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민음사 편집부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3년 2월 6일
ISBN: 25-083-333-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78x258 · 224쪽
가격: 13,000원
시리즈: 격월간 문학잡지 릿터 40
분야 격월간 문학잡지 릿터, 한국 문학
* 커버스토리: 취미와 특기
* 소설가 박솔뫼, 설치미술가 최정화 인터뷰
* 소설가 구소현, 윤성희, 이미상 신작 소설
* 시인 허연, 김소연, 김복희, 오산하 신작 시
2 — 3 Editor’s Note
9 Cover Story: 취미와 특기
10 — 14 문소영 아동의 취미와 행복한 어른
15 — 20 노명우 취미 정신
21 — 25 김동훈 우리가 ‘취미’라고 부르는 것
26 — 29 소유정 많이 좋아하면 귀신이 돼
30 — 35 이여로 아마추어의 기원, 아마추어로서 우리
39 Essay
40 — 44 이성민 무지개를 볼 때 3회
45 — 48 송지현 경기도 생활 1회
49 — 54 정은귀 나의 에밀리 3회
55 — 60 이종현 모스크바, 도시가 아닌 5회
61 — 67 정헌목 SF와 인류학이 그리는 전복적 세계 6회
73 Interview
74 — 87 박솔뫼 X 강보원 그냥 뭔가 영원히 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88 — 101 최정화 X 안동선 책의 연금술
102 — 109 김종연 X 이수희 나와 어울리는 사회를 지어 줄 참이다
117 Fiction
118 — 140 구소현 환호성
142 — 155 윤성희 웃는 돌
156 — 176 이미상 자갈 선생의 상담일지
181 Poem
182 — 183 김복희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
184 — 185 김소연 꽃을 두고 오기
186 — 186 오산하 예언이 될 때까지
187 — 189 허연 저지대, 추억
193 Review
194— 197 오후 『아메리칸 프리즌』
198 — 202 김희선 『심해』
203 — 208 김희진『어쩌다 숲』
209 — 212 김화진『줄라이, 줄라이』
213 — 215 백승주 『워드슬럿』
216— 217 Epilogue
“취미가 뭐예요?”라는 질문에 단번에 대답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책을 읽는 게 좋았으나 학교 다닐 무렵에는 왠지 너무 재미없는 취미인 것 같아 다른 말로 둘러대곤 했다. 출판사에 들어와서는 하나같이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 앞에서 책 읽기요, 하기가 머쓱해 취미가 딱히 없어요…… 말하지 못한 내 취미의 역사를 놓고 보니 내가 취미의 성질이나 기준에 대해 나름 몇 가지 정의를 내리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①나는 사람들이 취미란에 놓는 대답이 실제로는 자주 하지 않지만 ‘하고자 하는’ 것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②취미라고 말하려면 일상에서 그것을 정기적으로/ 혹은 매우 자주 해야 한다고 믿는다. ③취미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지니는 깊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릿터 40호의 커버스토리는 ‘취미와 특기’다. 취미에 대한 편집부의 궁금증은 이런 것들이었다. 언제부터 취미를 물었을까? 취미와 특기는 왜 구분되었을까? 취미와 특기가 구분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거친 질문에 대한 응답 속에서 취미의 역사들이 펼쳐졌다. 모르고 있던 취미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문소영은 취미가 결핍된 한국인을 조망한다. 선진국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설문조사에서 한국인은 낮은 행복도의 대명사가 된 듯하다. 풍요로운 취향의 시대 이면, 빈곤한 취미 생활의 실체와 부재하는 아동 취미 및 불행한 어른을 연결시키는 데에는 합리적인 인과가 있어 보인다. 고대 희랍의 도시국가에서 취미란 천민에게는 주어지지 않는 ‘빈둥거리는 시간’이었다. 귀족적 특권이던 취미가 동양 사회에서는 관직을 거부한 자가 어떤 활동에 몰두하는, 지배계층에 대한 저항 방식의 하나가 된다. 사회학자 노명우는 취미가 지니는 사회적 의미가 변화해 온 과정 속에서 ‘취미 정신’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성프란시스대학 예술사 교수 김동훈은 ‘취미’라는 단어의 어원을 추적하며 미학적 대상으로서의 취미를 조명한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중간 수준의 문화 활동에 대한 취향과 기호’로서의 취미와 아름다움의 질적 차이에 대한 판정 능력을 의미하는 취미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취미라 부르는 것의 다양한 스펙트럼 속에서 미적인 것을 향한 인간의 방향들을 가늠할 수 있다. 소유정 평론가의 글은 양단의 취미가 결합된 상태, 이른바 덕업일치의 경지를 보여 준다. 미니홈피에 ‘백문백답’을 적던 때부터 소망했던 취미의 특기화에 대한 애정 어린 고백이 취미와 특기가 구분되지 않는 삶의 미덕을 증명한다. 작가이자 기획자 이여로는 즐겨하는 일이라는 뜻의 취미와 전문적이지 않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아마추어’의 개념을 나란히 두며, 아마추어 상태를 비전문성에 갇힌 열등한 개념에서 해방시킬 필요성을 역설한다. 의미 있는 주체의 상태로서 취미의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글이다.
연재되는 에세이 코너의 글이야말로 취미가 특기로 이어진 사람들의 다양한 몰두가 빛난다. 이번 호에서 러시아문학 연구자 이종현의 취미는 시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와 오시프 만델시탐, 인류학자 정헌목의 취미는 어슐러 르 귄, 영미문학자 정은귀의 취미는 (여전히) 에밀리 디킨슨이다. 새로이 시작하는 취미이자 특기도 있다. 산문집 동해 생활 출간한 소설가 송지현이 이번에는 경기도 생활을 탐구한다. 소설과 에세이에서 인장 같은 자기성찰 유머와 시트콤적 전개가 돋보이는 작가가 쓰는 지역 탐구 생활. 실은 프랑스어를 배워 프랑스에서 살며 파리 생활을 쓰고 싶던 작가가 갑자기 경기도 생활을 연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뷰 코너에는 알아차리면 한 뼘 재밌고 몰라도 흠뻑 빠져드는, 크고 작은 새로움들이 있다. 다양한 지면에 미술에 대한 글을 써 온 안동선 기자가 이번 호부터 릿터 인터뷰어로 함께한다. 그가 처음 소개하는 아티스트는 설치미술가 최정화다. 이인성의 소설 낯선 시간 속으로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는 최정화의 작품 세계와, 전 세계 벼룩시장에서 구한 갖가지 물건을 쌓아 올린 작업실 풍경이 강렬하다. 첫 책을 낸 두 명의 신인 작가와 만나던 ‘첫 책을 내는 기분’은 이번 호부터 한 명의 작가에게 집중한다. 이번 호 주인공은 첫 시집 월드를 출간한 김종연 시인이다. 관심사가 뭐예요, 하는 질문에 양자역학? 하고 대답하는 시인. 이수희 작가로 하여금 “저 사람 인생을 뺏고 싶다…….”하고 중얼거리게 만든 시인의 문과와 이과, 시와 소설, 세계와 월드를 가로지르는 이야기가 아쉽지 않게 펼쳐진다. 시인이자 비평가 강보원은 박솔뫼 작가를 인터뷰했다. “박솔뫼 작가의 깜짝 제안으로” 평소의 인터뷰보다 인터뷰어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드러난 박솔뫼와 강보원의 대화는 마치 큰따옴표로 구분하지 않아도 인물들의 대화가 술술 읽히는 박솔뫼의 소설을 닮았다. 다른 취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읽는 취미에 대해서라면 조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취미는 조용히 방에서 혼자 하는 것 같지만 자꾸만 곁에 사람들이 생긴다. 나에게 말을 건 게 아닌데도 어느새 내가 대답하고 있는, 투명하되 목소리만 남은 소설 속 친구들이 그렇다. 구소현의 단편소설 환호성에서는 회사에서 따돌림을 당하던 ‘세경’이 자신의 생일날 반차를 내고 서울역에 앉아 있다가 고등학교 시절 친구 ‘콘’을 만난다. 부산에 가는 길이라는 콘에게 충동적으로 “저기 나도 같이 가도 돼?”하는 세경의 말에 대뜸 내가 콘 대신 “그럼, 같이 가도 돼.” 하고 대답하고 싶었다.
또, 릿터를 함께 만드는 우리 역시 그렇다.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시간에 성실하게 혹은 게으르게 책 읽기가 취미였을 우리는 어느새 모여 이번 호도 함께 만들고 있다. 마지막으로, 릿터를 읽어 주는 여러분이 있다. 취미가 ‘릿터 읽기’인 독자분들이 이번 호 릿터에도 다정한 인사를 보내 준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