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민음사 편집부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1년 10월 7일
ISBN: 97-7250-833-3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78x258 · 344쪽
가격: 10,000원
시리즈: 격월간 문학잡지 릿터 32
분야 격월간 문학잡지 릿터
* 커버스토리: 밈이 지나간 자리
– meme-me=me?
– 무엇이 밈이 되는가
– 문득 탄생한 밈이 시간의 파도를 견디는 법
– 밈 검열, 그게 진짜이긴 해?
– 선량한 개구리는 어떻게 악당이 되었나?
– 밈이라는 공동체 감각
*김종삼 탄생 100주년 특집
*소설가 스티븐 킹 서이제 이주혜 문지혁 신작 단편소설 발표
*화제의 소설 『대불호텔의 유령』 강화길 작가 인터뷰
2 — 3 Editor’s Note
9 Cover Story: 밈이 지나간 자리
10 — 13 정영수 meme-me=me?
14 — 18 정지우 무엇이 밈이 되는가
19 — 26 강재신 문득 탄생한 밈이 시간의 파도를 견디는 법
27 — 30 이자연 밈 검열, 그게 진짜이긴 해?
31 — 34 라제기 선량한 개구리는 어떻게 악당이 되었나?
37 — 40 김수아 밈이라는 공동체 감각
43 Special Feature 탄생 100주년 특집 ‘김종삼, 내용 없는 아름다움’
44 — 47 조혜은 두고 온 나의 아희에게
48 — 52 손정수 김종삼 시를 읽던 시절을 위한 만가(晩歌)
53 — 56 안희연 모든 악몽 위에 세워진 고요의 땅
57 — 60 김준현 김종삼 시의 pa rum pum pum pum
61 — 66 양순모 희망과 믿음을 지워 내는 방식으로
69 Essay
70 — 74 정용준 소설 만세 5회
75 — 80 장영은 여성, 우정을 발명하다 9회
81 — 85 윤경희 시와 시 5회
86 — 91 김유진 구체적인 어린이 3회
92 — 96 김서라 광주 2순환도로 2회
97 — 105 박솔뫼 안은별 이상우 0시 0시+ 7시 2회
111 Interview
112 — 124 소유정X강화길 원한과 사랑의 경계에서
126 — 135 허윤선X전효성 보다 그리고 읽다
136 — 147 신종원X현호정X이수희 우리 같이 나비를 보는 사람들
153 Fiction
154 — 166 스티븐 킹 또라이 윌리
168 — 183 문지혁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184 — 201 서이제 위시리스트♥
202 — 219 이주혜 물속을 걷는 사람들
223 Poem
224 — 226 김승희 오늘 이 하루 외 1편
227 — 237 원성은 사랑을 번역하다 외 1편
238 — 239 윤지양 배트 외 1편
240 — 243 전수오 검은 칼집이 되어 외 1편
247 Review
248 — 251 이소 『대불호텔의 유령』
252 — 257 신수진 『완벽한 개업 축하 시』
258 — 261 권혜영 『최애, 타오르다』
262 — 265 김세영 『언다잉』
266 — 269 오후 『개미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하는가?』
270 — 273 강유정 「더 체어」
277 Novel
278 — 338 정지돈 …스크롤!
340 — 341 Epilogue
언어가 존재의 집이라면 오늘날 우리 존재는 밈이라는 집과 무관하지 않다. 어떤 사람은 그 집에 살고 있다. 살고 있지 않은 다른 사람도 그 집을 알고 있다. 밈은 깊숙이 이 시대의 언어로 자리잡는 중이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 주제는 밈이다. 밈은 빠르고 복잡하다. 발화 시점에만 의미를 갖는 순간의 유희인 동시에 오랜 고민이 축적된 고맥락의 표현이기도 하다. 맥락을 공유하는 이들의 결속을 강화하는가 하면 혐오와 차별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도구로도 쓰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밈들이 퍼져 나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의 면면을 좇는 대신 밈이 된 것들이 한바탕 휩쓸고 간 자리를 뒤적여 보기로 했다. 그곳에 남아 있는 것들로부터 밈을 둘러싼 다양한 맥락을 읽고자 했다.
개구리 ‘페페’는 어느새 밈을 상징하는 캐릭터가 되어 버렸다. 라제기 영화 전문 기자는 다큐멘터리 「밈 전쟁: 개구리 페페 구하기」를 통해 페페가 각종 정치적 밈으로 활용되면서부터 어떻게 원작의 캐릭터성과 멀어졌는지, 그 과정과 더불어 캐릭터를 지키려는 원작자의 분투를 살핀다. 페페가 걸어 온 길은 밈이 형성되고 확산되는 과정뿐만 아니라 밈의 상징성을 선점하려는 커뮤니티 논쟁, 원저작물의 캐릭터성을 보존하려는 창작자의 노력 등 밈을 둘러싼 다층적인 문제들을 펼쳐 보인다. 강재신 연구자는 오랜 시간 동안 회자되어 온 국내 대표 밈들의 작동 방식을 분석한다. 김영철의 ‘4딸라’, 곽철용의 ‘묻고 더블로 가’, 나문희의 ‘문희는 포도가 먹고 싶은데’ 등 인기리에 퍼져 나간 밈들의 활용 사례와 서사 구조를 통해 밈이 지닌 ‘공감’의 키워드를 살핀다. 문화평론가 정지우는 밈이 개인주의의 시대에 청년 세대가 발견한 발화 형식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개인주의 시대에서 세대의 가치관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밈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정보학 교수 김수아는 유머로 소비되는 밈이 사회적 편견과 차별적 인식을 손쉽게 강화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짚어 주었고 대중문화평론가 이자연은 혐오 표현으로 특정되어 검열 수단처럼 활용되는 밈들의 진의에 의문을 제기하며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밈 검열이 언어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범람하는 밈들 한가운데 개인들의 모습은 어떨까? 소설가 정영수는 소설의 방식으로, 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받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는 한 개인의 내면을 그린다. 밈을 쓰지 않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작가 인터뷰에서는 신작 『대불호텔의 유령』을 출간한 소설가 강화길을 만났다. 유령에 대해 오래 생각해 왔다는 강화길에게 유령은 공포의 대상이기보다 인물의 과거, 원한, 딜레마, 후회와 관련된 근원적 존재다. 그렇다면 나의 유령은 무엇일지, 두려워하기보다 기원에 다가가는 쪽으로 작가의 고민을 따라가 볼 수 있을 것이다. ‘첫 책을 내는 기분’에서는 소설가 신종원, 현호정의 대화를 담았다. 운명에 대한 직감, 이상한 기시감, 음악이 아니지만 음악처럼 들리고 보이는 것 등 두 작가가 작품을 쓰는 출발점이 되어 주는 여러 순간들을 엿볼 수 있다. 소설 코너가 어느 때보다 풍성하다. 이주혜, 서이제, 문지혁, 스티븐 킹의 단편소설과 정지돈의 경장편소설이 게재된다. 미국의 문예지 《맥스위니스(McSweeny’s)》에 지난 9월 발표되었던 스티븐 킹의 단편 「또라이 윌리」는 평소 스티븐 킹 작품의 음산한 매력을 좋아해 온 독자들에게 의외의 서정을 선사할 만한 작품이다. 정지돈의 경장편「…스크롤!」은 자연과 구분이 불가능한 인공을 현실에서 실현하는 ‘메타플렉스’의 서점 ‘메타북스’ 점원들의 이야기다. 메타버스 세계관이 생활에 보다 깊숙이 침투한 근미래에 여전히 남은 고민들과 사라져 버릴 것들에 대해 짐작하게 하는 소설이다. 김종삼 시인 탄생 100년을 기념한 특별 지면도 마련했다. 시인 김준현, 조혜은, 안희연, 문학평론가 양순모, 손정수가 시 「북 치는 소년」을 경유하여 “내용 없는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신작 리뷰 코너에서 다룬 넷플릭스 화제의 드라마 「더 체어」 리뷰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 대학 영문학과의 이미 낡아 버린 권위, 전통을 무시하는 방향으로의 혁신, 그 가운데 종신 교수로 임명된 ‘김지윤’의 선택은 곧 이 시대의 고민에 대한 하나의 대답일 것이다.
무엇인가가 지나간 자리에서는 오랫동안 생각할 수 있다. 흥분과 당혹감을 누르고 일이 왜 이렇게 된 것인지 가만히 따져 보다 보면 지나가 버린 것들을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릿터》 32호가 서 있는 곳이 독자들에게도 많은 것을 다시 들여다보고 오래 생각하도록 돕는 자리가 된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