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싯 몸 단편선 2

서머싯 몸 | 옮김 황소연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1년 9월 7일 | ISBN 978-89-374-6393-8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2x225 · 436쪽 | 가격 14,000원

책소개

문학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영국 문학의 대표 작가 서머싯 몸

 

전 세계를 여행하며 명쾌한 필치로 포착해 낸 청춘의 다채로운 순간

 

▶ 서머싯 몸은 현대 작가 중 나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는 담백하고 단순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천재적이다. -조지 오웰

편집자 리뷰

『달과 6펜스』를 비롯해 『면도날』,『인생의 베일』,『인간의 굴레에서』등 영문학 최고 걸작의 반열에 올라선 작품들을 발표하고 영국 명예 훈위 칭호를 받은 서머싯 몸. 장편 소설, 희곡, 단편 소설, 에세이 등 장르를 넘나드는 활발한 작품 활동으로 문학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작가다. 서머싯 몸이 발표한 100여 편에 이르는 단편 중 주요 30편을 망라한 『서머싯 몸 단편선 1,2』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청춘의 방황과 생의 의미를 깨닫는 여정, 그 속에서 발견해 낸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은 서머싯 몸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다. 사랑과 우정, 성공과 실패, 삶과 죽음 등의 선택지들 사이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이 서로 공명하며 생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을 예리하게 포착해 현실적으로 묘사해 낸다. 명쾌하고 대중적인 필치로 써 내려간 단편들에서 서머싯 몸의 유머 감각을 엿볼 수 있다. 블랙코미디와 서스펜스로 채워진 단편들은 스페인, 프랑스, 사모아섬, 타히티 등 세계 각지를 배경으로 펼쳐져 독자들에게 전 세계를 종횡무진했던 서머싯 몸의 생애, 삶이 곧 여행이었던 작가를 다채로운 공간에서 다시 보게 되는 경험을 선사한다.

 

 

삶에 관한 통찰을 유머와 서스펜스로 직조하다

 

서머싯 몸의 단편은 간결하면서도 재미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과 상황들로 웃음을 자아내는 단편 속에서 “결국, 소설은 즐거움을 주어야 한다.”는 서머싯 몸의 소설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서서히 긴장감을 고조시키다가 반전을 통해 뜻밖의 결말을 맞이하는 서머싯 몸의 절제된 서스펜스 구성 방식 역시 장편보다 단편에서 더욱 빛난다. 기발하고 재치 있는 묘사로 표현한 소설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드러낸다. 늘 놀기만 하는 형제를 질투하기도 하고(「개미와 베짱이」), 구속과 속박으로 ‘결혼’을 바라보며 어떻게든 도망치려 하며(「탈출」), 가난한 주머니 사정을 어떻게든 들키지 않으려 허세를 부리기도 한다(「점심」).

 

몸의 단편 소설 가운데 유머 소설이 적지 않은데, 인간의 위선이나 저열한 면모를 신랄하게 조롱하기보다는 연민과 이해를 바탕으로 따뜻한 웃음을 끌어내는 작품이 많다. 몸은 유머 감각이 있으면 인간 본성의 모순됨에서 즐거움을 찾아낼 수 있다고 보았다. -「작품 해설」 중에서

 

서머싯 몸의 단편은 예상을 뛰어넘는 행동으로 극적 긴장감을 끌어내며 ‘반전’을 꾀해 인간의 양면성을 부각시켜 모호한 현실을 드러내는 것이 특징이다. “나는 단편 소설을 흐지부지한 말줄임표보다는 마침표로 끝내는 것을 더 선호했다.”는 서머싯 몸의 말처럼, 그의 단편은 잘 짜여진 플롯 속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다가 빠르고 확실하게 매듭을 짓는 방식을 취해 완결성을 높인다. 블랙코미디와 감동적인 휴머니즘을 넘나드는 단편들 속에서 단순한 재미뿐 아니라 인간 군상을 세심하고 또렷하게 관찰한 서머싯 몸의 통찰까지 엿볼 수 있다. 생을 정면으로 마주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응원한 서머싯 몸의 휴머니즘은 시공을 초월해 현재까지도 읽는 이의 공감을 자아낸다.

 

어쩌면 타인에 대한 관용은 자아성찰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몸은 자신의 왜소한 체구와 말을 더듬는 버릇 때문에 일찍이 열등감이 있었고 자기가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경험과 성찰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그러한 이유에서인지 그는 이상적이고 완벽한 인간이 아니라 장점과 단점이 양립한 현실의 인간들에게 공감하고 그러한 측면을 소설에서 구현하려 노력했다. -「작품 해설」 중에서

 

태평양에서 유럽까지 전 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낯설지만 보편적인 순간들

 

서머싯 몸의 단편들은 여행의 심상과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타히티, 사모아, 하와이 등 남태평양의 섬들부터 스페인, 파리, 모나코의 유럽까지. 이국적인 정취 속에서 이방인, 여행자, 원주민 등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서로 충돌하고 공명하는 순간들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타히티의 섬에서 인생의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에드워드 버나드의 몰락」), 몬테카를로를 여행하며 짜릿한 일탈을 맛보고 (「삶의 진실들」), 남태평양 아피아섬의 원주민과 사랑에 빠져 치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도 한다(「연못」).

서머싯 몸은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등 유럽을 넘나들며 체류 생활을 했고 러시아, 스위스 등지에서 첩보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또한 1920년부터 태평양과 동아시아, 남미 등을 두루 돌아다니기도 한 숙련된 여행자이기도 하다. 각 나라의 정취가 담긴 단편들에는 인생 전체를 여행길 속에서 살았던 그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서머싯 몸은 손에 잡힐 듯 섬세하고 날카로운 묘사로 다양한 시공간과 인물들을 생생하게 그려내 독자에게 마치 함께 여행을 하는 듯한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나는 세상을 두루 돌아다녔는데, 어디에서 얼마나 오래 체류하든 이야깃거리가 한두 가지는 꼭 있어서 그것을 가지고 늘 이야기를 썼다. -서문 중에서

 

현명한 여행자는 오로지 상상만으로 여행을 한다. -「호놀룰루」

 

 

 

■ 주요 작품 줄거리

 

「비」

비로 인해 우연히 정박한 마을에서, 발칙한 아가씨와 계몽적인 선교사 부부가 충돌하며 일어나는 소동. 사람의 본성은 계몽될 수 있다고 믿는 선교사와 매일 밤 유흥과 파티를 즐기는 아가씨는 번번이 부딪친다. 결국 선교사는 직접 아가씨를 계몽하기 위해 행동에 나선다.

 

「점심」

가난하고 젊은 작가와 그의 독자인 한 여성은 작품에 대한 편지를 주고받으며 친밀해진다. 파리의 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함께 하게 된 두 사람. 작가는 궁핍한 삶이지만 생활비를 쥐어 짜내어 어떻게든 식사를 대접하고자 노력한다.

 

「삶의 진실들」

공부도, 운동도 잘하는 장래가 유망한 젊은 청년은 테니스 경기를 위해 잠깐 몬테카를로에 들른다. 짧은 여행 전, 누구보다 아들을 아끼는 그의 아버지는 무엇보다 술, 도박, 여자를 조심하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몬테카를로에서 청년은 과연 그 당부를 지킬 수 있을까.

 

「춤꾼들」

다이빙 쇼를 벌이는 서커스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젊은 커플. 공연을 올리기 전 어느 저녁, 다이빙 선수인 여자에게 한 할머니 손님이 찾아온다. 손님은 과거 자신도 다이빙 쇼를 하며 유명세를 떨쳤다는 이야기를 건네준다.

 

「시인」

위대한 스페인의 시인 돈 칼리스토를 흠모하던 한 청년은 그를 만나기 위해 에시야 거리 골목 사이에 있는 그의 저택을 방문한다. 시인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둘러본 저택의 풍경 속에서 청년의 기대감은 점점 부풀어 오른다.

 

「새가슴」

혼혈인 것을 숨기고 보르네오에서 돈을 벌고 있는 이자트는 챔피언이란 남자와 몇 달째 여행 중이다. 우연히 정박한 섬에서 범람하는 해일을 맞이하는 두 남자. 해일 속 뒤집히는 배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이자트는 뜻하지 않은 괴로움에 휩싸이게 된다.

 

 

■ 본문 중에서

 

1권

 

욕망은 슬픔이다.

-「비」

 

“그럼 자네는 인생의 어떤 것에 가치를 두나?”

“유감스럽게도 자네는 비웃을지 모르지만, 내게 인생의 가치란 아름다움, 참됨, 선함이야.”

-「에드워드 버나드의 몰락」

 

“나는 무언가를 창조할 거야. 세월은 무심히 흘러갈 테고, 나이를 먹어 노인이 되었을 때 행복하고 단순하고 평화롭게 살아온 삶을 돌이켜 보고 싶네. 소소한 방식으로도 나는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을 거야. 그것이 너무 시시해 만족감이 없을 거라 생각하나? 알다시피, 세상 전부를 얻어도 자기 영혼을 잃는다면 그 사람에게는 이로울 게 별로 없지 않나. 나는 내 영혼을 얻었다고 생각하네.”

-「에드워드 버나드의 몰락」

 

나는 아무런 기대 없이 호놀룰루와 조우했다.

-「호놀룰루」

 

나는 숨이 탁 막혔다. 한 남자가 자신의 벌거벗은 영혼을 내 앞에서 드러내는 것만큼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순간에는 세상에 하찮은 사람도 못난 사람도 없다는 깨달음이 일어나고 그 남자 안에서는 어떤 것이 반짝이며 연민을 자극한다.

-「샘」

 

불확실한 것은 끔찍했지만, 확실한 것은 더욱 끔찍했다.

-「매킨토시」

 

이 순간 애로에게 사랑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왕자님은 로마의 궁전과 아펜니노의 성이나 지키라지. 그들은 말조차 하지 않았다. 대단히 진지한 작업을 수행하는 중이었다. 그들은 엄숙한 환희와 열정 속에서 먹었다.

-「앙티브의 뚱뚱한 세 여자」

 

2권

 

그녀는 옷을 벗고 잠시 스타킹만 신은 알몸으로 서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거울 속의 자신에게 당찬 미소를 지었다.

“내 관중을 실망시켜선 안 되지.” 그녀가 킥킥 웃었다.

-「춤꾼들」

 

본디 신들은 젊은이들의 사랑을 친절하게 바라볼 뿐 현실적인 문제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법이라 에드윈과 안젤리나는 무일푼이었다. 그들은 결혼할 형편이 못 됐지만 그들에겐 용기와 희망, 자신감이 있었다.

-「행복한 커플」

 

 

그렇게 그는 사기를 친 대가를 치렀다. 악을 마음에 품었다가 끝내 그것에 목이 졸려 꼼짝없이 노예가 된 남자처럼, 그는 너무 오랫동안 거짓말을 하다가 스스로 그 거짓말을 믿어 버린 것이다. 밥 포레스티어는 오랜 세월 신사로 거짓 행세를 한 끝에 그것이 가짜임을 망각해 버렸고, 그의 어리석고 틀에 박힌 두뇌가 만들어낸 신사의 행동 규범에 따라 행동한 것뿐이었다. 허위와 진짜 사이의 차이점을 구분하지 못한 채 그는 거짓된 영웅심에 목숨을 바쳤다.

-「사자의 가죽」

 

맹세코 나는 나 자신을 거의 알지 못하며 다른 사람들은 조금도 알지 못한다. 우리는 이웃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그저 짐작만 할 뿐이다. 우리는 각자 외로운 탑에 홀로 갇힌 죄수들이고, 인간의 형상을 한 다른 죄수들과 기존의 신호로 의사소통을 하지만, 그 신호의 의미는 내가 생각하는 바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바가 반드시 같은 것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인생은 한 번만 살 수 있는 것이고 가끔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도 일어나는데, 내가 뭐라고 이래라저래라 남에게 어떻게 살라는 말을 감히 한단 말인가? 인생은 어려운 숙제다.

-「행복한 남자」

 

스페인에서 사랑은 빠르게 자라난다.

-「어머니」

 

“나 별난 사람 같죠?” 그가 물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죠.” 나는 미소를 지었다.

-「글래스고에서 온 남자」

목차

1권

 

작가 서문

 

에드워드 버나드의 몰락

호놀룰루

점심

개미와 베짱이

고향

매킨토시

현상과 실재

앙티브의 뚱뚱한 세 여자

삶의 진실들

 

 

2권

 

춤꾼들

행복한 커플

비둘기의 노랫소리

사자의 가죽

정복되지 않는 사람들

탈출

심판대

척척박사

행복한 남자

낭만적인 아가씨

명예가 걸린 문제

시인

어머니

글래스고에서 온 남자

파티에 가기 전

루이즈

약속

목걸이

새가슴

 

작품 해설

작가 연보

작가 소개

서머싯 몸

1874년 1월 25일 프랑스 파리 주재 영국 대사의 고문 변호사였던 로버트 몸의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여덟 살 때 어머니를 폐결핵으로, 열 살 때 아버지를 암으로 잃는다. 영국으로 돌아와 숙부의 보호 아래 캔터베리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런던에서 세인트토머스 의학교를 졸업했다. 산부인과 경험을 옮긴 첫 작품 『램버스의 라이저』가 베스트셀러가 되자 자신감을 얻고 의사직을 과감히 포기했다. 1908년에는 몸의 희곡들이 런던 4대 극장에서 네 편이나 동시에 상연될 정도로 그의 인기가 높았다. 1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작가 수업을 하고, 1928년 이후 프랑스 남부 카프페라에 정착했다. 자전적 소설 『인간의 굴레에서』와 고갱을 모델로 예술 세계를 파고든 『달과 6펜스』, 성공에 눈먼 작가를 풍자적으로 그린 『과자와 맥주』, 한 미국 청년의 구도적 여정을 담은 『면도날』등의 장편 소설로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또한 절제와 서스펜스가 가미된 단편 소설로도 유명하며 『작가 수첩』등 자신의 철학을 담은 에세이를 출간했다. 1965년 12월 16일 프랑스 니스에서 아흔한 살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황소연 옮김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출판 기획자를 거쳐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베아트릭스 포터의 『피터 래빗 전집』, 루이자 메이 올콧의 『작은 아씨들』, 서머싯 몸의 『인생의 베일』, 『케이크와 맥주』, 『서머싯 몸 단편선』,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헤밍웨이의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휴버트 셀비 주니어의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찰스 부코스키의 시집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 등이 있다.

독자 리뷰(3)

독자 평점

4.6

북클럽회원 5명의 평가

한줄평

장편도 잘 만들고, 단편도 잘 만들고 못하는 게 없는데

밑줄 친 문장

맹세코 나는 나 자신을 거의 알지 못하며 다른 사람들은 조금도 알지 못한다. 우리는 이웃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그저 짐작만 할 뿐이다. 우리는 각자 외로운 탑에 홀로 갇힌 죄수들이고, 인간의 형상을 한 다른 죄수들과 기존의 신호로 의사소통을 하지만, 그 신호의 의미는 내가 생각하는 바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바가 반드시 같은 것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인생은 한 번만 살 수 있는 것이고 가끔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도 일어나는데, 내가 뭐라고 이래라저래라 남에게 어떻게 살라는 말을 감히 한단 말인가? 인생은 어려운 숙제다. 나로서는 나의 삶을 완성하고 개선하는 일만으로도 충분히 벅차다. 내 이웃에게 어떻게 살라고 가르칠 생각은 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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