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렌즈』로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소설가 이홍의 또 하나의 문제작
강남 소설의 문법으로 강남 소설을 내파한
21세기 카프(카) 소설의 탄생!
장편소설 『걸프렌즈』로 2007년 <오늘의 작가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단한 작가 이홍의 두 번째 장편소설 『성탄 피크닉』이 출간되었다. “문학성․다양성․참신성이라는 유일하고도 절대적인 원칙하에, 한국 문학의 미래를 이끌어 갈 신예들의 경장편을 엄선해 소개”하는 ‘민음 경장편’ 시리즈의 그 두 번째 권이다.
민음사와 계간 《세계의 문학》이 새롭게 선보인 ‘민음 경장편’은 야심 차게 출발한 김이설의 『나쁜 피』가 2009년 동인문학상 최종심 후보에, 이홍의 『성탄 피크닉』이 계간지 발표 직후 2009년 한국일보문학상 최종심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작가와 작품 선정에 대한 안목을 한껏 과시한 바 있다.
영화 「걸프렌즈」의 원작자란 사실이 뒷받침해 주듯 이홍은 대중의 기호를 읽을 줄 아는 몇 안 되는 소설가 중 하나다. 가려운 데를 속 시원하게 긁어 줄 뿐만 아니라 밀고 당기기에도 능하다. 능청스레 밀어냈다가 어느 순간 놀라운 흡인력으로 사정없이 몰아친다는 이야기다. 『성탄 피크닉』에서 이홍은 자신의 이러한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토막 살인과 사체 유기, 로또 당첨, 원조 교제 등의 흥미로운 소재를 때로는 스릴러적 코드로, 때로는 사회파 추리소설다운 면모를 흠씬 보여 주며 빼어난 작품으로 완성해 냈다. 이 소설에 대해 문학평론가 우찬제는 “강남의 신풍속을 위악적으로 다루면서도 사회윤리적 상상력을 결합해 풍속성의 단면을 넘어섰다.”고 평했으며 문학평론가 이광호는 “이 영역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수작”이라고 평했다. 시종 긴장감을 유지하며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게 풀어낸 『성탄 피크닉』은 또 하나의 문제적 작품으로 등극하며 이 계절, 독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소설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 로또에 당첨된 한 가족의 파란만장한 압구정 진출기
2000년대 들어 급부상한 강남 소설은 강남 내부자의 위치에서 자본주의사회가 지닌 물질만능주의나 부르주아 계급의 속물성을 성찰하는 소설의 하위 장르다. 하지만 이홍의 『성탄 피크닉』은 강남 내부에 살면서도 ‘내추럴 본 프롤레타리아’이기 때문에 강남 안의 강북인, 외부인, 타자, 소수자, 이방인, 방문객으로 존재하면서 소외당하는 한 가족의 일상을 통해 강남 소설을 내파(in-plosion)하고 있다. 이를 통해 겉으로는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모든 것이 성취 가능하다는 무한 자유와 자발적 성취를 보장하는 듯하지만, 속으로는 소비와 갈망을 통해 한없이 그 성공을 유예한다.
강남은 더 이상 강남이 아니다. 특정 지역이 아니라 독립된 하나의 정부(政府)이기 때문이다. 『성탄 피크닉』은 ‘강북의 강북’에 해당하는 ‘성남’에 살았던 한 가족이 로또에 당첨되어 ‘강남의 강남’에 해당하는 ‘압구정동’의 한양아파트에 입성한 이야기다. 그런데 주인공 가족에게 발부된 것은 ‘영주권’이 아닌 ‘거주권’. 게다가 강남인들은 비강남인들의 진입을 처음부터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진입을 허락하는 척하면서 그들을 다시 퇴출시킨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한다. ‘내추럴 본 부르주아’들의 강남에 오롯이 편입되기 위해서는 ‘내추럴 본 프롤레타리아’인 은영, 은비, 은재 주인공 세 남매의 처절한 몸부림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로또에 당첨된 뒤 엄마와 이혼하고 당첨금의 20분의 1을 챙겨 집을 나간 아빠와, 1년 과정으로 홍콩의 딤섬 스쿨에서 유학 중인 엄마를 대신해 가장 역할을 하고 있는 첫째 은영의 최대 고민은 취업. 명문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벌써 스무 번도 넘게 면접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백수인 둘째 은비. 소설 속의 핵심 서사를 이끌고 있으며 강남적 외모와 가치관에 가장 부합하는 문제적 인물이다. 돈을 물 쓰듯이 쓰며 명품을 휘감는 게 로망인 은비는 열아홉이라고 나이를 속여 강남 아저씨들이나 오빠들에게서 원하는 것을 얻어 내고야 만다. 게임 중독인 왕따 고등학생 막내 은재. 갈수록 말수가 줄어들며 학교에서 도망치고만 싶은 은재는 구타를 일삼는 폭력 남편으로 인해 고통받는 옆집 여자와 불륜 관계에 빠진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무렵, 이들 세 남매에게 예기치 않은 사건이 발생한다. 계속 돈을 뜯어내려는 은비의 협박에 화가 난 최 원장이 은비의 집으로 찾아오고, 공모 아닌 공모로 인해 최 원장이 살해되기에 이른다. 이제 꿈과 행복을 보장하는 유토피아였던 압구정동 한양아파트는 피가 낭자한 살인의 현장이자 디스토피아가 되고 만다. ‘강남으로의 안착’을 통해 신분 상승을 꿈꾸었던 그들의 선택은 한 가지밖에 남지 않았다. 삼분(三分)된 최 원장의 시체를 각기 자신들의 가방 속에 넣고 집을 나서는 것. 바야흐로 세 남매의 우왕좌왕, 좌충우돌 ‘성탄 피크닉’이 시작된 것이다.
■ 이 책의 차례
성탄 피크닉
작가의 말
작품 해설
웰컴 투 강남_ 김미현(문학평론가․이화여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