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영화제 은사자상 수상작
제인 캠피언 감독 <파워 오브 도그> 원작
토머스 새비지의 최고 걸작. 한 편의 심리 연구이자, 혐오라는 형태로 분출되는 억압된 동성애를 다룬 비범한 작품이다. 새비지는 거장의 솜씨로 미국 문학사에서 가장 강렬하고 사악한 인물을 창조했다. _애니 프루, 『브로크백 마운틴』의 저자
그를 알아본 독자가 그토록 적다니, 안타깝다 못해 화가 날 지경이다. _워싱턴 포스트 북 월드
미국의 작가 토머스 새비지의 장편소설로 2021년 베니스 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을 수상한 동명 영화의 원작이 된 『파워 오브 도그』가 민음사에서 출간됐다. 이 소설은 1967년 초판 출간 당시 평론가들과 언론의 상찬을 받았으나 1천 부도 판매되지 않으면서 오랜 세월 잊혔다가, 2001년 『브로크백 마운틴』의 저자 애니 프루의 탁월한 해설이 실린 판본으로 다시 출간되면서 재발견되었다. 제목 ‘파워 오브 도그(The Power of the Dog)’는 구약 시편 22장 20절 “칼에 맞아 죽지 않게 이 목숨 건져 주시고 하나밖에 없는 목숨, 개 입에서 빼내 주소서.”에서 따온 것으로, ‘악의 세력’을 뜻하면서 동시에 소설에 등장하는 중요 모티프인 개의 형상을 한 풍광을 가리키는 이중의 의도를 지녔다.
20세기 초 미 서부 몬태나주에서 목장을 경영하는 독신의 두 형제에게 한 여자가 아들을 데리고 나타난 후 벌어지는 서늘한 복수극을 그린 『파워 오브 도그』는 한 편의 뛰어난 심리 연구이자 출간 당시에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던, 혐오라는 형태로 표출되는 동성애 억압이라는 주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비범한 작품이다. 또한 자연이라는 절대적 힘을 지닌 외부 환경에 의해 삶이 조건 지어지는 인물들을 그린 윌리엄 포크너, 윌라 캐더, 존 스타인벡,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작품들, 이른바 ‘장소성’이 깊이 밴 소설들과 맥을 함께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영화감독 제인 캠피언은 뒤늦게 재발견된 이 걸작을 읽고 영화화를 결정했고, 그 결과 광막하고 황량한 서부를 배경으로 한 뛰어난 심리 서스펜스 영화를 탄생시켰다. 자연 풍광의 묘사를 통해 인물의 정념을 드러내는 뛰어난 수법과 섬세한 캐릭터 구축이 빛나는 원작을 잘 살려낸 영화 <파워 오브 도그>는 압도적 영상미와 베네딕트 컴버배치, 커스틴 던스트, 코디 스밋 맥피 등 배우들의 호연과 조화를 이루어 남성의 장르인 서부극을 전혀 새로운 경지로 끌어 올렸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이기도 한 영화 <파워 오브 도그>는 부산 국제 영화제, 토론토 국제 영화제, 런던 국제 영화제, 뉴욕 영화제 등에 공식 초청되었으며, 11월 중에 극장 개봉 후 12월 1일 넷플릭스에 공개될 예정이다.
20세기 초 광막한 서부. 완벽한 두 형제의 세계에
한 여자가 들어온다, 그녀의 아들과 함께…
1920년대 중반의 미국 몬태나주 서남부. 필과 조지는 인근에서 가장 유력한 형제 목장주이다. 각각 마흔, 서른여덟인 두 형제는 외모도 성향도 성격도 정반대이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외모가 준수한 필은 지능이 뛰어나고 다방면에 재주가 있다. 그는 엄청난 독서가이자 손재주가 뛰어나고 음악에도 천재적이며, 목장의 실질적인 운영을 도맡고 있다. 게다가 그에겐 남의 화를 돋우고 잔인하게 상처를 주는 신랄한 말솜씨가 있다. 그는 한여름에도 딱 한 번 비밀 장소에 있는 물웅덩이에서 목욕하고 이발도 거의 하지 않으며, 거친 목장 일을 할 때도 장갑을 끼지 않는다는 철칙이 있다. 그는 20년 전 사고로 사망한 전설의 카우보이 ‘브롱코 헨리’를 우상으로 삼으며 카우보이만이 이상적인 남성상이라고 믿는다. 반면 동생 조지는 뚱뚱한 몸집에 차분하고 수더분한 성격에 머리 회전은 느려도 기억력이 비상하며, 남을 비난하는 법이 없으며 과묵하고 상냥하다. 이들 형제는 카인과 아벨처럼 상극으로 보이지만, 영혼의 짝처럼 목장을 운영하며 중년이 다 되도록 함께 침실을 쓰는 기묘한 사이이다.
취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해 거의 술을 마시지 않는 필은 알코올에 의존하는 이를 나약하다고 여기며 경멸한다. 그런 그가 술집에서 만난 의사 조니 고든을 모욕하고 폭행하는 일이 벌어진다. 의사로 성공할 꿈을 품고 아름다운 아내 로즈와 함께 몬태나주로 이주해 온 고든은 본성은 선하지만 심약하고 허황한 구석이 있다. 그는 술집에서 지식을 뽐내다가 필에게 비웃음을 당하고 얻어맞기까지 한 후 큰 충격에 빠져 일 년간 폐인처럼 지낸 후 결국 자기 집에서 목숨을 끊는다. 그리고 스스로 목을 매어 죽은 그를 아들 피터가 발견한다. 어려서부터 조숙하여 속을 알 수 없고 허약한 피터는 로즈를 엄마라고 부르지 않고 이름으로 부르며,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야생 식물과 약학을 홀로 공부하며 종이꽃을 접는 재주가 뛰어나다.
로즈는 남편 사망 후 식당을 겸하는 여관을 운영하며 생계를 꾸려 나가던 중 버뱅크 목장 일꾼들을 손님으로 받아 필과 조지 형제를 만난다. 아들 피터가 계집아이 같다는 필의 조롱 때문에 상심에 빠진 로즈를 위로하던 조지는 그녀와 사랑에 빠지고, 얼마 후 둘은 결혼식을 올린다. 그 후 피터는 시내에서 하숙을 하며 학교를 다니고, 로즈는 남편을 따라 버뱅크 목장의 저택으로 이사를 한다. 필은 완벽했던 자신의 세계를 무너뜨린 로즈에게 앙심을 품고 갖은 방식으로 그녀를 괴롭히고, 로즈는 자신을 가족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필 때문에 심리적으로 커다란 압박을 받으며 알코올에 의존하게 된다. 그리고, 여름이 되어 버뱅크 목장으로 방학을 지내러 피터가 오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비틀리고 억눌린 욕망이 불러일으킨 심판과 복수의 드라마
서서히 끓어오르다 폭발하는 진실, 그리고 반전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드물게 언급되기만 할 뿐 제대로 묘사되지 않는 한 명의 인물이 중요하다. 바로 필의 우상 ‘브롱코 헨리’이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독자는 스치듯 언급되는 그의 존재가 실은 필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을, 필이 그를 사랑했으며 그가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음을 된다. 그러나 필이 사악한 카리스마가 넘치는 인물이 된 것은 그 때문은 아니다. 필의 내면에 깃든 복잡함을 이해하기 위한 단서는 그가 브롱코 헨리를 사랑하면서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리라는 점이다. 그의 동성애 성향은 그를 둘러싼 환경, 즉 남성성이 지배하는 카우보이의 세계에서는 엄청난 약점으로 작용하는데, 필은 그 사실을 깨닫고 남자 중의 남자, 동성애를 혐오하는 목장주로 스스로를 재창조한 것이다. 그런 배경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는 계집아이 같은 피터에게 경멸을 느끼는 동시에 피터의 명석함과 냉혹함에 가까운 담대함에 매혹을 느낀다. 조지와 로즈의 결혼을 계기로 극에 달한 필의 자기혐오는 피터와 유대 어린 관계를 맺으면서 그 진실을 드러내고, 그는 그간의 악행에 대한 심판과도 같은 반전을 맞이하게 된다.
타고난 이야기꾼의 솜씨로 쌓아 올린 걸작 소설
소설가만이 행할 수 있는 ‘문학적 복수’와도 같은 작품
토머스 새비지의 다른 몇몇 소설들처럼 『파워 오브 도그』 역시 작가의 가족사라는 모티프에서 출발한다. 새비지는 어린 시절 이혼한 어머니가 부유한 목장주와 재혼하면서 어머니를 따라가 함께 살았는데, 소설 속의 조지는 그의 새아버지가 모델이며 필은 새아버지의 둘째 형 에드가 모델이다. 작가의 큰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재혼한 동생의 부인을 교묘하게 모욕하고 괴롭힘으로써 새비지의 어린 날에 큰 상처를 남겼다. 교양이 풍부하고 호리호리한 몸매에 악담을 퍼붓는 소설 속의 필은 에드와 거의 완벽하게 똑같다. 타고난 이야기꾼인 새비지는 이 같은 가족사의 편린들로 흡인력과 긴장감 넘치는 걸작 소설을 쌓아 올렸으며, 미국 문학사에서 가장 강렬하고 사악한 인물을 창조함으로써 에드에게 ‘문학적 복수’를 행했다. 독자 한 명 한 명이 책을 펼칠 때마다 다시금 행해질, 새비지에게는 더없이 확실하고도 통쾌할 그 복수가 무엇인지 독자 여러분이 직접 확인해 보시기를.
이 책에 쏟아진 찬사
그를 알아본 독자가 그토록 적다니, 안타깝다 못해 화가 날 지경이다. _워싱턴 포스트 북 월드
토머스 새비지는 최고의 작가다. 그에겐 소설가 최고의 기술이 풍부하다. 바로 환히 빛나게 하고 감동 시키는 능력이. _뉴요커
새비지의 목소리는 하나의 경이다. 만약 정의라는 것이 있다면 (혹은 더 나은 취향이라는 것이 있다면) 토머스 새비지의 작품들은 오랜 시간 동안 베스트셀러 상위 목록에 올라 있어야 마땅하다. 그는 더 많은 독자들에게 발견되어야 할 자격이 있는 작가다. _뉴욕 타임스 북 리뷰
토머스 새비지의 최고 걸작. 극적인 사건과 긴장감을 담은 심리 연구인 한편으로 발표 당시에는 거의 논의되지 않던 주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비범하다. 바로 남성성이 지배하는 세계인 목장에서 혐오라는 형태로 표출되는 억압된 동성애다. 새비지는 거장의 솜씨로 미국 문학사에서 가장 강렬하고 사악한 인물을 창조했다. _애니 프루, (소설가, 『브로크백 마운틴』의 저자)
새비지는 증언한다. 소설이란 좋은 측면에서는 여전히 감성과 힘의 도구이자 타인의 삶을 조명하고 자신의 삶을 확장시켜 주는 도구라는 것을. _캔자스 시티 스타
오싹하다. 긴장감과 힘이 넘치는 소설. _퍼블리셔스 위클리
토머스 새비지에게는 절대음감이 있다. 그는 과소 평가된 작가이자 벌써 오래전에 더 크게 조명받았어야 할 작가이다. _커커스 리뷰
첫 페이지부터 『파워 오브 도그』는 결과에 관한 소설이다. 자긍심, 사랑, 그리고 충성심이 충돌한 결과에 관한. 첫 도미노 말이 넘어지면 다음 말들이 무너진다. 그럼에도 이 소설에서는 무엇도 예측이 불가능하다. 작가는 미묘한 균형으로 연결된 인물들과 필연적인 만큼이나 충격적인 결말을 향해 치닫는 역동적인 사이코 미스터리를 창조했다. _조애너 스콧, 『믿게 하라』
본문 중에서
“가르쳐 주마, 피터. 남들이 하는 말을 절대로 마음에 담아 두지 마라. 남들은 너의 깊은 속을 절대로 모르니까.”
“남들이 뭐라고 하든 마음에 담아 두지 않을게요.”
“하지만 피터, 말을 꼭 그런 식으로 할 필요는 없단다. 남의 말을 아예 귀담아들을 줄 모르는 사람은…… 그런 사람은, 보통 모질게 자라서 모진 사람이 되게 마련이거든. 넌 상냥한 사람이 되어야 해, 상냥한 사람이. 넌 어쩌면 남들한테 큰 해를 입히는 사람이 될지도 몰라, 왜냐면 넌 강하니까. 너 상냥함이 뭔지 아니, 피터?”
“잘 모르겠어요, 아버지.”
“그래, 그럼 가르쳐 주마. 상냥함이란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나 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앞길에 놓인 걸림돌을 치우려고 애쓰는 거란다.” (68쪽)
그러나 필이 보는 것은 대자연의 피조물만이 아니었다. 자연 자체–;자연이 스스로를 늘어놓고 정리하는, 어지럽고 천진하다고 여겨지는 방식–에서 그는 초자연적인 것을 보았다. 목장 저택 앞의 언덕에 점점이 드러난 바위에서, 언덕 자락을 여드름처럼 흉하게 뒤덮은 세이지브러시 덤불에서, 그는 질주하는 개의 놀라운 형상을 보았다. 개의 날씬한 두 뒷다리는 튼튼한 양어깨를 앞쪽으로 떠밀었다. 더운 김을 뿜으며 아래로 수그린 주둥이는 북쪽 산의 골짜기와 능선과 산그늘로 도망 다니는 겁에 질린 어떤 것–어떤 생각–을 쫓고 있었다. 그 추적이 어떻게 끝날지 필은 머릿속으로 조금도 의심치 않았다. 개는 먹잇감을 붙잡을 운명이었다. 그는 눈을 들어 산을 보기만 해도 그 개의 숨결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러나 거대한 개가 그토록 또렷이 보이는데도 그 형상을 알아본 이는 필 말고는 딱 한 사람뿐이었고, 조지는 결코 그 한 사람이 아니었다. (95쪽)
그러니 상상해 보라. 그해 여름 개울가에서 알몸이 되어 물에 들어가 목욕할 준비를 하던 필이, 까치도 아니고 산토끼도 아닌 어떤 것이 바스락대는 소리를 듣고 돌아섰는데 눈앞에 ‘낸시 아가씨’가 서 있었을 때 느꼈을 격분을. 그 소년은 사슴처럼 우아하게 서서, 눈 또한 사슴처럼 커다랗게 뜨고 있다가, 필이 자신을 향해 돌아서자 사슴처럼 날렵하게 달아나 무성한 수풀 속으로 뛰어들었다. 필은 냉큼 허리를 굽히고 셔츠를 집어서 벌거벗은 몸을 가렸다. 그렇게 우두커니 서서 가만히 바라보았다. 소년이 서 있던 자리를, 이 성스러운 공간에 뚫린 너덜너덜한 구멍을, 그 추한 공백을. 필이 받은 충격은 분노로 변했고, 그의 목소리는 개울물 소리를 뚫고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꺼져.” 그가 외쳤다. “여기서 당장 꺼져, 이 개 같은 새끼야.” (229쪽)
부디 바라건대(사람은 무언가 믿지 않으면 살 수 없으므로) 그 일은 운명이 아니었을까? 소년이 그 비밀의 장소에서 필의 알몸을 보았던 것은 운명이 아니었을까, 필과 조지만 아는…… 그리고 브롱코 헨리만 아는 그곳에서? 똑같이 운명처럼, 필도 소년의 적나라한 본모습을 지켜보았다. 영원 같은 시간 동안 야유와 조롱을 견디며 열린 천막들 앞을 당당하게, 숨김없이 걸어가던 소년을……. 세상에서 추방된 자를. 그러나 필은 알았다, 뼛속 깊이 잘 알았다. 추방자의 삶이 어떤 것인지를. 그래서 그는 세상을 혐오했다, 세상이 먼저 그를 혐오했으므로. (347~348쪽)
1장 11
2장 34
3장 71
4장 94
5장 116
6장 142
7장 177
8장 188
9장 216
10장 230
11장 266
12장 289
13장 305
14장 333
작품 해설―애니 프루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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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말리사 | 2021.1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