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 일상의 악몽을 그리는 20세기의 에드거 앨런 포앨프리드 히치콕, 르네 클레망, 빔 벤더스 등거장들이 거듭하여 영화화한매혹적인 어둠의 소설가 하이스미스
부제: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선집
원제 Little Tales of Misogyny
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 옮김 민승남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09년 2월 13일
ISBN: 978-89-374-8254-0
패키지: 반양장 · 신국판변형 140x210 · 376쪽
가격: 12,000원
분야 외국문학 단행본
▶ 일상에서 공포를 끌어내는 능력에 있어 하이스미스를 능가할 작가는 없다. -《타임》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온하다. 그녀의 작품은 독자의 밤을 지새우게 만드는 악몽과도 같다. ―《뉴요커》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는 스릴러 작가다.”라는 말은 사실이긴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녀의 작품은 유려한 문체, 심리학적 깊이, 매혹적인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선데이 타임스》
영화 「태양은 가득히」, 「리플리」의 원작자로 유명한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단편소설 선집 마지막 권 『완벽주의자』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는 추리소설 작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인간의 이상심리나 일탈 행동을 연구하고 실존주의적 세계관 위에 재구축한 뛰어난 단편소설 작가이기도 하다. 기존에 출간된 『동물 애호가를 위한 잔혹한 책』, 『당신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 『어쩌면 다음 생에』에 이어 이 책에서도 하이스미스는 인간 심리에 대한 날카로운 이해와 불온한 상상력을 한껏 발휘한다. 특히 이 책에는 콩트 풍으로 여성을 풍자한 『여성 혐오에 관한 짧은 이야기들』과 다양한 장르가 시도된 『바람 속에서 서서히, 서서히』 두 권의 단편집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경계를 넘나드는 하이스미스의 컬트적 매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 혐오에 관한 짧은 이야기들
손유쾌한 원시 여인 우나바람둥이여류 소설가댄서누워만 지내는 여자예술가중산층 주부허가된 매춘부, 혹은 아내번식자이동식 잠자리완벽한 꼬마 숙녀조용한 장모내숭쟁이희생자전도사완벽주의자
바람 속에서 서서히, 서서히
머리로만 책을 쓴 남자인맥연못당신이 견디며 살아야 할 것바람 속에서 서서히, 서서히그 끔찍한 새벽들윌슨 대통령의 넥타이섬으로기이한 자살아기 수저깨진 유리나무를 쏘지 마시오
옮긴이의 말
어리석거나 이기적이거나 천박한 여자들을 발가벗겨 전시하는 잔인한 블랙 유머 선집-『여성 혐오에 관한 짧은 이야기들』한 여자가 딸에게 이끌려 페미니스트들의 집회에 참석한다. 온건하고 보수적인 가정주부인 그녀는 그곳에서 친근한 이웃이었던 여자들이 투사로 변모해 급진적인 견해들을 거침없이 토해 내는 것을 듣게 된다. 당황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의 의견을 피력하지만, 졸지에 ‘반동’으로 몰려 집중 포화를 맞는다. 결국 여자들은 패를 갈라 장바구니의 물건들을 던지며 전쟁을 벌이고, 주인공은 날아온 깡통에 머리를 맞아 숨을 거둔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경구를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이다. (「중산층 주부」)『완벽주의자』에 수록된 단편집 『여성 혐오에 관한 짧은 이야기들』은 이처럼 도발적이다. 자신이 여성이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신랄하게 여성의 치부를 들추고 조롱하는 하이스미스의 잔혹한 눈초리가 불편하고 불안하다. 그런데도 이 열일곱 편의 짧은 이야기들은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자기 안에 잠재되어 있는 일면이라는 것을 여성 독자들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누워만 지내는 여자」의 주인공은 허리 통증을 빌미로 침대에 빌붙어 남편을 종 부리듯이 한다. 자신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으면서 남편의 부양을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이 여자.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은 묵묵히 인내하지만 점차 불만이 싹트고, 결국 교묘하게 아내를 살해해 버린다. 그는 살인의 대가를 치르기는커녕 아내가 죽은 뒤 더욱 부유해지고, 행복해지고, 심지어 빠지던 머리털마저 다시 나기 시작한다.「완벽한 꼬마 숙녀」의 주인공은 아직 어리지만 권모술수의 달인이다. 그녀는 자신의 아름다움과 주위 사람들의 숭배를 유지하기 위해 친구들을 함정에 빠뜨리고 심지어는 죽게 만드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번식자」의 주인공은 아이를 너무 좋아해 주머니 상황도 생각하지 않고 끊임없이 아이를 낳고 또 낳아, 결국 남편을 정신병자로 만든다. 「내숭쟁이」의 주인공은 순결 이데올로기에 집착해서 딸들에게도 순결을 강요하지만 소용이 없자 반미치광이 상태로 여생을 보내고, 「완벽주의자」의 주인공은 완벽에 집착한 나머지 으리으리한 부엌을 두고도 집에서는 절대 요리를 하지 않고 레스토랑에서만 식사를 한다.각각의 이야기는 단편소설이면서도 거침없이 휘갈긴 캐리커처 같은 느낌을 주는데, 그만큼 강렬하게 뇌리를 건드리고 잊히지 않는다. 친숙한 일상을 뒤집어 그 아래 숨은 악몽을 드러내 보이는 ‘심리소설가’ 하이스미스의 장기가 십분 발휘된 단편집이다.
범죄 소설, 호러, 휴머니즘, SF까지……장르의 경계를 뛰어넘는 이야기꾼으로서의 매력-『바람 속에서 서서히, 서서히』1979년 발표된 『바람 속에서 서서히, 서서히』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하이스미스의 숨겨진 매력들을 고루 맛볼 수 있는 단편집이다. 열두 편의 단편 중에는 SF소설(「나무를 쏘지 마시오」)도 한 편 포함되어 있는데, 하이스미스가 문명 비판과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었음을 보여 준다. 2049년, 젊은 부부 엘지와 잭은 교외 주택에서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대도시는 이미 공해와 빈곤으로 슬럼화하여 살기 힘든 곳이 되었지만, 엘지 부부가 사는 골든게이트는 문명의 폐해는 배제하고 이득만을 취해 누리는 부유한 동네다. 그러던 어느 날 골든게이트의 나무들에 버섯 모양의 종양이 돋아난다. 종양은 인간이 가까이 오면 뜨거운 수액을 쏴서 피부와 뼈를 녹여 죽인다. 엘지는 그것이 인류에 대한 자연의 복수이며, 곧 대재앙이 지구를 덮치리라는 것, 과학자인 남편 잭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그녀에게 입을 다물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모두 골든게이트를 탈출하지만 잭은 나무에게 살해당하고, 엘지는 대지진이 덮쳐 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남기로 한다. 그녀는 이러한 파멸이 지구를 망친 인간이 감수해야 할 당연한 응보라고 생각한다.「머리로만 책을 쓴 남자」는 따뜻한 미소를 머금게 만드는 휴머니즘 소설이다. 에버렛의 아버지 치버는 소설가지만 책은 한 권도 출간한 적이 없다. 그는 늘 머릿속에서만 소설을 구상하고, 종이에 옮기는 귀찮은 짓은 절대 하지 않는다. 에버렛은 그런 아버지를 부끄럽게 여기고 반발하지만 치버의 아내 루이스는 남편을 이해하고 존중한다. 마침내 치버가 나이를 먹어 숨을 거두게 되었을 때 그는 자신이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의 문인 구역에 묻히고 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추도연설문까지 읊조린다. 몇 년 뒤 죽음을 맞이한 루이스는 아들에게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 잠든 남편 곁에 묻히고 싶다고 말한다.이 밖에 「바람 속에서 서서히, 서서히」, 「기이한 자살」, 「윌슨 대통령의 넥타이」에서는 하이스미스의 특기인 심리 서스펜스를, 「섬으로」에서는 아련한 환상성을, 「인맥」에서는 중산층의 속물근성에 대한 교묘한 풍자를, 「깨진 유리」에서는 부조리에 대한 소시민적 저항을, 「연못」에서는 에드거 앨런 포를 연상케 하는 호러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