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혹은 한 남자의 자살 노트 2

원제 Money (A Suicide Note)

마틴 에이미스 | 옮김 김현우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0년 5월 14일 | ISBN 978-89-374-9026-2 [절판]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0x210 · 364쪽 | 가격 12,000원

책소개

돈 때문에 우리 인생은
끔찍한 웃음거리가 되어 가고 있다
“죽어 가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라고 말하는 한 남자의 추락돈에 중독된 현대인에 대한 그로테스크한 캐리커처로일그러진 현실을 우스꽝스럽게 그려 낸 기괴한 블랙코미디

한때 ‘영국 문단의 록 스타’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영국 문단의 악동 마틴 에이미스의 대표작 『돈 혹은 한 남자의 자살 노트』(1984)는 돈에 중독되어 살아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신랄하게 그린 장편소설이다. 마틴 에이미스는 영국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소설 『행운아 짐(Lucky Jim)』의 작가 킹슬리 에이미스의 아들이며, 이들 에이미스 부자는 문단 안팎으로 유명세를 치르는 영국의 명사들이다. 마틴 에이미스는 살만 루시디, 이언 맥큐언, 줄리언 반스와 함께 같은 세대의 작가군으로 묶이곤 하지만, 이들 중 그만큼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작가는 없다. 그로테스크한 캐리커처로 현대 사회의 부조리함을 드러내는, 불편할 정도로 도발적인 그의 작품들은 늘 열렬한 지지와 함께 격렬한 반대표가 함께 따른다. 영국의 많은 젊은 작가들이 그의 글쓰기를 흉내 내거나 따르려 하고 “마틴처럼 쓰고 싶다.”라는 질투 어린 고백을 하지만, 서머싯 몸 상으로 데뷔한 이후 부커 상 최종 후보에 여러 번 이름을 올리고도 그에게 이렇다 할 만한 상 복이 없는 것은 그런 상반된 평가 탓이 크다. 『돈 혹은 한 남자의 자살 노트』 역시 출간 당시 상반된 평가 속에 놓였으며, 크고 작은 수상 이력들을 갖춘 다른 소설들과는 달리 별 다른 수상 이력도 없이 ‘2006년 《타임》이 뽑은 100대 영문 소설’에 선정된 작품이다. 이제는 악동이라 불리기에는 나이가 지긋한 중견 소설가인 그이지만 한창 혈기왕성하던 시절에 쓴 『돈 혹은 한 남자의 자살 노트』는 현기증을 일으킬 만한 글 솜씨로 타락한 현대인의 자화상을 보여 주며 그가 ‘앙팡 테리블’ 혹은 ‘영국 문단의 악동’이라 불린 이유를 알게 해 준다.

편집자 리뷰

■ 돈에 중독된 인간 군상들의 지독한 블랙코미디
▶ 에이미스는 신랄하다. 그의 희극적이고 예리한 풍자적 재능은 현대 문명을 관통하는 상대주의와 물질주의를 무자비하게 난도질한다. — 《타임》
▶ 매력적이고 재미있다. 이 작품의 문장은 제멋대로 흐르는 듯하면서도 너무나 명확하고 익살맞으며 고무적이다. — 《보스턴 글로브》
▶ 나는 오히려 저속한 것을 묘사함으로써 고도의 스타일을 창조해 내려 했다. — 마틴 에이미스
직설적인 제목의 소설 『돈 혹은 한 남자의 자살 노트』는 돈에 중독된 현대인의 가장 속물적인 모습을 그로테스크한 캐리커처로 보여 준다. 그럼에도 그 일그러진 모습들이 기괴한 현실감으로 다가오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주인공 존 셀프(John Self)는 선언한다. “나는 새로운 종족, 돈은 있지만 추잡한 일에만 그 돈을 쓰는 종족이다.” 런던의 잘나가는 CF 감독이자 속물적인 쾌락주의자 존 셀프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난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필딩 구드니의 제안으로 첫 장편영화를 찍기 위해 뉴욕과 런던을 오간다. 하지만 그가 하는 일이라고는 술과 약, 포르노와 섹스에 빠져 지내는 것뿐이다. 늘 의식이 흐릿한 그의 머릿속을 유일하게 채우는 것은 돈에 대한 생각들이다. 어쩌다 의식이 들 무렵 그를 엄습해 오는 것은 두려움과 부끄러움이며, “우는 연습”이 되어 있지 않은 그는 감정적 결핍감 속에서 그것을 잊기 위해 또다시 술과 약과 포르노에 빠져든다. 그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스스로 의식하는 일은 드물지만) “사람의 손길”이지만, 그것마저도 돈을 주고 ‘사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을 생각하지 못한다. 돈을 탕진하듯 자신의 삶을 소비하며 “죽어 가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라고 자조하는 그는 자신의 인생이 “웃음거리가 되어 가고 있다.”라고 말하지만, 자신을 변화시킬 힘은 없는 인물이다. 부유층 출신인 마티나 트웨인을 사랑한다 생각하고 그녀와 데이트를 하며 자신의 인생도 변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지지만, 태생이 다른 그들은 같은 인생을 살 수 없다. 존 셀프의 말에 따르면, 부자들만이 제대로 된 길을 갈 수 있다.타락한 현대 문명과 돈에 중독된 그의 의식을 따라가는 이 소설은 그의 머릿속만큼이나 어지럽다. 존 셀프가 뉴욕과 런던을 오가며 정신 못 차리고 보여 주는 좌충우돌 해프닝은 하나의 지독한 웃음거리다. 그의 허세 가득한 의식과 비루한 현실이 충돌하며 빚어내는 상황이나 너무나 추한 인물인 주인공 존 셀프가 망가지는 모습들, 자신과 세상 모두에 대해 조소 가득한 그의 언행은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소설의 결말이 가까워질수록 존 셀프도 처절하게 추락해 간다. 존 셀프는 영화 「좋은 돈」(나중에는 제목을 「나쁜 돈」으로 바꾼다.)을 제작해 더 많은 돈을 벌 것을 기대하고 신분이 상승하는 기분을 누리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이 필딩 구드니의 사기였음이 밝혀진다. 중독이란 허상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존 셀프는 신용불량자가 되어 경찰의 추격을 받으며 자신이 누린 허상의 실체를 체감한다. 런던으로 겨우 도망쳐 온 그를 기다리는 것은 또 다른 진실이다. 존의 친아버지가 누구인지 잔인하게 밝혀지고,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은 그는 자살을 결심하며 오랫동안 기다려 온 일처럼 그제야 편안한 기분을 느낀다. 하지만 서문에서 밝히는 것처럼 소설의 결말은 “자살 노트만으로는 절대 알 수 없다. 실제 일어나는 자살보다 자살 노트가 더 많은 법이다.” 하나의 ‘자살 노트’임을 밝히고 시작한 이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섣불리 예상할 수 없다.

* 『돈 혹은 한 남자의 자살 노트』의 등장인물
존 셀프주인공 ‘나’. 런던의 잘나가는 CF 감독이다.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난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필딩 구드니의 제안으로 첫 장편영화를 찍기 위해 뉴욕과 런던을 오가고 있다.
셀리나 스트리트런던에 있는 나(존 셀프)의 여자 친구. 제대로 타락했고, 진정 천박하며, 뼛속까지 20세기적인 여자다. 그녀는 나의 포르노. 내가 꼼짝 못할 만큼 섹시하다. 셀리나가 나를 만나는 것은 모두 돈 때문이다. 그녀는 보상 없이는 나를 위해 어떤 것도 하지 않는다. 포르노와 돈의 관계를 아는 여자다. 나도 돈을 더 많이 벌면 더 좋은 여자를 찾을 거다.
필딩 구드니할리우드의 영화 제작자. 나를 뉴욕에 오게 한 장본인이다. 문이 여섯 개나 달린 최고급 리무진을 타고 다니고, 늘 모든 것을 최고급으로 하고 다닌다. 적당한 선탠과 운동으로 몸까지도 최고급으로 갖췄다. 이번 영화에 그도 상당한 금액을 투자했다. 솜씨 좋게 투자자를 모으고 돈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그는 돈에 관한 한 천재인 것 같다.
마티나 트웨인속세의 인간들과는 급이 다른, 누가 보더라도 최고인 여자다. 훌륭한 교육을 받은 것은 물론 몸매까지 끝내 준다. 가끔씩 제대로 된 길로 가는 사람들이 있다. 훌륭한 본보기가 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부자다. 마티나가 그렇다. 그녀의 옷, 머리카락, 행동, 목소리 등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돈이 묻어난다. 나는 그녀를 사랑하는 것 같다.
마틴 에이미스런던의 우리 집 건너편에 사는 작자다. 작가라고 하는데 그의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고, 소설은 더더군다나 읽은 적 없다. 그래도 이 작자 덕분에 영화 대본 수정도 괜찮게 하고, 몇 가지 조언도 받을 수 있었다. 집에 가 보니 방에 책상 하나 달랑 놓고 학생처럼 살고 있었다. 작가라는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 돈을 벌면 도대체 어디에 쓰는지 모르겠다.

■ 자본주의적 삶의 본질, 돈=자살 노트
마틴 에이미스는 “현대의 삶은 너무나 저속하기 때문에 나는 굳이 저속한 것을 찾아 나서지 않는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돈 혹은 한 남자의 자살 노트』는 그의 말을 증명하기에 가장 적당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현대’라는 말로 대표되는 ‘자본주의적 삶’을 현란한 글 솜씨와 강렬한 캐릭터를 통해 극단적이고도 극명하게 보여 주는 것에 주력한다. 1980년대 초반에 출간한 책이지만, 마틴 에이미스가 꿰뚫어 본 삶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소설을 읽는 내내 작품의 시대 배경을 현재로 착각할 정도다. 『돈 혹은 한 남자의 자살 노트』의 부제는 ‘한 남자의 자살 노트’다. 소설은 주인공 존 셀프가 자살을 시도하기 전까지의 기록을 남긴 ‘유언장’ 형식을 취하고 있고, ‘노트(note)’가 영어로 ‘지폐’라는 뜻이 있는 것에 착안하여 중의적으로 쓰였다. 소설 제목인 『돈 혹은 한 남자의 자살 노트』, 즉 ‘돈’이란 자살로 이어지는 ‘자살 노트’와도 같다는 뜻이다. 끝내 자멸을 가져올 중독 속에서 우리는 매일매일을 헤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존 셀프는 말한다. “돈이 가장 큰 음모이고 가장 큰 허구일 것이다. 또한 가장 큰 중독이기도 하다. 모두 중독되어 있고 누구도 그 중독에서 벗어날 수 없다. 20세기에 들어와 조금 성격이 바뀌었다는 점만 제외하면 특별히 새로운 현상도 아니다. 여러분의 등에 붙은 돈이라는 괴물은 도무지 뿌리칠 수가 없다.”마틴 에이미스는 중독의 끝을 주인공의 추락으로 보여 준다. 늘 더 강한 자극을 원하는 중독은 자멸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주인공 존 셀프의 속물성을 통해 현대 문명의 타락을 드러내는 작가는 주인공이 끝까지 추락을 한 후에도 신랄함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러한 작가의 시선이 때론 불편하지만, 그것은 우리 사회의 저속함을 정면으로 마주함에 따른 불편함일 것이다.
■ 허구와 현실 사이에 있는 자살 노트, 퍼즐 같은 소설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것은 자살 노트다. 당신이 이 책을 내려놓을 때면 존 셀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M. A\’라는 서명을 단 작가의 서문일까? 아니면 서문 형식의 소설 도입일까? 그리고 이 자살 노트는 곧 일어날 자살이라는 실제 사건의 반영일까, 실패한 자살 뒤에 허구처럼 남을 쪽지에 불과할까? 에이미스는 여러 가지 장치를 통해 허구와 현실을 교묘하게 섞어 놓고는 독자에게 “증거나 무심코 흘린 단서를 찾아” 퍼즐과도 같은 유희를 즐기며 이 소설을 읽을 것을 권한다. 소설 속에 “이름도 들어 본 적 없는” 작가 마틴 에이미스를 등장시켜 스스로를 패러디하는 재미도 제공한다.(“당신 아버지도 작가죠? 그렇죠? 그럼 좀 (작가 되기가) 쉬웠겠네.”/ “그럼요, 대대로 술집을 물려받는 거랑 비슷하죠.”) 이미 부제에도 드러나 있지만, 다양한 언어 유희도 이 소설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다. 자살 노트 서문에 쓰인 “존 셀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의 진정한 뜻은 소설 뒤에서 밝혀진다. 약간의 힌트를 주자면, 주인공의 성이 영어로 ‘자기 자신’이라는 뜻을 가진 ‘셀프(self)’라는 것에 유의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주인공의 이름을 비롯하여, 작품에 등장하는 이름 대부분이 인물 성격과 관련이 있거나(셀리나 ‘스트리트’) 유명 작가의 이름을 패러디했거나(마티나 ‘트웨인’) 자신의 이름을 여성화(‘마티나’ 트웨인)하는 식으로 지어졌고, 가게 간판에도 재미있는 말장난이 많이 섞여 있다. 시종일관 이어지는 다양한 패러디와 말장난, 그리고 퍼즐과 수수께끼(존에게 전화를 거는 의문의 남자 등)로 엮인 이 소설은 작가 마틴 에이미스의 노련한 글솜씨를 보여 준다. 이런 다양한 장치를 사용하여 에이미스는 하나의 삶, 하나의 세계를 주인공 존 셀프가 외치듯 “하나의 웃음거리”로 만들어 그 신랄함을 더하고 있다.

작가 소개

마틴 에이미스

1949년 영국 옥스퍼드 주에서 태어났다. 영국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행운아 짐(Lucky Jim)』의 소설가 킹슬리 에이미스가 그의 아버지다. ‘영국 문단의 록 스타’라는 별명을 얻은 적도 있을 만큼 세간의 관심을 받는 그는 아버지보다 더 유명세를 치르는 소설가가 되었다. 어린 시절 만화책을 즐겨 봤지만 소설가인 새어머니 엘리자베스 제인 하워드 덕분에 제인 오스틴을 알게 되었다. 엑시터 대학에 입학해 영문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문학 편집 일을 하기도 했다. 

스물네 살에 첫 번째 장편소설 『레이첼 페이퍼스(The Rachel Papers)』(1973)로 서머싯 몸 상을 받으며 화려한 데뷔를 하였고, 이때부터 특유의 신랄함과 블랙 유머를 선보이며 줄곧 영국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1980년대에 영국을 중심으로 활동한 살만 루시디, 이언 맥큐언, 줄리언 반스와 같은 세대의 작가군으로 묶이곤 하지만, 이들 중 마틴 에이미스만큼 논쟁적인 작가는 없다. 그로테스크한 캐러커처로 현대 사회의 부조리함을 드러내는 그의 도발적인 작품들에 대한 반응은 늘 열렬한 지지와 격렬한 반대로 나뉜다. 하지만 그가 영국 문단의 영향력 있는 중요 작가라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표작 중 하나인 『머니(Money)』(1984) 역시 그런 양분된 반응 속에 놓였던 소설이며, 후에 ‘《타임》이 뽑은 100대 영문 소설’에 선정되었다. 살인자의 노트를 통해 미스터리 형식을 취하고 있는 『런던 필즈(London Fields)』(1989)와 2차 세계대전 당시 한 유대인 여자를 돕는 의사의 이야기 『시간의 화살(Time’s Arrow)』(1991)은 부커 상 최종 후보에까지 올랐다. 그 밖에 6살에 쓴 소설을 출간한 『노란 개(Yellow dog)』(2003)와 형제처럼 자란 두 친구가 성공과 실패를 오가며 관계가 뒤엉키는 『성공(Success)』 (1977),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진 두 형제의 이야기 『만남의 집(House of meetings)』(2006) 등이 있다.

지금까지 장편소설 열두 권과 단편소설집 일곱 권, 에세이 일곱 권을 출간했으며, 여러 신문과 잡지에 많은 서평과 칼럼을 기고했다. 현재 맨체스터 대학의 문예창작과 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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