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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쿠알 두아르테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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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카피: 『돈키호테』 이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읽은 스페인 소설경직된 스페인 문단의 침묵을 깨고 원초적 인간 심리를 파헤친 문제작지옥까지 내몰린 나약한 영혼 앞에 놓인 용서받을 수 없는 단 하나의 선택

원제 LA FAMILIA DE PASCUAL DUARTE

카밀로 호세 셀라 | 옮김 정동섭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09년 10월 5일

ISBN: 978-89-374-6224-5

패키지: 반양장 · 신국변형 132x225 · 220쪽

가격: 9,000원

시리즈: 세계문학전집 224

분야 세계문학전집 224


책소개

스페인 소설가 중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한 카밀로 호세 셀라의 『파스쿠알 두아르테 가족』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224)으로 출간되었다. 1942년 출간되자마자 스페인 현대 소설 중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자리 잡은 이 소설은 세상을 경악하게 한 희대의 살인마의 수기이다. 열악한 농촌 마을에서 태어나 평생을 학대와 증오 속에서 자란 주인공은 아무리 몸부림쳐도 벗어날 수 없는 숙명처럼 잇따라 살인을 저지르고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끌려 들어간다. 개인의 의지로 통제할 수 없는 비극적 운명 앞에 무너진 나약한 인간 본성, 누구도 보호해 줄 수 없는 변두리 삶의 극단적 비극에 대한 날카로운 묘사가 투박한 어조 속에 숨어 있다.
프랑코 정권의 엄격한 검열 정책은 이 작품에 대해 잔인한 소재와 폭력적인 묘사를 근거로 출판 금지 조치를 내렸지만, 내전 이후 황폐해진 스페인 대중은 그 잔혹함에 공감하고, 그 비극성에 감동했다. 『파스쿠알 두아르테 가족』은 출간되자마자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침체되어 가던 스페인 문단에 “일종의 건전한 카타르시스”로 작용하며 스페인 현대 소설에 새로운 시작을 알린 작품이다.


편집자 리뷰

■ “현실에 대한 잔혹한 캐리커처”

스페인의 열악한 농촌 마을에서 태어난 파스쿠알 두아르테는 어려서부터 극단적인 폭력을 경험하며 자란다. 가난하고, 무지하며, 세상에 대한 적개심으로 가득 찬 그의 부모는 언제나 서로를 잡아먹을 듯이 싸웠고, 그럴 때마다 어린 파스쿠알은 무자비한 학대의 대상이 된다. 그러다가 아버지는 미친개에게 물려 감금된 채로 죽고, 여우 같은 여동생은 집안의 재산을 훔쳐서 가출하고, 지능이 떨어지는 남동생은 기름통에 빠져 죽으면서 비극적인 가족사가 이어진다.
매번 이 불행이 마지막이기를 간절히 바라던 파스쿠알은 결혼을 해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지만, 아내가 유산하면서부터 시작된 불화에 그의 삶은 또다시 어두워진다. 결국 아내는 파스쿠알에게 불륜을 추궁당하다가 급사하고, 파스쿠알은 아내의 외도 상대인 파코와 몸싸움을 벌이다 그를 죽인다.
몇 년 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파스쿠알은 두 번째 아내를 맞아 새로운 인생을 도모하지만 그의 곁에서 늘 저주를 퍼붓는 어머니 때문에 견딜 수 없는 불안과 위협을 느낀다. 어머니를 죽여야만 자신이 살 수 있다는 강박에 빠져든 파스쿠알은 어느 날 밤 날카로운 칼을 들고 어머니의 침실에 들어간다.

봇물이 터지듯 피가 튀어 내 얼굴을 때렸습니다. 그것은 내장처럼 따뜻했고, 양의 피와 똑같은 맛이었습니다. (……) 나는 들판을 향해 쉼 없이 몇 시간 동안이나 뛰고 또 뛰었습니다. 들판은 시원했고 안도감 같은 기분이 혈관을 타고 흘렀습니다.

『파스쿠알 두아르테 가족』이 보여 주는 모친 살해라는 소재와 잔인하고 거친 에피소드는 당시 스페인 독자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겼고, 이 작품은 스페인 예술과 문학에서 전통적으로 이어져 온 ‘전율주의’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셀라 역시 이 작품이 끔찍하고 잔인한 면을 집요하게 묘사하여 냉혹한 인간 실존을 부각하는 전율주의 전통의 영향을 받았다고 인정하며 “전율주의는 삶이 전율적일 때만 존재한다.”라고 덧붙였다. 파스쿠알 두아르테가 겪은 비극이 일반적인 현실이라기보다 극단적이고 과장된 일면일 수 있겠지만, 스무 살 즈음의 젊은 나이에 내전을 직접 경험했고, 프랑코 휘하 반란군의 일원으로 참전하기도 했던 작가 자신에게 세상이 그만큼 처참하고 끔찍한 지옥으로 느껴졌다는 것도 납득할 수 있다.
그는 『파스쿠알 두아르테 가족』을 통해, 빈곤과 무지, 야만이 지배하는 이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비극적인가를 우회적으로 전달한다. 내전을 소설의 직접적인 소재로 삼는 것이 금지된 억압적인 사회에서, 그는 사실적인 묘사 대신 괴물 같은 한 인물이라는 독창적인 은유를 통해 시대의 비극과 공명을 시도한 것이다.

■ 가장 음습한 현실까지 스며든 휴머니즘

사면을 구하고 싶지 않습니다. 삶이 내게 가르쳐 준 것은 너무도 악했고 그런 본능에 저항하기에 나는 너무도 연약했기 때문이지요.

당대의 문호 바로하는 이 작품의 서문을 써 달라는 셀라의 부탁을 “거절하겠네. 만일 자네가 감옥에 가고 싶다면, 혼자 가게나. 그러기에는 젊지만 말이야. 난 자네의 책에 서문은 쓰지 않겠네.”라며 단칼에 거절했다. 이 작품이 그만큼 불온하고 위험한 내용을 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일화이다. 하지만 작가가 전달하고자 했던 것은 체제에 대한 도전이나 선정주의는 아니었다. 오히려 이 소설의 저변에는 철저하게 세상의 변방으로 몰린 한 인물에 대한 연민이 깊게 깔려 있다.
작가는 한 신부의 입을 빌려, 그가 실은 “인생에 놀라 궁지에 몰린 온순한 양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짐승처럼” 여겨지지만 그 역시 가족과 이웃에게 최소한의 도리는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믿는 평범하고 소시민적인 가치를 내면화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일상화된 가혹함과 만연한 폭력 상황에서 끔찍한 수렁에 점점 빠져들어 갈 때, 그가 믿고 쉬어갈 만한 도피처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가족도, 이웃도, 교회도 그에게 낙인을 찍고, 그를 추궁할 뿐이다. 결국 파스쿠알이 언쟁 끝에 친구를 칼로 찌르고, 아내를 뺏으려는 자의 뼈를 부러뜨리고, 자신을 저주하는 어머니의 목에 칼을 꽂은 것은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복수이기보다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응이었다고 역설한다.
이 작품은 파스쿠알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선악의 판단은 차치하고, 소외와 좌절, 죽음이 끊이지 않는 극한 상황에서 나약한 개인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독자들의 동정심에 호소한다. 더 나아가 내전으로 인한 집단 학살을 경험한 사회에서, 범죄자 한 명을 놓고서 짐짓 정의의 편에 서는 체하는 게 얼마나 위선적인가를 에둘러 물으며 무책임한 사회에 대한 비판으로까지 주제를 확장한다.

■ ‘스페인적인 것’을 가장 생생하게 구현하는 세계의 거장

놀라울 만큼 다양한 작품 세계를 성취한 작가로 평가받는 카밀로 호세 셀라는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이다. 실제로 그의 많은 작품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고,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었지만 전 세계적으로 친숙한 작가는 아니다.
1989년 일흔세 살의 그가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을 때, 스페인어권 작가 중 세계에 더 잘 알려진 카를로스 푸엔테스나 옥타비오 파스를 선정하는 게 더 낫지 않느냐는 몇몇의 의견도 있었다. 이에 대해 줄리오 오르테가(브라운 대학 스페인어과 교수)는 셀라가 성취한 업적을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경험한 유럽 사회 속의 스페인의 가능성을 보여 주면서도 가장 스페인스럽게 남아 있다. 전통을 유지하면서, 유럽 문학에 동화되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발전시킨 작가이다.”
『파스쿠알 두아르테 가족』에서도 이러한 작가의 가치가 잘 녹아 있다. 내전 이전의 군주제 사회부터 공화정이 자리 잡기까지의 혼란스러운 사회상, 떠돌이 무산자 주인공이 고난과 역경에 맞서는 스페인 문학 특유의 ‘피카레스크 전통’의 주제, 당시 스페인 사회에 깊게 깔린 불안하고 황폐한 대중 심리를 반영하여, 우리는 이 한 편의 소설을 통해 스페인의 다양한 풍경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스페인 문학의 획기적인 분수령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가장 ‘스페인적인 것’의 전범으로 아직까지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다.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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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밀로 호세 셀라

1916년 5월 11일 스페인 북부 갈리시아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세관 관리였던 아버지를 따라 어려서부터 스페인 여러 지방과 도시를 옮겨 다니며 자랐고, 아홉 살 때 수도 마드리드에 정착한 뒤로 중등교육을 받았다. 1934년 의과대학에 진학하지만 1학년을 마친 뒤 포기했고, 세관 관리가 되기 위한 공부를 시작하지만 역시 마음을 잡지 못하고 방황했다. 하지만 이 시기에 문학 수업을 청강하며 본격적으로 문학을 접했으며, 처음으로 시를 써서 문예지에 발표했다.
스무 살 때 스페인 내전이 발발하자 프랑코 휘하의 반란군에 가담해 싸우다가 부상을 입고 입원했다. 전장에서 돌아와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서기로 일하면서 첫 소설 『파스쿠알 두아르테 가족』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1942년 출간된 이 작품은 출판 금지 조치를 받았지만,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1948년 오 년여 간의 공력을 쏟아 『벌집』을 완성한다. 하지만 이 작품 역시 검열을 통과하지 못하고 완성한 지 삼 년 후 아르헨티나에서 처음 출간된다.
셀라는 1957년 스페인 왕립 학술원의 종신회원이 되었고, 1977년에는 국왕에 의해 초대 상원의원으로 지명 받아 헌법 개정에 참여했다. 가톨릭 여제 대십자가상, 아스투리아 왕자 문학상, 플라네타상, 세르반테스상 등 굵직한 상들을 수상했으며, 1989년 스페인 소설가로는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말년까지 소설뿐 아니라 시, 단편, 수필 등을 망라한 여러 작품을 남겼으며, 2002년 1월 17일 마드리드에서 여든여섯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카밀로 호세 셀라"의 다른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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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섭 옮김

고려대학교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스페인 마드리드 아우토노마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북대학교 스페인·중남미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돈 후안: 치명적인 유혹의 대명사』가 있고, 논문 「바로크적 진실과 낭만주의적 거짓」, 「돈 후안 비교 연구」, 「보르헤스의 작품에 나타난 하이퍼텍스트성」 등과 옮긴 책으로 『스페인 영화사』, 『바람의 그림자』, 『미오 시드의 노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