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에게 생긴 일

원제 Le Malheur du bas

이네스 바야르 | 옮김 이현희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1년 9월 24일 | ISBN 978-89-374-4481-4 [절판]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0x210 · 256쪽 | 가격 14,000원

수상/추천: 에드메 드 라로슈푸코 상

책소개

“푸른 석고 붕대가 오른쪽 종아리의 일부를 단단히 감싸고 있다.

온몸이 딱딱한 침대에 딱 붙어 꼼짝할 수가 없다.

그녀의 몸을 받치는 매트리스나 몸을 덮은 이불도 이제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것은 죽음, 살아 있는 죽음이다.”

 

2018년 《크라임리즈》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국제 스릴러 소설’

2019년 에드메 드 라로슈푸코 상 수상

 

“어둡고, 파괴적이며 잊을 수 없다.” — 《더 타임스》

 

“놀라운 소설. 당신은 숨죽이고 이 소설을 읽을 것이다.” — 《라 프레스》

 

“짧고 예리한 등단…… 남성들이 성폭력을 저지르고 얼마나 쉽게 빠져나가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여성들에게 얼마나 파괴적인지에 대한 고통과 분노의 외침.

소설은 절박하고 직접적이며, 당신이 멀리하고 싶다 해도 그만 읽을 수 없다.”

— 《뉴욕타임스 북 리뷰》

 

“순하면서 폭력적인 문체로 쓴 눈부신 비극.” — 《마리 클레르》

 

“위태롭게 흔들리는 잔인한 이야기.” — 《텔레라마》

 

“놀라운 등단…… 반항과 야생의 에너지로 성폭력과

그로 인한 여파에 대해 강력히 파헤친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여성 정신의 깊은 곳으로 뛰어드는 도발적인 소설.” — 《포워드 리뷰즈》

 

“거북한 만큼 파격적이고…… 비틀거리면서도 움츠러들지 않는 소설.” — 《컬처박스》

 

“여성과 여성의 역할을 바라보는 사회적 관념에 대한 파괴적이고 예리한 질책을 담고 있다.”

— 《크라임 타임》

 

“독자를 몹시 불편하게 만드는 흠잡을 데 없는 글솜씨.” — 《렉스프레스》

 

편집자 리뷰

축복이 되어야 할 시간에 불행이 찾아왔다!

   91년생 무서운 신예, 이네스 바야르의 첫 스릴러 소설

 

케이트 엘리자베스 러셀과 함께 동시대 최고의 스릴러 작가로 주목받는 1991년생 무서운 신예 이네스 바야르의 첫 소설 『마리에게 생긴 일(Le Malheur du bas)』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소설의 원제를 직역하면 ‘아랫도리의 불행’이라는 의미인데, 2018년 프랑스에서 출간되자마자 그 의미의 도발성부터 큰 화제를 낳았으며 우리 시대 가장 큰 사회적 이슈인 사내 성폭행 문제, 그리고 피해자의 이차 피해의 과정을 섬뜩하고 리얼하게 묘사해 출간과 동시에 선풍을 일으켰다. 바야르는 사회가 여성을 규정하는 방식, 여성이 스스로를 자각하는 방식에 대한 모순적이며 또한 불편한 진실을 폭로한다. 이네스 바야르의 이 소설은 출간한 해에 공쿠르 상 1차 후보작에 올랐으며, 《크라임리즈》 선정 ‘올해 최고의 국제 스릴러 소설’(2018년)에 뽑히고, 작가의 첫 데뷔작에만 수여하는 에드메 드 라로슈푸코 상(2019년)을 수상했다.

 

『마리에게 생긴 일』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진 외부의 폭력으로 인해 서서히 붕괴되어 가는 한 인간과, 거기서 나아가 희생자에게 자행된 주변인의 이차 가해, 그리고 그 결과 돌이킬 수 없는 불행에 잠식당한 어느 가족에 대한 섬뜩한 관찰기다. 도대체 마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파리 중심가에 위치한 은행에서 브이아이피 고객 전문 자산 관리자로 일하는 마리, 대형 로펌에서 일하며 축구 선수, 배우 등 셀럽의 이혼 소송 전문 변호를 맡는 로랑.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안정기에 접어든 부부는 그토록 바라던 아기를 갖기로 결심한다. 어느 날 밤, 마리의 출퇴근용 자전거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상태로 훼손되어 있고, 당황한 마리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지만 로랑은 사장과의 저녁 약속 때문에 도움을 줄 수 없다. 같은 시각, 밑바닥으로부터 불행이 서서히 다가와 마리를 덮치는데, 그 여파로 엄청난 물리적 고통과 정신적 충격을 받은 마리는 서서히 파멸을 향해 간다.

 

 

세상의 낮은 곳, 저 아래에서 덮친 불행

    진정한 가해자는 과연 누구인가

 

이네스 바야르는 『마리에게 생긴 일』에서 어느 날 갑자기 닥친 불행으로 인해 밑바닥으로 추락한 한 가족의 슬픈 이야기를 조명한다. 그런데 작가의 시선이 집요하고 날카롭게 머무는 지점은 따로 있다. 마리는 어느 날 저녁, 집까지 바래다주겠다고 접근한 직장 상사의 차에 탔다가 성폭행을 당한다. 이후 마리가 내린 첫 번째 결단은 사건의 은폐다. 가족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은 마음, 자신이 누리는 풍족한 삶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리는 그날의 사건을 혼자만 아는 비밀로 간직한 채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살아가려 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마리는 자신이 임신했음을 알게 되는데, 배 속 아이가 성폭행범의 아이라고 확신하며 그녀의 일상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린다. 사건 당시 자신의 무기력한 행동을 책망하던 마리는 여성성을 저주하게 되고, 임신 후 몸에 일어나는 변화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단계로 이어진다. 아이를 사산하려 하나 번번이 좌절된 마리는 출산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고립되고, 이런 그녀를 보는 가족의 시선은 임신한 여자의 예민함, 그리고 모성의 이름으로 견뎌 내기를 바라는 무관심이다.

 

마리의 비극의 일차적 원인은 당연히 태초의 불행을 야기한 직장 상사의 성폭행이다. 사회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놓인 그는 부하 직원인 마리에게 사건 이후에도 협박과 조소를 일삼는다. 하지만 마리가 회복이 불가능할 만큼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 직접적 원인은 주변인의 이차 가해(피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일차적으로 휘몰아친 불행을 묘사하는 것만큼이나 비중 있는 질문을 독자에게 묻는다. ‘성폭행 희생자 마리가 가족 비극의 가해자로 둔갑하고, 가까운 가족조차 알아보기 어려운 괴물 같은 존재로 변해 갈 때 진정한 가해자는 과연 누구일까.’ 마리가 자기 자신의 수동성과 나약함을 책망할 때 마음을 털고 위로를 청할 가족은 부재했으며, 그녀가 일탈하게 된 진짜 원인을 알려고 하지 않았다. 출산 후 태어난 아이가 온 가족의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마리는 점점 더 “나약하고 비겁하고 뚱뚱하며 제 아이를 좋아하지도 않는, 사회가 멸시하는 인물의 표본”이 되어 갈 뿐이다.

 

 

희생자들의 불행한 상처에 관한 보고서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마리의 악몽을 이해해 줄까. 평소 절친한 여동생이나 남편 로랑이 알아봐 줄까? 전혀. 로랑은 마리를 배려하지 않은 채 부부 관계에서 자신의 성적 욕망을 충족하고, 언니의 성폭행 피해 사실을 알게 된 록산은 이해는커녕 가족에게 폭로하라고 도리어 몰아붙인다. 마리의 처참한 심경을 몰이해로 일관하는 가족 집단,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려는 가해자의 행위는 마리에게 이차 피해를 주고, 마리의 분노와 적개심의 표적이 된다. 정상의 범주에 속하던 사람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과정에는 복잡다단하고 잔인한 감정들이 뒤섞여 있다.

 

이네스 바야르는 아직도 너무나 빈번히 자행되는 직장 내 성폭행 사건과 그로 인해 야기된 가족의 비극이라는 팩트 속에 은폐된 이 모든 폭력들을 낱낱이 소설 속에 풀어 놓았다. 프랑스 문단이 1991년생의 신인 작가의 첫 소설에 주목하고 같은 해 공쿠르 상 일차 예선 후보작으로 과감히 지목한 이유는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신문이나 뉴스의 머리기사에서 보도되는 피해 사실은 피해자가 겪었을 힘겨운 상황과 고통,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수없이 지새웠을 망설임의 밤이 생략되어 있다는 것, 어떤 이유에서든 한 인간의 추락은 가해자의 폭행과 희생자의 죽음이라는 인과성만으로 간명하게 설명될 수 없다는 것, 일차 피해보다 피해자에게 더 큰 위해를 가하는 것이 바로 이차 가해(피해)임을.

 

『마리에게 생긴 일』은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되는 폭행 사건의 전과 후, 그리고 그 인과관계 사이에 감추어진 몸과 마음의 흔적을 낱낱이 파헤침으로써, 사내 성폭행 희생자가 극단적 선택을 감행하기까지의 과정을 지금껏 읽은 그 어떤 작품보다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그려 낸 불행한 상처의 보고서다. 낮은 데로 추락하는 모든 것에는 매우 상세한 이유가 있으며, 우리 독자들은 거기에 귀 기울일 의무가 있음을 이 작품은 나지막이 경고한다. ― 옮긴이의 글에서

 

 

『마리에게 생긴 일』 본문 중에서

 

마리가 도움을 청하기 위해 주위를 둘러본다. 가방 속에서 휴대 전화를 꺼내어 로랑에게 전화해 본다. 이까짓 일로 달려와 줄 사람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남편의 음성이라도 들으면 마음이 진정될 것 같다. 벨이 한 번 울리자마자 로랑이 전화를 받는다.

“믿을 수 있겠어? 누군가 내 자전거를 훔치려고 했나 봐. 앞바퀴가 없어지고, 완전히 망가져 버렸어!” (27쪽)

 

마리는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불에 데인 듯 뜨겁고, 부어 오르고, 처진 근육과 짓눌린 피부가 주는 고통에 퍼렇게 질린 몸뚱이. 자동차 잠금 장치가 풀린다. 마리는 자동차에서 나온다. 바지는 아직도 허벅지 근처까지 내린 채였다. 갑자기 남자가 운전석 너머로 한쪽 팔을 뻗어 마리를 덥석 붙든다.

“누구한테든 말했다가는 너도, 네 남편도, 네 일도 전부 끝장인 줄 알아. 아무도 네 말을 안 믿을 거야. 그러니까 입 다물고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살아, 알아들었어?” (32쪽)

 

남편이 마리의 몸속에서 오르가슴을 느낀다. 마리는 욕지기가 올라오는 걸 꾹 참는다. 점심에 먹은 것들이 기도를 타고 올라와 입안에서 느껴진다. 마리는 남편에게 미소 짓고 그를 끌어안았다가 떼어 낸다. 로랑은 말없이 일어서는 아내를 바라본다. 마리가 겪은 이 두 번째 시련이 그녀가 앞으로 모든 타협에 대해 종말을 선언하게 할 만큼 중요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로랑은 눈치채지 못한다. (42쪽)

 

배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검은 그림자가 아랫도리 신경 섬유를 타고 내장 구석구석까지 끔찍한 악취를 퍼뜨린다. 마리는 바닥에 그대로 쓰러진다. 거실에서 통화 중이던 로랑이 비명을 지르며 달려온다. 바닥의 냉기에 마리의 몸이 굳어진다. 그녀가 뱉고 싶은 아주 솔직한 첫마디.

“네 아이는 저주받았어.” (68쪽)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 이메일들을 훑어보다 돌연 멈추는 마리. 그놈이 다시 도발하고 있다.

“마리의 복귀를 축하합니다!”

총괄 이사가 모든 직원에게 발송한 메일이다. 두 손이 자판 위에서 멈추고, 마리는 정신을 수습해 보려 애쓴다. 서둘러 메일을 삭제한다. (126-127쪽)

 

마리는 발코니 맨 아래 난간에 천천히 한쪽 발을 올려 본다. 토마는 엄마의 잠옷 단추를 조용히 만지작거리며 장난을 친다. 토마를 발코니 난간에 수직으로 놓아 본다. 아파트 4층. 아이는 소리 없이 바닥에 떨어져 흉하게 일그러질 것이다. 일 초도 안 되어 아이의 작은 뼈가 산산조각 나고 사나운 충격에 살이 너덜너덜해질 것이다. 아이가 고통받을 일이야 없겠지만, 엄마는 아이 시체의 눈길을 외면할 것이다. (132쪽)

 

마리는 돌연 굳어진다. 온몸이 딱딱해진다. 문득 아랫도리에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느껴지면서 앉아 있기도 어려운 상태가 된다. 또다시 그날 밤 일이 마리를 덮친다. 어둡고 습한 하늘. 그날 밤의 하늘도 그랬다. 그 자식이 마틸드도 강간한 걸까? 마틸드도 나와 똑같은 일을 겪은 걸까? (163쪽)

 

결국 여자는 구멍일 뿐이다. 물렁물렁한 살갗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구멍. 죄 많고 축축한 그 사막 한복판으로 남자가, 마치 신이 그렇게 하듯, 자기 길을 뚫고 지나간다. (167쪽)

 

“네 아들한테 가 봐. 성폭행범 좋아하잖아.”

마리의 정신 나간 사람 같은 표정, 옅은 미소에 로랑은 등골이 서늘해진다. 그 어떤 상황이 닥쳐도, 앞으로 그 어떤 행복의 순간이 찾아온다 해도 로랑은 이 미소를 잊지 못할 것이다. 따귀, 바닥에 드러누운 아내의 시체 같은 얼굴, 또 다른 화를 부를까 두려운 나머지 설명을 부탁할 용기조차 안 나는 수수께끼 같은 마지막 한마디. 안됐지만 그는 의구심을 지닌 채 살아갈 것이다. (175쪽)

 

마리는 편지를 삭제하지 못했다. 그 편지를 쓰던 순간을, 그때 자신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어떤 상태였는지 마리는 똑똑히 기억한다. 집에 혼자 있었고 정신줄을 놓았고 더러웠다. 피와 오물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록산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친정엄마가 마리를 배신했다. 걱정해서 그런 것이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다. 바로 오늘, 마리에게 등을 돌린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마리의 가족이다. (194쪽)

 

“2014년 6월 16일 귀하께서 의뢰하신 친자 확인 테스트 결과를 2014년 6월19일 목요일부터 피티에-살페트리에르 대학 병원 시험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숨이 멎는다. 현실이 뒤엉킨다. 전화기를 쥔 그녀의 손이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한다. 마리는 휴대 전화를 테이블 위에 그대로 내려놓는다. 마리는 겁에 질려 있다. 그가 어떻게 그녀도 모르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지? (233쪽)

 

저녁 6시 30분,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난다. 로랑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 식사를 위해 오늘은 유난히 일찍 퇴근했다. 콘솔 위에 열쇠를 두고, 현관문을 아직 열어 둔 채 신발을 벗고 외투를 오른쪽 옷걸이에 건 로랑이 그제야 문을 닫고 부엌까지 들리도록 마리의 이름을 크게 부른다. 이게 마지막이다.

“식사합시다!”(247쪽)

목차

마리에게 생긴 일 9

 

옮긴이의 말 251

작가 소개

이네스 바야르

1991년 프랑스 툴루즈에서 태어났다. 2018년 직장 내 성폭행을 겪은 여성의 몸과 트라우마에 대해 간명하고 날 선 문체로 서술한 데뷔작 스릴러 소설 『마리에게 생긴 일 (Le Malheur du bas)』을 출간하여 프랑스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 작품을 에이드리언 헌터가 ‘이 작은 가족 (This Little Family )’이란 제목으로 영어로 번역, 출간하여 영미 문학권 내에서도 일약 선풍을 불러일으켰다. 이 작품은 같은 해 공쿠르상 1차 후보작으로 선정되었으며, 《크라임리즈》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국제 스릴러 소설’로 꼽혔다. 2019년 작가의 첫 소설에서만 수상작을 선정하는 에드메 드 라로슈푸코 상을 수상했다.

이현희 옮김

대학에서 불문학을, 대학원에서 한국 현대시를 공부했다. 이후 출판사에서 일했고, 프랑스 부르고뉴-프랑슈콩테 대학에서 비교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프랑스에 거주하며 번역가이자 엑스-마르세유 대학 강사로 일하고 있다. 한국어로 옮긴 책으로 『모비딕』, 『섹스와 거짓말』, 『그녀, 아델』, 『세상의 마지막 밤』, 『인생은 짧고 욕망은 끝이 없다』, 『노아』 (전 2권) 등이, 프랑스어로 옮긴 책으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물방울 삼형제의 모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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