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09년 8월 25일
ISBN: 978-89-374-8279-3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5x210 · 160쪽
가격: 8,000원
분야 한국문학 단행본
김기택, 정끝별, 김경주 등 한국 대표 시인 50명, 별과 우주를 노래하다
별이 시가 되는 밤, 우주가 가슴속으로 들어온다
<2009 세계 천문의 해> 기념 시집 『별은 시를 찾아온다』가 (주)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호가 쏘아 올려진 1957년 이후 출생한 김기택, 정끝별, 남진우, 나희덕, 문태준, 김경주 등 한국 시단의 별과 같은 50명의 시인들이 별과 우주를 노래하였으며, 각각의 시에 답장을 쓰듯 서동욱, 김행숙 시인이 따뜻하고 섬세한 해설을 달았다.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자연과학과 시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시도로서, 독특한 상상력을 발휘한 다양한 시들을 읽을 수 있다. 이 시집의 인세는 낙도의 도서관에 책을 기증하는 데 사용되며, 출간을 기념하여 9월 3일 정독도서관에서 별과 시와 노래가 만나는 별시 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김기택 번개를 기다림
이문재 낮달
김경주 여독
차창룡 나의 꿈—또는 윌리엄 허셜의 꿈
황성희 갈릴레이 암살단
김 언 빅뱅
이정록 별
남진우 별똥별
이근화 고요한 오렌지 빛
서동욱 외계인 애인
손택수 이슬점
조용미 하늘의 무늬
정재학 공전
박정대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따라가는 삶의 사소한 선택들 혹은 소금과 별들의 순환 이동 경로
조연호 아르카디아의 광견(狂犬)
최금진 우주 물고기
김지녀 지구의 속도
김영승 초제(醮祭)
유형진 CNMG(Cubes National Mars Graphics)에서 보내온 열두 번째 메시지
이장욱 점성술이 없는 밤
정끝별 별들의 경사
이영주 사령선
여태천 얼음사탕
이진명 동화(童話)
김경인 소행성에서 온 편지
함성호 유한무경계3차원 우주의 끝에서
장석남 북쪽 하늘 별 옮겨 앉듯
안현미 알쏭달쏭 별별 이야기
성기완 블랙홀 언젠가 터질 울음처럼
문태준 은하수와 소년
윤예영 달집에 대한 풍문
권혁웅 환희라는 이름의 별자리
박형준 공사장에서
황병승 소행성을 지나는 늙은 선로공
황인숙 달아 달아 밝은 달아
김소연 명왕성에서 2
신용목 우주의 저수지
이 원 어쩌면, 지동설
조 은 그의 별
심보선 별에 별
박상순 별
진은영 오월의 별
김행숙 화분의 둘레
함민복 누구나 별이 될 수 있다
문혜진 8분 후의 미장센
김민정 별의별
강 정 샛별이 뜰 때
오 은 별 볼일 있는 별 볼 일
송기영 오즈마 캐피탈
나희덕 어둠이 아직
■ 별은 시를 찾아와 마법을 걸고, 시는 당신의 귀에 사랑의 말을 속삭인다
천문학과 문학, 즉 별과 시는 가장 먼 듯 보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한다는 점에서 또한 가장 가깝다. 이렇게 별과 시가 만나 탄생한 이 시집은, <2009 세계 천문의 해>를 기념하여 한국조직위원회와 (주)민음사가 공동으로 기획, 출판한 것으로, 《한국일보》, 《프레시안》 세계 천문의 해 웹진에 연재했던 시들을 엮은 것이다.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호가 쏘아 올려진 해인 1957년 이후 태어난 시인 50명의 시를 담았으며, 50편의 시 한 편 한 편마다 답장을 쓰듯 서동욱(서강대 철학과 교수), 김행숙(강남대 국문과 교수) 시인이 섬세하고 따뜻한 해설을 달았다. 두 해설자는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로 “하루를 탕진하고/ 별을 본다/ 후후 불면 숯불처럼 살아나거라”(장석남 「북쪽 하늘 별 옮겨 앉듯」에서), “별에 입술을 달아 준다면 평화로운 주문들이 골목길에 쏟아지겠지만”(이근화 「고요한 오렌지 빛」에서), “우리가 그의 하늘을 빼앗고 죽음을 빙자한 영원한 암흑을 선사했을 때에도/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은 오로지 별빛의 은폐 속에만 있었다”(황성희 「갈릴레이 암살단」에서), “그때는 별의 모서리를 함부로 지나던 새의 날갯죽지가 베이지. 하루하루 그걸 바라보고 있어”(김소연 「명왕성에서 2」에서), “알 수 없기에 두렵고 달콤한 어둠, 아, 얼마나 다행인가/ 어둠이 아직 어둠으로 남겨져 있다는 것은”(나희덕 「어둠이 아직」에서) 등을 꼽았다.
눈을 어둠으로 가득 채우고
해골처럼 어둠이 눈이 되도록 채우고
끝없는 어둠의 크기가 다 보이도록 별 없는 밤하늘을 바라본다
하늘나무
구름 속에서 태어난다는
땅과 하늘을 이을 만큼 커다랗다는
하늘에 뿌리박고 땅을 향해 거꾸로 자란다는
어둠을 쪼개서 그 벌어진 틈으로만 자란다는
허공에 뻗어 있는 무수한 핏줄을 찾아 그 속으로만 가지를 뻗는다는
온몸이 희디흰 빛으로만 되어 있다는
제 안에 넘치는 빛을 어쩌지 못해 나무나 사람을 태워 죽이기도 한다는
그러나 눈 깜짝할 새보다 더 짧게 살다 간다는
죽으면 땅에 묻히지만 흔적은 전혀 남기지 않는다는
그 하늘나무
온몸이 어둠이라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암쿠름과 수쿠름은 몸이 달아 자꾸 으르렁거리는데
땅과 어둠은 서로 으스러지도록 꽉 껴안고 들썩거리는데
암우주와 수우주는 서로 꼬리를 물고 돌며 똬리를 틀고 있는데
—김기택 「번개를 기다림」 전문
캄캄한 하늘에 물관을 박고
밤새 저리 글썽였으니
아침이면 뚝 뚝 떨어져
이만 총총 피어나겠다
난 빛의 속도로
네 심장을 무단 횡단 중이지
이렇게 휘청 기울었으니
악보도 기류의 예측도 없이
이런 어처구니도 없이,
전향과 상실의 블랙홀이야 넌
고양이 씨는 물고기 씨에게 기울고
물고기 씨는 아가씨에게 기울고
아가씨는 고양이 씨에게 기울고
조마 조마 조마 조마
물고기 씨를 입에 문 고양이 씨가 아가씨 품에 안길 때
그때가 빅뱅
새로운 온도가 탄생할 것이다
허공의 씨들은 시간의 깃털
언제나 어제거나 언제나 어제 나
가슴에 묻은 것들만
하늘에 이만 총총 이만 총총
다락처럼 글썽이지
이제 곧 함박눈도 피어날 거야
—정끝별 「별들의 경사」 전문
별과 우주를 주제로 하였지만, 독특한 상상력을 발휘한 다양한 시들을 읽을 수 있다. 불빛과 공해로 인해 현대인들이 도시에서 별을 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눈이 아닌 마음으로 별을 바라보아야 하기 때문에 시적 정서도 그만큼 다채로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별을 하늘의 숯불로 비유한 시(장석남), 캄캄한 하늘에 물관을 박겠다는 식물적 상상력을 보여 준 시(정끝별), 빅뱅이나 블랙홀처럼 과학적인 소재를 담은 시(김언, 성기완), 외계의 별이 아닌 지구라는 별을 다룬 시(김지녀, 김행숙) 등도 흥미롭다. 또한 별, 하면 흔히 밝은 빛을 생각하기 쉽지만, 반대로 그 별을 빛나게 하는 어둠을 다룬 시(나희덕, 함민복)들도 시인다운 놀라운 상상력을 보여 주는 울림이 큰 작품들이다.
이 시집은 우주 안에서의 인간의 운명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며, 살아가면서 동시에 죽어 갈 수밖에 없는 존재들에게 위안의 노래를 불러 준다. 그 위안의 노래 속에서 어느새 당신도 이 우주에 단 하나뿐인 별임을 알게 될 것이다.
시인들의 희망에 따라, 이 시집의 인세는 낙도의 도서관에 책을 기증하는 데 사용된다.
■ <2009 세계 천문의 해> 기념 별시 축제
시집『별은 시를 찾아온다』 출간을 기념하여 9월 3일 저녁 7시에 정독도서관 서울교육사료관 앞마당(우천시 정독도서관 시청각실)에서 별시 축제가 열린다. 2009 세계 천문의 해 한국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주)민음사가 주관하며, 교육과학기술부․기초기술연구회․한국과학창의재단이 후원하는 이 축제는 시집에 참여한 필자들뿐 아니라, 초대 독자 50명이 함께할 예정이다. 김상혁, 김지녀 시인이 사회를 맡으며, 김기택, 김소연, 김경주, 황성희 시인 등이 자신의 신작 시를 직접 낭송한다. 그 밖에도 성우 김상현의 시 낭송, 가수 위승희의 노래, 리케이댄스의 무용, 윤동주의 「별 헤는 밤」과 「자화상」을 퍼포먼스로 표현한 연극 등 다양한 공연이 준비되어 있다.
■ 서문 중에서
시와 우주의 친연성은 참으로 놀랍다. 고대 이래로, 우주 안에 외로운 별처럼 떨어져 잠깐 동안 희미하게 빛을 내다 사라지는 인간의 운명을 우주와 별들에 관한 시심(詩心)만큼 정확하게 꿰뚫어 왔던 것도 없다. 시의 본질 깊은 곳에는 우주에 대한 그리움이, 그리고 태양과 달과 별들에 대한 미적 감수성이 자리 잡고 있다. 해가 뜨면 일하고, 달과 얼굴을 마주하면 잠을 청하며, 공전하는 지구가 계절의 상이한 구간들을 주파할 때마다 어느 날은 차가워지는 가을의 들판을 걷고 또 어느 날은 봄날의 처연한 꽃잎들 아래 서 있는 인간들이 쓰는 시는, 우주 곳곳을 조금씩 비추는 작은 거울들인 것이다. 이 시집은 바로 이 거울들이 담긴 상자이다. 무한한 얼굴을 지닌 우주가 오늘의 한국 시를 떠받치고 있는 시인들의 마음을 지나가며 어떻게 노래 속에서 개화하는지 보여 주며, 살아가면서 동시에 죽어 갈 수밖에 없는 존재들에게 위안의 노래를 불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