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수현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1년 9월 3일
ISBN: 978-89-374-4467-8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5x200 · 352쪽
가격: 16,000원
매매방, 21세기 ‘투자 인류’가 잭팟을 꿈꾸는 곳!
‘문송’한 중년 남성들에 관한 인류학적 보고서
SNS를 들썩이게 만든 화제의 논문
우리가 주식투자에 대해 말하지 않았던 실패의 서사
◆ “2020년대 한국 사회를 자연지형으로 형상화하면, 사방으로 낭떠러지가 있는 고원 지대 아닐까 생각한다. 한번 밖으로 굴러 떨어지면 크게 다쳐서 다시 위로 올라오기 어려운. 늘 추락을 염려하며 살아야 하는. 우리는 이미 ‘치킨집’이라는 유명한 비탈을 안다. 이제 이 책은 더 위험하고 가파르지만 잘 보이지 않아 얘기되지 않았던 또 다른 급경사 지대를 소개한다. 한 용감한 인류학 연구자가 몸으로 부딪혀 그곳을 탐사하고 근사한 보고서를 들고 돌아왔다. 개인전업투자자. 50대 대졸 인문계 출신 남성이 주로 희생되는 지형이다.” -장강명(소설가)
◆ “사회과학서를 이렇게 몰입해서 읽게 되는 경험은 흔치 않다. 저자 자신의 위치와 입장, 관점이 툭툭 드러나는 부분은 매우 솔직하게 쓰여 연구자의 시선과 변화를 따라가며 읽는 묘미가 있다. 금융투자가 젊은 세대와 엮이는 세대주의 담론이 팽배한 시기에, 40~50대 투자자를 다각도에서 관찰하여 이 문제를 역사화하면서도, 최근의 청년 투자자 이슈에 대해서도 설득력 있는 관찰을 제공한다.” -김선기 (『청년팔이 사회』 저자)
들어가며 7
등장인물 소개 26
이 책에 나오는 주식 용어 32
서론: 개인투자자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하는가? 36
1장 “작게 여러 번 따서, 한 방에 날린다!” : 실패하는 개인투자 3단계 61
1 첫 판에서 맛보는 달콤한 ‘돈 맛’ 초심자의 행운 56
2 편향이 만든 성공의 신기루와 자금 투입 60
-“다 잘될 거야.”: 과신의 편향 61
-“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 확증의 편향 68
3 ‘존버’의 길에 들어서다: 울며 ‘물타기’ 72
-“물타기 기법의 함정”: 몰입 상승의 편향 72
-“손절은 남에게 맡겨야 하는 이유” : 처분 효과 79
4 심리가 만드는 필패의 구조 84
2장 생계를 위한 꿈, 주식이라는 희망 103
1 개인전업투자자의 사회경제적 특성 106
2 ‘개인전업투자자’ 꿈의 탄생 113
-우리사주제도와 IMF 외환위기 113
-개인전업투자 꿈꾸기 119
-나만의 ‘투자 철학’ 만들기 132
3 ‘문송’ 아버지의 유일한 선택지 144
4 ‘경제적 자유’의 신기루 162
3장: 개미의 매매방 사용 설명서 179
1 조기 은퇴 중년 남성의 ‘자기만의 방’ 182
2 주위의 부정적 이목, 관계의 단절 188
3 로알매매방의 흥망성쇠 199
-등장과 전성기199
-쇠퇴의 원인: 장기 박스권과 파생상품시장 규제 203
4 일상의 변천 212
-활발한 소통과 위안의 공간(2007~2014) 213
-긴장과 갈등의 공간(2015~현재) 226
4장: 간파와 믿음 245
1 금융시장에 대한 간파 248
-“10년에 한두 차례 하늘문이 열린다!” 248
-해피엔딩은 없다 259
-7할의 성공률도 망할 수 있다 264
-‘작전’은 어디에나 있다 266
2 개미의 대응 전략 278
-작전 세력의 역이용 278
-금욕주의 가치관의 내면화 284
-매매 원칙의 수립: 마음 다스리기 289
3 투자는 마약이다 293
-실패는 희망의 어머니: 고통을 은폐하는 언어 294
-투자의 중독성: 황폐화되는 삶 301
에필로그 319
부록_ 개인투자자, 경제인류학을 만나다 341
비트코인, 주식, 선물옵션… 대학생연합 주식동아리는 흔한 풍경이 된 지 오래되었고 존버, 손절 등의 주식 용어는 일상어로 편입, 확대되어 그 기원을 궁금해하는 자가 없을 정도다. 빠른 속도로 이루어진 디지털화로 인해 누구나 쉽게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된 지금은 주식하는 사람보다 주식 안 하는 사람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운 세상이기도 하다. 바야흐로 900만 개인주식투자자의 시대. 주식은 더 이상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는 때로 경제라는 대우주 안에서 주식이라는 소우주에 기거하는 투자 인류로 정의되기도 하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는 매일같이 기관, 외국인, 개인투자자들을 마주하며 주식과 파생상품을 매매, 치열하게 수익을 ‘다투는’ 투쟁의 장에 몸담고 살아간다. 그러나 이 치열한 장의 대중화에도 불구하고 주식에 대한 우리의 질문은 기껏해야 한 가지로 수렴된다. “그래서 요즘 무슨 종목이 좋대?” 한 가지가 더 있긴 하다. “그래서 얼마 벌었는데?” 주식의 세계에서 개인투자자는 한 명의 인간이기에 앞서 수익률의 꼬리표로 먼저 인식된다. 청색과 적색만이 존재하는 극단적 이분법의 영역에서 개인투자자는 너무나도 쉽게 수익률이라는 숫자로 환원된다. 급격하게 증가하는 개인투자자에 대한 우리의 질문은 한없이 빈약하고 더없이 초라하다.
『개미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하는가?』 (이하 ‘개미는 왜’)는 성공 신화로 가득한 개인투자자 서사에 균열을 내는 다른 목소리다. 인류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저자가 서울의 한 매매방에 입실, 그곳에서 만난 개인전업투자자들과의 심층 면담을 바탕으로 쓴 생생한 기록물이자 독창적인 보고서의 제목은 누구나 궁금해하지만 아무도 묻지 않았던 질문이다. 개인전업투자자들, 그들은 왜 손실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하는가? 질문에 답하기 위해 선결해야 할 질문들은 다음과 같았다. 어떤 배경을 가진 자들이 개인전업투자자, 속칭 개미가 되는가. 개미들은 어떻게 돈을 잃어 가며 그들은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멈추지 못한 채 끝내 필패의 질서에 포섭되는가. 매매방 입실자의 책상에 붙여진 매매원칙 십계명, 투자자 명심보감,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의 생생한 경험담, 주식에 대한 각종 통계 자료와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밈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차례로 응답해 준다.
그러나 이 책은 개인투자자의 실패를 개인 차원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이 속한 사회에서 재맥락화함으로써 투자하는 인간 본연의 인지 심리적 경향과 더불어 투자를 할 만한 것으로 재생성하는 사회문화적 구조, 이를 통해 개미 집단이 내면화하고 있는 주식투자에 대한 관념과 믿음을 정면으로, 또한 총체적으로 바라본다. 주식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치열하고 복잡하며 공허하고 모순적인 욕망의 사슬에 대한 신중한 관찰과 명민한 분석은 오늘날 금융의 시대가 만든 인간 초상을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각을 선사한다. 동시에 주식에 대해 우리 사회가 내면화한 명제들의 진위를 날카롭게 점검할 수 있는 근거들 또한 제공한다. 2020년대 한국 사회의 가장 솔직한 욕망과 좌절의 서사가 지금, 펼쳐진다.
■ 개미의 희로애락
주식투자는 보이지 않는 인간의 믿음과 관념을 비춰 주는 거울이다. 동시에 뜻한 바가 언제나 마음처럼 되지만은 않음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인간의 불완전성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드러내는 장르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주식투자하는 한 인간의 투자 동기와 꿈, 믿음, 일상, 계획과 실천의 일치와 어긋남,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희로애락에 대해 묻고 귀 기울이며 의미를 곱씹어 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를 위해 저자는 매매방에 입실한 개인투자자들과의 심층 면담을 통해 개인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하며 경험하게 되는 투자의 단맛과 쓴맛을 사실적으로 전달한다. 투자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손절매의 원칙들을 줄줄이 꿰고 있으면서도 왜 실천하지 못해 손실을 거듭하는 걸까. 십여년 동안 매매방을 운영한 관리자는 어찌하여 거두절미하고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간주하는 걸까. 확증편향, 몰입상승, 과신편향 등 ‘개미’들이 실패하는 이유에 대한 인지, 심리학적 관점은 어디에서도 들어볼 수 없는 개인투자자의 진짜 마음과 그러한 마음을 바라보는 관점과 이해의 틀을 제공한다.
■ 대한민국 주식사(史), 우리 이웃의 주식사(私)
주식에 성공한 이야기는 많다. 그러나 주식에 실패한 이야기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이 책은 주식의 빛이 아니라 주식의 그림자를 통해 성공 서사로 가득한 주식에 균형 잡힌 담론의 몰꼬를 트고자 한다.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개인의 주식사(私)를 바탕으로 하는 이 책은 개인전업투자자 대부분이 속해 있는 대졸 인문계 출신의 중년 남성, 이른바 ‘문송’한 중년 남성의 은퇴 이후에 대한 한편의 보고서이기도 하다. 매매방은 ‘자기만의 방’으로 기능하고 주식은 비교적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생계 수단으로 파악된다. 한편 한국에서 개인투자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이 책은 개인주식투자를 용이하게 한 사회문화적 배경을 살펴보는 대한민국 주식사(史)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에서 개인주식투자가 본격화한 사회경제적 역사와 개인 투자자들의 생애사가 교차하는 가운데 주식의 거시사와 미시사가 결합한다.
■ ‘경제적 자유’를 향한 신념과 희망의 연원
『개미는 왜』의 주 면담자는 40대에서 60대에 이르는 남성이지만 저자는 최근의 급증한 청년투자자들에 대한 분석도 빼놓지 않는다. ‘손절매’를 철칙으로 삼는 중년 세대의 투자관과 ‘존버’를 기본으로 하는 청년세대의 투자관에서 비롯되는 세대별 인식 차이를 포함, 주식투자를 둘러싼 변화의 풍경을 통해 현대인의 꿈인 ‘경제적 자유’를 향한 신념과 희망의 연원을 추적한다. 더불어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거나 ‘수업료’ 등 고통을 성공에 수반되는 필수 과정으로 여기는 언어의 속임수에서도 투자를 계속되게 만드는 동력을 찾는다. 한국 사회의 금융경제 풍속도를 재치 있게 통찰함으로써 일상에 숨겨진 투자 권하는 사회의 측면을 분석하는 과정은 사회적 관점으로 주식을 바라본다. 코로나 종식을 원하면서도 내가 산 코로나 진단 키트 주가는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모순은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자본의 수단으로서만이 아니라 공동체의 균열을 가져오는 모순의 매질로서의 주식을 통해 주식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지닐 수 있게 될 것이다.
■ 들어가는 글에서
이 책은 작게는 로알매매방 개인전업투자자의 이야기이지만, 넓게는 2021년 대한민국 동학개미인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동시에 나 자신의 이야기다. 때문에 개인투자자의 성패에 관해 회의적인 이야기를 들으면 독자들이 얼마나 거부감이 들지 그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논문이 인터넷상에 알려진 뒤, “글쓴이 입맛에만 맞는 사례를 모아 편향적으로 썼다.”라는 댓글을 읽었는데 사실 내 입맛은 그와는 정반대 맛이다. 나 역시 ‘생각보다 많은 수의 개인투자자가 돈을 잃는다.’라는 쓴 진실을 삼키고 소화하기까지 참 힘이 들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이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쓰디쓴 투자의 이면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급격히 확대되는 개인투자 흐름 속에서 우리 사회에는 ‘누구나 공부하고 노력하면 주식투자로 성공할 수 있다.’라는 명제가 아무 검증 없이 공리로 통용되고 있다. 책, 신문, 방송, 유튜브, SNS 등 미디어는 앞다투어 주식과 재테크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발굴하여 보도한다. 그러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구)독자는 그것을 익히고 체화하는 데 열심이다. 매매방에서 현지조사를 할 때만 하더라도 5060 중장년 계층이 그 중심에 있었다면, 불과 1~2년 새 2030 청년층에게까지 그 흐름이 확장됐다. 투자는 더는 재테크의 영역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현대인의 낙(樂)이자 필수적인 자기 계발과 수련의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주식투자가 이유 불문 ‘열심히 해야만 하는 무언가’가 되어 버린 마당에 그 위험은 ‘당연히 감수해야만 하는 것’으로 탈바꿈한다는 게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가! 위험은 위험 그 자체로 이해되지 않고 더 큰 이익을 불러올 수 있는 ‘기회’의 또 다른 이름으로 변주된다. 돈을 잃을 가능성은 물론 이론상 존재하긴 하지만 ‘내 일이 되진 않을 것이다.’ 오늘날 주식을 비롯한 재테크 담론엔 더 많은 투자자를 모으고, 더 많은 돈을 유입하기 위한, 프로모션뿐이라는 사실이 아찔하다. 이는 주식시장을 과도하게 양성화하며 투자자에게 장밋빛 미래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담론의 균형은 깨져 버렸다.
특히나 2020년 코로나19 이후 많은 개인투자자가 단기간에 큰돈을 벌게 되자 그간 우리 사회에 남아 있던 금융투자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은 거대한 전환을 맞이했다. 주식 안 하면 바보이거나 기회를 잡지 않는 게으름뱅이로 치부된다. 투자의 위험성과 중독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소수설에 그칠 뿐이다. 그러나 주식가 격언이 시사하듯 이 시장엔 영원한 상승장도 하락장도 없으며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 지금 종합지수가 그러하듯 산의 정상이 높을수록 골짜기는 더 깊은 법이다. ‘해야 한다’ 그리고 ‘벌 수 있다’는 목소리로만 이뤄진 ‘주식 권하는 사회’의 달콤하고도 위험한 언설의 품에서 깨어나야 한다. 투자의 위험에 대해 ‘당연한 것’으로만 여기는 사회 분위기 전반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필요도 있다. 손실과 실패의 책임은 결국 ‘권하는 이’가 아닌, 열심히 투자를 공부하고 배운 것을 실천한 개인투자자 자신의 몫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중략)
혹시나 이 책이 ‘개인투자자는 실패한다.’를 입증하기 위함이라거나 ‘주식투자를 하지 마라.’라는 주장을 관철하려는 단순한 비관론으로 읽히진 않을까 조심스럽다. (혹시라도 그렇다면 모두 나의 미진함 때문이다.) 단타 매매로 생계비를 버는 전업투자자가 많은 매매방의 특성에 기인한 저조한 투자성과를 대한민국 전체 투자자에게 일반화하기 어려움을 안다. 그리고 월급만 따박따박 모아서는 더 이상 집도, 결혼도, 자녀 양육도 답이 안 나오는 현실이 아닌가? 별로 곱게 뵈지 않는 돈벌이 수단으로만 치부하기엔 주식과 투자가 현대인의 삶 속에서 지니는 의미는 훨씬 복잡다단하다. 전체 투자자 중 얼마만큼이 실패했으며, 얼마를 잃었냐는 팩트 체크는 그리 중요한 것 같지 않다.
다만 계속해서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하게 만드는 이 시스템을 로알매매방의 투자자들은 어떤 해석과 내러티브로 유지하고 있는가를 통해 자신의 투자를 돌아볼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조금 욕심을 부리자면, 투자의 밝은 면과 순기능만 부각하는 온갖 경제 경영서로 넘쳐 나는 서적의 세계에서 이 책이 조금이나마 균형을 맞춰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비정상적으로 균일한 투자관을 환기할 수 있기를.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일상적 증시를 일상으로 느끼며 증권시장에 들어선 젊은 청년 투자자에게 이런 식의 관점이 한 번 더 신중하게 투자를 진행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길 바란다. 아울러, 주식이나 파생상품 투자를 개인의 과도한 욕심이나 한탕주의, 도박 중독의 발로로 이해하고 멀리했던 독자들이 있다면 이 책에서 주목했던 로알매매방 입실자의 삶이 놓인 사회경제적 맥락을 통해 주식하는 사람들을 한 뼘 더 넓게 이해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