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Οιδίπους Τύραννος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09년 8월 21일
ISBN: 978-89-374-6217-7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2x225 · 400쪽
가격: 11,000원
시리즈: 세계문학전집 217
분야 세계문학전집 217
미국대학위원회 선정 SAT 추천 도서 · 서울대 권장도서 100선 · 연세대 필독도서 200권
▶ 「오이디푸스 왕」은 발견과 급전을 가진 가장 완전한 비극의 전범이며, 호머의 서사시보다 훨씬 우월하다. – 아리스토텔레스
▶ 「안티고네」는 윤리적 갈등을 통해 사회 역사의 변화에 따른 집단의 갈등을 제시한 최고의 작품이다. – 헤겔
아이스퀼로스, 에우리피데스와 함께 희랍의 삼대 비극 작가로 꼽히는 소포클레스의 대표작들을 수록한 『오이디푸스 왕』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217)으로 출간되었다. 소포클레스는 아테나이가 절정기로 향해 가던 기원전 5세기의 복잡하고 모순된 경험들을 동시대 다른 어떤 극작가들보다 심오하게 통찰해 그려 내고 기교와 형식 등 다방면에서 희랍 비극을 완성해 긴 생애 동안 희곡을 통해 최고의 존경을 받았다. 그는 평생 120편이 넘는 비극을 썼는데, 현재까지 전문이 남아 있는 작품들 가운데 희랍 비극의 완벽한 모범이라 불리는 「오이디푸스 왕」을 비롯해 「안티고네」, 「아이아스」, 「트라키스 여인들」 등 뛰어난 구성과 치밀한 묘사, 심오한 주제 의식이 두루 빛나는 결정적 작품 네 편을 수록했다. 이들 작품은 서양 고전학자 강대진이 희랍어 원전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서양 고전과 신화에 관한 오역과 오류를 바로잡으려 애쓰는 역자인 만큼, 무조건 술술 읽히도록 지나치게 가공된 문장이 아니라 다소 낯설고 거칠더라도 표현의 본뜻과 속뜻을 해치지 않도록 가능한 한 희랍 원문에 가깝게 옮긴, 역자가 말하는 ‘한 걸음마다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게 하는 문장’들을 통해 소포클레스의 걸작들을 보다 깊이 있게 만날 수 있다.
희랍 비극은 다양한 현대 극문학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작품은 무대 상연을 전제로 한 희곡이자 각각의 문장이 운율을 가진 시이며, 사이사이에 삽입되는 코로스의 가무는 오늘날의 뮤지컬이나 오페라를 쉽사리 떠올리게 한다. 이렇게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희랍 비극의 형식은 아테나이 황금기의 여러 작가들을 거쳐 소포클레스의 손에서 비로소 완성되었다.
소포클레스가 활동하던 당시는 문학을 비롯해 모든 예술이 전무후무할 만큼 화려하게 꽃핀 시대였다. 아테나이에서는 해마다 디오뉘소스 축제가 열렸는데, 소포클레스는 이때 상연하기 위해 희곡을 쓰고, 연극에 삽입할 음악과 무용을 고안하고, 그의 연극에 출연할 모든 배우와 합창단원들을 지휘하고 훈련시켰으며, 때로는 직접 역을 맡아 연극에 출연하면서 전 생애를 보냈다. 스물여덟에 비극 경연 대회에서 선배 아이스퀼로스를 물리친 그는 월등한 창조성으로 아이스퀼로스나 후대의 에우리피데스보다 훨씬 오래 활동하며 더 많은 작품을 썼고 경연 대회에서도 더 많은 승리를 거두었다.
소포클레스는 평생 120여 편의 비극 작품을 썼으며, 기본적인 기법과 격조를 유지하면서 지속적인 긴장감을 지닌 상황 속에 다양한 인물들의 성격과 심의(深意)를 절묘하게 담아내는 희랍비극의 독특한 형식을 완성시켰다. 아이스퀼로스의 삼부작 형식을 각각 완전한 형식을 갖춘 세 편의 희곡으로 바꾸었고, 아이스퀼로스가 대사를 말하는 배우 두 명을 채택한 것과 달리 여기에 세 번째 배우를 추가하여 극적 갈등의 범위를 넓혔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소포클레스를 다른 비극작가들보다 높이 평가하고 「오이디푸스 왕」을 비극의 전범이라 칭송한 것은 바로 이처럼 완벽한 형식 때문이다.
소포클레스는 고전 문명의 본질적 요소인 신과 인간의 관계(종교), 인간과 인간의 상호 작용(사회) 등을 시대에 따라 새로운 해석을 낳으며 영원히 회자되는 위대한 희곡 작품으로 바꾸었다. 수천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소포클레스의 비극이 끊임없이 옷을 바꿔 가며 무대에 오르는 것은 작품의 주제가 시공의 구애 없이 인간의 근원적인 내면을 꿰뚫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포클레스는 항상 위기, 특히 고통이나 그 고통의 절정인 죽음의 위기를 이야기한다. 그의 희곡에서는 신이나 자연력의 작용보다 대표적인 인간상들 간의 상호 작용이 흐름의 중심에 선다. 신들은 영원한 힘과 현실 구조를 구현한 화신으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반면, 인간은 이런 힘과 구조에 의해 차단되고 시간과 변화, 고통과 죽음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에 어두운 무지 속에서 살아간다. 이렇게 볼 때 작품 속 인물들은 언뜻 피할 수 없는 고통과 죽음의 운명에 휩쓸리는 나약한 인간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잘 들여다보면, 이들은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 스스로 위험한 선택을 하며 굴욕적인 삶을 사는 대신 자신이 택한 파멸적인 결과를 당당하게 받아들인다. 소포클레스 비극에서 불행과 고통, 죽음은 결코 우발적인 것이 아니며 무의미하지 않다. 불행과 고통, 죽음은 다양한 방법으로 변화(거짓된 삶에서 진정한 삶으로 나아가는 변화)를 낳거나 변화의 조짐이 된다. 죽음 같은 고통(정신이나 육체의 고통 또는 정신과 육체의 고통)은 진실에 대한 이해를 낳는 동시에 ‘재생’으로 이어진다. 예컨대, 소포클레스가 상상해 낸 오이디푸스는 전설에 나오는 모순된 오이디푸스, 즉 인간들 가운데 가장 행복하고 가장 비참한 인간, 아무도 풀지 못한 수수께끼를 풀지만 정작 자신의 진실을 모르는 사람, 범죄자를 쫓는 범죄자이며, 그와 동시에 공격적이면서도 너그럽고, 오만하지만 자신이 놓친 진실을 찾는 일에 열정적으로 몰두하며, 모든 것을 잃고 추방되는 마지막 순간에 외려 끈기를 회복하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가 되었다. 결국 소포클레스는 작품을 통해 죽음을 두려워하면서도 진실을 찾기 위해 자기 의지대로 삶을 이뤄 나가는 주체적 인간상을 보여 준다.
소포클레스는 자유롭게 각색한 신화들을 자신의 독특한 주제 의식과 복잡하게 뒤섞어 완벽한 비극 형식 안에 녹임으로써 겉으로 보이는 줄거리만으로는 그 속에 담긴 참뜻의 가닥조차 잡을 수 없을 만큼 다층적인 희곡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오이디푸스 왕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고 테바이의 왕이 된 오이디푸스는 도시가 기근과 역병에 시달리자, 처남 크레온을 통해 얻은 신탁대로 선대 왕 라이오스의 살해범을 밝혀내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그 와중에 자신에게 내려진 불행한 신탁, 즉 아비를 죽이고 어미와 결혼한다는 저주가 자신이 해결하려고 든 사건과 뒤얽혀 실현되었음이 드러난다. 소포클레스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인간이란 무엇인가.’라고 하는 근원적 질문을 담고 있다.
안티고네
오이디푸스의 딸 안티고네가 오빠의 장례를 두고 외삼촌 크레온과 대립하면서 생기는 비극을 그리고 있다. 크레온은 안티고네의 오빠인 폴뤼네이케스의 장례를 법으로 금지하고 그 법을 어긴 안티고네를 돌무덤에 가둠으로써 죽은 자를 저승으로 보내지 않고 산 자를 저승으로 보내는 잘못을 저지른다. 그로 인해 안티고네와 그녀의 약혼자인 자신의 아들이 죽고 그 죽음을 슬퍼하며 아내마저 죽어 버리자 자신이 안티고네에게 행했던 대로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상태로 홀로 이승에 남겨지게 된다. 남성과 여성, 이성과 감성, 정치적 사고방식과 혈연적 사고방식 등 세계의 양 극단을 대표하는 두 인물의 극명한 대비로 인한 극적 긴장이 뛰어나다.
아이아스
트로이아 전쟁의 영웅인 아이아스는 또 다른 영웅인 아킬레우스가 죽으면서 남긴 무구를 두고 벌인 투표에서 오뒷세우스에게 지게 되자 치욕 속에서 분노한다. 그러던 중 아테네 여신이 꾸민 덫에 걸려 들판의 짐승들을 오뒷세우스와 그 외 희랍 군사들로 착각해 밤새 도륙하다 정신을 차린 후 수치심에 자결한다. 아이아스의 동생 테우크로스가 그의 장례를 치르려 하자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와 군 사령관인 그의 형 아가멤논이 이를 반대하는데, 아이아스의 숙적이었던 오뒷세우스가 도리어 이들을 설득하여 장례를 치르도록 돕는다. 독특하게 주인공이 이미 사건을 저지른 상황에서 극이 시작되는데, 불변을 원한 구식 영웅의 죽음과 그 앞에 남은 ‘이긴 자’들의 편협하고 초라한 진면모, 변화와 관용을 중시하는 또 다른 영웅의 부각이 순차적으로 이어지며 새로운 덕목을 갖춘 인간 정신의 부활을 암시한다.
트라키스 여인들
엇갈릴 수밖에 없는 여성과 남성의 서로 다른 세계를 첨예하게 그린 작품으로, 지극히 여성적이고 우유부단한 여인이 남편의 사랑을 되찾으려 처음으로 내린 결정이 야기하는 엄청난 파국을 다루고 있다. 남편 헤라클레스가 이국에 종으로 끌려갔다가 그곳의 왕을 쓰러뜨리고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은 데이아네이라는 남편이 먼저 보낸 포로들 가운데 이국의 공주였던 여인이 그가 고른 새 신부임을 알게 된다. 그녀는 남편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독약을 사랑의 묘약으로 착각해 그의 옷에 묻혀 보내고, 그 옷을 입은 헤라클레스는 끔찍한 고통에 휩싸이게 되며 사실을 알게 된 데이아네이라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차례
옮긴이 서문·5
오이디푸스 왕·15안티고네·117아이아스·201트라키스 여인들·291
직픔 해설·371작가 연보·3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