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 부지깽이
원제 The Magic Poker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9년 3월 6일 | ISBN 978-89-374-6201-6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2x225 · 392쪽 | 가격 13,000원
시리즈 세계문학전집 201 | 분야 세계문학전집 201
‘메타픽션의 아버지’ 로버트 쿠버의 대표작 동화와 옛날이야기, TV 프로그램, 신화와 성서 속 장면들을 새로운 플롯과 내러티브, 독특한 시선으로 비틀고 재구성하여 탄생시킨 전혀 새로운 픽션들!
‘메타픽션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의 소설가 로버트 쿠버의 단편소설집 『요술 부지깽이』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201)으로 출간되었다. ‘Pricksongs & Descants’라는 제목으로 1969년 출간한 이 소설집은 로버트 쿠버를 미국 현대 문학의 거장으로 우뚝 서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책이다. 쿠버의 트레이드마크로 인식되고 있는 ‘옛날이야기와 동화 비틀기’를 이 책에서 처음으로 시도하기도 했다. 이 소설집은 미국 소설계에 큰 반향을 일으켜 글쓰기와 문학 전반에 메타픽션이라는 파장을 불러왔다. 그는 동화, 성서, 텔레비전 프로그램, 영화뿐 아니라 당시 미국 작가들의 소설 작법을 기묘하게 비틀면서 전혀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던 것이다.
▶ 로버트 쿠버는 굉장한 작가이다. 양립하는 소재와 성질을 아우르고, 낯선 것은 익숙하게 하는 놀라운 상상력을 지녔다. -《뉴스위크》
▶ 경이와 웃음, 성적 유희를 만들어 내는 로버트 쿠버는 뛰어난 마술사와 같다. 삶의 여러 면면을 예리하게 그려내고 유쾌하게 채색한 뛰어난 소설들이 수록돼 있다. -《뉴욕 타임스》
▶ 옛날이야기를 차용하여 사실적인 내러티브를 삽입하고, 포크너 식 관점과 연대기 수법을 변형하여, 쿠버는 단편소설 형식 안에서 가장 뛰어난 성취를 이룩했다. -《새터데이 리뷰》
특이하고 변화무쌍한 서사 기법과 메타픽션의 돌풍을 몰고 왔던 로버트 쿠버‘Pricksongs & Descants’와 ‘The Magic Poker’
쿠버가 독자에게 제시하는 문학의 세계는 하나의 서사로 통합되는 닫힌 완결 체계가 아니라 자유롭고 거침이 없는 열린 체계이다. 그는 독자들에게 친근한 동화부터, 가장 엄숙하게 받아들여야 할 성서까지 마음대로 변형하여 다른 방식으로 보여 준다. 「재크와 콩나무」를 인용하며 세르반테스에게 헌정사를 바치는 서문과, 성서 속 노아의 방주를 패러디 하여 형제를 외면하는 무정한 노아를 그리는가 하면 마리아의 육체를 소유하지 못했던 인간 요셉의 고뇌를 그리기도 한다.
이러한 쿠버의 의도는 제목에서부터 잘 드러난다. 이 책의 원제는 ‘Pricksongs & Descants’이지만, 이런 제목의 단편은 실려 있지 않다. 쿠버가 단편집 전체를 아우르는 제목으로 새로 붙인 것이다. ‘pricksong’은 펜으로 그린 것이 아니라 바늘로 하나하나 찔러서 만든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악보나 음표를 뜻한다. 한편 ‘descant’는 대위법의 초기 형식에서 다성 악곡의 수창부 즉 최고 음부를 의미한다. 사전적인 의미는 그러하나 쿠버는 여기에다 말장난(pun)의 효과를 더했다. prick에는 ‘찌르다.’ 혹은 ‘남성의 음경’을 지칭하는 비어(鄙語)적 의미가 있고 이에 대구를 이루어 descant 또한 ‘응하다.’ 혹은 cunt라는 ‘여성의 외음부’를 뜻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쿠버는 기존에 흔히 알려진 의미를 차용하여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 제목은 한글로 번역했을 때 그 의도와 의미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쿠버 자신도 “지금까지 그 누구도 이 제목을 번역하지 못했다. 1970년대 초에 프랑스에서는 ‘판의 플루트(La flute de Pan)’라는 제목으로 이 책이 출간되었다. 이 책에 실린 단편 중 하나인 「요술 부지깽이(The Magic Poker)」를 제목으로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라는 메일을 보내온 바 있다. 따라서 이 책의 제목은 ‘요술 부지깽이’로 붙여지게 되었다.
당신의 이야기들은 모든 훌륭한 서사 예술의 두 가지 본성을 예시하고 있었습니다. 그 서사들은 인간의 삶 속에 녹아 있는 무의식적인 신화의 찌꺼기에 대항하여, 통합할 수 없는 것의 통합을 추구하고 있더군요. 설익은 청춘의 사유와 남루해진 예술 형식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새로운 통합과 함께 고향으로 회항하는 힘찬 항해 말입니다. 사실, 당신은 시적 유추와 정확한 역사 사이의 결합을 시도(현실과 환상은 말할 것도 없고, 건전함과 광기, 선정적인 것과 우스꽝스러운 것, 몽상적인 것과 외설적인 것까지)함으로써 소설이라는 장르를 탄생시켰습니다.(「일곱 가지 실험 소설」, ‘세르반테스에게 바치는 헌사와 서문’ 중에서)
극단적인 실험 형식을 통해 제시하는 가장 근원적인 것으로의 회귀,가장 익숙한 것을 가장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 주는 최고의 메타픽션들
이 소설집에는 열두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서문과 열한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일곱 가지 실험 소설」이라는 제목을 단 단편 안에는 짧은 이야기들이 일곱 편, 「감지 렌즈」에도 세 편의 소설이 더 수속되어 전부 스무 편의 다른 이야기들이 들어 있는 셈이 된다.
이 소설집의 시작을 알리는 「문(門)」은 그 제목대로, 작가가 독자들의 향해 문을 열어 자신의 상상력 속으로 초대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재크와 콩나무」로 시작하여, 「빨간 모자」, 「미녀와 야수」가 한데 어우러지면서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들에서 작가가 어떠한 세계를 펼쳐 보일지를 예고편처럼 보여 준다.
다음 작품은 이 책의 표제작이 되기도 한 「요술 부지깽이」이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하나의 이야기가 창조되는 전 과정 속으로 독자의 손을 잡고 찬찬히 이끄는 듯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처음에는 하나의 섬을 창조하고, 그 섬에 있는 것들을 만들어 내며, 다시 섬으로 들어오는 인물들을 소개한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하나하나 서술해 가는 과정, 그리고 비평을 가하고 그에 대해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독자는 소설을 써 내려가는 작가의 머릿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관찰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철창에 갇힌 모리스」는 화자와 모리스의 시점이 교차되어 등장한다. 자연을 대표하는 양치기 모리스와 현대 과학 문명을 대표하는 펠로리스 박사가 대립하다가 결국에는 모리스가 체포되는 이야기이다. 쿠버는 자연과 과학, 도시와 시골, 이성과 신화의 대립을 극명하게 드러내면서, 마침내 승리하는 인간의 과학 문명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의문을 던진다.
「생강빵으로 만든 집」은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 대한 완벽한 패러디이다. 무시무시한 노인의 손에 이끌려 숲 속으로 들어가는 남매는 불안한 마음으로 빵 부스러기를 떨어트리지만 새들이 그것을 다 쪼아 먹어 버리자 더 큰 두려움이 몰려온다. 숲 속에서 지내는 밤은 공포감을 한층 더 고조시킨다. 그러나 마침내는 환한 햇살 속에 눈부시게 빛나는 빵과 과자와 사탕으로 만든 집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뿐, 독자들이 예상하던 두려운 결말은 어디에도 없다.
쿠버가 동화와 신화, 옛 고전으로 서사의 관심을 돌린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회귀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너무 새로운 것을 추구하다가 단순함의 묘미를 잃어버린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쿠버의 극단적인 실험소설이 결국은 가장 단순한 동화로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그가 보여 주려던 최첨단의 메타픽션은 저자의 권위를 실추시킨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런 기법까지 아우르는 작가의 역량을 더욱 과시했다는 점이다. 쿠버의 말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적잖은 희생이 따를지라도 거역할 수 없다면 자기에게 부여된 메타포에 순종하며 거기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작품 해설」 중에서)
다음으로는 작가 자신이 세르반테스에게 바치는 헌정사로 시작하는 「일곱 가지 실험 소설」이며, 여기서 쿠버의 상상력이 폭발하듯 터져 나온다. 그는 현실을 상상력의 눈으로 바라보았던 돈키호테의 용기를 부러워하며 자신도 그런 열정으로 다양한 기법의 단편소설 일곱 편을 선보이겠다고 자신한다. 매스미디어에 중독된 현대인의 맹목적인 군중심리를 다룬 「패널 게임」, 성서 속 ‘노아의 방주’와 ‘요셉과 마리아’를 각각 차용한 「형」과 「요셉의 결혼」 등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엘리베이터」는 칠 년 동안 출퇴근을 하면서 이용해 온 답답한 엘리베이터 속에서, 우주에 대해 사유하고 인간의 존재 이유 같은 철학적 문제를 곱씹어 보는 한 남자의 의식을 따라가는 소설이다. 주인공은 평범한 샐러리맨이지만 머릿속으로는 그 누구보다 넓고 독특한 상상력을 지니고 있다. 그의 평범한 일상은 어느 날 엘리베이터 안에서 송두리째 바뀌어 버린다.
「마른 남자와 살찐 여자의 로맨스」는, 서커스를 위해 살을 찌워야 하는 여자와 반대로 살을 빼야 하는 남자의 사랑 이야기이다. 점점 더 선정적인 자극을 바라는 사람들의 시선으로 인해 다른 모습으로 발전해 가려하는 의지는 무의미할 뿐 아니라 존재 이유마저 앗아가 버리는 것으로 간주되는 세상을 비판하며, 생존을 위해 자기 눈앞의 이익을 좇는 사람들을 냉정하게 그려 내고 있다.
「퀸비와 올라, 스웨드와 칼」, 「감지 렌즈」는 쿠버가 흔히 사용하는 기법을 여실히 보여 주는 소설이다. 환상과 현실이 교차되고, 인물들의 서로 다른 입장에서 서술이 이루어지면서 독자는 어느 것이 실제 일어나는 사건이며 어느 것이 등장인물의 상상인지 알 수 없는 혼란에 빠지는 것이다. 차에 치여 죽어 가는 남자의 시선으로 서술되는 「도보 사고」는 인간의 이기심과 군중심리가 뒤섞여 일어나는 비참한 결과를 보여 준다. 사고를 당한 주인공은 고통을 느끼지만 이미 자신의 의사마저 표현할 수 없는 상태이다. 그렇게 피를 흘리며 누워 있는 그를 둘러싸고 경찰과 그를 친 트럭 운전사, 구경꾼, 의사, 거지 들은 자신들의 입장만을 목청 높여 주장한다. 결국 그는 다시 한 번 트럭에 깔리고 천천히 그리고 외롭게 죽어 간다.
「베이비시터」는 젊은 베이비시터와 그녀의 남자 친구, 주인집 부부, 그녀가 켜 놓은 텔레비전 드라마들이 뒤죽박죽 섞여, 현실과 환상을 구분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낸다. 독자는 인물들의 상황과 그들의 욕망과 상상 속에 빨려 들어가게 되고, 아이들이 죽고 집주인 남자는 사라졌으며 집 안에는 시체가 있다는 결론에 맞닥뜨리면서도 여전히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모자 마술」은, 흔히 알고 있듯이 모자 속에서 토끼나 비둘기를 꺼내 보이는 마술을 펼치는 마술사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관객들의 반응은 점점 시들해지고 마술사는 더욱 흥미로운 마술을 보여 주기 위해 전전긍긍하다가 조수 아가씨를 모자 속에 넣는다. 그러나 마술은 쉽게 풀리지 않고, 마침내 그는 모자를 짓밟아 결과적으로 그 속에 들어 있던 조수를 짓이겨 죽이게 된다. 관객들을 혼비백산하고 마술사도 끌려 나간다. 독자들이 기대하는 것 이상의 상상력을 보여 주려 고군분투하는 작가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며, 더 큰 자극을 원하는 대중을 풍자하는 이 작품을 통해 쿠버는 이 책 『요술 부지깽이』를 마무리 짓는다.
문(門)
요술 부지깽이
철창에 갇힌 모리스
생강빵으로 만든 집
일곱 가지 실험소설
엘리베이터
마른 남자와 살찐 여자의 로맨스
퀸비와 올라, 스웨드와 칼
감지 렌즈
도보 사고
베이비시터
모자 마술
독자 평점
5
북클럽회원 1명의 평가
도서 | 제목 | 댓글 | 작성자 | 날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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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말하기 힘든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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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ostein | 2019.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