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08년 8월 1일
ISBN: 978-89-374-8144-4
패키지: 반양장 · 신국변형 140x210 · 276쪽
가격: 10,000원
분야 외국문학 단행본
아픔과 상처로 얼룩진 사랑을 하는 이 세상 모든 남자,
혹은 단 두 남자의 이야기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청년이었던 데일 펙은 스물다섯 살에 쓴 첫 소설 『마틴과 존』으로 구겐하임 상을 수상하고 세상의 주목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단하였다. 『마틴과 존』은 두 남자의 아름답고도 슬픈 사랑을 다룬 퀴어 소설이다. 독특한 스토리 전개 방식과 등장인물 설정을 바탕으로, 마틴과 존의 절박한 사랑 그리고 연인을 에이즈로 떠나보내야만 하는 아픔과 외로움을 파격적이면서도 서정적으로 그려 냈다.
동성애자의 인권 문제와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가는 에이즈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던 당시, 이 책의 출간은 게이 문학이 일부 독자들을 위한 흥미 위주의 장르 문학이나 그늘 속에서 비밀리에 출간되던 저급한 포르노성 문학이 아닌 훌륭한 문학 작품으로서 인정받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 동성애뿐만 아니라 사랑 일반과 상실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 ―《뉴욕 타임스》
▶ 명쾌하면서도 성숙한 감성, 삶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 절대 피할 수 없는 ‘죽음’과 ‘슬픔’을 다룬 빛나는 소설. ―《네이션》
여기 이 아이 7마르지 않은 청색 칠 주의하시오 9바다의 시작 41부목 46이런저런 모든 것을 주다 75변모 79여기에 누군가가 있었다 103물 찾기 109자취 137세 명의 야경꾼 142바다의 끝 174항상, 그리고 영원히 177세계 일주 199금빛 나는 극장 204바람이 불어 가는 쪽 228빌어먹을 녀석, 마틴 237내 인생을 둘로 나눈다 263옮긴이의 글 271
■ 아무리 원해도 가질 수 없는 너― 진하게 묻어나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아픔
마틴이 에이즈로 죽은 지 1년, 존은 자신과 마틴의 이야기를 하루하루 써 나간다. 그 이야기 속에서 존은 자신의 삶을 둘로 나눈다. 마틴을 만나기 전과 만난 후로. 그만큼 ‘마틴’의 존재는 존에게 있어 ‘사랑하는 사람’ 그 이상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마틴을 만나기 전의 존은 결손가정의 외로운 소년이었다. 어머니가 죽은 후 어머니의 옷을 입고, 어머니의 화장품을 바르며 성정체성에 혼란을 일으키는 나약한 아버지(「마르지 않은 청색 칠 주의하시오」)나, 자신이 있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어머니와 섹스를 하는 독선적인 아버지(「바다의 시작」), 혹은 어머니가 죽은 후 곧바로 재혼을 하고 또 다시 어린 비서와 바람을 피우는 무책임한 아버지(「물 찾기」) 밑에서 자란다.
이런 존에게 마틴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어루만질 수 있는 존재로 다가온다. 마틴과 존은 때로는 열여섯 살 소년으로 만나 애틋한 첫 키스를 하고(「부목」), 때로는 스무 살 청년으로 만나 격렬한 사랑을 나누며(「빌어먹을 녀석, 마틴」), 때로는 양아버지와 아들로 만나 비밀스러운 관계를 공유(「변모」)한다. 그들은 어머니의 죽음으로부터,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애인의 집착으로부터, 혹은 세상의 손가락질로부터 도망쳐 와 서로를 만나고, 서로를 의지한다.
하지만 그 어떤 만남에서든 두 사람의 사랑은 축복받지 못한다. 마틴과 존, 두 사람 스스로도 그들의 관계를 축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동성애. 이성이 아닌 동성이 그 대상이라는 이유로 사회적 멸시와 질타, 비난과 몰이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사랑의 아픔은, 이 작품 전반을 이끌어나가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 게이 문학의 위대한 도약― 형식과 내용, 양쪽에서 이룬 높은 문학적 성취
『마틴과 존』은 전통 소설의 이야기 전개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각 장에서는 서로 다른 배경, 다른 인물들이 등장해 독립된 별개의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하지만 두 주인공의 이름은 항상 마틴과 존이고, 조연으로 등장하는 사람은 언제나 비(비어트리스), 헨리 등이기 일쑤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각자 개별적인 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결국에는 ‘하나의 결말’로 합쳐진다.
낯설고 당혹스러운 형식인데도 독자를 빨아들이는 힘은 매우 강력하다. 이러한 실험적 기법 밑바닥에 절대적인 감동, 즉 젊은 동성애 커플의 삶과 사랑과 슬픔이 밀도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1993년, 스물다섯의 나이에 처음 발표한 이 작품으로 구겐하임 상을 받은 작가 데일 펙은 수많은 찬사와 함께 화려하게 문학계에 등단했다. 물론 동성애와 에이즈 문제가 커다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시대 분위기 덕도 있었지만, 본질적으로는 독특한 형식과 그에 묻히지 않는 농밀한 내용으로 이룬 문학적 성취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 동성애를 넘어서― 누구나 공감하는 사랑, 그리고 이별 이야기
『마틴과 존』이 게이 문학이라는 그 장르적 특성으로서만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 이 작품을 굳이 ‘동성애 소설’이라는 범주에 가두어 두는 것은 작품의 무한한 가능성과 깊이를 짚어 내지 못하는 일이다. 훌륭한 문학 작품에 ‘심리’ 소설이니 ‘추리’ 소설이니 ‘전쟁’ 문학 등의 수식어를 붙임으로써 그 범주를 한정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좋은 소설은 장르를 뛰어넘어 독자들로부터 대중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게끔 하는 깊이와 울림을 간직하고 있기 마련이다.
이 작품을 번역한 서창렬은 번역 작업을 하는 동안 머릿속에 수시로 “해와 하늘빛이/ 문둥이는 서러워/ 보리밭에 달 뜨면 애기 하나 먹고/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라는 서정주의 「문둥이」시 구절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졌다고 한다. 사랑을 함으로써 느끼는 행복감과 사랑을 잃음으로써 느끼는 상실감은 그 누구라도, 그 어떤 상황에서라도 동등하게 겪는 일반적인 감정이다. 비록 현실에서는 동성애자를 경시하거나 게이 문학을 전혀 읽지 않던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이 소설에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어 등장하는 삶과 사랑의 아픔, 그리고 그 희열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마틴과 존』은 사회적 약자, 소외된 사람, 외로운 사람 그리고 슬픈 사랑과 이별을 간직한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