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 평범한 일상도 이렇게 재미있다!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에세이 소설
원제 ベリー・ショーツ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09년 4월 7일
ISBN: 978-89-374-8248-9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7x105 · 228쪽
가격: 15,000원
분야 외국문학 단행본
“아주 자잘하고, 딱히 어디에 도움 되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반짝 빛나는 재미난 일들. 금방 잊힐지라도 재미난 일.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지만 그렇다고 거창하게 얘기할 거리는 못 되는 일들. 그런 얘기들을 조금씩 모아 보았습니다.” _작가 후기에서
일본 현대문학의 감수성을 대표하는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새로운 작품세계를 만난다. 『해피 해피 스마일』은 일본의 인기 웹사이트 ‘호보 일간 이토이 신문’에 연재한 단편 54편을 일러스트와 함께 엮은 작품집. 세 살짜리 아들을 키우면서 일어나는 유쾌한 일상의 에피소드들을 통해 마치 에세이를 읽듯이 다른 작품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인간적인 면을 만날 수 있으며, 특유의 상상력과 유머 센스가 가득한 짧은 이야기들을 하나씩 읽어 나가다 보면 어느새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는 독특한 형식의 작품이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책 곳곳에 숨어 있는 기발한 디자인들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일본 발간 당시에도 많은 화제가 되었던 각종 북 디자인 요소를 한국어판에서도 섬세하게 재현했다.
달콤쌉싸름한 일상 속의 수수께끼와 보물찾기
『해피 해피 스마일』의 연재 당시 제목은 「U.M.A(Unidentified Mysterious Animal)」, 즉 ‘미확인 동물’이란 뜻. 외계인이나 연체동물처럼 괴상한 생김새에 어딘가 귀염성이 있는 책 속 일러스트를 뜻하기도 하고, 혹은 작품에 등장하는 세 살짜리 남자 아이 ‘꼬맹이’를 가리키는 것 같기도 하다. 2003년 첫 아들을 출산한 요시모토 바나나는 막 말문이 트인 어린아이의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종잡을 수 없는 천진난만한 행동 등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면서 아이의 눈을 통해 새롭게 펼쳐지는 일상의 풍경을 전달한다.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바나나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따뜻한 매력을 발산하고,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사건과 대화들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자기 주위 사물들이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밥을 먹고 있는데 불쑥 “여기는 너희 집이야.” 하고 말했을 때도 놀랐지만, 선잠이 들었는데 뺨을 찰싹찰싹 때리면서 “잠들면 끝이야, 정신 차렷!” 하고 외쳤을 때는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고 말았습니다.또 얼마 전에는 내가 애지중지하는 찻잔을 꼬맹이가 떨어뜨리는 바람에 결국 깨지고 말았죠. 그래서 “깨뜨리면 안 되지, 조심조심 다뤄야지.” 했더니, “신중하게, 신중하게.” 하더군요.그 후에 좀 맥이 풀린 표정으로 책을 읽고 있었더니 꼬맹이가 옆에 다가와 “깨지니까 슬프네.” 하고서, “엄마, 울고만 있으면 안 돼.”이제 세 살 반인데, 이렇게 자애로운 말을…… 그야 물론 표절이겠지만…… 하고 생각하면서 숙연해졌지만, 속으로는 “네가 깨뜨렸잖아!” 하고 부르짖고 싶었답니다._「쇼와 시대의 언어」 중에서
『키친』 『하치의 마지막 연인』 등의 초기 작품을 사랑하는 독자들은 요시모토 바나나를 만년 소녀 같은 이미지로 기억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결혼과 임신, 출산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작가로서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크고 작은 변화를 맞았다는 것을 이 작품에서 느껴진다. (사소한 예를 들자면 2003년부터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필명의 성을 한자(吉本ばなな)에서 히라가나(よしもとばなな)로 바꾸어 표기하고 있는데, 이것은 아들의 이름점을 보다가 오히려 자기 이름이 안 좋다는 걸 알고 바꾼 것이라고 한다.) 유쾌한 웃음 뒤에 삶에 대한 진지한 애정이 엿보이는 짧은 이야기들을 통해, 더욱 섬세하고 성숙해진 이후의 작품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오키나와에 갔다가 친구의 친구가 하는 술집에서 한잔할 때인데, 가게 주인이 우리 테이블에서 우리와 함께 계속 마시는데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아 부러웠습니다. 어떻게 보면 “?”일 수도 있는 일인데 말이죠. 그리고 나와 동행인 게이코 씨가 “게이코라고 해요.”라고 말하는 순간, 그 멋진 주인이“게이코라…… 저와 몇 십 년 동안 함께했던 아내도 이름이 게이코였지요. 지금은 이 세상에 없어요. 그래서 그런지, 게이코란 이름만 들어도 그리움이 밀려옵니다. 그 이름만 들어도 행복해지고요. 게이코……, 게이코……. (오키나와 사투리 억양으로 읽어주세요.)”그러면서 게이코 씨의 어깨를 살그머니 껴안더군요.사소한 일화지만, 이 속에 이미 “남자의 애달픔/꼬드기기/눈물이 찔끔 나올 만큼 멋진 얘기/유머/적당함”이 담뿍 섞여 있어, 나는 감탄스럽게 그를 쳐다보면서 ‘오키나와 사람으로 태어나서 좋겠네’ 하고 생각했답니다._「오키나와 사람」 중에서
어른을 위한 장난감? 장난기 가득한 북디자인 퍼레이드『해피 해피 스마일』에 숨겨진 일곱 가지 비밀
하나, 띠지 뒷면에 있는 작은 그림들을 오려내어 긴 가름끈에 끼우고 반으로 접어 테이프나 풀로 고정하면, 가름끈을 타고 올라가는 ‘가름끈 노보리 군’ 완성! (가름끈에 아무것도 붙이지 않고 책에다 빙빙 감아도 좋습니다.)둘, 책장 전체를 왼쪽 오른쪽으로 기울이면 책배에 살고 있는 네 종류의 미확인 동물이 나타납니다. 힘을 주어 접을수록 몸이 쭉쭉 늘어납니다.셋, 절대로 보이지 않는 곳에 ‘좌선하는 부처님’이 숨어 있습니다.넷, 본문 어딘가에 번쩍번쩍 빛나는 ‘금니’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금!다섯, 어떤 페이지에 누군가의 소중한 사진이 끼어 있습니다. 모두 일곱 종류이고 각각 랜덤으로 들어갑니다. 전부 모으고 싶으면 일곱 권을 사면 됩니다. (서점에서 뜯지는 마세요.)여섯, 케이스 책등에 동그란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특별한 용도는 없습니다.일곱, 흰색 표지 안쪽에도, 절대로 보이지 않는 곳에 미확인 동물이 앉아 있습니다.
그 외에도 책 안팎에 디자이너와 편집자와 제작자의 노고가 물씬 느껴지는 각종 장치들이 있으니 열심히 찾아보세요. (경우에 따라 책을 파손해야 하는 위험이 있으니 주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