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Childe Harold\\’s Prilgimage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2년 4월 5일
ISBN: 978-89-374-7557-3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0x210 · 128쪽
가격: 10,000원
분야 세계시인선 57
“주제로부터 이탈했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능력이 천재적이다.” ―T. S. 엘리엇
“가장 위대하고 영국적인 예술가이다. 동시대 시인이 모두 힘을 합쳐도 바이런만큼 영국과 그의 시대를 보여주지 못할 것이다.” ―이폴리트 텐(문학평론가)
1부 우리 둘이 헤어지던 날
그녀는 아름답게 걷는다 She Walks In Beauty 8
우리 둘이 헤어지던 날 When We Two Parted 10
앞날의 희망이 곧 행복이라고 They Say That Hope Is Happiness 14
단장 Fragment 16
시용성(城) Sonnet on Chillon 18
추억 Remembrance 20
몰타섬에서 방명록에 Lines Written in an Album, at Malta 22
오오, 아름다움 한창 꽃필 때 Oh! Snatch’d Away in Beauty’s Bloom 24
엘렌에게 —카툴루스 시를 모방해서 To Ellen —Imitated from Catullus 26
그대 우는 것을 보았다 I Saw Thee Weep 28
아나크레온의 사랑 노래 From Anacreon 30
플로렌스에게 To Florence 34
내 마음은 어둡다 My Soul Is Dark 40
다시는 방황하지 않으리 So We’ll Go No More a Roving 42
토머스 무어에게 To Thomas Moore 44
그리스의 섬들 The Isles of Greece 48
2부 차일드 해럴드의 순례
순례에 나서다 Introduction 66
이별 Childe Harold’s Good Night 72
말을 타자, 말을 To Horse! To Horse! 82
이네즈에게 To Inez 84
사포의 무덤 Sappho’s Tomb 90
유트레이키 마을 Utraikey 92
라인 강가에서 The Rhine 94
맑고 고요한 레만 호수여 Clear, Placid Leman! 100
로마 Oh Rome! 106
라오콘의 고통 Laocoön’s Torture 108
주(註) 113
작가 연보 115
작품에 대하여: 인간 바이런과 시인 바이런(황동규) 117
● ‘질풍노도’의 시대에 낭만주의를 열다
윌리엄 워즈워스, 퍼시 셸리, 존 키츠 등으로 대표되는 영국 낭만주의에 문을 열어 준 조지 고든 바이런의 대표 시선집 『차일드 해럴드의 순례』가 민음사 세계시인선 57번으로 출간되었다. 어릴 때부터 문학과 사학에 재능을 보였던 바이런은 케임브리지대학교에 입학하여 공부를 이어 나갔다. 괴테, 스탕달, 도스토예프스키, 프리드리히 니체, 버트런드 러셀 등 유럽의 많은 문인과 지성인에게 영향을 주었다. 특히 후대 문인들에게 영감이 된 ‘바이런적 영웅’은 시인 자신을 투영한 인물로, 2부 「차일드 해럴드의 순례」에 잘 나타나 있다.
차일드 해럴드는 영화의 한낮을 누렸지.
햇빛 속에서 파리처럼 즐기며
자기의 짧은 하루가 끝나기 전
한 줄기 돌풍이 춥고 비참하게 하리라는 것을 생각지도 않고.
인생 칠십을 셋으로 나눈 그 하나도 지나기 전에
재화(災禍)보다 더한 일이 그에게 떨어졌지.
그는 모든 쾌락에서 싫증을 느꼈어.
살던 곳에서 더 살고 싶지 않았어.
살던 곳이 수도사의 슬픈 방보다 더 적적히 느껴졌어.
―「차일드 해럴드의 순례」, 『차일드 해럴드의 순례』에서
권태를 극복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차일드 해럴드의 모습에는 반항, 자유, 새로운 것에 대한 열정, 인간에 대한 사랑 등 낭만주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추구하는 이상향을 찾아 떠나는 차일드 해럴드의 모습을 솔직하고 재치 있는 필체에 담아 바이런의 시는 발표했던 당시부터 지금까지 젊음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렇게 밤 이슥도록
우리 다시는 방황하지 않으리,
마음 아직 사랑에 불타고
달빛 아직 밝게 빛나고 있지만.
칼날은 칼집을 닳게 하고,
영혼은 가슴을 해어지게 하는 것이니
마음도 숨 돌리기 위해 멈춤이 있어야 하고,
사랑 자체에도 휴식이 있어야 하리.
밤은 사랑을 위하여 이루어진 것,
그 밤 너무 빨리 샌다 해도
우리 다시는 방황하지 않으리
달빛을 받으며.
―「다시는 방황하지 않으리」, 『차일드 해럴드의 순례』에서
● 문학적 성취와 스캔들을 모두 몰고 다닌 시인의 아이콘
바이런은 런던 사회와 문단 모두에서 주목받는 시인이었다. 거침없고 직설적인 표현으로 전형적인 시 형식을 파괴했으며, 고전적 규범과 관습을 탈피하고 감성과 상상력을 강조한 낭만주의적 색채도 혁신적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바이런은 자신의 첫 시집 『게으름의 시간』이 《에든버러 리뷰》에서 혹평당하자 풍자시로 응수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렇듯 자의식이 강하고 글과 말에 능통했던 바이런은 여성들과의 스캔들로도 주목을 받았다. 바이런은 애너벨라 밀뱅크와 결혼하여 훗날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널리 알려진 딸 에이다를 낳았지만, 정치적 입지가 좁아지고 여성들과의 염문설로 런던이 떠들썩해지자 추방당하듯 외국으로 떠나야 했다.
사슬 벗은 마음의 끝없는 정신,
자유여, 그대는 지하 감방에서 가장 빛난다.
그곳에서 그대의 집은 심장이다.
그대에 대한 사랑만이 속박할 수 있는 심장,
자유여, 그대의 아들들이 족쇄에 채워질 때,
족쇄에, 그리고 습한 지하 감방의 햇빛 없는 어둠 속에
던져질 때,
그들의 조국은 그들의 순교로 승리를 얻고
자유의 명성은 도처에서 날개를 발견한다.
―「시용성」, 『차일드 해럴드의 순례』에서
● 뮤지컬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의 주인공 바이런이 펼치는 영감의 원천
바이런은 천재성과 호방한 성격 덕에 동시대 작가들에게도 인기가 있었다. 낭만주의 시인 퍼시 셸리와 『프랑켄슈타인』의 저자 메리 셸리, 『뱀파이어』의 저자 존 폴리도리와도 친분이 있었다. 괴담을 지어 서로에게 들려주기로 한 자리에서 바이런은 흡혈귀 이야기를 만들어 냈고, 바이런의 주치의이자 친구였던 존 폴리도리는 이를 바탕으로 소설 『뱀파이어』를 집필했으며, 그 자리에서 마땅한 이야기를 생각해 내지 못했던 메리 셸리도 이후 갈바니즘을 접하고 『프랑켄슈타인』을 창작했다. 이 유명한 일화는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 「메리 셸리」 등 뮤지컬의 소재가 될 정도로 지금까지 이목을 끌고 있다.
남 몰래 우리는 만났다.
말없이 나는 슬퍼한다,
네 마음 잊는 마음이었음을,
네 영혼 저버리는 영혼이었음을.
만일 오랜 세월 후
내 너를 만나면
어떻게 인사해야 할 것인가?
침묵과 눈물로.
―「우리 둘이 헤어지던 날」, 『차일드 해럴드의 순례』에서
이야기를 쓰는 데도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던 바이런은 “실제 삶을 관찰하여 쓴다는 점에서 바이런은 소설가라고 할 수 있다.”는 버지니아 울프의 평가를 받기도 했다. 바이런은 때로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듯한 작시 태도와 감상에 매몰된 듯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바이런의 시가 애독되는 이유는 바이런이 삶에 밀착한 글들을 썼기 때문이다. 「차일드 해럴드의 순례」에서 방황하는 젊음의 고뇌와 희망, 역동성을 느낄 수 있다면, 「그녀는 아름답게 걷는다」, 「우리 둘이 헤어지던 날」 같은 애정시에서는 바이런의 감상적이고 솔직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이렇듯 바이런은 우리가 삶의 과정에서 느끼는 바를 가감 없이, 그러나 아름답게 시로 남겼기 때문에 오래 기억되며 사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