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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특별판)


첨부파일


서지 정보

다자이 오사무 | 옮김 김춘미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2년 6월 3일

ISBN: 978-89-374-5588-9

패키지: 양장 · 46판 128x188mm · 236쪽

가격: 14,000원

분야 외국문학 단행본


책소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인간 실격』 100쇄 기념 특별판

 

“아아, 인간은 서로를 전혀 모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가장 존경하는 일본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과 더불어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소설

 

▶ 다자이는 불변하는 아름다운 무언가를 보여 준다. ―뉴욕타임스 북리뷰

▶ 그의 모든 작품이 가치 있지만, 『인간 실격』은 걸작이다. ―패티 스미스(뮤지션, 작가)

▶ 건전한 상식의 관점에서 볼 때, 다자이의 글쓰기는 일탈적 독백이라 할 수 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소설가,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목차

인간 실격
서문 9
첫 번째 수기 14
두 번째 수기 33
세 번째 수기 89
후기 164

직소 169

작품 해설 197
작가 연보 231


편집자 리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대표적 스테디셀러 가운데 하나인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이 단행본으로 첫선을 보인다. 『인간 실격』은 2004년 5월 처음 출간된 이후 독자들의 끊임없는 관심에 힘입어 2022년 5월 100쇄를 돌파했다. 단행본 『인간 실격』은 이를 기념한 특별판 양장본이다. 현재까지 일본에서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과 더불어 가장 많이 판매된 소설인 『인간 실격』은 다자이 오사무 특유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문체, 도저한 비관주의와 자기 파멸적 정서로 2차 세계 대전 패배 후 우울과 절망에 빠진 일본의 수많은 젊은이를 사로잡았으며, 마치 청춘 시절의 통과 의례와도 같은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인간 존재 자체와 인간들이 서로 맺는 관계에 대한 근원적 공포와 회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순수한 젊은이가 겪는 지독한 방황과 타락의 과정을 그린 『인간 실격』은 기만적이고 폭력적인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는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청년들에게 특히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인간에 대한 두려움과 절망 속에 파멸해 가는 순수한 영혼의 고백록

전후(戰後) ‘멸망의 백성’을 자처한 다자이 오사무는 멸망의 노래를 한다는 신조로 작풍을 쇄신함으로써 이른바 데카당스 문학, 무뢰파 문학의 대표 작가로 명성을 떨쳤다. 『인간 실격』은 그러한 기조의 정점에 놓인 작품으로서 다자이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인간 사회에 동화하지 못한 채 현실에서 도피하여 극단적인 일탈과 퇴폐적인 행각으로 자신을 무참히 파괴해 가는 젊은 주인공의 초상은 다자이의 자화상이나 다름없다. 신의와 신뢰보다 타산과 위선으로 적당히 굴러가는 허위와 가식투성이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묘사가 돋보이는 『인간 실격』에는 실제 다자이 삶의 세부들이 속속들이 녹아 있다. 고리대금업으로 부유해진 집안에서 보낸 유년기, 학생 시절의 갖은 비행과 좌익 단체 활동, 불특정한 여성들과의 분방한 연애 및 수차례의 동반 자살 기도, 알코올과 마약 중독, 정신 병원 수용 경험 등이 주인공 요조와 주변 인물들을 통해 재현된다.

『인간 실격』은 화자인 ‘나’가 요조의 사진 세 장에서 받은 인상에 관해 쓴 서문, 요조가 자신의 삶을 독백처럼 써 내려간 수기 세 편, ‘나’가 요조의 노트와 사진을 입수한 경위를 서술한 후기로 이루어져 있다. 요조의 수기는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라는 유명한 첫 문장으로 시작된다. 요조는 아버지가 정치가인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어렸을 때부터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두려움에 시달린다. 이러한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는 짐짓 꾸며 낸 익살스러운 행동들을 통해 자신의 본모습을 철저히 숨기고 주변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심초사한다.
미술 학교에 들어가고 싶었던 요조는 자신을 관리로 만들려는 아버지의 명으로 도쿄의 고등학교에 조기 진학하지만, 학교생활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고 화방을 들락거린다. 그러다 연상의 악우(惡友) 호리키를 만나면서 술, 담배를 배우고 창녀들과 어울리고 전당포를 드나들며 좌익 단체의 심부름까지 하는 지경에 이른다. 학업은 물론 그림 공부까지 포기하고 지내던 요조는 무분별한 연애 끝에 절망하여 우연히 만난 카페 여종업원과 바다에 뛰어들지만 여자는 죽고 혼자 살아남는다. 그는 자살 방조죄로 경찰 조사를 받지만 기소 유예로 풀려난다. 이 일로 요조는 학교에서 쫓겨나고 본가의 지원이 끊겨 극심한 궁핍에 시달린다. 잡지사 여기자 시즈코를 만나 동거를 시작하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어느 스탠드바 마담의 정부 같은 처지가 되어 삼류 잡지에 만화를 그리며 근근이 살아간다.
그러다 스무 살도 안 된 요시코와 결혼한 요조는 평소 안면이 있던 상인에게 요시코가 겁탈당하는 광경을 우연히 목격하고는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하고 죽으려다 실패한다. 각혈 끝에 술을 끊으려고 약방을 찾았다가 처방받은 모르핀에 심각하게 중독되고 만 요조는 죄책감과 수치심에 시달리다 본가에 도움을 요청하고, 결국 정신 병원에 수용되고 만다. 시간이 흘러 병원에서 나온 요조는 폐인이 된 채 본가에서 마련해 준 변방의 오래된 시골집에서 늙은 식모와 기괴한 동거를 하고 있다. 겨우 스물일곱 살이지만 남들 눈에는 이미 마흔이 넘어 보이는 요조가 마지막 수기를 맺으며 읊조린다.

지금 저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지금까지 제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갈 뿐입니다. (163쪽)

인간에 대한 희망과 삶을 향한 의지를 모두 놓아 버린, 마치 죽음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는 사람 같은 요조의 독백이 남기는 여운이 길다.

 

■ 시대를 뛰어넘는 영원한 청춘의 문학, 『인간 실격』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에서 삶의 목표와 방향을 잃어버린 젊은이들에게 다자이 오사무의 문학은 기댈 수 있는 언덕이었다. 공고했던 기존의 가치들이 모조리 무너지고 오랫동안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던 윤리관과 가치관이 전복된, 허허로운 터전 위에 주저앉은 청춘들은 퇴폐와 파멸이라는 다자이의 새로운 미(美) 형식에 열렬히 반응했다. “패전 후 혼란기를 다자이 하나에 의지해 살았다. 다자이 오사무라는 존재에 전부를 걸었던 것이다.”라는 한 문학 평론가의 말에서 알 수 있듯 당시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다자이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발표된 지 70년이 지난 지금도 『인간 실격』은 전혀 낡지 않은 모습으로 일본을 넘어 전 세계 젊은이들 사이에서 쉼 없이 읽히고 있다. 한없이 우울하고 어두운 작품임에도 이 책을 찾는 청년 독자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처받기 쉬운 여리고 예민한 청춘만이 때로 스스로를 파괴하고픈 욕망에 가장 순수하고 투명하게 반응하기 때문은 아닐까.

 

■ 본문에서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14쪽)

저는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아무래도 인간을 단념할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19쪽)

인간의 삶에는 서로 속이면서 이상하게도 전혀 상처도 입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 정말이지 산뜻하고 깨끗하고 밝고 명랑한 불신이 충만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31쪽)

저한테는 단체 생활이라는 것이 아무래도 불가능한 것 같았습니다. 또 ‘청춘의 감격’이라든가 ‘젊은이의 긍지’라든가 하는 말은 듣기만 해도 닭살이 돋았고, ‘고교생의 기개’라느니 하는 것은 도저히 좇아갈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교실도 기숙사도 비뚤어진 성욕의 쓰레기통으로 느껴졌으며, 저의 완벽에 가까운 익살도 거기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50쪽)

저는 끝내 애교심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마쳐 버렸습니다. 교가 같은 것도 한 번도 외우려고 한 적이 없었습니다. (51쪽)

겁쟁이는 행복마저도 두려워하는 법입니다. 솜방망이에도 상처를 입는 것입니다. 행복에 상처를 입는 일도 있는 겁니다. (74쪽)

저는 하느님조차도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믿지 못하고 하느님의 벌만을 믿었던 것입니다. 신앙, 그것은 단지 하느님의 채찍을 받기 위해 고개를 떨구고 심판대로 향하는 일로 느껴졌습니다. 지옥은 믿을 수 있었지만 천국의 존재는 아무래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109쪽)

아아, 인간은 서로를 전혀 모릅니다. 완전히 잘못 알고 있으면서도 둘도 없는 친구라고 평생 믿고 지내다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상대방이 죽으면 울면서 조사(弔詞) 따위를 읽는 건 아닐까요. (111쪽)

신에게 묻겠습니다. 무저항은 죄입니까? (160쪽)

인간 실격.
이제 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160쪽)

진정한 폐인.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저는 점점 더 얼간이가 되어 갔습니다. 이젠 아버지가 안 계신다. 내 마음에서 한순간도 떠나지 않았던 그 그립고도 무서운 존재가 이젠 안 계신다. 제 고뇌의 항아리가 텅 빈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제 고뇌의 항아리가 공연히 무거웠던 것은 아버지 탓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조차 들었습니다. 저는 모든 의욕을 상실했습니다. 고뇌할 능력조차 상실했습니다. (161~162쪽)

지금 저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지금까지 제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갈 뿐입니다. (163쪽)

“우리가 알던 요조는 아주 순수하고 자상하고…… 술만 마시지 않는다면, 아니, 마셔도…… 하느님처럼 좋은 사람이었어요.” (168쪽)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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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본명은 쓰시마 슈지. 1909년 아오모리현 쓰가루에서 태어났다. 자신의 집안이 고리대금업으로 부자가 된 신흥 졸부라는 사실에 평생 부끄러움을 느꼈던 그는 도쿄 제국대학 불문과에 입학한 후 한동안 좌익 운동에 가담하기도 했다. 1930년 연인 다나베 아쓰미와 투신 자살을 기도했으나 홀로 살아남아, 자살 방조죄 혐의를 받고 기소 유예 처분되었다. 1935년 소설 「역행」을 아쿠타가와 상에 후보에 올랐지만 차석에 그쳤다. 이듬해 복막염 치료 후의 약물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하는데, 예상과 달리 정신 병원에 수용되어 크나큰 심적 충격을 받았다. 1936년 첫 소설집 『만년』을 발표해 감각적 문체와 실험적인 기법으로 일본 문단에 그의 존재를 알렸다. 1939년 결혼과 함께 인생과 문학 모두에 전환기를 맞이한다. 이 안정기에 전개된 중기 문학은 『옛이야기』를 통해 유머 넘치는 이야기꾼 다자이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 준다. 1945년 일본 패망 후, 그의 작품은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진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았고, 그는 사카구치 안고, 오다 사쿠노스케 등과 함께 ‘데카당스 문학’, ‘무뢰파 문학’의 대표 작가로 불리게 된다. 『인간 실격』은 이 시기에 발표된 작품으로, ‘퇴폐의 미’ 내지 ‘파멸의 미’를 기조로 하는 다자이 문학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1948년 연인 야마자키 도미에와 함께 다마 강 수원지에 투신해, 생애 다섯 번째 자살 기도에서 서른아홉 살의 나이로 사망했다.

"다자이 오사무"의 다른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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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미 옮김

이화여대 영문과와 한국외국어대 대학원 일본어과를 졸업했다. 고려대 대학원에서 국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일본 도쿄대 비교 문학 연구실 객원 교수, 일본 국제문화 연구센터 객원 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고려대 일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으로 『일요일 오후의 잔디밭』, 『손바닥의 바다』, 『물의 가족』, 『밤의 거미원숭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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