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급 한국어

문지혁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3년 3월 3일 | ISBN 978-89-374-7383-8

패키지 양장 · 46판 128x188mm · 268쪽 | 가격 14,000원

책소개

“되풀이하는 것만이 살아 있다.

되풀이만이 사랑할 만하다.

되풀이만이 삶이다.”

 

『초급 한국어』 다음의 한국어 배우기

나에 대한 글쓰기로 완성되는 문학 수업

 

 

 

편집자 리뷰

문지혁의 ‘한국어 수업’ 두 번째 이야기 『중급 한국어』가 출간되었다. 2020년 출간된 『초급 한국어』를 잇는 『중급 한국어』는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최초의 ‘시리즈 인 시리즈’ 소설이다. 『초급 한국어』가 뉴욕 한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쳤던 작가의 경험을 담아 낸 것처럼, 『중급 한국어』에서도 현실의 문지혁처럼 소설을 쓰고 글쓰기를 가르치는 주인공 ‘문지혁’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초급 한국어』가 ‘코리안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기초 한국어 강의 커리큘럼에 따라 흘러갔다면, 『중급 한국어』의 뼈대는 글쓰기 강의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을 ‘Are you in peace?’라고 번역해 보는 초급 한국어 수업은 익숙한 한국어를 낯설게 보는 과정이었다. 이어지는 ‘중급’ 단계에서는 나의 이야기를 써 보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빛나는 문학적 순간들을 포착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심화학습이 이뤄진다.

 


 

■ 나에 대한 글쓰기

『중급 한국어』의 글쓰기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강의를 듣고 자신의 글을 써 내야 한다. 이후 서로의 글을 평가하는 합평을 거쳐 작품집을 만드는 것이 수업의 전체 커리큘럼이다. 이 대장정의 출발점이 되는 첫 번째 강의는 바로 ‘자서전’이다. 백지를 앞에 둔 학생들을 향한 첫 번째 지침은, 우리가 쓰는 모든 글은 일종의 ‘수정된 자서전’이라는 것. 나의 삶을 어떻게 글로 쓸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중급 한국어’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배워 갈 수업 목표이자 지혁 자신이 탐색해 가는 과제다. 강의 내용에 이어지는 지혁의 이야기들은 ‘자서전 쓰기’의 실전편이다.

 


 

■ 딸과 함께 새로운 언어 배우기

『초급 한국어』의 지혁은 작가 지망생이자 뉴욕의 대학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외국인 노동자다. 지혁이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의 시간을 그리는 『중급 한국어』에서 그는 여전히 등단하지 못한 작가이며 비정규직 대학 강사다. 바뀐 게 있다면 책 한 권을 낸 것, 은혜와 결혼한 것 그리고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딸 은채가 태어난 것. 아이가 성장하며 언어를 배워 가는 동안, 지혁도 아이와 함께 낯선 언어를 배워 간다. 소설가가 되기 위해 쓰고 읽고 고치는 매일매일이 그런 것처럼, 아이를 먹이고 재우고 놀아 주는 하루하루 역시 되풀이되며 “천천히, 그러나 세금처럼 확실하게” 흘러간다. 『중급 한국어』는 결혼 생활과 육아의 과정들을 세밀하게 기록하며, 되풀이되는 시간 속에서 반짝이는 새로운 언어를 포착한다.

 


 

■ 문학으로 확장되는 일상의 언어

소설 속 강의는 카프카의 『변신』, 체호프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롤랑 바르트의 『애도 일기』 같은 문학작품을 통해 성장과 사랑, 죽음과 고통을 바라본다. 우리 일상을 이루는 것들이자 문학작품의 영원한 주제들. 이지적이고 재치 있는 목소리로 이어지는 강의를 따라가는 것은 그 자체로 즐거운 문학적 경험이다. 한편 강의 내용은 지혁 자신의 일상에서, 학생과의 대화에서, 은채의 말을 통해 새롭게 해석된다. 지혁과 은혜의 결혼 생활에 대한 묘사는 강의 주제인 ‘대화’와 ‘사랑’의 정수를 보여 주고, 카프카식 서사 구조를 그린 도식 옆에는 이를 거스르는 은채의 짧은 이야기가 놓인다. 문학과 삶이 경계 없이 포개지며 서로를 덧쓰는 『중급 한국어』를 읽고 나면, 우리의 언어는 한층 풍부해진 내력을 안고 새로운 곳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 추천의 글

『중급 한국어』에 삽입된, 아마도 문지혁 작가가 실제로 자신의 소설 창작 수업에서 제공해 왔을 강의노트들은 그 자체로 흥미롭고 또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바가 많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강의노트의 내용이 아니라 『중급 한국어』가 결국 자신의 강의노트를 배반한다는 데 있다.

소설은 의식하지 못한 채로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관념으로부터 출발하지만 결국 현실과 일상의 ‘바깥’은 없다는 것, 삶도 글쓰기도 오직 그 무의미하고 너절하고 지겨워 ‘보이는’ 현실과 일상 안에만 있다는 것, 그 안으로 다이빙할 때에만 그 안에서 이미 변화하느라 물결치고 있는 소박하지만 애틋하고 절실한 무엇인가를 감촉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이야기가 된다.

―권희철(문학평론가)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좋은 글이란 어떤 것일까.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좋은 삶을 향해 나아가지 않을 수 없다는 자명한 사실. “옳고 바르고 정의로운 인간이 아니라, 실패하고 어긋나고 부서진 인간”으로서. 입이 아니라 몸으로 말해 낼 진실을 위해 오늘도 다만 삶을 쓰고, 읽고, 고칠 뿐. 되풀이할 뿐. “되풀이하는 것만이 살아 있다”라고 가까스로 힘주어 이야기하기까지 한 작가가 진지하게 치러 낸 내적 분투는 더없이 숭고한 것이었다.

―박소란(시인)

 

목차

1 자서전 9

2 글쓰기의 과정과 기술 35

3 유년 59

4 사랑 79

5 대화 105

6 환상 125

7 일상 147

8 죽음과 애도 169

9 고통 195

10 합평 227

11 작품집 만들기 243

작가의 말 259

추천의 글 264

 

작가 소개

문지혁

2010년 단편소설 「체이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중급 한국어』  『초급 한국어』 『비블리온』 『P의 도시』 『체이서』, 소설집 『사자와의 이틀 밤』 등을 썼고 『라이팅 픽션』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 등을 번역했다. 대학에서 글쓰기와 소설 창작을 가르친다.

독자 리뷰(7)

독자 평점

4

북클럽회원 4명의 평가

한줄평

소설을 쓰는 것과 삶을 살아가는 것이 닮아 있음을 알게 해줬다.

밑줄 친 문장

어떤 날을 보냈든 내일은 또 찾아오고, 기어코 태양은 다시 떠오릅니다. 적어도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요. 그러니 희망을 붙들지 말고 절망에 물들지 마세요. 그냥 하는 겁니다. 우리가 그냥 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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