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진부함에 갇힌 인간 내면의 존재론적 탐색

브리지 파트너

한정희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9년 1월 6일 | ISBN 978-89-374-8244-1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32x195 · 252쪽 | 가격 11,000원

책소개

“여성 현실의 복합성을” 통해 “오늘의 여성이 갖는 현실 인식의정도를 잘 짚어내”(문학평론가 최상윤)며 “소설의 주요 관심이인물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문학평론가 유종호)는 작가 한정희 소설의“주인공들은 사랑의 상처로 인한 존재의 암갈색 심연 속으로 정결하게 투신하고 그 속에서 고독하게 용해한다. 그리하여 존재의 새로운 의미를 찾아낸다.”(문학평론가 이남호)
  치밀하고 섬세한 감각과 문체로 특히 여성 내면에 대한 탁월한 심리묘사가 압권인 작가 한정희가 9년 만에 세 번째 소설집 『브리지 파트너』를 내놓았다.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삶의 순간순간을 냉정하리만큼 담담하게 묘파해 냄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인간 내면의 일그러진 욕망과 상처, 갈등과 죽음 등 삶의 궁극에까지 가닿도록 하는 데 성공한다. 작가 한정희는 『브리지 파트너』에서 존재의 위기에 직면한 등장인물과 그들의 일상을 남김없이 그려 보임으로써 때로는 고통스럽게, 또한 때로는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생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하나의 계기를 마련한다.

편집자 리뷰

■ 삶의 진부함에 갇힌 인간 내면의 존재론적 탐색
  『브리지 파트너』에는 모두 일곱 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는데, 이 작품들은 대체로 세 부류로 구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유부녀의 문제적인 삶을 직접 겨냥한 작품들로 「웃으면서 죽는 법」과 「산수유 열매」, 「브리지 클럽」이 여기에 속한다. 이 작품들은 모두 중년의 시간대를 어떻게 건너야 할지 몰라 막막해하는 여성 인물들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웃으면서 죽는 법」의 여주인공은 원인은 알 수 없으나 자살에의 강박에 시달리고 있는 인물이며, 「브리지 클럽」의 여주인공은 외교관의 부인으로, 남편이 나가고 없는 시간을 브리지 게임에 몰두하면서 보낸다. 외견상 취미 생활이라도 있다는 점에서 「브리지 클럽」의 유한부인이 사정은 좀 나아 보이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이들이 놓인 상황은 주인공이거나 그들에 의해 관찰 대상이 되는 인물이거나를 막론하고 큰 차가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웃으면서 죽는 법」에서 루게릭병에 걸려 오랜 세월 죽음과 맞서 오고 있는 여주인공의 친구 현임, 그리고 그녀의 존재를 다시금 일깨워 준 선배, 「브리지 클럽」에서 브리지 게임 동료에게 보석 도둑 혐의가 있다는 말을 했다가 곤경에 처하자 자취를 감추고 마는 유미라는 인물에 이르기까지, 한정희 소설에 등장하는 여인들의 삶의 초상은 매우 어둡고,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모를 정도의 회색 지대의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이런 사정은 「산수유 열매」에서 주름 제거 수술을 받는 영해라는 인물 역시 마찬가지다.  두 번째는 저마다 상처를 가지고 있거나 고민에 직면해 있는 이질적인 인물들을 동시에 등장시켜 삶의 어느 지점에서 교차되는 그들의 우연적인 만남을 그리고 있는 작품들로, 「브리지 파트너」와 「버스 전용 차선」, 「유희」가 여기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나쁜 자식」은 기왕의 소설들과는 달리 어린아이를 주인공으로 하여 아이들의 천진난만하지만 위악적인 행위의 추적을 통해 성인 사회의 한 속성을 읽어 내고자 한 작품이다.  이번 소설집에서 비교적 선명한 주제를 가지고 반복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작품들은 중년 여성들의 삶의 위기에 대한 것이다. 여기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그 계기란 삶에 대한 일정한 이해를 거친 이후에 다시 겪는 자아에 대한 공허함, 사는 일의 진부함에 더 이상 속고 속이고 싶지 않다고 하는 최소한의 자기 존엄, 그리고 어떤 새로운 도전에의 길로 스스로를 던지지 못하고 어영부영하는 스스로에 대한 자기 환멸 같은 그런 복합적인 감정과 또렷한 자기의식 등이다. 그것을 견디지 못하는 순간에 죽음에의 강박이 찾아들고, 그 강박은 또다시 어떤 계기가 주어지지 않는 한 그들의 삶을 위험한 지경으로 내몰게 하는 것이다. 삶의 진부함이라는 감옥에 갇힌 수인이라는 의식이야말로 작가의 시선에 포착된 오늘날 우리 사회 중년들의 근원적인 질병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으며, 그것은 또한 우리 사회 중년들의 삶이 사회학적으로 보다 다양한 각도에서 해석되어야 한다는 주장과도 연관될 수 있을 것이다.
■ 작품 해설 중에서
한정희 소설에 등장하는 여인들의 삶의 초상은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모를 정도의 회색 지대의 삶을 살아간다. 이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그 계기란 삶에 대한 일정한 이해를 거친 이후에 다시 겪는 자아에 대한 공허함, 사는 일의 진부함에 더 이상 속고 속이고 싶지 않다고 하는 최소한의 자기 존엄, 그리고 어떤 새로운 도전에의 길로 스스로를 던지지 못하고 어영부영하는 자신에 대한 자기 환멸 같은 그런 복합적인 감정과 또렷한 자기의식이라고 해도 될 법하다. 그 또렷한 의식을 견디지 못하는 순간에 죽음에의 강박이 찾아들고, 그 강박은 또다시 어떤 계기가 주어지지 않는 한 그들의 삶을 위험한 지경으로 내몰게 하는 것이다. 삶의 진부함이라는 감옥에 갇힌 수인이라는 의식이야말로 한정희의 시선에 포착된 오늘날 우리 사회 중년들의 근원적인 질병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아직 이렇다 할 중년의 문학이 존재하지 않는다. 한정희의 이번 소설은 그런 점에서, 우리 시대 중년들의 삶 또한 조심스럽게 해석되지 않으면 안 될 과도기의 삶이라는 점을, 그리고 앞으로도 보다 본격적인 탐색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김경수(문학평론가|서강대 국문과 교수)
■ 주요 단편 줄거리웃으면서 죽는 법남편의 사업은 부도 위기에 처하고 나는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끊임없이 자살을 꿈꾼다. 루게릭병에 걸려 죽어가는 친구 현임의 소식을 들은 나는 마지막으로 그녀를 찾아보겠다고 결심한다. 뜻밖에도 그녀는 온몸이 굳은 상태에서도 여전히 삶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게다가 그녀를 만나고 돌아온 후에 그녀의 남편이 중풍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는데…….
브리지 파트너  어린 시절 피아노 신동으로 불렸으나 빈곤한 삶으로 인해 세계적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고 아내의 요구에 못 이겨 나이트클럽에서 피아노를 치는 미호. 그에게 브리지 게임은 삶의 활력소 같은 역할을 한다. 공무원이었던 남편이 모든 것을 버리고 내연녀와 함께 사랑의 도피를 한 이후 영정은 일주일에 한 번 브리지클럽에 가는 것으로 고독을 달랜다. 브리지 파트너가 된 영정과 미호는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1등을 하게 되고, 부상으로 그들에게 런던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남편이 내연녀와 함께 런던으로 떠나 버린 영정이나, 왕립음악원에 입학하려다 고배를 마신 미호에게 런던은 상처의 땅일 뿐이다. 런던행을 포기하려는 미호에게 영정은 자신의 상처를 고백하고, 미호는 영정과 함께 런던에 갈 것을 다짐한다.

목차

웃으면서 죽는 법   유희(遊戱)    나쁜 자식   산수유 열매  브리지 파트너  버스 전용 차선  브리지 클럽  
작품 해설중년의 위기에 대한 한 소묘_ 김경수(문학평론가, 서강대 국문과 교수)

작가 소개

한정희

1950년 경기도 강화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 부문으로 등단했다. 소설집 『불타는 폐선』과 『유리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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