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가 그려 낸 ‘지하 인간’으로서의 지성인기존의 소설 문법뿐 아니라 세계 인식의 틀마저 배반한 문제적 소설톨스토이, 체호프 등 당대의 소설가에서 시작하여 20세기 문학 전반 영향을 미친 최초의 실존주의 소설

지하로부터의 수기

원제 Записки из подполья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 옮김 김연경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0년 2월 26일 | ISBN 978-89-374-6239-9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2x225 · 232쪽 | 가격 9,000원

책소개

▶ 도스토예프스키야말로 내가 공부했던 심리학자이다.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피 속에서부터 진실을 토해 내는 소설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 ‘지하 인간’은 실존주의 철학의 선구자이자 대변인이다. 이 작품과 인물이야말로 인간의 본성이 근본적으로 비이성적이라는 것을 분명히 증명한다. ―장폴 사르트르

▶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 열쇠가 되는 소설. ―앙드레 지드



 

러시아의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로부터의 수기』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239번)으로 출간되었다.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도스토예프스키 작품 세계에서 전환점이 된 소설로, 최초의 실존주의 소설이라 일컬어진다. 이 작품은 지식인이라 자처하지만 자기만의 세계 ‘지하’에 틀어박힌 채 세상 모든 것을 경멸하는 주인공의 독백과 경험담이 수기의 형태로 서술된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이 책에서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지하 인간’은 이전 소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인물이었으며, 그가 고백하는 위악적인 가치관 역시 기존의 세계관을 전복시키는 것이었다. 이 ‘지하 인간’이라는 인물 유형은 그 후 톨스토이, 체호프뿐 아니라 20세기의 소설가 랠프 엘리슨, 영화 <택시 드라이버>에까지 두루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받는다.

 

“구린내 나고 추악한 지하”에서 뿜어내는 싸늘한 독기,

세상에 대한 경멸과 증오가 자신을 향한 저주로 뒤바뀐다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1부 「지하」와 2부 「진눈깨비에 관하여」로 구성되어 있다. 「지하」는 “나는 아픈 인간이다……. 나는 심술궂은 인간이다.”라는 주인공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그는 마흔 살가량의 남자로, 이십 년쯤 전에 하급 관리로 일했으나 약간의 유산을 물려받은 이후 줄곧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살아왔다. 학창 시절의 친구도 없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친분을 쌓지 못해 인간관계라 할 만한 것은 전혀 없다. 그는 이런 상황에 거의 아무런 불만이 없고 오히려 모든 이들을 혐오할 뿐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들의 작은 행동에도 심한 모욕을 느끼며 온갖 방법으로 복수할 궁리를 한다. 그러나 그뿐, 실제로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 그렇게 이십 년간 아무도 만나지 않고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지하에 틀어박혀 있었다.
「진눈깨비에 관하여」에서는 그가 이십 대에 경험했던 일들을 들려준다. 한 장교와 당구장에서 우연히 마주치는데, 장교는 길을 막고 있는 그를 물건처럼 집어 들어 옆에다 내려놓은 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제 갈 길을 간다. 주인공은 이 일로 크나큰 치욕을 느끼고 장교에게 복수할 궁리를 시작한다. 그를 비방하는 소설도 쓰고 결투를 신청하는 편지도 쓰지만, 둘 다 거기서 그친다. 또 다른 일화는 초대받지 않은 동창생들 모임에 참석했던 이야기이다. 학교에 다닐 때는 물론이고 그 후에도 교류가 없었던 동창생들이 환송회를 연다고 하자 돈까지 빌려 가며 부득부득 그 자리에 낀다. 그러나 막상 모임에서는 같이 어울리지도 못하고 엉뚱한 행동만 할 뿐이다. 주인공은 그들을 쫓아 유곽에까지 따라가는데, 거기서 리자라는 매춘부를 만난다. 무슨 말을 해도 뚱한 반응을 보이는 리자의 태도에 약이 올라, 그녀의 미래에 대해 온갖 잔인한 말을 퍼부어 그녀를 울리고 만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며칠 동안이나 리자가 찾아올까 봐 노심초사하다가 하인에게 히스테리를 부리는데, 바로 그 순간에 리자가 그를 방문한다. 그녀가 그런 모습을 목격한 것에 수치심을 느끼고 그녀를 증오하게 된다.
자신은 누구보다 똑똑하다고 자부하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시대의 철학도 이념도 모두 경멸하고, 나아가 자기 자신을 가장 경멸하는 주인공. 언제나 조롱과 경멸을 자초해 놓고는 그들에 대한 증오로 어쩔 줄을 몰라 하다 결국에는 스스로를 괴롭히고 저주하는 지경에까지 자신을 몰고 간다.

구린내 나고 추악한 자신의 지하에서 우리 생쥐는 모욕과 조롱에 짓이겨진 채로 그 즉시 싸늘한 독기를 품은, 무엇보다도 영원토록 사라지지 않을 악의 속으로 침잠한다. 그러곤 사십 년을 내리 자신의 모욕을 가장 극악하고 수치스러운 세부 사항까지 죄다 기억해 내고 그때마다 자기 쪽에서 훨씬 더 수치스러운 세부 사항을 덧붙이면서 자신의 환상을 통해 표독스럽게 스스로를 약 올리고 짜증나게 만들 것이다. 그놈 스스로 자신의 공상을 부끄러워하면서도 어쨌거나 모든 것을 기억해 내고 모든 것을 곱씹고 이런 일도 일어날 수 있었다는 구실을 대며 자신에게 불리한 얼토당토않은 것만 잔뜩 지어내고 어느 것 하나 곱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본문 중에서)

 

도스토예프스키의 미학적, 시학적 실험

19세기 리얼리즘 소설의 문법을 비켜 나간 의식과 실존의 새로운 지평

도스토예프스키는 소설가로서 주목받기 시작하던 스물여덟 살부터 팔 년 동안 유형 생활을 한다. 사 년을 감옥에서 보냈으며 사 년 동안은 시베리아에서 복무했는데, 특히 감옥 생활을 하는 중에 허락됐던 책은 ‘성경’이 유일했다고 한다. 이 공백기가 지난 후 그의 작품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을 띠게 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특히 퇴역한 지 오 년이 지난 1864년에 발표한 『지하로부터의 수기』에서는 “그동안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소설 형식을 선보였다. 기존의 소설 문법뿐 아니라 세계 인식의 틀마저 배반하면서 소설 장르에 대한 실험을 감행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런 결과 때문이다. 또한 『죄와 벌』이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과 같은 도스토예프스키 자신의 대작과 비교했을 때 이 작품은 중편소설에 가까운 분량이지만, 평론가들은 그의 다른 작품보다도 훨씬 난해하고 모던하며 문제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나는 쓴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게다가 이 ‘나’는 주인공-영웅이 되기는커녕 ‘반(半)주인공’, 심지어 ‘반(反)주인공’에, 그야말로 무위도식하는 백수에 불과하지만 오직 쓰는 행위를 통해 세계를 내 안에 담은 주인공으로 등극한다. 바로 이것이 발자크적 리얼리즘에 지배되던 19세기 소설 문법을 비켜나가 『지하로부터의 수기』만이 보여 준, 심지어 발견한 우리 의식과 실존의 새로운 지평이기도 하다.(「작품 해설」 중에서)

 

젊고 감각적인 번역으로 다시 읽는 『지하로부터의 수기』

이 책의 번역자인 김연경은 서울대학교와 모스크바 국립사범대학교에서 도스토예프스키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젊은 학자이다. 또한 21세에 등단해 소설집 『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소설』, 『내 아내의 모든 것』, 장편소설 『고양이의 이중생활』  등의 작품을 발표한 소설가이기도 하다. 젊은 학자이자 소설가로서, 김연경은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감각적으로 번역해 냈다.
또한 고심 끝에 기존에 흔히 쓰이던 ‘지하 생활자의 수기’라는 제목 대신 ‘지하로부터의 수기’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 작품의 원제목은 ‘Записки из подполья(Notes from (the) Underground)’로, ‘지하 생활자의 수기’는 일본어 번역(‘地下生活者の手記’)을 그대로 차용한 제목이다. 일견 자연스럽고 익숙한 듯한 이 제목 대신 ‘지하로부터의 수기’라는 제목을 택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우선은 작품의 원제의 의미를 최대한 가깝게 전달하려 했다. 그리고 이 작품의 주인공인 ‘지하 인간’에게는 건강하고 활기찬 느낌을 주는 ‘생활’이라는 것이 결여되어 있다. 그의 수기는 그저 그의 ‘실존’, 그리고 그의 ‘지하’에서 흘러나온 고백인 것이다.

목차

지하진눈깨비에 관하여
작품 해설작가 연보

작가 소개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1821년 10월 30일 모스크바 마린스키 빈민 병원 의사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페테르부르크 공병학교를 졸업했지만 문학의 길을 택한 뒤, 첫 작품 『가난한 사람들』(1846)로 당시 러시아 문단의 총아가 되었다. 1849년부터 공상적 사회주의의 경향을 띤 페트라솁스키 모임에 출입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고골에게 보내는 벨린스키의 편지를 낭독했다는 이유로 사형선고를 받지만 극적인 순간에 사형 집행이 취소되어 유형을 떠나게 된다. 사 년간의 감옥 생활과 사 년간의 복무 이후, 잡지 《시대》를 창간함과 동시에 그의 작품 세계에서 이정표가 된 『지하로부터의 수기』(1864)를 발표했다. 이어, 지병인 간질병과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죄와 벌』(1866), 『백치』(1868), 『악령』(1872),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1880) 등 심리적, 철학적, 윤리적, 종교적 문제의식으로 점철된 걸작들을 남겼다. 1881년 1월 28일, 폐동맥 파열로 사망했으며 페테르부르크의 알렉산드르 네프스카야 대수도원 묘지에 안치되었다.

김연경 옮김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원 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04년 모스크바 국립사범대학교에서 도스토옙스키의 「분신」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서울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지하로부터의 수기』,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 등이 있으며, 소설집 『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소설』, 『파우스트 박사의 오류』, 장편 소설 『고양이의 이중생활』, 『다시, 스침들』, 『우주보다 낯설고 먼』 등을 발표했다.

전자책 정보

발행일 2012년 6월 30일 | 최종 업데이트 2012년 6월 30일

ISBN 978-89-374-9539-7 | 가격 6,300원

19세기 리얼리즘 소설의 문법을 벗어나 의식과 실존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

문학, 철학, 심리학의 지형도를 바꿔 놓은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

독자 리뷰(9)

독자 평점

4.2

북클럽회원 16명의 평가

한줄평

1부인 '지하'는 정말 감명깊게 읽었다. 인간의 내면에 대한 통찰이 깊은 공감을 주었고 자신을 변호하듯 비난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2부에 들어서면 주인공 진짜... 전형적인 자존심만 높고 자존감은 낮은 인간이다. 얼마나 최악이냐면 인간이(사실은 내가) 정말 찌질하고 자존감이 낮았을때 하는 생각이나 행동을 해서 공감성수치때문에 몇번이나 읽다가 멈췄다. 이런게 인간의 본성인가... 싶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어휴...어휴..!!를 남발하며 봤다. 본문이 정말 이해가 안간다면 뒤에 해설을 읽어보는것도 좋을듯!

밑줄 친 문장

실상 우리는 잘 알지도 못한다. 지금 대체 어디에 살아 있는 것이 있는가 199쪽
그런데 말이다, 바로 그 순간 나는 이런 가정이 얼마나 추잡하고 터무니없는지를 온 세상을 통틀어 그 누구보다도 분명하게, 생생하게 깨달았고 그로써 동전의 뒷면이 만천하에 드러났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나는 내가 그녀의 영혼을 송두리째 뒤집어 놓았고 그녀의 심장을 박살냈다는 예감이 들었으며, 그 확신이 강해질수록 더 빨리, 가능한 한 더 열심히 목적에 도달하길 바랐다. 놀이, 이 놀이가 나를 매혹시켰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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