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라 2

Paula

이사벨 아옌데 | 옮김 권미선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0년 1월 30일 | ISBN 89-374-0337-4 [절판]

패키지 반양장 · 신국판 152x225mm · 276쪽 | 가격 7,000원

분야 논픽션

책소개

『파울라』는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더불어 가장 뛰어난 중남미 소설가로 알려진 이사벨 아옌데(아옌데는 1973년 피노체트가 일으킨 쿠데타에 의해 목숨을 잃은 살바도르 아옌데 전 칠레 대통령의 조카로도 유명하다.)가 포피린증으로 혼수 상태에 빠져 죽어 가는 딸, 파울라의 구원을 비는 기도이면서 이사벨 아옌데가 자아를 찾아 확인하는 여정의 기록이기도 하다.

편집자 리뷰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더불어 중남미 대표작가로 떠오른 이사벨 아옌데가
식물 인간이 된 딸에게 보내는 편지

1980년대 초 『영혼의 집』(1982)으로 문단에 등단함과 동시에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이사벨 아옌데는 잇달아 『사랑과 그림자에 대하여』(1984), 『에바 루나』(1987)를 발표하며 중남미 역사의 흐름 속에서 여성 해방의 길을 제시하려는 페미니즘 작가로 인정받았다. 첫번째 단편집 『에바 루나의 이야기들』(1989)에서는 『아라비안 나이트』를 연상시키는 형식적 틀 안에 자신의 총체적 문학관, 중남미의 정치, 사회 전반에 관한 혜안을 과시하였다. 다섯번째 작품인 『영원한 계획』(1991)에서는 중남미가 아닌 미국을 배경으로 1930년대의 세계 공황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의 격동기를 보여주었다. 그녀의 작품들은 처녀작 『영혼의 집』부터 최근작 『운명의  딸』(1999)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적으로 수백만 부가 팔리는 베스트셀러이다. 이사벨 아옌데는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소설가로서의 역량을 한껏 드러내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파울라, 나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니?”라는 말로 시작하는 『파울라』는 포피린증(일종의 유전 질환, 골수에 포피린이 과다하게 되면 이상 물질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적혈구를 파괴하여 코마 상태에 이르게 된다.)으로 혼수상태에 빠져 1년 이상을 식물인간으로 살다 세상을 떠난 자신의 딸 파울라 곁을 지키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는 어머니의 심경을 딸에게 토로한 글이다. 아옌데는 한 주가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한 해가 되도록 줄곧 딸의 병상을 지키며 자신의 인생과 가족사에 얽힌 끝없는 이야기를 딸에게 들려준다. 파울라가 언젠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났을 때 읽어볼 수 있도록 길고 긴 이야기를 써 내려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파울라는 다시 깨어나지 못하고 1992년 사망했다.
『파울라』는 예쁘고 똑똑했던 딸을 조금씩 포기해야만 하는 어머니의 아픔이 담긴 글이다. 식물인간이 된 딸을 보며 어머니로서 겪게 되는 처절한 고통에 대한 진술이다. “모든 슬픔은 견뎌질 수 있다. 그것으로 한편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며”라고 말했던 아이작 다이네슨(Isak Dinesen)의 말은 이사벨 아옌데를 두고 한 말이 아닐까. 가장 사랑했던 할아버지가 병상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동안 그녀는 할아버지를 위한 글을 썼고, 그것이 그녀의 처녀작이자 가장 성공적이었던 책 『영혼의 집』(이 책의 제목을 놓고 가족들이 모두 모여 고민했을 때 파울라가 동전 던지기로 책의 제목을 결정했었다.)이 되었다. 피노체트 치하의 칠레를 견디며 『사랑과 그림자에 대하여』를 썼고, 첫 남편과 이혼하고 나서 정열적인 여인 에바 루나를 창조했었다. 그러나 그녀의 딸이 스물일곱 살에 느닷없는 발작으로 혼수상태에 빠져 병상에 누워 있는 동안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드리드의 병원에 찾아온 그녀의 에이전트 카르멘 발첼스의 위로와 격려를 받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죽어 가는 딸이 구원받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속죄해야만 한다는 생각에서 이사벨 아옌데는 자기의 삶을 차근차근 되돌아본다. 피할 수 없는 자신의 운명과 그 속에서 만났던 사람들과의 행복과 불행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딸의 회생을 비는 간절한 기도와 조상이 스페인에서부터 이민 와서 칠레에 첫발을 내딛으면서 시작되는 가족사, 이사벨 아옌데 자신의 삶 등이 쓰였다. 양성애자였던 친아버지 토마스 아옌데가 일으켰던 스캔들, 그로 인한 부모의 이혼, 경제적으로 무능력했던 어머니와 함께 외갓집에서 얹혀 살던 일, 어머니와 유부남이었던 그녀의 애인, 정식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어머니의 재혼, 여덟 살 때 젊은 어부에게 당했던 성폭행, 외교관이었던 양부를 따라 떠돌았던 외국 생활, 사춘기 때 성에 눈뜨는 과정, 첫 남편과의 연애, 플루트 연주자였던 연인과 스페인으로 도피했던 일, 딸 파울라와 아들 니콜라스를 기르며 겪었던 희노애락 등을 얘기한다.
열일곱에 고등학교를 나와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바로 시작했던 잡지사 기자 생활 속에서 체험했던 재미있는 일화들 가운데는 파블로 네루다를 인터뷰하면서 감명받았던 일(아홉번째 편지)도 있고, 바람난 유부녀를 취재한 기사를 파격적으로 실어 잡지 판매 부수를 두 배나 뛰게 했던 일(여덟번째 편지)도 있으며, 나이트클럽을 취재하기 위해 직접 클럽의 무희로 위장 취업했던 일(아홉번째 편지)도 있다. 또한 칠레의 정치적 혼란 속에서 전 칠레 대통령의 조카라는 신분 때문에 겪어야 했던 파란들도 직접 서술되어 있다.(아홉 번째, 열 번째 편지) 서로 교차되는 이야기들 속에 아옌데의 사회학적, 심리학적, 페미니즘적, 역사적 관점들이 탄탄한 압축의 그물망 사이사이로 드러난다.
『파울라』는 정치적으로, 또 문화적으로 격변하는 시기를 사는 한 여인에 대한 장대한 서사시라고도 볼 수 있다. 이사벨 아옌데는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여자로서, 또 소설가로서 살아온 자신의 인생을 바탕으로 『영혼의 집』과 『에바 루나』에서부터 이어온 테마, 즉 진정한 여성의 역할과 힘을 보여주려 한다.(미국의 한 라디오 방송국에서 가졌던 인터뷰에서 이사벨 아옌데는 \”새 밀레니엄을 어떻게 내다보십니까?\”라는 질문에 \”보다 더 여성적인 세계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성의 가치가 평가받는 세계요. 물론 남성들도 똑같은 평가를 받고요. 보다 더 융화된 세계가 될 거예요. 우리가 과거에 잃어버렸던 것들을 머지않아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잃어버렸던 것들을 찾고 있으니까요. 영혼, 자연, 여신의 종교, 가족 그리고 인간적 유대감. 이 모든 것들은 산업 사회에서는 사라진 것들이지요. 사람들은 뿔뿔이 고립되어 이런 것들을 그리워만 하고 있죠. 나는 인류가 핵 전쟁 따위로 자멸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와는 반대로 우리에게는 우리 스스로와 우리들의 세계를 구원할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힘을 다할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파울라』에는 그녀의 작품들이 어떤 배경과 어떤 심경에서 쓰였는지도 나타난다. 『파울라』를 통해 그녀의 소설들이 왜 가부장적인 남성 중심 사회를 거부하는지, 성폭행을 당한 여자아이들이 왜 빈번히 등장하는지, ‘아버지’라는 존재가 왜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지, 독재 정권에 반항하는 사회변혁 운동과 여성해방 운동이 왜 자주 언급되는지, 사랑과 에로티즘이란 테마가 왜 지속적으로 묘사되는지, 그녀가 쓰는 소설의 환상성이 어디서 유래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파울라』는 죽어가는 딸의 구원을 비는 기도이면서 동시에 이사벨 아옌데가 자아를 찾아 확인하는 여정의 기록이기도 하다. 진정한 자신의 삶을 사는 여성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한 물음과 대답의 글이다.

작가 소개

이사벨 아옌데

1942년 페루 리마에서 태어났다. 1945년 아버지가 행방불명되어 외가에서 살다가, 어머니의 재혼 이후 외교관인 의붓아버지를 따라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성장했다. 1958년 칠레로 귀국하여 산티아고에 정착, 대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기자, 편집자, 희곡 작가 등으로 활동했다. 1973년 삼촌인 살바도르 아옌데 칠레 대통령이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쿠데타에 의해 실각함에 따라 그녀의 이름이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른다. 활동에 급격한 제한을 받게 되자 1975년 베네수엘라로 망명을 떠나고 그곳에서 십삼 년을 거주했다. 그때부터 아옌데는 작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인생의 전환기를 맞는다. 1981년 외할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그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는데, 이를 토대로 탄생한 작품이 첫 소설인 『영혼의 집』이다. 4대에 걸친 가족사를 다룬 이 작품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완벽한 소설”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이 작품으로 문단에서 입지를 굳힌 아옌데는, 이어서 『사랑과 어둠에 관하여』, 『에바 루나』 등을 발표하면서 명성을 쌓아 가다가, 1991년 식물인간이 된 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자전적 소설 『파울라』를 완성하면서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2000년 아옌데가 작품의 시대와 장소를 확장하여 야심적으로 계획한 『세피아빛 초상』은 『영혼의 집』(1982), 『운명의 딸』(1999)과 삼부작을 이루며 아옌데 문학의 정수를 보여 준다. 영화와 연극, 발레 등으로도 만들어져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19년 칠레의 현대사를 그린 장편 소설 『바다의 긴 꽃잎』을 발표했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

권미선 옮김

고려대학교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대학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희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는 「황금 세기 피카레스크 소설 장르에 관한 연구」, 「『돈키호테』에 나타난 소설의 개념과 소설론」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영혼의 집』, 『운명의 딸』, 『파울라』, 『이사벨 아옌데의 조로』 등 아옌데 작품 외에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납치일기』를 비롯해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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