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여왕’이라고 불리던 로마 제국이 쇠퇴해 가는 과정을 아주 실증적이면서도 유장한 문체로 다루고 있는 역사책이다. 1776년에서 1788년까지 12년에 걸쳐 전 여섯 권으로 간행된 『로마 제국 쇠망사』는 수없이 많은 로마사 책들 중에서 대표적 작품이며, 영문학사상의 명저로도 꼽힌다. 서기 2세기인 트라야누스(재위 98∼117년) 황제 시대에서 시작하여 서로마 제국의 멸망, 동로마 제국 창건, 신성로마 제국 건국, 투르크의 침입에 의한 동로마(비잔티움) 제국의 멸망(1453년)까지, 약 1400년간의 역사를 기술하여 로마 제국의 역사를 최초로 개관한 역사서로 평가받았다. 그리스도교의 확립, 게르만 민족의 이동, 이슬람의 침략, 몽골족의 서정(西征), 십자군 원정 등 광범위한 지역에 걸친 사건을 다루어 고대와 근세를 잇는 교량의 역할을 하는 저서로서, 시공간적으로 방대한 스케일을 지니고 있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서양 세계의 기원인 로마 역사에 대한 기본 중의 기본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로마 제국 쇠망사』의 제3권은 그라티아누스 황제가 제위에 오른 서기 375년을 전후해 시작되어 대략 서로마 제국의 멸망 시점인 서기 476년 정도까지를 다루고 있다. 이 기간은 예로부터 유럽 세계에서 논의되어 온 ‘로마 쇠망’의 문제의 전형을 보여 주는 시기이다. 이른바 ‘민족대이동’의 시기로서 야만족들이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와 서로마 제국을 휩쓸고 다니며 거대 제국의 근간을 뒤흔들어 놓는 파국과 몰락의 시기이다. 여기서 기번은 알라리크와 아틸라와 같은 야만족의 수장들이 서로마 제국을 침략하고 결국은 멸망시킨 과정을 생생하고도 자세하게 서술해 나간다.
각 장의 제목들도 다소 암울하다. ‘시대의 타락’, ‘해이해진 보병 부대’, ‘동서 로마 제국으로의 분할’, ‘고트족의 약탈’, ‘로마 시(市)의 고난’, ‘로마의 몰락의 징후들’ 등의 제목은 웅장하고 화려한 하나의 거대한 조직이 장기 정체 내지 점진적 해체의 길을 걷고 있는 모습을 손에 잡힐 듯이 보여 준다.
테오도시우스 황제의 사망(서기 395년) 후 그의 장, 차남이 각각 동서 양 제국의 제위에 오르자 로마 제국은 영구히 분단되고, 다 같이 무능하고 무기력한 두 황제를 두고 이 시기에 양대 제국의 궁정을 움직인 세력은 간신배와 황후 및 황제의 자매 등 여성들이었다. 알라리크가 지휘한 고트족은 동로마 제국의 여러 도시를 유린한 다음 이탈리아 본토에 침입하고, 410년에는 수도 로마를 침략하고 약탈한다. 갈리아, 에스파냐, 아프리카도 야만족의 침입에 굴복하고, 아틸라가 이끄는 훈족의 침입이 시작된다. 이윽고 서기 476년에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고, 여기서부터 기번은 발렌티니아누스 3세의 죽음으로부터 20년 사이에 연이어 아홉 명의 황제가 나타났다 사라지면서 파국으로 치달은 서로마 제국의 황제들과 동로마 제국의 황제들을 고찰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이때부터 서로마 제국은 로마의 정통 황제들이 아닌 야만족의 왕들이 지배하게 되었으며, 리키메르, 오레스테스, 오도아케르 등이 권력을 잡고 황제 메이커의 역할을 하면서 동로마 제국 황제의 승인을 받는 형식을 취하면서, 이른바 비잔티움(동로마) 제국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이외에도 기번은 3권에서 이교와 그리스도교의 이단파, 수도원 생활 등 서양 세계의 역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그리스도교에 대해 1, 2권에 이어 계속해서 다루고 있다.
3권의 마지막 장인 38장을 끝내면서 기번은 ‘서로마 제국의 멸망에 대한 개관’이라는 글을 덧붙이고 있는데 여기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일개 도시가 일어나 제국으로 팽창한 이 경이로운 사건은 충분히 철학자들의 관심을 끌 만하다. 그러나 로마의 쇠퇴는 무절제한 팽창의 자연스럽고 필연적인 결과였다. 번영이 쇠퇴의 원칙을 잉태했고, 정복이 진행될수록 파멸의 원인도 급격하게 증가했다. 시간이 지나고 사건이 겹치면서 인위적인 지지대가 벗겨지자 이 거대한 구조물은 자신의 무게에 짓눌려 붕괴되었다. 그 패망의 이야기는 단순하고 명백하다. 우리는 로마 제국이 왜 멸망했는지를 묻는 대신 오히려 어떻게 그토록 오래 지속될 수 있었는지 놀라워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기번은 현재로 돌아와 과거 로마에 닥친 재난이 현대 유럽에서도 반복될 것인지를 탐구해 보자며, 이와 같은 탐구가 강대한 제국의 몰락을 설명해 줌과 동시에 당대 유럽의 실제적인 안정성의 근거를 설명해 줄 것이라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하고 3권을 끝맺고 있다. E. H. 카의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다.”라는 명제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 차례
일러두기
27 그라티아누스의 죽음․아리우스파의 몰락․성 암브로시우스․막시무스와의 1차 내전․테오도시우스의 인품, 통치, 참회․발렌티니아누스 2세의 죽음․에우게니우스와의 2차 내전․테오도시우스의 죽음․시대의 타락․해이해진 보병 부대
28 이교의 최종적인 몰락․그리스도교도들 사이에 도입된 성자와 성(聖)유품 숭배
29 테오도시우스의 아들들 간에 이루어진 로마 제국의 최종 분할․아르카디우스와 호노리우스의 치세․루피누스와 스틸리코의 통치․아프리카에서의 길도의 반란과 패배․원로원에 의한 단죄
30 고트족의 반란․고트족의 그리스 약탈․두 차례에 걸친 알라리크와 라다가이수스의 이탈리아 침공․스틸리코, 그들을 격퇴하다․게르만족의 갈리아 침략․콘스탄티누스의 서로마 제위 찬탈․스틸리코의 치욕과 죽음․손상된 그의 명성․클라우디아누스
31 알라리크의 이탈리아 침략․로마 원로원과 시민들의 태도․로마가 세 차례 포위된 끝에 고트족에게 약탈당하다․알라리크의 죽음․고트족의 이탈리아 철수․콘스탄티누스의 몰락․야만족의 갈리아와 에스파냐 점령․브리타니아의 자유
32 동로마의 황제 아르카디우스․에우트로피우스의 통치와 치욕․가이나스의 반란․성 요하네스 크리소스토무스에 대한 박해․동로마 황제 테오도시우스 2세․그의 누이 풀케리아․그의 아내 에우도키아․페르시아 전쟁과 아르메니아 분할․쇠퇴기의 광휘
33 호노리우스의 죽음․서로마 황제 발렌티니아누스 3세․그의 모후 플라키디아의 통치․아이티우스와 보니파키우스․반달족의 아프리카 정복
34 훈족의 왕 아틸라의 성격, 정복, 그의 궁정․테오도시우스 2세의 죽음․풀케리아가 마르키아누스를 동로마 제국의 제위에 앉히다
35 아틸라의 갈리아 침공․아이티우스와 서고트족에 의해 격퇴되다․아틸라의 이탈리아 침략과 철수․아틸라, 아이티우스, 발렌티니아누스 3세의 죽음․로마의 몰락의 징후들
36 반달족 왕 가이세리크의 로마 약탈․그의 해상 약탈․서로마 제국 최후의 황제들, 막시무스, 아비투스, 마요리아누스, 세베루스, 안테미우스, 올리브리우스, 글리케리우스, 네포스, 아우구스툴루스․서로마 제국의 멸망․이탈리아 최초의 야만족 왕 오도아케르의 치세와 인품
37 수도원 생활의 기원, 그 발전과 영향․야만족들의 그리스도교와 아리우스파로의 개종․아프리카에서의 반달족의 박해․야만족들 사이에서의 아리우스파의 몰락․에스파냐의 유대인들
38 클로비스의 통치와 개종․알레만니족, 부르군트족, 서고트족에 대한 그의 승리․갈리아에서의 프랑크 왕국 건설․야만족들의 법률․로마인들의 상황․에스파냐의 서고트족․색슨족의 브리타니아 정복․아서 왕의 명성
역사를 아는 자는 인생을 두 배로 사는 것이다
애덤 스미스, 바이런, 처칠, 네루 등 세계사적 인물에게 지혜와 영감을 심어 준 웅편거작
‘세계의 여왕’이라고 불리던 로마 제국이 쇠퇴해 가는 과정을 아주 실증적이면서도 유장한 문체로 다루고 있는 역사책이다. 1776년에서 1788년까지 12년에 걸쳐 전 여섯 권으로 간행된 『로마 제국 쇠망사』는 수없이 많은 로마사 책들 중에서 대표적 작품이며, 영문학사상의 명저로도 꼽힌다. 서기 2세기인 트라야누스(재위 98∼117년) 황제 시대에서 시작하여 서로마 제국의 멸망, 동로마 제국 창건, 신성로마 제국 건국, 투르크의 침입에 의한 동로마(비잔티움) 제국의 멸망(1453년)까지, 약 1400년간의 역사를 기술하여 로마 제국의 역사를 최초로 개관한 역사서로 평가받았다. 그리스도교의 확립, 게르만 민족의 이동, 이슬람의 침략, 몽골족의 서정(西征), 십자군 원정 등 광범위한 지역에 걸친 사건을 다루어 고대와 근세를 잇는 교량의 역할을 하는 저서로서, 시공간적으로 방대한 스케일을 지니고 있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서양 세계의 기원인 로마 역사에 대한 기본 중의 기본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