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가 없던 고대 로마부터
전 지구를 픽셀화하는 디지털 주소까지
주소가 풀어놓는 크고 작은 세상사
○ 《타임》 선정 올해의 필독서
○ “서문을 읽는 순간 정신없이 빠져드는 책!”
―박상현(칼럼니스트, 《오터레터》 발행인)
도시계획부터 부동산, 학군, 선거 참여, 계좌 개설, 전염병 추적까지
인간의 삶과 공동체의 틀을 형성하는
주소의 세계를 탐사하는 매혹적인 여행
주소의 기원과 역사를 탐색하고 주소 체계와 거리 이름에 담긴 다양한 사회 정치적 이슈를 탐구하는 『주소 이야기』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저자인 디어드라 마스크는 미국 전역뿐 아니라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 지역과 한국과 일본, 인도, 아이티, 남아프리카 공화국까지 전 세계의 사례를 취재하고 인터뷰하여 주소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려 낸다. 더불어 왓스리워즈와 구글 플러스코드 등 디지털 주소의 등장으로 변해 갈 주소의 미래를 점쳐 본다. 장소와 권력, 공간과 정체성의 교차점을 고찰하면서 일견 평범해 보이는 주소에 담긴 놀라운 역사와 의미를 풀어내는 책이다.
도시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복잡한 도시 생활의 필수 요소, 주소
주소도 지도도 없던 시절, 사람들은 어떻게 길을 찾아다녔을까? 고대 로마인들은 거리 이름이나 번지 없이도 원하는 곳에 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대다수는 살아 보고 가 본 범위 내에서 공간을 상상할 수 있었고, 온갖 소리와 냄새가 뒤섞인 골목을 청각과 후각을 동원해 찾아다녔다. ‘시장 입구에서 보이는 언덕을 올라가면 사원이 있고, 사원 바로 옆에 무화과나무가 있는 골목길을 따라가면 디아나 신전이 보이는데 거기에서 우회전하면 된다’(테렌티오스의 희곡 「형제들」)는 식으로 길을 묻고 답해도 충분할 만큼 머릿속에 그리는 공간의 범위가 작았다.
하지만 문명이 발달하고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주소의 출현은 불가피해졌다. 대화 참여자 모두가 가 본 적 없는 장소를 가리키거나 서신과 물건을 정확한 장소에 보내기 위해 우리가 사는 공간을 보다 체계적으로 구획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게다가 자연 발생적으로 지어진 거리 이름들은 도시가 확장되면서 중복되기 일쑤여서 혼란을 줄일 수단이 절실했다. 파리, 베를린, 빈, 런던, 뉴욕 등 세계 각지의 대도시에서 일제히 모든 집에 번지를 달기 시작했다. 1770년 오스트리아의 마리아 테레지아는 집마다 번호를 매기고 거주자를 파악해 참전 가능한 ‘병사’를 징집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19세기 런던에서는 우편제도 개혁과 함께 대대적인 도로명 개편 사업을 펼치면서 번지가 표준화된 주소로 정착되었다. 미국의 도시들은 비교적 최근에 성립된 만큼 주소도 계획적으로 도입되었다.(미국에 숫자가 붙은 거리 이름이 많은 배경이다.)
흔히 ‘도시계획’ 하면 도로 정비, 신축 건물, 시민을 위한 공공용지 등 눈에 보이는 시설물을 떠올린다. 그러나 도시는 “아름답게 꾸미기 이전에 정리가 필요하다.” 시가지 정비나 도시 미화 사업은 일부 지역이나 주민들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간결하고 효율적인 주소 체계는 도시 전역의 전 계층 사람들이 혜택을 본다. 보이지 않는 인프라인 주소 체계를 정비하는 데 헌신한 사람들 덕분에 현대의 복잡한 도시 생활이 가능해진 것이다.
내가 사는 곳이 나를 말해 준다?
공간에 가치를 부여하는 주소의 정치경제학
주소는 단순히 위치를 지정하는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바로 인접한 토지도 서로 다른 행정 구역에 편입되는 순간 가치가 달라진다. 연구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스트리트(street)’에 있는 주택이나 건물이 ‘레인(lane)’에 있는 건물에 비해 절반 가격에 거래되었고, 미국에서 주소에 ‘레이크(lake)’가 들어간 주택은 전체 주택 가격의 중앙값보다 16퍼센트 높았다. 오스트레일리아 빅토리아주에서는 저속하거나 우스운 이름의 거리에 있는 건물 가격이 다른 거리의 건물 가격보다 20퍼센트 낮다는 조사도 있었다.
중심지의 부동산 가격이 상상을 초월하는 뉴욕에서는 심지어 공식적인 주소를 사고팔 수도 있다. 시 당국이 주소 변경 신청권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를 비롯한 개발업자들은 주소가 훌륭한 마케팅 수단이 된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았고, 예를 들면 센트럴파크처럼 ‘비싸 보이는’ 주소를 건물에 붙여 조금이라도 부동산 가치를 높이려 애써 왔다. 부동산, 학군 등 경제적 이해와 주소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한국도 사정은 비슷해 보인다.
주소가 지니는 상징적 가치 때문에 주소 개정을 둘러싼 논쟁도 전 세계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무엇을 기념하고 기념하지 않을 것인가 하는 문제에는 사회 구성원들의 정치적, 종교적, 역사적 가치관이 깊게 배어 있다. 혁명이나 큰 사건 후에 주소명 개정이 뒤따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주소 개정은 갈등의 축소판이자 기억의 전장이기도 하지만, 이로써 과오를 극복하고 사회 변화를 추동하는 방아쇠가 되기도 한다. 나치 시대에 지어진 주소, 노예제도나 아파르트헤이트를 지지하고 옹호한 인물의 이름이 들어간 주소를 바꾸려는 노력처럼 말이다.
도로명은 정체성과 부에 관한 문제이며 인종 문제이기도 하다. 결국 이 모든 것은 권력에 관한 문제다. 이름을 짓고, 역사를 만들고, 누가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 왜 중요한지를 결정하는 권력 말이다. 어떤 책들은 연필이나 이쑤시개와 같이 사소한 물건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는지 이야기한다. 이 책은 그런 종류가 아니다. 그보다는 도로에 이름을 짓고 번호를 붙이는 계몽 사업이 어떻게 인간의 삶과 사회를 개혁한 혁명이 되었는지에 관한 복잡한 이야기다. 〇 본문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주소는 우리 정체성의 상징이자, 정부가 권력을 미치는 수단이며, 사회 구조를 반영하고 또 개선해 나가는 방법이 되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거주 공간의 의미가 어느 때보다 부각되는 지금도, 온라인 공간이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질 미래에도 ‘나는 어디에 있는가’를 묻는 본질적 고민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주소 이야기』는 이러한 고민에 흥미로운 나침반이 될 책이다.
들어가며 : 주소는 왜 중요할까? 11
개발
1 콜카타 : 주소는 빈민촌을 어떻게 바꾸는가? 35
2 아이티 : 주소가 전염병을 막을 수 있을까? 65
기원
3 로마 : 고대 로마인들은 어떻게 길을 찾아다녔을까? 99
4 런던 : 거리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119
5 빈 : 주소는 권력이다 149
6 필라델피아 : 미국에는 왜 숫자로 된 도로명이 많을까 ? 178
7 한국과 일본 : 도로명 주소와 번지 주소의 차이 207
정치
8 이란 : 혁명 후에 거리 이름이 바뀌는 이유는? 227
9 베를린 : 나치 시대의 거리 이름이 말해 주는 독일의 과거사 극복 252
인종
10 플로리다주 할리우드 : 거리 이름을 지키려는 자, 바꾸려는 자 277
11 세인트루이스 : 마틴 루서 킹 거리가 고발하는 미국의 인종 문제 301
12 남아프리카 공화국 : 거리 이름의 주인은 누구인가? 320
계급과 지위
13 뉴욕 맨해튼 : 주소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355
14 노숙자 문제 : 주소 없이 살 수 있을까? 382
나가며 : 주소의 미래 403
감사의 말 427
주 431
독자 평점
5
북클럽회원 2명의 평가
한줄평
도서 | 제목 | 댓글 | 작성자 | 날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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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의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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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차 | 2024.5.5 | |||
주소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품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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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NL | 2022.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