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소개되는 일본의 ‘국민작가’ 소오세키의 에세이
소오세키는 모순이나 그늘, 또는 에고이즘과 불신으로 몸부림치는 고독한 인간 군상을 누구보다도 철저하게 파헤친 작가였다. 소오세키가 사유하고 있는 ‘유리문 안’이라는 공간은 소오세키 산방으로 불리던 그의 집 가운데 있던 서재이다. 그는 이 ‘유리문 안’과 밖을 자신의 내면 세계와 바깥 세계를 경계짓는 은유로써 사용하며, 담담한 어조로 유리처럼 투명한 마음의 산책을 하는 것이다.
일본에서 가장 많이, 널리 읽히는 작가
『유리문 안에서(硝子戶の中)』는 일본에서 가장 많이, 가장 널리 읽히는 작가인 나쓰메 소오세키(1867-1916)의 에세이집이다. 그가 지병인 위궤양으로 죽기 1년 전에 《아사히신문》에 연재하였던 것으로, 지극히 사적이며 진솔한 생의 단면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죽기 1년 전의 신년 연하장에 “죽을지도 모른다.”라고 쓸 만큼 자신의 죽음에 대한 예감에 사로잡혀 있던 그로서는, 그의 생을 돌아보고 죽음을 맞이할 준비가 필요했는지 모른다. 이미 전작(前作)인 『마음』에서 죽음을 주제로 다룬 그는, 이 『유리문 안에서』를 통해 더욱 내성한 눈으로 삶과 죽음을 응시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죽음을 취급한 에피소드뿐만이 아니라 그립게 떠올리는 소년 시절의 추억 속에서도 많은 죽음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작품 세계가 알 수 없는 우수(憂愁)에 싸여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유리문 안’이라는 공간
소오세키가 사유하고 있는 ‘유리문 안’이라는 공간은 소오세키 산방으로 불리던 그의 집 안에 있던 서재로, 당시의 일본집으로서는 드물게 유리를 끼워 넣어 만든 서양식 문이었다. 이 서재 즉 ‘유리문 안’과 밖을 소오세키는 자신의 내면 세계와 바깥 세계를 경계 짓는 은유로써 사용하며, 담담한 어조로 유리처럼 투명한 마음의 산책을 하는 것이다.
전체 39개의 장에, 31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된 내용은 크게 현실과 과거로 대별된다.
현실은, 소오세키를 방문해 온 사람들 또는 주변의 이야기이며, 과거는 소년 시절의 회상이다. 작품은 전체의 약 반수가 회상이지만 이야기는 최근에 일어난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점점 과거 속으로 들어가는 형식을 띄고 있다. 그리고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 거의 모두 세상살이의 힘겨움과 음울한 세계에 관한 것이라면, 추억 속에서 떠오르는 먼 과거는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시키듯 아름답다.
또한, 이 작품에서 특기할 만한 것은, 소오세키가 오랫동안 터부시해 왔던 자신의 성장 과정을 처음으로 이야기했다는 점이다. 태어나자마자 양자로 버려진 일, 생가에 돌아와서도 조부모를 부모로 알고 자라난 일 등등, 소오세키 일생을 괴롭혀 온 어두운 부분들이 그것이다. 만년에 이르러 그 속박으로부터 벗어난 소오세키의 술회가 담담한 어조로 펼쳐진다.
소오세키를 소오세키이게 하는 가장 큰 요소
소오세키 문학이 일본을 뛰어넘는 요소, 그리고 소오세키를 소오세키이게 하는 가장 큰 요소는 무엇보다도 그가 오늘날에도 여전한 근대화의 모순이나 그늘, 에고이즘과 불신으로 몸부림치는 고독한 인간 군상을 누구보다도 철저하게 파헤친 작가였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사실은 그가, 그 자신과 그가 살던 시대의 통절한 문제로부터 한발도 떨어져 있지 않았었다는 것을 말해 주는 동시에, 사회와 인간의 암부(暗部)에 정면으로 맞서 싸워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가, 특히 위대한 작가일수록 예언자적 기질을 갖추고 있으나, 100여 년 전에 소오세키가 통찰한 근대 문명의 행방과 개인의 운명은 오늘날 누구에게나 분명하게 목도되고 있다. 그의 문학이 널리 읽히는 이유는 현대인이 느끼는 삶의 문제가 그 치열한 추구와 함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유리문 안에서 이 책을 읽는 독자를 위하여 작가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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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문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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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 | 2015.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