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 “이 시대의 진정한 이야기꾼” 잉고 슐체의 대표작한 마을을 에워쌌던 세계가 완전히 붕괴되고마을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
원제 Simple Storys
글 잉고 슐체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0년 1월 11일
ISBN: 978-89-374-9011-8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0x210 · 412쪽
가격: 14,000원
시리즈: 모던클래식 11
독일 문학계에 새로 등장한 “이 시대의 진정한 이야기꾼”(귄터 그라스)이라는 극찬을 받은 잉고 슐체의 대표작 『심플 스토리』(노선정 번역)가 민음사 모던 클래식으로 출간되었다.
구동독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통일 직후 마을 사람들의 일상을 그려 낸 『심플 스토리』는 동독 출신 작가의 체험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작품이다. 작가는 마흔 명이 넘는 주인공을 등장시켜 통일이라는 역사의 큰 소용돌이 속에서 달라진 개인의 삶을 섬세하게 관찰한다. 생존이라는 상황에서 자유롭진 못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이들의 일상은 거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고독하게 생존 경쟁을 하는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 통일 직후의 시대상을 탁월하게 묘사한 이 작품은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새로운 스타일의 통일 소설”(《슈피겔》)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그해 라이프치히 도서전에서 세계적인 화제작으로 주목받았다. 또한 작가에게 베를린 문학상을 안겨 주었으며, 현재 영국, 미국, 프랑스, 러시아 등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번역되었다.
1 제우스
2 새 화폐
3 진짜 좋은 이야기 한 편
4 큰 공포
5 철새
6 너무나도 길었던 밤
7 피서
8 내 목에 닿은 숨결
9 디스패처
10 미소
11 여자 둘, 아이 하나, 테리, 괴물과 코끼리
12 살인자
13 이제 씻어도 돼
14 거울
15 빅 맥과 빅 뱅
16 깡통
17 빚
18 저녁 뒤에 맞은 아침
19 기적
20 아이들
21 솔잎 바늘
22 끝난 건 끝난 거다
23 방송 종료
24 보름달
25 세상에, 정말 예쁘군!
26 Blinking Baby
27 이 남자가 아니다
28 눈과 쓰레기 더미
29 물고기
옮긴이의 말
“나에게 문학이란 물방울 속에서 세상을 보는 행위와도 같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20년이 흘렀다. ‘독일의 통일’은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엄청난 사건이었다. 그렇다 보니 그간 많은 작가들이 작품의 소재로 삼으면서 독일의 통일은 문학계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특히 1950년대 이후 구동독에서 태어나 통일 후 데뷔한 작가들은, 동독 출신의 기성세대 작가나 서독 출신의 젊은 작가와는 다른 시각으로 역사와 사회의 폐해를 파헤치는 문제작들을 발표하면서 현재 독일 문단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1962년 구동독의 드레스덴에서 태어난 잉고 슐체는 이들 작가의 선두 주자이자 현재 독일 문단의 젊은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열네 살 때(1976), 동독 출신의 시인 볼프 비어만이 서독으로 망명하면서 동독의 전 언론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사회 전체가 술렁이자 ‘문학이 한 사회를 뒤흔들 수도 있다’는 사실에 큰 영향을 받아 작가가 되었다.
슐체는 두 번째 소설 『심플 스토리』에서 통일 자체를 다루기보다는 통일로 인해 달라진 동독인의 삶을 그린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화폐 통합, 가치관의 변화, 실업, 가족의 해체 등 동독인들의 삶에 결코 ‘심플하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는데, 이 작품은 이들의 일상을 스냅사진처럼 포착하고 콜라주처럼 구성하여 보여 준다. 또한 구동독의 작고 평범한 마을 알텐부르크를 작품의 배경으로 설정함으로써 역사적이고 거시적인 주제를 좀 더 밀도감 있고 생생하게 다루며 문학적 성취를 이루었다.
이와 관련하여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나에게 문학이란 작은 물방울 속에서 세상을 보는 행위와도 같다.”고 말하면서, 문학은 시공간과 인물의 설정에서부터 “아주 정확한 상황을 창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마르틴 발저의 『필리프스부르크의 결혼』이나 셔우드 앤더슨의 『오하이오 주의 와인즈버그』, 윌리엄 포크너의 『음향과 분노』 등에서 볼 수 있듯 많은 작가들이 실재하는 장소나 가상의 공간을 작품의 배경으로 설정하여 문학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독일의 한 작은 도시 알텐부르크는 마르틴 발저의 『필리프스부르크의 결혼』이나 우베 욘손의 『예리초우』의 소설 속 공간과 같은 곳이다. ……이보다 더 훌륭한 작품은 독일 문학계에서 나올 수 없다.”고 평한 바 있다.
결코 심플하지 않은 “심플 스토리”
모두 29장으로 구성된 『심플 스토리』에서는 주인공을 꼽을 수 없다. 마흔 명이 넘는 등장인물이 왁자지껄하게 나와 분주하게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이는 등장인물 모두 각자의 삶에서는 진정한 주인공이기도 하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주인공들은 서독으로 건너가 가짜 여권을 만들어 해외여행을 떠나고, 화폐 통합으로 혼란을 겪는다. 대학 강사였던 마르틴은 직장을 잃고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고, 소설가를 꿈꾸던 엔리코는 작품을 발표하지도 못한 채 결국 목숨을 잃는다. 생필품을 구하기 힘들던 시절 서독의 다양한 맥주 캔을 수집하던 남자는 통일 후 어디서든 쉽게 캔 맥주를 살 수 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깡통을 거실에 진열하며 즐거워한다. 혼란스러운 일상 속에서 결혼생활이 무참히 깨진 부부가 있는가 하면, 새로운 연인을 만나 새로운 삶을 꿈꾸는 젊은이들도 있다.
작품 속 29개의 ‘미니 세상’은 별개의 스토리인 양 펼쳐지지만, 실은 이러한 개별적인 사건들은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통일 후 동독인들의 일상’이라는 하나의 플롯을 완성한다. 예를 들어 구동독 시절 대학에서 예술사학을 전공한 마르틴은 1장에서 재혼한 부모님의 해외여행을 보내드렸고, 4장에서 통일 후 대학 강사직을 잃고서 회사의 영업사원직과 대리 기사 등을 전전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더니 다른 장에서 다시 등장해 예전에 가족을 버리고 혼자 서독으로 망명한 친아버지를 만나고, 마지막 장에서는 우스꽝스러운 복장으로 레스토랑 전단지를 돌리고 있다. 그런가 하면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디터의 영악한 애인이었던 제니는 마지막 장에서 레스토랑 전단지를 돌리면서 마르틴을 만나고, 둘은 함께 새로운 삶을 꿈꾸게 된다.
독자는 미니 세상이 새로 열릴 때마다 다른 등장인물이 튀어나와 문체와 시점을 달리하면서 들려주는 새로운 이야기에 끊임없이 적응하느라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을 것이다.
독특한 형식과 문학적 깊이로 독일 문학의 새 장을 열다
잉고 슐체는 어느 인터뷰에서, 미국 단편 소설의 거장 레이먼드 카버의 작품들을 즐겨 읽었고, 특히 카버의 소설들을 재구성해서 만든 로버트 앨트먼의 영화 「숏 컷」에 깊은 인상을 받아 『심플 스토리』를 구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이 작품은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뿐 아니라 로버트 앨트먼의 영화 「숏 컷」처럼 등장인물을 여러 각도에서 서술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Simple Storys”라는 동독식 영어 제목 역시 카버의 소설이나 미국 에피소드 영화의 전통을 따르고 있음을 의도적으로 드러낸다.
하지만 카버가 등장인물들의 만남을 ‘운명’으로 연결 지으며 이야기를 교훈이나 위트로 따뜻하게 마무리 짓는 것과 달리, 슐체는 등장인물들의 만남 또한 너무도 사소한 ‘우연’처럼 가장하고 교훈이나 위트마저 절제한 채 냉정을 유지한다. 그럼으로써 역사의 비극이 개인의 삶에 드리우는 불행을 좀 더 객관적으로 진단한다.
한편, 내용뿐 아니라 형식적인 면에서도 독일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슐체는 『심플 스토리』 이후 새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매번 작품의 형식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 오고 있다. 그는 주인공이 세 연인에게 보내는 서간문 형식으로 『새로운 인생』을 완성했고, 누군가에게 말을 걸거나 속내를 털어놓는 식의 구어체로만 단편집 『핸드폰』을 쓰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아담과 에벌린』은 거의 대부분이 인물 간의 대화로 이뤄져서 마치 시나리오 한 편을 읽는 듯한 기분마저 들게 한다.
■ 줄거리
독일 동부 튀링겐 주의 한 작은 도시 알텐부르크.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옛 동독의 작고 평범한 이 마을에도 큰 변화가 찾아온다. 마을 사람들을 에워쌌던 한 세계가 온전히 붕괴되고 그들 앞에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
에른스트 모이러와 레나테 모이러 부부는 결혼 20주년을 맞아 아들의 선물로 해외여행을 떠난다. 통일 직후 더 이상 동독의 시민도 아니면서 아직은 통일 독일의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한 이들은, 서독으로 건너가 가짜 여권을 만들어 이탈리아로 떠난다.
디터 슈베르트는 우연히 떠난 해외여행에서 동독 시절 자신을 부당 해고한 교장 에른스트 모이러를 만나게 되고, 이후 1990년대 상반기에 그 사건을 언론에 대대적으로 고발하고 ‘정치적 박해자’로 연금을 받으며 잘 지내지만 어느 날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다. 반면 예전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모이러는 비난의 표적이 되지만 학교 측도 당 측도 아무런 해명을 해 주지 않자 그 충격으로 점차 몰락하다 결국 정신병원에 실려 가는 신세가 된다.
예술사학을 전공한, 모이러 부부의 아들 마르틴은 통일이 되기 전 대학 강사였으나, 통일 후 직장을 잃고 외판원, 대리 기사 등을 전전한다. 그의 아내 안드레아는 운전면허가 정지되면서 자전거를 배우지만, 뺑소니차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화폐 통합 이후 구동독의 상점 진열대는 동독 상품 대신 서독 상품들로 채워진다. 생필품을 구하기 힘들었던 동독 시절에 서독의 다양한 맥주 캔과 통조림 깡통을 수집하던 남자는 통일 후 어디서든 캔 맥주를 쉽게 살 수 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깡통을 수집해 거실에 진열하며 즐거워한다.
그런가 하면 벽지에 온통 메모를 해대며 소설가를 꿈꾸던 엔리코는 작품을 발표하지도 못한 채 결국 목숨을 잃는다…….
이 소설은 생존이라는 상황에서 자유롭진 못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마을 사람들의 일상을 스냅사진처럼 포착하고 콜라주처럼 구성하여 보여 준다.
■ 『심플 스토리』에 쏟아진 언론의 찬사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새로운 스타일의 통일 소설. ―《슈피겔》
독일의 한 작은 도시 알텐부르크는 마르틴 발저의 『필리프스부르크의 결혼』이나 우베 욘손의 『예리초우』의 소설 속 공간과 같은 곳이다. 이보다 더 훌륭한 작품은 독일 문학계에서 나올 수 없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잉고 슐체는 독일 문학계에 새로 등장한 진정한 이야기꾼이다. ― 귄터 그라스
『심플 스토리』는 광각렌즈와 망원렌즈, 줌렌즈, 클로즈업렌즈를 사용하듯 대상을 다양한 각도와 방식으로 서술한다. ……이로써 독일 통일의 문제를 내용뿐 아니라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가장 혁신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 프랑크 토마스 그루브(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