗아 달아나는 놈들과 함께 떠나 버린다. “서둘러 승자의 마차에 올라탄” 것이다. 비스코비츠는 악에 받쳐 쇠똥을 모으며 자수성가한다. 모은 쇠똥이 자본이 되어 더 많은 쇠똥이 되고, 그 쇠똥을 보고 모여든 다른 쇠똥구리들은 비스코 아래에서 굽신댄다. 하지만 비스코는 행복하지 않다. 비스코비츠 아버지의 말처럼 “똥은 우리들보다 강”해서 “우리 영혼을 먹어 치”워 버리기 때문이다. ‘똥’을 ‘돈’으로 바꾸어 쓰고 읽고 생각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일화다.
뿐만 아니라 「기똥차게 더럽구나, 비스코비츠」에 등장하는 돼지 비스코는 춤추는 재능으로 서커스단에 팔려 갔다가 거세당한다. 육체적 욕망을 반강제적으로 잃은 비스코는 더 이상 ‘돼지처럼’ 게으르고 불결하지 않았다. 이는 돼지 비스코의 주가를 더욱 올려 주었다.
“매일 저녁 조명 아래서 리우바를 포옹할 때마다 나는 피부 접촉보다는 영혼의 화합을 추구했다. 하지만 리우바의 눈 속에서 내가 읽은 것은 거세당한 뚱뚱한 광대에 대한 몸서리쳐지는 혐오감이었다. 그러자 관중은 내 눈물과 리드미컬한 동작이 주는 숭고한 비극성에 환호했다.”
결국 사기극으로 유산을 타 내려는 한 노부인의 손에 넘어간 비스코비츠는 “샴페인에 고통을 적시고, 쿠바 산 시가를 씹고, 멍청한 스크린 스타 여배우들이나 부패한 정치인과 교제하기 시작”하면서 대통령이 되길 꿈꾸기에 이른다.
돈, 명예, 권력에 대한 탐욕부터 나르시시즘, 마약과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 거기다 사랑과 평화로운 삶에 대한 욕구까지, 『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는 인간에게 내재된 온갖 본능과 욕망을 은근히, 하지만 날카롭게 그려 낸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평범한 과학자였던 한 무명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우리의 ‘비스코비츠’가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충격과 웃음을 줄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