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버스토리: 요즘 언제 웃어?
* 소설가 정영문, 배우 홍경 인터뷰
* 『유령의 마음』 의 임선우 X 『햇볕 쬐기』의 조온윤 인터뷰
* 김지연, 이희주 신작 소설
* 정지음 시트콤 소설
그게 웃겨? 왜 웃겨? 예전엔 어른들한테만 들었던 말을 이젠 친구들한테도 듣고 동료들한테도 듣는다. 유머 콘텐츠를 접하는 경로가 제각각이 되면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변화는 웃음에 대한 우리의 입장 차이가 이렇게나 다르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는 것이다. 다 같이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의 존재는 이제 추억 속에나 존재한다. 이런 변화는 달갑다. 좋아하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형성된 ‘웃음 공동체’는 현실의 어떤 인간관계보다 더 강력한 연대감을 주고, 이런 변화야말로 우리가 요즘 일상에서 경험하는 가장 실체적인 진화일 수 있다. 웃음은 ‘나’를 타인과 구분 지어 주는 실존의 지표다. 나를 웃게 하는 것이 내가 누구인지 말해 준다. 웃음에 대한 정의는 종종 나에 대한 정의가 되기도 한다. 웃음이란 무엇일까. 나는 왜 웃을까.
웃음의 개념에 다가가려 할 때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책은 베르그송의 『웃음』일 것이다. 베르그송은 웃음의 좌표를 감성의 영역에서 지성의 영역으로 옮겼다. 작가이자 『웃음』의 번역자이기도 한 정연복은 베르그송의 웃음론을 현재적으로 해석하는 동시에 집단적, 사회적, 지성적 복합체이자 도덕적 기능의 수행자로서의 웃음에 대한 베르그송의 시선을 비판적으로 살핀다. 웃음의 다양한 뉘앙스, 그리고 웃음의 오류들에 대해. 세상에는 너무 많은 웃음들이 있고 어떤 웃음은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비평가 김민조는 불편한 웃음들에 조금 더 다가간다. 「SNL 코리아」가 낳은 화제의 캐릭터 ‘인턴기자 주현영’ 속 희화화는 조롱으로 이어지는 풍자일까 강요된 공적 말하기의 규범성에 대한 비판일까. 모호한 경계에서 발생하는 효과에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웃지 않을 것이다. 한편 사회적 약자에 대한 조롱과 혐오 등 코드화되고 기계화된 웃음을 의도적으로 멈춤으로써 웃음에 대항하는 퍼포머들도 있다. 이들이 표현하는 중단된 웃음은 기계화된 웃음의 문법을 공격한다. 베르그송은 생명성에 대립되는 기계적인 것에서 웃음이 발생한다고 했지만 김민조는 그 반대의 가능성은 없는지 묻는다. 오늘날 기계적인 것은 오히려 웃음을 중단할 이유이기 때문이다.
웃음은 리얼리티로 표현되기도 하고 비유를 통해 표현되기도 한다. 리얼리티에 기반한 스케치코미디가 연일 화제의 중심에 있다. 숏박스의 ‘장기연애’나 피식대학의 ‘한사랑산악회’ 등 그저 리얼할 뿐인 콘텐츠 속에서 오늘날 주요하게 소비되는 하이퍼리얼리즘 속 웃음의 다양한 표정들을 문화평론가 정지우가 분석했다. 그 반대편에는 농담이 있다. 농담은 웃음이 표현되는 가장 고차원적인 언어인 동시에 발화자와 수용자 사이의 미세한 관계에 의해 ‘성공’ 여부가 결정되는 고도로 복잡한 상호작용이다. 자타공인 웃음 사냥꾼이었던 키케로의 『어떻게 재치 있게 농담할 것인가』을 번역한 김현주는 농담에 진심이었던 온 인류의 내력을 살피며 농담의 핵심을 향한다. 농담 잘하는 능력이 선천적인 것인지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한 사람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웃음학개론이 있다. 독자들에게 개성 있는 웃음을 준다고 여겨지는 다섯 명의 작가들에게 ‘나에게 웃음이란?’이라는 주제로 웃음론 한 조각을 나눠 달라 요청했다. 웃음에 대한 진지하고도 경쾌한 이야기들에는 웃음의 프리즘으로 세상에 맞서는 사람들 특유의 다정한 온도가 있었다. 웃음은 사냥꾼처럼 획득하기보다 정원사처럼 키워 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섯 편의 웃음론을 읽는 동안만은 세상이 한결 친밀하게 말을 걸어왔다.
인터뷰 코너에서는 정영문 작가를 만났다. 웃음이라는 키워드를 염두에 두고 작가를 섭외한 건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 웃음에 대한 영감이 솟아나는 인터뷰가 되었다.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결국 제자리인데, 그런 하나 마나 한 발걸음으로 만들어진 숱한 제자리들이 모여 다 같이 제자리를 잃어버린 지경. 기실 이 세상에 제자리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정영문다운 표현들로, 그러니까 별일 아니라는 듯한 자세로 환기할 수 있었다. 드라마 「D.P.」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 주었던 배우 홍경은 새 책에 도전하는 데 거리낌이나 주저함이 없는 독자다. 그의 독서 목록은 출발의 두려움을 모르는 용기의 목록이기도 하다. 독서하면서 우리는 잠시 겁쟁이에서 멀어진다.
이번 호 산문 코너에는 이별과 만남이 교차한다. 「0시 0시+ 7시」가 독자들과 아쉬운 인사를 나눈다. 독일, 일본, 한국을 오가는 세 친구의 글은 어디의 누구를 향해 있지 않으면서 모두에게 가 닿는 신비로운 도달율을 보여 주었다. 친구란 그렇듯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착이 아닐까. 시차 따위에 방해받지 않는. 광주라는 도시의 변화를 통해 도시화의 민낯을 채록해 온 김서라의 「광주 2순환도로」도 끝을 맞는다. 마주침과 몸으로 도시의 도래할 역사를 상상하는 이번 글이 대미를 장식한다. 두 책의 단행본 출간을 들뜬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그리고 등장하는 새로운 도시. 러시아문학 연구자 이종현이 도시와 예술이 접합하는 지점에서 모스크바의 주름들을 그려 볼 예정이다. 「모스크바, 도시가 아닌」을 향한 독자들의 관심과 기대를 부탁드린다.
웃음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무거워진 건 아닐까. 그건 좀 우스운 일일까. 잡지를 만드는 내내 걱정하는 시간이 길었다. 그러나 웃음은 무게가 아니라 거리의 개념이라는 생각을 떠올리는 것으로 지난한 걱정에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 미소만 남기고 사라진 체셔 고양이처럼 웃음은 서서히 멀어지면서 점점 더 나타나는 신비로운 원근감이니까.
2 — 3 Editor’s Note
9 Cover Story: 요즘 언제 웃어?
10 — 14 정연복 웃음이란 무엇인가?
15 — 20 김민조 미스핏(misfit)과 웃음
21 — 25 정지우 스케치코미디의 시대
26 — 29 김현주 재치 있는 농담에 관한 진지한 고찰
32 — 33 김혼비 최악의 농담, 최고의 농담
34 — 35 정지음 웃음은 무엇이든 될 수 있어
36 — 37 강이슬 배꼽 빠지는 최악
38 — 39 유계영 씨앗 하나
40 — 41 김준현 아빠 미소 엄마 미소
43 Essay
44 — 50 정헌목 SF와 인류학이 그리는 전복적 세계 2회
51 — 57 김지혜 해양쓰레기 탐사기 3회
58 — 61 김서라 광주 2순환도로 마지막 회
62 — 74 박솔뫼 안은별 이상우 0시 0시+ 7시 마지막 회
75 — 80 이종현 모스크바, 도시가 아닌 1회
81 — 89 강덕구 선승범 2010년대의 밤: 밀레니얼의 심성 구조 3회
90 — 94 정이현 Table for two 2회
101 Interview
102 — 113 정영문 X 강보원 끝없이 이야기를 해도 좋은
114 — 124 홍경 X 허윤선 예고편 없는 세계
126 — 134 임선우 X 조온윤 X 이수희 선한 이야기는 만나게 되어 있다
141 Fiction
142— 155 김지연 긴 끝
156 —172 이희주 천사와 황새
177 Sitcom Fiction
178 — 182 정지음 언러키 스타트업 4회
199 Poem
186 — 189 박소란 서해 외 1편
190 — 193 윤은성 실용적인 유원지 외 1편
194 — 195 조원효 다낭 빈펄랜드 외 1편
196 — 198 진은영 종이가 있다 외 1편
235 Review
204 — 207 오후 『세금의 세계사』
208 — 212 김희선 『코드 브레이커』
213 — 217 김희진 『숲은 조용하지 않다』
218 — 221 김화진 『유령의 마음으로』
222 — 225 박혜진 『도시가스』
226 — 227 Epilog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