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 기법으로 현실의 이면을 드러낸 현대 멕시코의 대표 작가 푸엔테스인생의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려는 한 여인의 집요한 욕망독특한 화법과 어둡고 기괴한 묘사가 돋보이는 신비로운 고딕소설
아우라
원제 Aura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9년 11월 13일 | ISBN 978-89-374-6229-0
패키지 반양장 · 신국변형 132x225 · 106쪽 | 가격 7,000원
시리즈 세계문학전집 229 | 분야 세계문학전집 229
환상적 기법으로 현실의 이면을 드러낸 현대 멕시코의 대표 작가 푸엔테스인생의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려는 한 여인의 집요한 욕망독특한 화법과 어둡고 기괴한 묘사가 돋보이는 신비로운 고딕소설
옥타비오 파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함께 중남미 문학의 3대 작가로 알려진 푸엔테스의 『아우라』가 세계문학전집(229)으로 출간되었다. 매년 노벨상 후보로 거명되기도 하는 멕시코의 대표 작가 푸엔테스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거침없이 무너뜨리며 아름답고 몽환적인 세계를 그려 내는 작가일 뿐 아니라, 문학과 정치는 하나라고 믿으며 현실 정치의 민감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소신 있게 발언하는 대표적인 지성인이다.그는 치밀한 문장과 탄탄한 구조로 쉽게 잊히지 않는 생생하고 아름다운 작품들을 여럿 발표했다. 특히 『아우라』는 그가 쓴 환상소설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손꼽힌다. 이 작품은 젊은 역사학도 펠리페가 늙고 추한 노파와 한눈에 반할 만큼 아름다운 여인 아우라를 만나면서부터 시작한다. 기괴하고 몽환적인 세계 속에서, 아우라에 대한 사랑이 깊어 갈수록 그는 점점 무뎌지고, 뜨거운 욕망을 추구할수록 깊고 어두운 수렁으로 빠져든다.아득한 먼 옛날부터 인류가 염원해 온, 영원히 죽지 않는 삶과 죽음도 뛰어넘는 사랑의 끝을 집요하게 따라가는 이 작품은, 욕망이 절정까지 차오르는 순간에 돌연 가면을 벗은 얼굴로 통제할 수 없는 욕망의 본질을 바라보게 한다.
▶ 그는 독자의 청각, 후각, 시각을 자극하고, 모국의 신화적 역사를 재현할 줄 아는 거장이다. – 《시애틀 타임스》▶ 이 작품을 통해 당신은 절대적인 경험을 맛보게 된다. 이 작품은 포, 보들레르, 이자크 디네센을 섞은 듯한 아름답고 무서운 이야기다. – 《뉴스위크》
■ 세 번의 섹스와 세 개의 원고 뭉치, 비밀이 하나씩 밝혀질수록 더 깊이 덫에 빠져든다.
젊고 재능 있는 역사학도 펠리페, 하지만 그의 현실은 월급 900페소를 받는 사립학교의 보조교사다. 어느 날 카페에서 신문을 읽던 그는 눈에 띄는 일자리를 발견한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그 일자리를 구하러,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 같은 낡고 어두운 저택으로 찾아간다.그 집의 주인 콘수엘로 부인은 펠리페에게 죽은 남편 요렌테 장군의 비망록을 정리하는 일을 제안한다. 불길한 기운을 감지한 펠리페는 대답을 망설이지만, 콘수엘로 부인이 소개한 그녀의 조카 아우라를 만나자마자, 아우라의 아름다운 두 눈동자에 이끌리듯 빨려들어 그들과 함께 살기 시작한다.
넌 꿈이 아니라고 자신을 다독여. 여태까지 보아 온, 그리고 앞으로도 볼 수 있는 그저 아름다운 초록빛 눈일 뿐이라고 말이야. 그런데도 끊임없이 출렁이며 변화하는 이 눈은 오직 너만이 알아볼 수 있고 열망하는 그 어떤 풍경을 제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어.
하지만 다음 날부터 기이한 일상이 펼쳐진다. 식탁에는 알 수 없는 1인분이 더 준비되고, 우연히 본 정원에서는 고양이들이 불타고 있다. 누구도 의문들에 대해 속시원히 설명해 주지 않는 채로, 그는 이 집에 서서히 적응한다.아우라를 향한 사랑은 점점 깊어져서 그는 그녀에게 남편이 될 것을 약속하고,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며 뜨거운 밤을 함께 보낸다. 하지만 그 사랑의 걸림돌인 콘수엘로 부인 때문에 펠리페의 욕망은 온전히 채워지지 못한다. 두 번째로 그녀와 동침하던 날, 얼핏 인기척이 나 고개를 들어보니 어둠 속에서 콘수엘로 부인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 더 이상 참지 않겠다고 마음 먹은 펠리페는 콘수엘로의 과거를 밝히기 위해서 요렌테 장군이 남긴 마지막 세 번째 원고 뭉치를 펼친다. 그리고 그 순간 판도라의 상자처럼 기어이 열린 위험한 진실 앞에서 그는 이제 더 이상 한 걸음도 달아날 수 없다.
축축하고 향이 진한 화초들의 색깔과 촉감, 그리고 향기에 보태서 멀리서 들려오는 왈츠 리듬의 폭포 속에 빠져 버린 너는 현기증이 날 지경이야. 기진맥진해서 침대 위로 쓰러지고선 마치 보이지 않는 어떤 손이 네가 27년간 간직해 온 가면을 벗기기라도 하듯 너는 네 턱과 눈과 코를 만져.
■ 비틀어진 환상으로 현실을 마주하는 작가 푸엔테스
푸엔테스는 가브리엘 마르케스, 바르가스 요사 등 사실주의 문학에 권태를 느낀 당대의 작가들과 함께 라틴아메리카 고유의 문학 사조인 “마술적 사실주의”를 창조한다. 그는 그전까지의 사실주의에 대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만을 보게 하는 감옥”이라고 말한다. 마술적인 사실과 환각적인 세계 속에서 ‘현실’의 또 다른 이면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는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작가들처럼 단순히 세계를 재현하는 걸 넘어 세계를 발굴하고 개척하려 한다. 따라서 다양한 실험적인 방식도 마다하지 않는다.하지만 그가 보여 주는 환상세계에는 다른 작가들과 달리 그가 평생을 고민하고 연구해 온 멕시코의 역사와 현재가 그림자처럼 어른거린다. 구체제를 대변하는 요렌테 장군의 역사관과 멕시코 민족주의 관점으로 새로운 역사를 쓰려는 펠리페의 역사관이 공존하는 모습에서 멕시코의 지난한 과거사를 엿볼 수 있고, 신식 건물들로 둘러싸여 빛도 제대로 들지 않는 집을 고집하며 재개발을 거부하는 콘수엘로 부인에게서 빠르게 변화하는 멕시코의 현재와, 과거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다.이 작품은 공포와 로맨스가 결합된, 고딕소설이다. 푸엔테스는 미로 같은 계단과 고딕 장식 옷장, 닳아빠진 개머리 형상의 대문 문고리, 정원의 약초와 고양이 울음소리, 천사를 맴돌며 웃고 있는 사탄 이미지, 빛과 어둠의 극명한 대비, 밀가루 인형과 희생당하는 새끼 양 등의 소품을 활용해 고딕미학을 추구한다. 이런 설정은 독자를 편안하게 하기보다 긴장하게 한다. 일체의 과장도 너스레도 없고, 개성 넘치는 인물이나 흥미진진한 사건도 없지만, 이 작품에는 줄곧 소설 속 세계를, 우리가 사는 현실을 직면하게 하는 서늘한 긴장감이 흐른다. 푸엔테스가 보고 싶은 것, 보여 주고 싶은 것은 정교하고 치밀한 현실이다. 그리고 『아우라』에서 그는 경직된 사실주의를 뛰어넘는 입체적이고 다층적인 현실 묘사를 성취한다.
■ 우리를 살게도 하고, 죽게도 하는 욕망의 힘
『아우라』의 환각적인 아름다움은 푸엔테스의 무수한 작품들 중에서도 최고로 손꼽힌다. 발표 당시에는 같은 해 출간된 작가의 또 다른 소설 『아르테미오 크루스의 죽음』의 폭발적인 성공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불운한 작품이지만 작가 자신은 이 작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밝혀 왔다. 푸엔테스의 문학적 정수가 압축적으로 담겨 있는 이 작품은 영화보다 생생한, 오감을 자극하는 묘사를 통해, 문학만이 이룰 수 있는 상상력의 최대치를 보여 준다. 뿐만 아니라 흡사 가까이서 카메라를 들고 주인공을 따라다니듯, “너”라고 인물을 부르는 독특한 화법은 낯선 형식임에도 거부감이 들기보단 몰입을 높여 준다. ‘너’인 펠리페가 더듬더듬 이 집 안으로 들어설 때, 다른 의미의 ‘너’인 독자도 함께 따라 들어간다. 독자는 펠리페처럼 소리를 쫓아서, 촉감을 따라서 그 집의 정체를 추측하고, 비밀을 하나씩 밝혀 나간다.독자와 펠리페 사이의 치밀하게 계산된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다가 마침내 27년간 간직해 온 펠리페의 가면이 부서지는 순간, 독자 역시 내가 나라고 믿고 있던 것, 내가 세계라고 믿고 있던 것의 견고한 구조가 무너져 내리는 가슴 철렁함을 실감하는 것이다.『아우라』의 인물들은 욕망을 매개로 세상과 충돌한다. 그들은 온몸을 부딪쳐 욕망을 성취하려 한다. 그러면서 세상을 교란해 욕망을 따라가기도 하지만, 주로 자아를 잃거나, 부정하고 싶은 현실을 대면하거나, 원래 욕망에서 너무 멀어진 것으로 대체하게 된다.현실에서 그들의 욕망은 어떻게 해도 온전히 성취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 역시 어떻게 해도 멈추거나 타협하지 않는다. 푸엔테스는 욕망의 겉과 속, 빛과 어둠을 낱낱이 보여 주면서도 그것을 단죄하지도, 추앙하지도 않는다. 일체의 평가나 선입견을 걷어 낸 그의 관점에는 인간의 욕망은 옳거나 그른 것이 아니라 그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주장이 숨어 있다. 또한 그런 욕망의 힘으로 움직이는 인간 역시 선하거나 악한 게 아니라 그저 인간적인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오로지 욕망만이, 우리를 살게 하고 또한 죽게 하는 것이라고 그는 조용히 역설한다.
독자 평점
4
북클럽회원 14명의 평가
한줄평
밑줄 친 문장
이 집은 항상 어둠 속에 있어야만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야. 너는 감촉으로 이 집의 구조를 파악해야만 해.
미소를 지으며 다가가는데 난데없이 고양이들이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 또다시 멈칫하지. 그래. 분명 고양이 여러 마리야. (23)
고통과 분노의 이미지 속에서 유일하게 미소 짓는 것은 악마들뿐이네. (27)
네가 면도를 마칠 때쯤 고통에 신음하며 애원하는 듯한 고양이 울음소리가 새벽 정적을 깨며 들려와. 네 귓가에 울리는 잔혹하고 거슬리는 데다가 뭔가를 간청하는 것 같은 이 소리는 도대체 어디서 나는 것일까? (31)
… 미간을 찌푸린 채 노파가 아우라에게 무언가 비밀스러운 힘을 행사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보지. 그래, 그 소녀. 녹색 옷을 입은 너의 아름다운 아우라가 이 낡고 그늘진 집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갇혀 살 순 없는 거야. (35)
* 내가 그녀를 안 것은 그녀가 열다섯 살 때였고 단연코 말한다면 나는 그녀의 녹색 눈에 매혹되었다. (40 주)
******그녀는 어린애처럼 순진해서 그런 짓을 하고 말았다. (40 주)
100년이 지나도록 항상 녹색 옷을 입고, 항상 아름다운 그녀. (41)
성냥불 빛에 생기를 되찾은 약초들이 그림자를 흩날리는 동안 넌 이 풀의 효능을 생각해 보는 거야. 동공을 확대하고, 졸음을 불러일으키며, 진통을 잊게 하고, 위안을 주며, 의욕을 없애고, 관능적인 편안함으로 달래 줄 거라는 생각이 들어. (46)
너는 몸을 말리면서 노파와 젊은 여인이 너에게 미소 지으며 서로 껴안고 있던 것을 기억해 내. 그들은 방에서 나가기 전에도 껴안고 있었어. 그들이 한곳에 있을 때에는 항상 똑같이 행동한다는 것을 되새겨. 그들은 마치 어느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흉내 내고, 한 사람의 의자가 다른 사람에게 종속된 것처럼 서로 껴안고, 동시에 미소 짓고, 식사하고, 말하고, 함께 들어왔다가 나가. (52)
‘날 잡지 말아요. 난 나의 청춘을 향해 가고, 청춘은 내게 오고 있어요. 벌써 들어왔고, 정원에 있고, 이미 도착했어요.’ …콘수엘로, 불쌍한 콘수엘로… 콘수엘로, 악마도 천사였지, 한때는…” (57)
너는 이제 다시 시계를 보지 않을 거야. 그 쓸모없는 물건은 인간의 허영심에 맞게 조정되어 거짓 시간을 재고, 지겹도록 긴 시간을 표시하는 바늘들도 진정한 시간, 즉 모욕적이고 치명적으로 흘러서 그 어떤 시계로도 잴 수 없는 시간을 속이는 것에 불과해. 한 평생, 한 세기, 반백 년, 이제 네가 이러한 거짓된 기준을 상상하는 건 불가능할 거야. 이제 네가 실체도 없는 먼지 같은 것을 손아귀에 쥔다는 건 불가능할 거야. (59)
“우리가 만약 문지방을 건너가는 것만으로 젊음을 즉시 되찾을 수 있다면, 그리고 만약 우리가 문의 한쪽에서는 늙어가고, 또 다른 쪽으로 건너가자마자 다시 젊어진다면…?” (69)
아니, 미조구치의 영화를 보고 를 쓴 지 4년 후, 나는 라파엘 아베르티, 마리아 데레사 레온 등 스페인 시인들에게 이끌려 간 로마 트라스테베레의 오래된 책방에서 아사이 료이가 1666년에 쓴 일본 설화 의 이탈리아 번역본을 발견했다. 앞의 이야기들ㅇ과 비슷한 ‘게이샤 미야기노’가 아키나리의 이야기보다 200년 전, 미조구치의 영화보다 300년 전에 이미 나왔다는 것을 거기서 발견했을 때 나의 놀라움은 실로 대단했다. 이 이야기는 시체 성애라는 주제로 마무리된다. (75)
나는 그때 이 이야기의 최종 출처가 중국 명나라 소설 (1378년경)의 ‘애경전(愛卿傳)’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중국 문학의 가장 오래된 전통, 가령 초자연적인 처녀, 불행을 부르는 여자, 유령 신부, 다시 만나는 부부라는 반복되는 방 (78) 대한 이야기가 처음 흘러나온 몇 세기 전 기원을 알 수 있을까? (77~78)
입센의 에 나오는 노라처럼 문을 쾅 닫음으로써 자신을 구해 내야 하는 여성이 아니라, 이러한 여성들에 앞서 자기 의지와 자기 몸의 주인이기 때문에, 그리고 스스로 시간, 몸, 의지 사이의 어떤 구별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자기 시대의 주인일 수 있는 여성이다. (80)
반동 귀족의 회상록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나’의 목소리가 어느 순간 그를 유혹하는 마녀 사이렌의 목소리로 바뀌고 만다. 이렇듯 ‘나’, ‘너’, 그리고 ‘그녀’의 은밀한 목소리가 일관되게 ‘너’를 지칭하며 슬금슬금 자신의 욕망을 드러낼 때, 돈셀레스 거리에 있는, 거울상을 상징하는 69번지였다가 지금은 815번지가 된 중남미 식민지 시대와 근대가 중첩된 어두운 집에서 ‘나’와 ‘너’의 욕망이 서로 엇갈리며 교차한다. (96)
스페인 식민지 시대에 지은 스러져 가는 집과 이 집이 철거되기를 원하는 주변의 근대 건물의 대비가 명확히 부각되는데, 이 대비는 근대화와 산업화에 대한 반발로 피어난 고딕소설의 계보를 잇는다.
고딕소설은 공포와 로맨스를 조합한 문학 장르이다. 중세의 고딕식 고성을 배경으로 대개 어두운 숲, 구불구불한 계단, 비밀 통로, 고문실, 괴물이나 저주 등 초자연적이고 기괴한 이야기를 통해 신비감과 공포감을 전한다. (97)
흔히 기독교적 세계관에서는 이브 이후로, 유혹하는 여성에겐 악마적 속성이 있다고 묘사해 왔다. 새끼 양이나 염소를 희생물로 바치는 제의나 애니미즘은 기독교가 등장하면서 악마적인 것이 되어 버렸다.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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