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도둑놈이다

박일문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0년 2월 15일 | ISBN 89-374-0334-x

패키지 반양장 · 신국판 152x225mm · 344쪽 | 가격 7,500원

책소개

박일문의 신작 장편소설 『달은 도둑놈이다』가 출간되었다. 이번 장편소설은 『적멸』이 1998년도에 나온 이후 2년 만에 내는 소설이며, 작가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이다.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인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통해 90년대 초반 문학계에 신선한 활력이 되었던 작가가 쓴 이 소설은, 한 전업작가의 삶과 죽음을 통해 ‘지금, 이곳에서, 문학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를 캐묻는다.

편집자 리뷰

현대의 작가 정신을 찾는 유쾌하며 진지한 탐색
 
이 소설에는 40대의 작가인 \’나\’와 별거중인 아내 \’이경\’, \’나\’를 제주도로 초대한 20대의 \’한란\’, 군대 시절 \’나\’가 안주하려 했던 현실인 \’순이\’라는 술집 작부, 40대의 영화감독 \’장 감독\’ 등이 나온다.
소설의 본격적인 도입은 2장부터인데, 제주의 \’한란\’이 \’나\’를 제주로 초대한 후부터 시작한다. 그곳에서 한란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불안을 보듬어주려 하지만, 전업 작가인 \’나\’ 역시 정체성에 대한 불안, 생활고, 아내로부터의 버림에서 오는 갈등을 겪는다.
잔잔한 진행이 계속되다가, 작가인 \’나\’가 안주하려 했던 현실 혹은 꿈이었다고 믿었던 군대 시절의 여자 \’순이\’에 대한 이야기와, \’한란\’을 사랑하지만 폭력적인 방식으로 사랑을 쟁취하려 했던 장 감독의 이야기가 삽입된다.
결말에서는 아내로부터 버림받은 \’나\’가 제주도 바다에서 자살하는 것으로 이 소설은 끝난다.
 

 
사색적 글쓰기로 보여주는, 매문하는 작가에 대한 강한 비판
 
이 책에서는 20~30대의 격정을 거쳐 온 중년 작가의 고뇌가 담겨 있다. 또한, 문학을 매물로 취급하여 가벼운 상품만을 찍어내는 작가에 대한 비판, 사회에 대한 비판 등이 담겨 있다. 이 소설은 작가가 스스로 \’재미없다\’고 인정할 정도로 많은 사색이 담겨 있기도 하며,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제주도로 \’나\’를 초대한 한란의 이야기와, 군대 시절의 \’순이\’라는 여자와의 일, 출판사 일을 했던 경험과 전업 작가로서의 생활과 고민, 불가에 출가했던 일 등이 약간 변형되었지만, 작가의 자전적인 내용이다. 그 외에 아내 \’이경\’과의 안식년제 동거혼이라는 결혼 방식은 작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결혼 제도이며, \’장 감독\’이라는 인물만이 허구이다.
이 소설은 문학이라는 한 방편을 통해 박일문이 그 동안 추구했던 주제를 다시 한 번 되짚었다. 박일문은 첫 장편이자 제16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인 『살아남은 자의 슬픔』에서 극단적으로 방황하는 1980년대 세대가 90년대를 살아가는 모습을 충격적으로 그렸었다. “우리 시대의 5.18 세대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라는 헌사를 통해 박일문이 그려낸19 80년대 세대는 \’현실 없는 젊음의 치열한 현실\’을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아직 사랑할 시간은 남았다』를 통해서도 방황과 좌절, 패배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에서 대안 혹은 구원으로서의 문학을 추구하고자 함은 여전하였다. 『적멸』에서는, 이 같은 일관된 주제가 불교라는 또 하나의 삶의 방편, 구원의 방편을 통해서 드러났었다.
 

 
이번 장편에서는 문학에 대한 보다 직접적인 견해가 드러난다.
 
“달은 도둑놈이다. 달의 창백한 빛은 태양에서 훔쳐왔으니까. 모든 위대한 작가들은 도둑놈이다. 그들의 작품은 달과 태양, 빛과 어둠, 공기와 바람, 구름과 폭풍에서 훔쳐왔으니까. 그래서 죽은 붓다와 사라진 보르헤스가 말했다. \’책은 책을 비춘다. 인타라망경의 유리구슬처럼 사물이 사물을 반영하듯 인간이 인간을 반영하듯, 책은 책을 반영한다.”(326쪽)
 
위 인용에서 볼 수 있듯이, 작가는 \’비만의 도서관과 정보의 홍수와 지식의 과잉 때문에 자신이 한 말에 대해서 내가 어디서부터 인용했는지 그 출처조차 잊어버리고 사는 세상\’에 강한 경종을 울린다. 그러면서 이런 형국에서 독창적 저자의 사라짐, \’작가의 죽음\’이란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현대에 있어서 작가란 창작자가 아닌 제작자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인식에서 요즘의 문학이 얼마나 가볍고 보잘것없는 것인가라는 인식을 이 작품은 보여 주고 있다.
이 작품에는 수많은 음악적 이미지, 시적 이미지가 등장하는데 이 역시 약간의 의도가 있다. 베토벤을 사랑하는 연인들의 이야기와 자살 장면에서의 \’말러의 교향곡 9번\’, 수없이 등장하는 록음악 등의 이미지는 전체 이야기의 상승과 하강, 반전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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