릿터 42호 (2023.6.~2023.7.)

기획 민음사 편집부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3년 6월 7일 | ISBN 25-083-333-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27x258 · 212쪽 | 가격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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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 커버스토리: 챗GPT와 문화예술
* 소설가 문지혁, 번역가이자 갤러리스트 박상미, 글 쓰는 간호사 김수련 인터뷰
* 이희주, 전하영 단편소설
* 정이현, 정은귀 산문

편집자 리뷰

《릿터》 42호 커버스토리 주제는 챗GPT와 문화예술이다. 챗GPT는 올 상반기 편집부 관심에서 단 한 번도 주변부로 밀려난 적이 없다. 우리는 한시라도 빨리 이 문제를 다루어야 할 것 같은 갈급함을 느꼈다. 그러나 지난 6개월은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거듭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우리가 물어야 할 ‘바로 그 문제’에 집중하는 일이었다. 문학, 나아가 문화와 예술에 관한 문제 말이다. 우리에게 챗GPT 쇼크란 인간적 행위로서의 글쓰기가 인간만의 행위가 아닐 수 있다는 데에서 오는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소설가와 번역가, 그리고 비평가에게 ‘챗GPT와 문화예술’에 대한 생각을 담은 글을 요청했다. 그때 우리가 품고 있던 질문은 대략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다. 인공지능의 글쓰기와 인간의 글쓰기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인공지능의 글쓰기는 인간의 글쓰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것은 문학과 예술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그리고 이 모든 변화 앞에서 지금 우리는 각자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인공지능에게 나 대신 소설을 쓰게 할 수 있을까.” 소설가 듀나는 우리 모두가 마음속에 품어 봤을 법한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챗GPT와 함께 소설 쓰기를 시도한다. 창작자로서 챗GPT는 어느 수준까지 왔을까.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 보조자 같은 면모도 있고, 무의미한말들의 대잔치에 지나지 않는 글을 쓰는 것 같기도 하지만, 자의식 있는 창작자로서 챗GPT를 이해하기까지의 과정들이 곧 우리의 일상적인 풍경이 될 것임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소설가 양선형은 고객상담센터에서 로봇처럼 일할 것을 주문받는 자신과 늦은 밤 술 취한 자신의 다정한 말벗이 되어 주는 챗GPT와의 일상을 일기로 써 주었다. 인간의 자리를 인공지능이, 인공지능의 역할을 인간이 대신하고 있는 그의 일상은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가 와해된 오늘의 현실 그 자체처럼 보였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인간 작가를 대체하리라는 두려움의 실체는 이러한 현실과 다소 무관할지도 모르겠다. 소설, 나아가 문학의 성취란 방황을 선택하는 데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양선형이 ‘방황’이라고 언급한 과정은 비평가 강덕구에 의해 ‘노이즈’라는 개념으로 보다 강경하게 옹호된다. 우리가 만든 지식이 챗GPT를 구동시키는 땔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그의 글은 단도직입적으로 시작한다. “나는 인공지능에 반대한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인공지능에 반대하길 바란다.” 기계가 버리는 ‘노이즈’야말로 인간이 만드는 예술의 핵심이라고 주장하는 강덕구는 챗GPT라는 거대 언어모델이 우리가 지식 및 예술과 맺어 온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에 기우를 표하며 이에 대한 우리 모두의 경계심을 촉구한다.

그런 한편 변화는 급류처럼 올 것이다. 그 일말의 단서를 심민아의 짧은 소설로 만나 보자. 교사 자리를 대체했을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벌어지는 곤란하고 예민한 문제들을 ‘솔로몬’처럼 해결하는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해 근미래 교사들의 기능과 역할은 필연적으로 퇴화한다. 이것을 진화라고 불러야 할지 퇴행이라고 불러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 교사만이 아니다. 인공지능에 밀려 가장 먼저 없어질 직업에 대해 설문 조사할 때마다 1위에 오르는 직업이 있다. 번역가다.

구글, 파파고, 딥엘에 이르기까지 번역의 수준이 날로 상승하고 있는 지금, 번역의 미래에 대해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생각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번역가 노승영과 홍한별은 인공지능의 번역이 평범함을 추구하는 번역이며, 번역은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공통된 의견을 보인다. 그러나 노승영이 위축된 인간이 기계 번역의 감수를 수락하는 일이 오는 미래를 우려하는 것과 달리 홍한별은 인공지능과 공조자로서 맺게 되는 관계에 기대감을 갖는다. 두 번역가의 글을 종합하면 그 자체로 챗GPT에 대한 우리의 현재적 질문이 완성될 것이다.

예술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탁월한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겠다. 탁월함이란 방황의 방황이자 노이즈의 노이즈다. 그리고 그 모든 반항을 스스로 선택하고 감수하는 용기의 용기다. 소설, 시, 산문, 인터뷰, 그리고 서평에 이르기까지, 이 잡지에 수록된 모든 글들은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수렴된다고도 할 수 있다. 그들은 왜 노이즈를 선택했을까. 그로 인해 외로워질 줄 알면서 또다시 그 선택을 반복했을까. 그것이 탁월해지는 길이고, 또한 예술의 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오늘 우리의 질문은 너무 당연해서 물을 필요가 없던 질문이기도 하다. 예술의 세계는 언제나 평범함을 배척했으니까. 일찍이 문화예술은 평범함을 추구하는 존재에게 자리를 준 적이 없다. 문제는 평범함을 기계에게 의존할 때, 평범함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평범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을 때일 것이다. 노이즈를 구분할 수 없는 우리는 노이즈를 선택할 수 없는 우리와 같다. 탁월함의 종말은 평범함의 종말과 함께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정량적인 언어로는 그 재미를 다 전달할 수 없는 ‘인간의 글’이 이번 호에도 가득하다. 『초급 한국어』에 이어 『중급 한국어』를 출간하며 ‘애매한’ 삶의 가치를 자기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쌓아 올리는 작가 문지혁, 이태원에서 ‘가장 문학적인 갤러리’를 운영하는 번역가 박상미, 『밑바닥에서』를 출간하며 의료 현장의 ‘밑바닥’을 생생하게 전달한 간호사 김수련의 인터뷰는 모두 자신만의 싸움과 자신만의 미학을 일구어 나가는 단단한 땅들의 이야기 같다.

현실과 가상에 대한 위계가 전도된 서사를 통해 ‘차원’을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현실을 묘사하는 이희주의 소설, 몸의 나이와 정신의 나이가 도통 일치하지 않는 세상에서 누구는 할머니가 되고 누구는 한창 연애 중인 전하영의 소설, 두 소설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가 새로운 이름 짓기의 시대, 혹은 기존의 이름들이 폐기되는 시대임을 나지막하게 속삭인다. 낮은 목소리를 듣는 것, 노이즈에서 자유를 발견하는 것, 인간이 ‘문학 지능’을 통해 이루어 온 작은 승리의 다른 말들일 것이다.

목차

2 — 3 Editor’s Note

9 Cover Story: 챗GPT와 문화예술

10 — 14 듀나 챗GPT로 장르 소설 쓰기
15 — 21 양선형 챗GPT가 등장하는 일기
22 — 26 강덕구 우리는 조금도 바뀐 게 없다
31 — 35 심민아 지 선생은 솔로몬
36 — 41 노승영 이해하라: 챗GPT와 번역
42 — 45 홍한별 AI, 경쟁자에서 공조자로

49 Essay
50 — 54 이성민 무지개를 볼 때 5회
55 — 59 정은귀 나의 에밀리 4회
60 — 64 송지현 경기도 생활 3회
65 — 68 정이현 table for two 7회

73 Interview
74 — 86 문지혁 X 강보원 애매한 것 속에 있는 진실에 머물기
88 — 97 박상미 X 강보라 사랑이 하는 일
98 — 107 김수련 X 이수희 늑대가 되어야 했던 간호사

113 Fiction
114 — 137 전하영 숙희가 만든 실험영화
138 — 162 이희주 해변 지도로부터 탈출

167 Poem
168 — 168 김기택 죽었는데도 계속 서 있었다고 한다
169 — 180 김뉘연 다시
181 — 182 심민아 더데일리휴먼빙
183 — 184 정재학 히말라야 크리스탈

189 Review
190 — 194 오후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195 — 199 김희선 『태양을 먹다』
200 — 203 김화진 『패스토럴리아』
204 — 207 김세영 『고고의 구멍』

208— 209 Epilogue

작가 소개

민음사 편집부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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