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햇살과 새하얀 모래, 투명한 바다와 레몬색 상어 내일도 없고, 미래도 없고, 오늘만 있는 나른하고 충만한 일상순수하고 아름다운 섬 타히티를 닮은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 마치 꿈같다, 마치 무지개를 보는 것 같다고 나는 생각했다. 이 세계에 일곱 가지 빛깔이 모두 들어 있다. 그리고 그 빛들이 서로 번지듯 가늘고 예쁜 리본 띠가 되어 한들한들 퍼져 나가는 것 같았다. 시간이 멈춰 버린 듯 고요한 세계다. 갖가지 일이 있었지만, 다시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보고 있다……. 살아 있는 한, 언젠가는 괴로운 일도 있으리라. 그래도 또 이렇게 아름다운 것들이 눈앞에 나타나 준다. 반드시. -본문 중에서

무지개

원제

요시모토 바나나 | 옮김 김난주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9년 8월 27일 | ISBN 978-89-374-8280-9

패키지 양장 · 46판 128x188mm · 224쪽 | 가격 11,000원

책소개

눈부신 햇살과 새하얀 모래, 투명한 바다와 레몬색 상어
내일도 없고, 미래도 없고, 오늘만 있는 나른하고 충만한 일상순수하고 아름다운 섬 타히티를 닮은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

마치 꿈같다,
마치 무지개를 보는 것 같다고 나는 생각했다.
이 세계에 일곱 가지 빛깔이 모두 들어 있다.
그리고 그 빛들이 서로 번지듯
가늘고 예쁜 리본 띠가 되어
한들한들 퍼져 나가는 것 같았다.
시간이 멈춰 버린 듯 고요한 세계다.
갖가지 일이 있었지만,
다시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보고 있다…….
살아 있는 한, 언젠가는 괴로운 일도 있으리라.
그래도 또 이렇게 아름다운 것들이 눈앞에 나타나 준다. 반드시.
-본문 중에서
 
 
세련된 글쓰기로 우리 시대의 감수성을 대변하는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무지개』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무지개』는 작가가 남태평양의 화산섬 타히티를 여행하고서 쓴 작품으로, 라틴아메리카 여행을 바탕으로 쓴 소설 『불륜과 남미』와 마찬가지로 요시모토 바나나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된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타히티의 자연과 이국적인 남국의 강렬한 색채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일러스트와 컬러 사진들, 그리고 행복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남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절묘하게 버무려져 요시모토 바나나만의 독특한 문학 세계를 한껏 느낄 수 있다.

편집자 리뷰


◆ 어머니의 품처럼 깊고 순수한 타히티의 자연 속에서 치유되는 인간의 상처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 할머니가 운영하는 바닷가 식당 일을 도우며 웨이트리스를 천직으로 생각하고 살아온 주인공 미나카미 에이코는 고향을 떠나 십 년 가까이 도쿄에 있는 타히티안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있다. 스물일곱 살의 어느 날 어머니의 죽음과 함께 그녀의 삶에 쓸쓸하고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몸과 마음이 상해 웨이트리스 일을 하기 힘들어지자 점장은 레스토랑 오너 집의 가정부 일을 잠시 도와 달라고 제안한다. 부부의 불화 등으로 한동안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엉망이 된 집 안을 치우고 동식물을 돌보면서 에이코는 오랫동안 동경해 온 오너에게 애틋한 감정을 싹틔운다. 그러다 키우던 강아지를 억지로 애완견 센터에 팔아 버린 사모님 몰래 강아지를 도로 찾아온 것을 계기로 가정부 일을 그만두게 되고, 오너의 제안으로 2주일간의 타히티 여행을 다녀오기로 계획한다. 떠나기 며칠 전 에이코는 역시 예전부터 자신을 마음에 담아 왔다는 오너의 고백을 듣게 된다. 복잡한 심경으로 타히티를 여행하면서 어린 시절과 레스토랑에서 보낸 날들을 회상하고, 여행 마지막 날 공항으로 가는 배에서 무지개를 바라보면서 에이코는 용기를 내어 그를 다시 만나러 가기로 마음먹는다.
 도시에서 자라지 않은 에이코는 도쿄에 도착한 이래 사람들이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을 타지 않고 성급하고 욕심 부리고, 물건을 집어 주는 작은 친절조차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따지며 베푸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오랜 도시 생활과 할머니와 엄마의 죽음으로 몸과 마음이 지치고 상한 에이코는 오너의 집 정원을 가꾸고 애완견들을 돌보면서 조금씩 회복되어 간다. 그런 에이코는 자신과 근본적으로 같은 성정을 지닌 오너 다카다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고 그 역시 에이코를 흠모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가슴 아픈 이별을 경험하게 된다. 인생의 온갖 상처를 짊어지고 떠난 타히티에서 에이코는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성찰한다. 

살아 있는 것들은 모두 이렇게 큰 힘을 발산한다. 그들은 사람이 보살펴 주기만 기다리는 나약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무언가를 배우고, 그들 덕분에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본문 중에서

바닷속에는 오싹 소름이 끼칠 만큼 무수한 생명들이 숨어 있고, 밤에도 살아 꿈틀거린다. 인간 따위는 그런 것들에 둘러싸여 복닥복닥하게 뭔가를 하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섬에서는 자연의 기운이 모든 것을 말해 주고 있다. -본문 중에서

요시모토 바나나는 결국 에이코를 통해 삭막한 도시 생활에 대해 반성하고 위대한 치유의 힘을 지닌 자연을 경외하며, 반짝거리고 진지하며 따뜻한 시선으로 삶을 통찰한다. 어쩌면 그것은 자연이 부린 ‘마법’인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바나나는 인간에게 문젯거리는 많지만, 핵심에 있는 진정한 모습을 알아볼 수만 있다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 속 깊은 자연을 닮은 두 남녀의 애틋한 사랑, 보석처럼 투명한 바다와 이글거리는 태양만큼 강렬한 남국의 색채가 가득 담긴 일러스트와 사진이 어우러진 독특한 여행 소설

타히티란 섬은 속이 무척 깊어, 고작 일주일 머무는 동안에는 그 품의 일부조차 보여 주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그 깊이만큼은 느낄 수 있었기에 나는 ‘일주일 취재한 것 가지고 즉흥적인 소설을 쓸 수 있는 장소는 아니로군.’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방식이 맞는 장소가 있는가 하면 맞지 않는 장소도 있으니까요. 타히티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것은 자연의 존재 양식이었습니다. 언젠가 다시 한번 찾아가 찬찬히 관찰한 후에 다른 각도에서 그려 보고 싶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무지개』는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가 남태평양의 낙원으로 불리는 타히티를 여행하고 그곳에서의 경험과 감흥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숨 막히도록 아름다운 원시의 순수와 야성을 간직한 대자연과 이국적인 열대의 풍물이 다채로운 타히티의 정식 명칭은 ‘프렌치 폴리네시아’로 총 118개의 섬들로 이루어진 군도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이 머무는 곳은 타히티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손꼽히는 보라보라 섬과 모레아 섬이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방갈로, 뿌예졌다가 다시 투명해지는 바다, 알록달록한 물고기들, 모래 위를 매끄럽게 스치고 지나가는 가오리와 레몬색 상어, 호기심 가득한 사람들에 아랑곳 않고 유유히 헤엄치는 거북, 햇살에 따라 시시각각 빛깔이 변하는 산호, 해 질 무렵이면 장엄한 실루엣을 드러내는 깎아지른 절벽, 푸른 섬을 붉게 불태우는 석양, 놀다 지쳐 돌아오는 사람들이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 소리. 작품 속 주인공이 타히티에서 맞는 하루하루의 일과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실제로 타히티에 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여행자의 마음을 여지없이 빼앗아 버리는 타히티의 자연은 그저 감각만을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자가 스스로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게끔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것이야 말로 인간이 자연을 필요로 하는 이유, 여행을 해야 하는 이유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은 애써 여기까지 왔으니 좀 더 많은 곳을 다녀 보려고 했는데, 드디어 타히티에 왔다는 만족감에 마음이 느슨해지고 말았다. 그저 무심히 바다만 바라보고 있어도 시간은 휙휙 흘러갔다. 나는 오랜만에 거대한 바다를 보고서 바다가 있는 생활을 떠올리며, 그것만으로도 자신이 충족되는 것을 느꼈다. -본문 중에서 

한편 그곳에서 스치는 사람들은 그저 관광객일 수도 있으나 저마다 사연을 간직하고 있으며 그들과의 우연한 만남은 때때로 인생에 빛을 선사해 주기도 한다. 주인공 에이코가 우연히 만나는 일본 관광객 가네야마 씨가 바로 그런 존재라 할 수 있다. 잘 모르는 사람인데도 인연이 닿아 아주 짧지만 깊은 시간을 공유하게 되는 존재를 만나 그때의 삶에 관계된 어떤 힌트를 얻는 것은 여행의 색다른 묘미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이 작품은 타히티의 자연의 존재 양식과 등장인물들 간의 내밀한 연관성을 포착하면서 여행지에서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와 체험을 짜임새 있게 엮어내 요시모토 바나나 특유의 문학 세계를 구현하고 있다.
또한 마치 고갱의 그림을 연상케 하는 선이 굵고 투박한 터치로 티아레를 귀에 꽂은 타히티의 아름다운 여인들과 자연의 원시적인 풍광을 담아 낸 하라 마스미의 일러스트와 타히티의 빼어난 절경을 포착한 야마구치 마사히로의 사진이 다수 포함되어 작품의 분위기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작가 소개

요시모토 바나나

요시모토 바나나(吉本 ばなな)는 1964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일본대학 예술학부 문예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졸업 작품 ‘달빛그림자’로 예술학부 부장상을 수상했다. 1988년 <키친>으로 카이엔(海燕)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1989년 <티티새>로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수상하였고.1995년 <암리타>로 무라사키 시키부 상을 받았다. 이탈리아에서는 1996년 펜네시메 상과 1999년 마스케라다르젠트 상을 수상했다. 2000년에는 <불륜과 남미>로 제10회 도우마고 문학상을 받았다.1987년 데뷔한 이래 굵직한 문학상을 여럿 수상했고, 신간을 출간할 때마다 베스트셀러에 랭크되는 가장 주목받는 일본의 젊은 작가 중 하나이다. 특히 1988년에 출간한 <키친>은 지금까지 2백만 부가 넘게 판매되었으며 20여 개국에서 번역되어 바나나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주었다. 이후 그의 작품들은 전세계 30개 국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열대 지방에서 피는 붉은 바나나 꽃을 좋아하기 때문에 <바나나>라는 성별 불명, 국적 불명의 필명을 생각해 냈다고 하는 바나나는 일본뿐 아니라 전세계에 수많은 열성적인 팬들을 가지고 있다. 영화와 만화, 대중가요, TV드라마 등 우리 시대 젊은 세대의 문화적 취향을 체화하고 있고, <우리 삶에 조금이라도 구원이 되어준다면, 그것이 바로 가장 좋은 문학>이라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은, 이 시대를 함께 살아왔고 또 살아간다는 동질감만 가지고 있으면 누구라도 쉽게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일본 최고의 비평가 중 한사람로 손꼽히는 요시모토 다카하키. 언니는 아방가르드 만화가이다. 좋아하는 색은 오렌지 색. 혈액형은 A형. 2000년 8월 결혼하여 엄마가 되었다. 오른쪽 다리에 바나나 문신이 있다고 한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다른 책들

김난주 옮김

 

1987년 쇼와 여자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이후 오오쓰마 여자대학과 도쿄 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연구했다. 현재 대표적인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며 다수의 일본 문학을 번역했다. 옮긴 책으로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 『하치의 마지막 연인』, 『허니문』, 『암리타』, 『하드보일드 하드 럭』, 『타일』, 『티티새』,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하얀 강 밤배』, 『슬픈 예감』, 『아르헨티나 할머니』, 『왕국』, 『해피 해피 스마일』 등과 『겐지 이야기』, 『훔치다 도망치다 타다』, 『가족 스케치』, 『천국이 내려오다』, 『모래의 여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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