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안드로메다 하이츠
원제 王國 その1
워서 부제: アンドロメダ․ハイツ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08년 5월 26일
ISBN: 978-89-374-8184-0
패키지: 양장 · 46판 128x188mm · 132쪽
가격: 8,500원
분야 외국문학 단행본
발행일 2013년 3월 29일 | 최종 업데이트 2013년 3월 29일 | ISBN 978-89-374-8683-8 | 가격 6,000원
인간이기에 아프고, 인간이기에 행복하다세상을 향해 내딛는 소녀의 위태로운 발걸음그녀의 아름다운 영혼은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우리 시대의 감수성을 대변하는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왕국』(전3권)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왕국』은 요시모토 바나나 최초의 시리즈물로 일본에서는 2002년에 1부 ‘안드로메다 하이츠’가, 2004년에 2부 ‘아픔, 잃어버린 것의 그림자 그리고 마법’이, 2005년에 3부 ‘비밀의 화원’이 차례차례 나오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작품의 분량만큼이나 화제가 된 것은 바나나 문학의 새로운 경지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해진 주제 의식이었다. 기존의 바나나 작품들이 상실의 아픔과 치유 과정을 주로 묘사했다면, 『왕국』은 한발 더 나아가 인간의 영혼에 깃든 어둠을 조명하고 현대 문명을 비판하는 한편 그 가운데서도 변함없이 위안이 되는 희망을 노래한다. 이러한 변화는 요시모토 바나나가 이제 단순히 일본에 한정되지 않는, 세계 문단의 중심에 선 작가로 성장했음을 의미한다.
안드로메다 하이츠─7
◆ 산에서 자란 소녀, 세상으로 나오다-1. 안드로메다 하이츠 주인공 시즈쿠이시는 철이 나기 전부터 할머니와 단둘이 산속에서 살았다. 약초차의 명수인 할머니는 그 명성이 널리 알려져 멀리서도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주 어려서부터 할머니를 도우며 약초차 만드는 법을 배운 시즈쿠이시는 감수성이 강하고 감각이 날카로운 소녀로 성장한다. 영원히 계속될 것 같던 할머니와의 평화로운 나날은 산이 개발되면서 깨지고, 시즈쿠이시는 할머니와 헤어져 도시로 내려온다. 그로 인해 시즈쿠이시의 작고 조용한 세계는 변화한다. 눈이 안 보이는 점술가 가에데와의 만남, 선인장과 교류하는 원예사 신이치로와의 불륜, 가에데의 동성 애인이자 후원자인 가타오카 씨와의 대립……. 관계를 통해 인간을 이해해 가던 시즈쿠이시는 마약 중독자가 지른 불에 집과 소중히 키운 선인장들을 잃는다. 슬픔에 잠긴 것도 잠시, 가에데의 위로를 받고 가타오카 씨의 따뜻한 진심을 알게 되면서 시즈쿠이시는 희망을 배운다.
◆ 자기 자신과의 싸움-2. 아픔, 잃어버린 것의 그림자 그리고 마법 가에데와 가타오카 씨가 피렌체로 떠난 뒤 가에데의 집을 혼자 지키는 시즈쿠이시는 점차 외로움에 빠져 든다. 신이치로의 이혼으로 두 사람의 관계에는 새로운 빛이 비치지만 그럼에도 시즈쿠이시는 산을 향한 그리움을 떨치지 못한다. 그늘진 마음은 점차 시즈쿠이시를 잠식하고, 그녀는 텔레비전에 스스로 중독됨으로써 현실에서 도피하려 한다. 그러나 가에데와 가타오카 씨의 격려, 할머니의 충고, 신이치로의 위로를 통해 시즈쿠이시는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고 세상을 똑바로 바라본다. 도시 생활의 좋은 점들을 하나 둘 발견하고 일상에서 작은 기쁨을 찾는 법을 익히면서 시즈쿠이시는 향수에서 벗어나 더 먼 곳으로 나아가는 걸음을 내딛는다.
◆ 이별과 새로운 시작-3. 비밀의 화원 신이치로가 이혼한 뒤 함께 살기로 한 두 사람. 그러나 정든 가에데의 집을 나와 신이치로와 다시 시작하는 것이 시즈쿠이시에게는 석연치가 않다. 또 알고 보니 신이치로의 가슴속에는 학창 시절 함께 원예 활동을 했으며 일찍이 죽은 친구 다카하시와, 다카하시의 젊은 새어머니에 대한 집착이 질기게 간직되어 있었다. 마음에 걸리는 것들을 해소하기 위해 시즈쿠이시와 신이치로는 다카하시가 남긴 정원을 보러 떠난다. 인간이 만들어 낸 가장 완벽한 창조물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다카하시의 정원을 보며 시즈쿠이시는 압도된다. 그리고 신이치로가 오래전부터 다카하시의 새어머니를 사랑해 왔음을 알고 그를 포기하기로 한다. 실연의 슬픔에 잠긴 시즈쿠이시에게 위로의 손길을 내민 것은 역시 가에데와 가타오카 씨였다. 가타오카 씨와 함께 타이완으로 취재 여행을 떠난 시즈쿠이시. 그녀는 그곳에서 다카하시의 정원을 생각하며 인간을 품어 안은 한없이 위대한 존재를 느낀다. 그리고 그녀를 괴롭혀 온 마음의 갈래들이 일치를 이루는 것을 깨닫고 평화에 잠긴다.
◆ 요시모토 바나나의 현대 문명 비판
이곳에서 아이들은 어중간하게 금방 어른이 되고 만다. 그래서 하찮은 일들로 하염없이 어린 시절을 연장하고, 중년을 죄책감으로 보내고, 많은 것들을 외면한 채 죽어 간다. …… 모두들 늘 앞으로 고꾸라질 듯 오 분 앞을 산다. 만약 그 시간이 일 년이나 십 년 앞이라면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 분 앞이면 그저 조급할 뿐이다. 모두들 서두른다. 에너지를 함부로 사용한다. -본문 중에서
요시모토 바나나는 산에서 내려온 시즈쿠이시의 입을 빌려 현대인과 현대 문명을 따끔하게 비판한다. 타인에게 부화뇌동하여 자기 힘을 믿지 않는 사람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돈 욕심에 뱃속까지 시커멓게 물든 속물들을 질타한다. 그러면서도 시즈쿠이시의 텔레비전 중독 에피소드를 통해 현대인이 스스로 만들어 낸 문물에 잠식되고 마는 것은 대상을 진심으로, 진지하게 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결국 문제는 사람의 마음이며, 자신을 믿고 무엇이 정말 소중한지 안다면 길을 잃는 일은 없으리라고 바나나는 이야기한다.
◆ 약하지만, 그래서 더욱 사랑스러운 사람들 『왕국』의 인물들은 기존 바나나 작품의 주인공들과 비슷하면서도 보다 인간적이고 입체적이다. 영적으로, 정신적으로 시즈쿠이시를 이끄는 스승 가에데는 사실 사람들에게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남의 애정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시즈쿠이시의 가치관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 할머니는 힘들 때도 응석을 받아 주지 않는 냉정한 모습을 보인다. 이상적인 애인 같던 신이치로는 중요한 순간에 우유부단한 태도를 취하고 결국 시즈쿠이시를 떠난다. 매몰찬 독설가에 인정사정없는 사업가였던 가타오카 씨는 시즈쿠이시에게 어려움이 닥치자 헌신적으로 그녀를 돕는다. 시즈쿠이시는 인간의 이런 양면성을 지켜보면서 그 강함과 약함 모두를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깨달음은 자연과 문명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던 시즈쿠이시를 그녀 자신의 덫에서 해방하여 세상을 향해 이끌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